선(禪)

[스크랩] 41. 喫茶去 - 차나 한잔 들게

수선님 2018. 3. 4. 13:28

차나 한잔 들게 - 오등회원(五燈會元)

 

 

'차나 한잔 들게"는 한자로 '끽다거(喫茶去)'라 쓰는데, 여기서 '거(去)'는 명령의 어조사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인사말이지만, 앞에서 소개했듯이 조주선사가 세 번 문답으로 "차나 한잔 들게"를 공안으로 제시한 이래 옛날부터 깨달음의 방편으로 중시되어 왔습니다.

 

15세기에 다도(茶道)를 제창한 이로 유명한 주광(珠光)은 일찍이 일휴대사의 제자로 입문했는데 잘 조는 습성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의사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의사는 차를 마시도록 권했고, 그 덕택에 주광은 졸지 않게 되었습니다. 차의 효능에 반한 그는 차를 퍼뜨리기 시적했고, 차의 보급과 함께 차를 잘 마실 수 있는 예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다도를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그가 다도를 완성할 무렵, 일휴대사가 "무엇 때문에 차를 마시는가?"하고 물었습니다. 그는 "건강을 위해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대사는 그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조주선사에게 어떤 수행승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선사는 ;차를 마시는 것'이라고 대답했네. 이 말을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광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대사는 옆에 있는 수행승에게 일러 차 한 잔을 따라오게 했습니다.

 

그가 찻잔을 받아 든 순간, 갑자기 대사는 크게 소리를 질러 꾸짖었습니다. 이에 깜짝 놀란 주광은 황망히 찻잔을 떨어뜨리고는 이내 꼼짝도 하지 않고 잇다가 잠시 뒤에 대사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을 나섰습니다.

 

그때 대사가 "주광!"하고 불렀스니다.

 

그가 뒤돌아보자 대사가 물었습니다.

 

'아까 자네에게 차를 마시는 마음가짐에 대해 물었는데, 만일 그런 마음조차 없이 무심히 차를 마시면 어떨까?"

 

그러자 주광이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버드나무는 푸르고 꽃은 붉습니다."

 

대사는 이때 바로소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 뒤 주광은 좌선하는 심정으로 차를 마시기 시작하여 다도를 완성하였습니다. 취미나 건강, 그밖에 어떤 격식을 갖추어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선의 자연스런 경지로 승화시켰던 것입니다.

 

이처럼 "차나 한잔 들게" - 이 한마디에는 삶의 모든 체험이 담겨 있습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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