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48. 山河竝大地 全露法王身 - 산하대지가…

수선님 2018. 3. 4. 13:30

산하대지가 진리를 드러낸다 - 보등록(普燈錄)

 

 

"산과 시냇물과 대지가 법왕의 몸을 그대로 드러낸다(山河竝大地 全露法王身)"가 원문으로서 <보등록(普燈錄)>에 나오는 말입니다. 산과 상 같은 자연을 비롯하여 천지의 삼라만상에 진리가 나타나 있다는 말입니다. '법왕신(法王身)'은 절대ㅔ성을 가리킵니다. 눈에 보이는 것치고 신의 계시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선가에서는 "지금 옷을 입고 밥을 먹는 것 말고 따로 참된 부처님이 있는 것이 아니다(爭如着衣喫飯此外更無佛祖)"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도를 구하는 마음이 없으면 보는 눈이 빛나지 않습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합니다. 외면적인 눈으로는 보고 있지만, 마음이 다른 데에 팔려 있다보니 사실은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젊었을 적에 두부공장을 하는 집 별채에 하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숙집 주인은 늙었지만 두부를 만드는 솜씨가 매우 뛰어나 별미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단골 식당에서 마침 두부가 떨어져 다른 집에서 구한 두부로 음식을 만들어 내었느데, 손님들이 "이건 그 영감님 두부가 아니잖아요"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영강님은 "고마운 손님이군. 정말 고마워"하면서 손뼉까지 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의 두부를 알아주는 손님을 만나게 된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던가 봅니다.

 

지켜보던 저는, 영강님이 연로하시니 이게 그렇게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비법을 누군가에게 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영강님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법은 무슨, 그냥 와서 훔쳐가면 되는 거예요."

 

두부는 골방에서 몰래 만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비결을 훔쳐가지 않는다고 노인은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비법은 전할 수 없는 것이니 훔쳐야 한다는 거지요. 그것은 가르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열심을 다해 빼앗아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훔친다'는 것은 법에 저촉되는 그런 행위가 아닙니다.

 

이 귀한 비정(非情)은 선 수행과도 통합니다. "신(神)은 아낌없이 준다"고 합니다. 산과 강과 대지를 자 주었는데도 그걸 모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나무는 천년을 두고 푸르지만 사람은 에사로 보아 넘긴다(松樹千年翠 不入時人意)"는 선시도 있습니다. 아무리 꾸준히 설법을 해도 사람이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