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47. 在途中 不離家舍 - 길을 가면서도…

수선님 2018. 3. 4. 13:29

길을 가면서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 - 임제록(臨濟錄) 

 

 

임제선사가 한 말입니다. 

 

"한 사람은 겁(劫)을 논하여 길을 가면서도 집을 떠나지 않고(在途中 不離家舍), 한 사람은 집을 떠났으되 길 가운데에도 있지 않으니 어떤 사람이 인간게와 천상게의 공양을 받을만 하겠느냐?"

 

여기서 '겁'이란 인도의 팔리어 '가르파'의 음역으로서 '무한한 시간'을 뜻하며, '길을 가면서도(途中)'란 현실적인 사회생활에서 추구하는 종교적 활동을 가리킵니다. '집(家舍)'은 본래의 자기가 있는 지점, 곧 부처님의 세계를 비유한 말입니다.   

 

이를 풀어 해석하면 "여기 한 사람이 있는데 현실에 몸담고 사람들을 위하여 일하지만 부처님의 마음을 조금도 잃지 않고 다른 한 사람은 부처님의 마음도 생각지 않으면서 세상살이에도 돤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 가운데 누가 정말 진실된 것일까?"

 

우리는 상대적인 인식 방법에 익숙해 있으므로, 모든 것을 대립적으로 생각합니다. 목적과 수단, 결과와 방법 - 이렇게 둘로 나눠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노동도 살아가기 위해서, 집을 마련해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을 위해 인간 자신을 수단화하여 일생을 바치게 됩니다.

 

일한다는 것은 곧 '길을 가는 중(途中)' - 다시 말해서 일하는 것 자체가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 되지 않으면 인생은 풍요로워지지 않습니다. '길을 가는 중' 자체가 목적이면서 '집을 떠나지 않음'에 인생이 있는 것입니다. 마치 달팽이가 집을 등에 업고 걸어가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도중에 목적이 뒤따라야 합니다.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노력 자체가 목적인 것입니다.

 

노력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도 상대론입니다. 그것도 초월하여 가치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생활 태도가 바로 '도중(途中)'과 가사(家舍)' 의 가르침입니다. 선 수행자는 이것을 '움직임 가운데에서의 공부(동중공부)'라 일컬어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노동도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도 공부입니다. 일하는 것 자체가 선을 하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생활 속에서 선이 계승되어 가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것도 선이고, 앉아 있는 것도 선"입니다. 몸을 움직이기는 것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달리 생각지 말고, 각각 자기를 깨닫게 하는 도량임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순수한 마음은 변함없는 존재하는 것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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