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인심 - 보리달마(菩提達磨)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킨다(直指人心)'는 것은 한눈을 팔지 않고 자기 마음을 잘 바라보고 바로 파악하는 것을 뜻합니다. 생각하거나 분석하는 것으로는 자기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직접 마음 속 깊숙이 숨어 있는 자기 자신의 순수한 인간성에 투철해야 합니다.
스승으로서 가르칠 만한 것을 다 가르치고 이끌어낼 만한 것을 다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있게 마련입니다. 받아들이는 이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치열한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한 도저히 계승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별전(別傳)'이란 말도 있는 데, 뭔가 다르게 전해야 할 특별한 비밀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마음 속을 잘 들여다보아 그 속에서 숨쉬고 있는 본래의 진리를 받아들여야 함을 뜻합니다. 따라서 '별전'은 직지(直指)와 같은 뜻이며, '불립문자(不立文字)'와도 통합니다.
일전에 프로야구에서 명투수로 활약하던 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제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젊은 선수들에게 야구 기술을 가르쳐주면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 '선배님 왜 그렇게 하라는 거예요?'하고 까닭을 먼저 물어요. 그래서 나는 말하지요. '야구란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어서 아는 개 아냐. 몸으로 익여야 해. 왜냐고 나한테 묻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게. 그러면 언젠가는 반드시 알게 될 때가 오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에 배지 않네'라고요."
참으로 귀담아 들을 인생의 교훈이 새겨져 있는 말입니다. 다만 다시 생각해야 할 점은 '설득하는 것'과 '설명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설득하는 노력은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설명할 수 없는 점이 있다는 것을 모든 각도에서 설득하는 것이 바로 '선(禪)의 설법(說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장 제목이 '직지인심'인 것입니다.
이 설법은 짤막한 몇 마디로 할 수도 잇고, 반대로 길게 이야기해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자세히 설득하는 친절이 필요합니다. 이 친절이 상대의 가슴에 곧바로 전해져야 열매를 맺게 되지 않겠습니까.
선원(禪院)의 창시자로 선불교 사상 유명한 백장(白丈)스님이 아직 수행승의 신분으로 마조산에 안거하고 있던 어느 날, 스승 마조(馬祖)선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풀숲에 있던 들오리가 스님들의 발소리에 놀라 날아 올랐습니다. 마조선사가 백장에게 물었습니다.
"저것이 무엇이냐?"
백장은 곧이곧대로 대답했습니다.
"들오리입니다."
마조스님이 또 물었습니다.
"어디로 날아갔지?"
"벌써 날아가고 없습니다."
그때 마조스님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백장의 코를 꽉 잡아 비틀었습니다.
백장은 "아이구 아파"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러자 마조스님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날아가버렸다고 했는데, 여기 있었군 그래!"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선의 대화란 신변에서 벌어지는 일화에서 절묘하게 이루어져 왔음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자기 주위가 모두 스승이고 가르침이라는 선의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백장은 들오리를 들오리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들오리와 제자를 같은 초점에 맞춰서 곧바로 가리키고(直指) 있었던 것입니다. 백장은 코를 크게 비틀리고 나서야 비로소 알아차렸습니다. 들오리와 백장이 한 점에 집약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직지'입니다.
선에는 이인칭도 없고, 삼인칭도 없습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언제나 현재의 일인칭입니다. 직지되는 것의 본체는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밖에 없는 것입니다.
-松元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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