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능가경 14. 찰나품(刹那品) |
그 때 거룩한 대혜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원하오니, 여래·응공·정변지께서는 저희를 위하여 일체 생멸(生滅)하는 모양을 말씀해 주십시오. |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일체법이 생각 생각에 머무르지 아니한다고 말씀하십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훌륭하고 훌륭하다. 훌륭한 대혜여,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
대혜보살이 말하였다. |
"어지신 세존이시여, 가르치심을 잘 받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일체법이라는 것은 이른바 선법(善法)·불선법(不善法)·유위법(有爲法)·무위법(無爲法)·세간법(世間法)·출세간법(出世間法)·유루법(有漏法)·무루법(無漏法)·내법(內法)·외법(外法)이다. |
대혜여, 줄여 말하면 5음(陰)법이니, 심(心)·의(意)·식(識)으로 인하여 훈습하며 증장한 것이다. |
모든 범부인 사람들은 심·의·식으로 인하여 훈습함으로 선(善)·불선(不善)인 법을 분별한다. |
[233 / 415] 쪽 |
대혜여, 성인은 현재 삼매(三昧)·삼마발제(三摩跋提)의 무루(無漏)인 선법(善法)의 낙행(樂行)을 증득하였다. |
대혜여, 이를 선법(善法)이라 이름한다. |
대혜여, 말한 바 선(善)·불선(不善)의 법이라 말한 것은 이른바 8식(識)이니, 무엇이 8식이 되는가? 첫째는 아리야식(阿梨耶識)이요, 둘째는 의(意)요, 셋째는 의식(意識)이요, 넷째는 안식(眼識)이요, 다섯째는 이식(耳識)이요, 여섯째는 비식(鼻識)이요, 일곱째는 설식(舌識)이요, 여덟째는 신식(身識)이다. |
대혜여, 5식신(識身)은 의식신(意識身)과 함께 하여 선·불선의 법이 전전(展轉)히 차별되며 상속(相續)하지만, 자체는 차별이 없이 생하는 법을 수순하여 생겼다가 다시 멸하지만, 자심(自心)이 허망한 경계를 나타낸 것을 알지 못하고, 곧 멸할 때엔 능히 경계와 형상의 크고 작음과 수승하고 묘한 모양을 취한다. |
대혜여, 의식이 5식신(識身)과 함께 서로 응하여 나는데, 한 생각의 순간[刹那]도 머무르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나는 저 법을 말하여, '찰나도 머무르지 않는다'라고 한다. |
대혜여, 찰니가(刹尼迦 : 刹那)라고 말한 것은 공(空)이 된다고 이름함이요, 아리야식은 여래장이라고 이름함이니, 의(意)와 전식(轉識)과 함께 훈습함으로 '공이 된다'고 이름하며, 무루(無漏)인 훈습법을 구족하였으므로 '불공(不空)이 된다'고 이름함이다. |
대혜여, 어리석은 범부는 깨닫지 못하고 모든 법이 찰나도 머무르지 아니함에 집착하여, 사견(邪見)에 떨어져서 말하기를, '무루의 법도 또한 찰나 동안도 머무르지 아니한다'라고 하니, 저 진여(眞如)인 여래장을 깨뜨리는 것이다. |
대혜여, 5식신(識身)은 6도(道)에 나지 않으며, 고락(苦樂)을 받지 않으며, 열반의 인(因)도 짓지 않는다. |
대혜여, 여래장은 고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생사(生死)의 인(因)은 아니지만, 다른 법은 함께 생(生)하며, 함께 멸하여 네 가지 훈습[四種熏習 : 無明·妄心·妄境·淨法의 네 가지 훈습]에 의하여 취(醉)한 것이다. |
[234 / 415] 쪽 |
그러나 범부는 사견(邪見)으로 훈습함을 알지 못하고, '일체법이 찰나도 머무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
대혜여, 금강(金剛)인 여래장과 여래의 증득하신 법은 찰나도 머무르지 않는 것이 아니다. |
대혜여, 여래께서 증득하신 법이 만약 찰나 동안도 머무르지 않는 것이라면 일체 성자(聖者)는 성인(聖人)을 이룬 것이 아닐 것이다. |
대혜여, 성인 아닌 것이 아니니, 성인이기 때문이다. |
대혜여, 금강은 한 겁(劫) 동안 머물러 있어도, 무게와 부피가 그대로 있어 더하지도 줄지도 않는다. |
대혜여, 어찌하여 어리석은 범부가 모든 법을 분별하여 찰나도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그러나 범부는 나의 뜻을 얻지 못했으니, 안팎의 모든 법은 생각 생각이 머무르지 아니함을 알지 못함이다." |
대혜보살이 부처님께 또한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6바라밀(波羅蜜)법이 만족하여지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는다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
세존이시여, 무엇이 6바라밀이 되며, 어찌하면 만족한 것입니까?" |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대혜여, 바라밀의 차별이 세 가지 있으니, 이른바 세간바라밀(世間波羅蜜)과 출세간바라밀(出世間波羅蜜)과 출세간상상바라밀(出世間上上波羅蜜)이다. |
대혜여, 세간바라밀이라 말한 것은 어리석은 범부가 나[我]와 내 것[我所]이라고 하는 법에 집착하여, 2변(邊)에 떨어져서 여러 가지 수승하고 묘한 경계를 위하여 바라밀을 행하고, 색(色) 등의 경계와 과보(果報)를 구함이다. |
대혜여, 어리석은 범부는 단나바라밀(檀那波羅蜜 : 布施波羅蜜)·시라바라밀(尸羅波羅蜜 : 持戒波羅蜜)·찬제바라밀(羼提波羅蜜 : 忍辱波羅蜜)·비라바라밀(毘羅波羅蜜 : 精進波羅蜜)·선바라밀(禪波羅蜜 : 禪定波羅蜜)·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행하여 범천(梵天)에 태어나기도 하며, 5신통(神通)인 세간의 법을 구한다. |
[235 / 415] 쪽 |
대혜여, 이를 세간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 |
대혜여, 출세간바라밀이라고 말한 것은 성문과 벽지불이 열반인 마음을 취하여 바라밀을 수행함이다. |
대혜여, 저와 같은 세간의 어리석은 범부는 자신에서 열반락을 구하기 위하여 세간바라밀의 행을 행하며, 성문과 연각은 또한 다시 이와 같이하여 자신을 위하며, 열반락을 구하여 출세간바라밀을 행하며, 저 구경락(究竟樂)이 아닌 것을 구한다. |
대혜여, 출세간상상바라밀은 여실히 다만 이 자심(自心)의 허망한 분별로써 바깥 경계를 나타낸 것을 능히 앎이니, 그 때엔 실로 오직 이 자심에서 안과 바깥의 법을 나타낸 것임을 알고 허망한 분별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안팎의 자심과 색상을 취하지 아니한다. |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여실히 일체법을 알므로 단나바라밀을 행하여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는 안온(安穩)한 낙(樂)을 얻게 하니, 그러므로 이를 단나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 |
대혜여, 보살이 저 일체법을 관찰하고 분별을 내지 않으며, 청량(淸凉)한 법을 수순하니, 이를 시라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 |
대혜여, 보살이 분별하는 마음을 떠나고, 저 수행함을 알아서, 능취(能取)와 가취(可取)의 경계가 진실이 아님을 여실히 아니, 이를 보살의 찬제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 |
대혜여, 보살이 어떻게 정진행(精進行)을 닦는 것인가? 초(初)·중(中)·후(後) 밤에도 항상 부지런히 수행하여 여실법을 수순하여 모든 분별을 끊음이니, 이를 비라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 |
대혜여, 보살이 분별하는 마음을 떠나서, 외도의 능취와 가취의 경계를 따르지 아니함을 선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 |
대혜여, 어떤 것이 보살의 반야바라밀인가? 보살이 여실히 자심의 분별하는 상을 관찰하여, 분별함을 보지 아니하고 2변에 떨어지지 아니하며, 여실한 수행에 의하여 몸을 전변하여 한 법도 생함을 보지 않으며, 한 법도 멸함을 보지 않고 자신이 안으로 증득하는 거룩한 행을 수행함이니, 이를 보살의 반야바라밀이라고 이름한다. |
[236 / 415] 쪽 |
대혜여, 바라밀의 뜻[義]을 이와 같이 만족시키는 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공(空)과 무상(無常)과 찰나(刹那)를 |
어리석은 이는 유위(有爲)라고 분별하여, |
강물과 등불과 종자와 같다고 하며 |
공과 무상과 찰나라고 한다네. |
찰나의 뜻[義]을 분별하여 |
찰나도 또한 이와 같다고 하나, |
찰니가(刹尼迦 : 刹那)는 불생(不生)이라서 |
고요하여 짓는 바 떠났네. |
일체법은 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
나는 찰나의 뜻이라 말한다. |
물질은 생하면 멸함이 있으나 |
범부를 위해 말을 아니하네. |
상속하는 법을 분별하며 |
망상으로 6도(道)를 보지만, |
만약 무명(無明)이 인(因)이 되어 |
모든 마음 능히 낸다한들 |
형색도 생하지 아니 했으니 |
중간이야 어디 의지해 머무르랴. |
생하면 곧 멸함이 있으니 |
다른 마음도 저를 따라 나는 것이네. |
[237 / 415] 쪽 |
형색은 한 생각 머무름이 아니니 |
어느 법에서 생함을 관찰하랴. |
어느 인(因)에 의해서 생긴 법이랴? |
마음은 인(因)없이 생하는 것이네. |
그러므로 생하는 것 성립하지 않으니, |
어떻게 생각이 무너짐 알 것인가. |
수행자가 정(定)을 증득하여 |
금강과 불사리(佛舍利)로 |
광음천(光音天) 궁전에서 |
세간에 파괴되지 않는 일과 |
그 증득한 법의 진실을 |
여래께서는 지혜로 성취하였네. |
비구가 평등한 법을 증득하면 |
어찌 생각이 머무르지 않음을 볼 것인가. |
건달바(乾闥婆)와 환상인 것이리. |
무엇 때문에 생각이 머무르지 않음인가? |
4대(大)와 보여진 형색이 없음이니, |
4대가 어찌 하는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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