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밑을 살펴라 - 불과원오(佛果闧悟)
어느 날 밤 오조 법연(法演)선사가 세 사람의 제자와 함께 절로 돌아오는 도중에 바람이 불어와 손에 들고 있던 초롱불이 꺼졌습니다. 그러자 법연선사는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테냐?"
선어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 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상황에서 깨달음의 불꽃이 부식돌처럼 튀어나옵니다. 법연선사가 들이댄 질문은, "어두운 밤에 길을 가려면 무엇보다도 초롱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불이 지금 꺼졌으니 너희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묻는 것이 아닙니다.
어두운 밤에 길을 사는 것은 험한 세상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어둡고 위험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든든한 기둥처럼 의지하며 걷던 지팡이를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은유적으로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법연선사늬 세 제자는 각가 자기의 의견을 말했는데 그 중에서 불과원오(佛果闧悟)가 대답한 "발 밑을 살펴라[看脚下]"는 것이 법연선사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발 밑을 살펴라" - 참으로 평범한 말입니다. 초롱불이 꺼지면 발 아래를 잘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선 수행도,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도, 자기 발 밑을 똑바로 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일상에서의 풍요로운 생활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같은 말에 '조고각하(照顧脚下)'가 있습니다. 발 밑을 비춰보라는 뜻입니다.
선원의 현관에 들어서면 '간각하(看脚下)'나 '조고각하(照顧脚下)'라 써붙인 팻말을 볼 수 있습니다, 선어를 현실생활에 응요하여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의 실천 수행은 우리가 딛고 있는 발 밑에 있는 것부터 깨닫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마음을 잘 단속하는 일입니다. 설령 손에 든 초롱불은 꺼진다 하더라도 마음의 빛을 꺼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안을 비추는 초롱불을 갖고 잇어야 합니다.
선은 자기 안에 초롱불을 갖는 것입니다. 누추한 자기 마음 밑바닥에 불을 켜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허망한 인간의 생명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발견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설법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한 선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남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버리하는 것이었지!"
자기 안에 환히 빛나는 초롱불, 자기 속의 빛을 보라는 뜻일 것입니다.
松原泰道
'선(禪)'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72. 配慮 - 마음을 쓴다 (0) | 2018.04.22 |
---|---|
[스크랩] 71. 日日是好日 - 날마다 좋은 날 (0) | 2018.04.22 |
[스크랩] 69. 白雲抱幽石 - 흰 구름이 검은 바위를… (0) | 2018.04.15 |
[스크랩] 68. 微風吹幽松 近聽聲愈好 - 산들바람 소나무에 불어와… (0) | 2018.04.15 |
[스크랩] 67. 是亦夢非亦夢 - 그러함도, 그렇지 않음도… (0) | 2018.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