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고 함께 간다 - 무문관(無門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함께 손을 마주잡고 세상을 살아가는 동료를 '동행(同行)' 또는 '동붕(同朋)'이라 하여, 귀히 여기고 그리워합니다. 그렇기에 순례길에 오른 길손은 혼자라도 '동행이인(同行二人)'이라고 삿갓에 써붙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관음보살도 되고 현장법사도 됩니다.
선 수행자에게 이 '동행'은 스승도 되고 선배도 되고 친구도 되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수행을 격려합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만이 서로 손을 마주잡고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과 사람이 함께 걸어갈 때도 손을 마주 잡고 여행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과 수행자는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걸어갈 때도 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걸어갈 때도 있습니다. '동행'은 현실에서 함께 가는 친구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고뇌에 시잘리는 자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또 한 사람의 친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이름을 '자기(自己)'라 부릅니다.
사람이란 현실의 감성적인 자아와 본래적인 자기라는 '두 사람의 동행자(同行二人)'적인 존재입니다. 감성적인 자아가 아무리 추악해도 그 마음 깊숙한 데서 순수한 '동행자'인 본래의 자기가 지켜보고 있다고 믿는 것이 선의 인간관입니다. 이 '동행자'를 만나 사람을 '깨달은 이'라고 합니다.
사람에게 함께 손을 마주잡은 선량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믿는 '동행'이 있다는 것은 더욱 다행한 일입니다.
어렸을 때 부른 동요가 생각납니다.
손에 손을 마주잡고 들길을 가면
모두가 귀여운 작은 새 되어
노래를 부르면 구두소리 울려요
말게 개인 하늘에 구두소리 울려요
서로 손을 마주잡고 인생의 황야를 갑시다. 저마다 본래의 순수한 인간성을 지닌 어린이로 돌아갑니다. 이때 부르는 노래와 추는 춤은 모두가 진리 그대로의 순진무구한 모습입니다. 눈앞에 있는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는 공(空)의 세계입니다. '구둣소리 울린다'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도량(步步是道場)"이라는 뜻입니다.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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