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미혹되어 사물을 좇는다 - 벽암록(碧巖錄)
이 말은 거꾸로 읽는 것이 알기 쉬울 거 같습니다. '사물을 쫓아 스스로 미혹에 빠진다'고 하면 뜻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돈이나 물질을, 명예 등을 좇다가 자기를 잊어버리게 됨을 경계한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한적한 숲 속에서 좌선을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멀리서 젊은 남녀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윽고 젊은 여자가 부처님이 계신 줄도 모르고 급히 숲 속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얼마 후 젊은 남자가 헐레벌떡 그 뒤를 쫓아 왔습니다. 남자는 부처님께 안타까운 듯이 물었습니다.
"방금 이곳으로 젊은 여자가 도망쳐 가지 않았습니까? 그 여자가 내 지갑을 훔쳤어요."
부처님은 조용한 말로 물었습니다.
"도망친 여자를 찾는 것과 자기를 찾는 것 중 어느 쪽이 소중하냐?"
젊은 남자는 뜻밖의 질문에 당황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었습니다.
"도망친 여자를 찾는 것과 자기를 찾는 것 중 어느 쪽이 소중하냐?"
청년은 마음속으로 부처님의 질문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스스로 미혹되어 사물을 좇는' 어리석은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이 문장을 거꾸로 읽는 것이 알기 쉽다 했는데, 이 이야기를 음미해 보면 역시 "스스로 미혹되어 사물을 좇는다"고 올바로 읽어야 하는 이치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미혹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기를 잊고 있었기 때문에 사물을 좇게 된 것입니다.
인간을 비롯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불교에서는 '색(色)'이라고 부릅니다.
존재는 몇 가지 요소가 모여 조직된 물질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상이므로 실체가 없습니다. 실체가 없는데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현상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것을 불교에서는 '축생(畜生)'이라 부릅니다.
축생의 눈에 보이는 이 세게는 물질 일색입니다. 그리하여 '색(色)'을 중심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곧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미혹되어 사물을 좇지 말라(迷已遂物)'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가장 어여쁜 존재입니다. 어여쁘면 어여쁠수록, 진실로 자기를 사랑하기 위해서도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게 자기에게 가장 충실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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