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다
“서천(西天) 십만 리에 인적은 끊어지고 물도 다하고 구름마저 다했다.”는 이 말은 옛날 인도 구법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서천을 지나면서 겪은 정황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행이 깊어져서 일체의 사량 분별과 망상번뇌가 뿌리째 뽑혀서 없어진 것을 뜻한다. 또 연기도 불도 모두 소멸했다는 것은 인간적인 모든 감정, 즉 희로애락이나 좋고 나쁜 마음들이 다 사라진 것을 뜻한다.
물이 다하고 구름이 다한 곳이며,
연기는 소멸하고 불은 꺼진 때더라.
문득 본지풍광을 밟으니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것을
마음대로 하겠더라.
水窮雲盡處 烟消火滅時
수궁운진처 연소화멸시
驀然踏着本地風光 管取超佛越祖
맥연답착본지풍광 관취초불월조
- 선요, 고봉 원묘화상
인간의 모든 망상과 잡념을 화두라는 한 가지 망상으로 집중시켜서 단단히 가두어 버린다. 오로지 화두를 의심하는 한 가지 일만 남겨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화두마저 사라진다. 마치 칡넝쿨이 높은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다가 나무의 높이가 다하고 칡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고 단지 푸른 허공만 남은 상태다. 그 때 문득 본지풍광을 밟게 되면 공부가 끝난 상태다. 장부의 할 일을 마쳤다. 그 때는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것이 내 마음대로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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