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염송

[스크랩] 禪門拈頌 2. 염화미소

수선님 2018. 6. 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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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칙


세존께서 영산(靈山)에서 설법하시는데 하늘에서 네 가지 꽃이 내리거늘 세존께서 그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니 가섭이 빙그레 웃었다. 이에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있는데 마하가섭에게 전해주노라” 하셨다.

염·송·어


정혜신(定慧信)이 송했다.


봄 기운이 돌아오매
지맥이 먼저 아니
매화는 어느덧 눈 속에 터졌거늘
다른 꽃은 여전히 따뜻한 볕을 기다리네
가섭이여 가섭이여, 알았는가 몰랐는가
혼자서 편의한 체 빙그레 웃었는가

승천회(承天懷)가 송했다.


부처께서 꽃을 들어 묘한 방편 보이시니
가섭이 미소지어 천기를 누설했네
이로부터 흘러들어 동토(東土)에 전해지니
공연한 사람들 시비 속에 빠뜨리네

감상


대중들에게 꽃을 들어 보이시고 부처님께서 미소지어 보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과연 이 미소의 참뜻은 무엇일까. 시비가 분분하다. 가섭에게 정법안장을 전하신다고 했는데 무엇을 전한 것인가. 아무것도 전한 것이 없다. 오로지 부처님의 미소뿐이다.

부처님께서 꽃을 들고 미소지었을 때 대중들은 무슨 뜻인가 하여 당황하였을 것이다. 묻지도 않았는데 무엇을 답한다는 말인가. 놀람의 표정뿐 미소지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유독 가섭만이 미소지어 답했다. 부처님의 참 마음을 알았다는 뜻이다. 심법(心法)이다.

미소짓는 가섭의 마음은 일반 대중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가 지닌 본바탕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콜럼부스의 달걀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해 보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또한 알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정혜신의 송은 눈 속에 피는 매화를 들어 봄 소식을 미소로 답한 가섭에게 묻는다. 그대는 무엇을 알았는가라고. 정말 알았다면 혼자만 웃지 말라고 한다. 따뜻한 볕만 기다리는 자는 부처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은 하나의 경구다.

봄기운이 돌아옴을 아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이다. 부처님이 꽃을 들었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상징을 보여준 것이다. 꽃은 꽃이로되 꽃이 아니다.승천회는 송한다. 공연히 이거다 저거다 시비에 빠지지 말라. 부처님이 꽃을 들어 보이고, 가섭이 미소로서 응답하니 이미 천기가 누설되었고, 이 이야기가 전해지니 훗날 사람들의 논란이 많다. 백만 대중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부처다. 부처님은 열반하실 때 나는 아무것도 말한 바 없다고 하셨다. 오직 꽃을 들고 웃었을 뿐이다.

사랑하는 남녀도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꽃과 미소로 족하지 않을까. 백만 대중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설법은 말이 아니고 꽃 한 송이 드러내 보일 뿐이다.봄기운이 돌고 지맥이 꿈틀거리는데 어디 무슨 말이 필요한가. 꽃이 피면 새가 울고, 강물은 푸르게 출렁거릴 것이다. 꽃을 든 부처님 미소 말없는 말로서 봄 햇살처럼 만물에 퍼져 수천년 전해온다. 부처님의 대중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 바로 그러했을 것이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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