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

[스크랩] 돌아갈 길을 잃다

수선님 2018. 7. 8. 12:33
돌아갈 길을 잃다


이 몸 편히 쉴 곳을 찾았었는데

한산이 오래 살기 제일 좋구나.

미풍이 노송에 불어올 때는

가까이서 듣는 소리 더욱 좋아라.

나무 아래 흰머리 노인이 있어

남남남남 노자를 흥얼거리네.

십년동안 돌아가지 아니했으니

올 때의 그 길을 잊어 버렸네.


欲得安身處  寒山可長保  微風吹幽松  近聽聲逾好

 욕득안신처   한산가장보    미풍취유송    근청성유호

下有班白人  喃喃讀黃老  十年歸不得  忘却來時道

 하유반백인   남남독황노    십년귀부득    망각래시도


- 한산 시

 

당나라 초기 한산(寒山), 습득(拾得), 풍간(豊干) 이 세 사람이 함께 천태산 국청사를 기행(奇行)하면서 드나들었다. 한산은 국청사의 공양주였고, 뒷산에 기거하는 습득은 가끔 국청사로 밥을 빌러 내려와서 한산과 도담(道談)을 주고 받으면서 즐겁게 놀다 갔다. 간혹 풍간도 어울렸다. 다른 이들은 끼어들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국청사 뒷산 바위굴에 긁적여 놓은 시들을 모아 뒷사람이 엮어서 삼은시집(三隱詩集)이라 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지금은 한산 시라 한다. 하나같이 모두가 세상의 때를 멀리 벗어난 시들이다.


   선시(禪詩)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선시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간결하고 소박하다. 깊고 유현한 맛이 있다. 저절로 그러한 향기가 난다. 너무 고고하고 적정하여 가슴이 서늘하다. 선시를 쓸려면 먼저 선인(禪人)이 되어야 선시가 나온다. 선화(禪畵)나 선서(禪書) 모두가 다 그 마음이 먼저 선심이라야 되는 일이다.


   특히 이 시의 끝 “십년 동안 돌아가지 아니했으니 올 때의 그 길을 잊어 버렸네.”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세상과의 이별이요, 모든 인간적인 것들과의 영원한 이별이다.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려야 돌아갈 수 없다. 한 번 견성성불을 해서 생사를 벗어나면 두 번 다시 생사를 헤매지 않는다. 속되게 살려고 해도 그 속된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 인간으로 돌아갈 길을 잊었기 때문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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