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합집경 제1권 |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 조산대부(朝散大夫) 시홍로경 (試鴻矑卿) 의범대사(宜範大師) 사자사문(賜紫沙門) 일칭(日稱) 등 한역 |
송성수 번역 |
부자합집경 제1권 |
1. 정반왕시발신심품(淨飯王始發信心品) ① |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은 사위국에서 설법하여 교화를 베풀고 할 일을 다 마치신 뒤에 가비라국으로 가시어, 성에서 멀지 않은 니구율타(尼拘律陀)숲 속에서 큰 비구들 2천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과 슬기로 해탈하여 마치 큰 용왕처럼 할 일을 다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버리어 자기의 이익을 얻고 모든 결박을 없애고 마음이 자재를 얻어 최상의 마지막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그 이름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마하가섭(摩訶迦攝)·우루빈라가섭(優婁頻羅迦攝)·가야가섭(伽耶迦攝)·나제가섭(那提迦攝)·사리불(舍利弗)·대목건련(大目乾連)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 인정하는 대아라한들이었다. |
또 여러 가지 차별된 사도(邪道)를 버리고 정도로 돌아온 외도 니건자와 사문 바라문 등 무수한 대중이 모였으니, 이른바 조복(調伏)한 조복 대중·적정(寂靜)한 적정대중·저 언덕으로 잘 건너간 선초피안(善超彼岸) 대중·안온에 잘 머무는 선주안온(善住安穩) 대중·번뇌를 떠난 출리번뇌(出離煩惱) 대중·죄악을 잘 떠난 능리죄악(能離罪惡) 대중·죄의 때를 잘 씻은 세척죄구(洗滌罪垢) 대중·삼유(三有)를 잘 뛰어넘은 선초삼유(善超三有) 대중·다섯 티끌을 멀리 떠난 원리오진(遠離五塵) 대중·모든 장애를 떠난 이 |
[2 / 338] 쪽 |
제장애(離諸障碍) 대중·의요가 청정한 청정의요(淸淨意樂) 대중·모든 감관을 구족한 구족제근(具足諸根) 대중·역경과 순경에서 다 해탈한 위순해탈(違順解脫)의 대중·자신을 잘 보호하는 선호자신(善護自身) 대중·모든 바른 생각을 갖춘 구제정념(具諸正念) 대중·네 가지 신족을 갖춘 구사신족(具四信足) 대중·즐겨 말하고 밝게 기억하는 요설명기(樂說明記) 대중·연제를 밝게 아는 명료연제(明了緣諦) 대중·모든 감관을 잘 고요하게 한 선적제근(善寂諸根) 대중·결정적인 신해를 가진 결정신해(決定信解) 대중·즐겨 의를 구하는 낙구의리(樂求義利) 대중·'나'가 없음을 관찰하는 관찰무아(觀察無我) 대중·모든 분별을 떠난 이제분별(離諸分別) 대중·의혹을 끊어 없앤 단제의혹(斷際疑惑) 대중·몸의 행이 편안하고 경쾌한 신행경안(身行輕安) 대중·자재하게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자재애락(自在愛樂) 대중·마음으로 잘 해탈한 심선해탈(心善解脫) 대중·슬기로 잘 해탈한 혜선해탈(慧善解脫) 대중·거룩한 종족에 머무는 주성종족(住聖種族) 대중 등이었다. |
거기 모인 이런 대중은 몸과 마음이 태연하여 좋은 이익을 얻고 각기 그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니 마치 광대한 발라사나무 가지가 무성하게 성장하여 원만한 것처럼 모두 청정하게 머물러 있었다. |
그 때 세존께선 초저녁에 땅바닥에 앉아 잠자코 말이 없으셨고 일체 대중은 공손히 호위하고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선 대중을 관찰하고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
“누가 가서 정반왕(淨飯王)을 교화하여 발심시키고 깨끗한 신해(信解)를 내도록 하겠는가?” |
그러자 존자 교진여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
“제가 가겠습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교진여야, 그대는 성문 중에서 제일 우두머리로서 먼저 4제(諦)의 이치를 알고 큰 명예가 있어 일체 중생이 스승처럼 높이 받든다. 그러나 우선 그런 말은 하지 말라. 네가 갈 것까지 없다.” |
그 때 대중 가운데의 4대가섭 및 사리불·목건련 등이 각각 부처님께 예배 |
[3 / 338] 쪽 |
하고 아뢰었다. |
“제가 가서 정반왕을 교화시키겠나이다.” |
그러나 부처님께서 다 허락하지 않으시면서 먼저와 같이 말리셨다. |
그 때 대목건련이 이렇게 생각했다. |
'알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어떤 사람을 그 부왕(父王)께 보내시려는가?' |
그는 드디어 선정에 들어 관찰하다가 곧 여래의 마음 광명이 멀리서 저 우다이(優陀夷)를 비추는데, 마치 아침 해가 누각을 뚫고 동창으로부터 서쪽 담에 바로 쏟아지는 것과 같음을 보았다. 그리하여 목건련은 선정에서 일어나 존자 우다이에게 가서 말하였다. |
“세존께서 존자를 부르시어, 그 부왕께 가서 교화하라 하시기에 내가 와서 알리는 것이오.” |
우다이가 말하였다. |
“과연 그런 분부시라면 그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
목건련이 말하였다. |
“존자가 가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 잘 생각해서 후회가 없게 하오. 왜냐 하면 저이는 관정(灌頂)한 찰제리왕으로서 그 위덕과 존엄성은 감히 범할 수 없을 것이니 누가 능히 지도하며 무엇이라고 불러 대하겠소? 더구나 교화하여 신심을 내게 함이겠는가? 내 이제 비유로 말할 것이니 잘 들으시오. 즉 백 명의 사내가 여러 해 동안 마른 섶을 져다 쌓아 큰 무더기를 만들고 불을 질러 불꽃이 맹렬히 타오르는데, 거기에 다시 소유(酥油)를 붓는다면, 과연 누가 그 광대한 불무더기 속에 들어가 피해를 입지 않겠소? 또 어떤 사람이 가장 사나운 큰 코끼리의 어금니를 취하려 한다면 그는 반드시 큰 상처를 입을 것이오. 지금 정반왕께 가서 그를 교화하려는 것이 극히 어려운 것도 그와 같은 것이오. 나는 조그만 비유로 간단히 말하였소. 일에 다다르거든 잘 생각해서 큰 탈이 없게 하시오.” |
이 때 부처님께서 존자 우다이를 불러 말씀하셨다. |
“내 성문 제자 중에서 그대는 석가 종족으로서 변재(辯才)를 구족하여 법의 요지를 잘 말한다. 지금 거기 가서 정반 부왕을 교화하되 좋은 방편으로 |
[4 / 338] 쪽 |
그 도의(道意)를 내게 하여라.” |
그 때 우다이가 부처님의 분부를 “예” 하고 받들고는 아뢰었다. |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 대자(大慈)께서는 염려 놓으소서. 설사 부왕이 노하시더라도 멀리서 자비의 광명으로 깊이 가피를 내리셔서 구호해 주시기를 원하나이다.” |
그 때 세존께선 우다이를 위해 게송을 외우셨다. |
착하다, 우다이여. |
이제 내 말 들으라. |
너는 지혜와 변재 갖추어 |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이다. |
석가 종족 정반왕 |
너를 보면 반드시 기뻐하리라. |
그러므로 너는 가서 |
빨리 권해 발심케 하라. |
저 부왕 교화하여 |
청정한 뜻을 내시게 하면 |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 |
모두 좋은 이익 더욱 늘리리. |
그저 편안히 선을 닦지 않으면 |
막아 놓은 언덕이 무너지려는 것과 같다. |
이 세상 사는 동안에 |
아만과 의혹을 끊어 없애야 한다. |
부귀는 한 찰나 사이 |
방일과 염착을 더할 뿐이니 |
[5 / 338] 쪽 |
마치 나그네에게 재물이 없어 |
생각하는 것이 고통뿐인 것과 같다. |
훌륭한 궁전에 살면서 |
최상의 쾌락 누리더라도 |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달아 알지 못하면 |
즐거움 무너지고 슬픈 고뇌가 생긴다. |
네 종류의 군사와 일곱 가지 보배와 |
여러 권속들 모두 갖추어 |
내 마음대로 다 쓰더라도 |
즐거움 무너지고 슬픔 생긴다. |
저 야차 귀신이 있어 |
중생들 정기를 먹고 |
사람들을 온갖 병 앓게 하거니 |
어째서 몸을 보호하지 않는가? |
갖가지 보배를 쌓아 |
저 계라사산(計羅娑山)만 하더라도 |
오염된 슬기에 얽매이면 |
스스로를 관찰하지 못한다. |
오염된 슬기가 마음을 덮어 |
선한 법을 알지 못하면 |
사람이 꿈속에 있음 같거니 |
어찌 지각이 있을 수 있으리. |
범부가 밝은 슬기 잃으면 |
[6 / 338] 쪽 |
반드시 근심과 두려움 있나니 |
마치 먼 길을 가는 사람이 |
그 길동무를 잃은 것 같다. |
그러므로 우다이야, |
부디 좋은 방편으로써 |
왕에게 권해 믿음의 깃발 세우고 |
드높은 아만 꺾으라. |
다른 사람은 좋은 방편으로 |
남을 권장해 발심 못시키지만 |
그대는 묘한 변재 갖추었거니 |
삼유(三有)의 고통을 능히 보이리. |
나는 생각하나니 과거의 겁에 |
왕이 있어서 세상에 나왔다. |
그 명예가 시방에 퍼졌는데 |
그 이름을 진실취(眞實聚)라 했다. |
선법으로써 세상 다스려 |
그 국경은 바다 끝까지 갔다. |
구지 나유다의 백성들이 |
모두 귀의해 받들었다. |
모든 취락과 도시에는 |
갖가지 꽃과 과일 많았고 |
땅에는 부드러운 풀만 나고 |
기와조각이나 자갈이나 가시가 없었다. |
[7 / 338] 쪽 |
흐르는 샘물과 또 숲속의 나무는 |
어디를 가나 둘러 있었고 |
백천의 건달바(乾闥婆)들은 |
음악을 서로 연주하였다. |
성인과 현인이 거기 모이고 |
백성은 평안하고 물자는 풍요로웠다. |
그 많은 비구 대중은 |
청정한 계율을 의지해 지녔다. |
그리고 또 모든 외도와 |
큰 선인과 큰 지혜로운 자 있어 |
그 수는 백이요 천인데 |
닦던 고행을 모두 버리고 |
모두 진실한 견해를 내어 |
부처님 정법을 즐겨 믿으며 |
저 세 가지 악도를 두려워해 |
천상에 나기를 원하였다. |
그 왕에게 태자가 있어 |
이름이 견고혜(堅固慧)인데 |
과거의 여러 부처님 만나 |
오랫동안 덕의 근본 심었다. |
구지 나유타 수의 |
인민들이 다 친근하고 |
5욕의 우환을 관찰하여 |
항상 그것을 싫어하였다. |
[8 / 338] 쪽 |
천상의 궁전 같은 |
거기에 거처하는 왕은 |
왕비들에게 둘러싸여 |
무궁한 쾌락의 누림을 보았다. |
이 때에 견고혜는 |
그 부왕에게 아뢰었다. |
“나는 진실한 마음으로 |
맹세코 위없는 도를 구하나니 |
미녀와 권속들에 |
조금도 즐거움 느끼지 않네. |
젊어서 욕심에 집착하지만 |
즐거움 무너지면 고통 곧 온다. |
저 옛날의 큰 선인들 |
모두 산골짜기에 살았다. |
5욕이란 구경(究竟)이 아니거니 |
열반이 곧 즐거움이네.” |
왕은 견고혜에게 말했다. |
“그런 말 하지 말라. |
만일 쾌락을 누리지 않으면 |
어찌 내 아들이라 하리. |
이 나라의 부귀는 |
저 다문천(多聞天) 같나니 |
모든 궁전과 누각은 |
온갖 보배로 장엄하였다. |
[9 / 338] 쪽 |
백천의 많은 기녀(妓女)와 음악들 |
언제나 주위에 둘러 있는데 |
최상의 색상 갖추어 |
천녀와 같아 다름이 없다. |
얼굴 모양은 모두 원만하고 |
피부는 불그레하며 이는 가지런하고 |
이마는 넓고 반듯하며 |
눈은 연잎처럼 푸르렀다. |
태도는 모두 단정하고 |
살결은 옥이나 눈과 같고 |
갖가지 묘한 노래와 춤으로 |
서로 어울려 함께 즐긴다. |
젊은 나이라 색신이 고와 |
마치 저 가지 위의 꽃과 같나니 |
너는 부디 여기 살면서 |
그 영화를 버리지 말라. |
나는 진실로 너에게 말하나니 |
비방도 아니요 칭찬도 아니다. |
태자여, 잘 알아야 하나니 |
왕위란 극히 존귀한 것이다.” |
태자는 이 말을 다 듣고도 |
거기서 벗어나기 결심했나니 |
저 5욕의 경계에 대해 |
마치 꿈인 듯 집착하지 않았다. |
[10 / 338] 쪽 |
태자는 다시 부왕께 아뢰었다. |
“내가 생각하니 그 언제부터 |
애욕의 정에 빠진 바 되어 |
그 즐거움에 부끄러움 몰랐네. |
그것은 마치 저 장님이 |
험준한 길을 간신히 가면서 |
평탄한 길을 버리는 것 같거니 |
누구에 의해 구원받으리. |
이 욕정을 잘 모른다면 |
무엇에 의해 고통의 결박 벗으리. |
이 험한 길을 벗어나야 |
내 마음이 뒤바뀌지 않으리. |
모든 욕심을 잘 멀리하면 |
안온하여 아무 우환 없으리. |
저 욕정에 집착하는 사람은 |
장님처럼 아무 것도 보지 못하네. |
욕심 경계는 폭포와 같아 |
마구 쏟아지면 막기 어렵네. |
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은 |
그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네. |
욕심은 온갖 고통의 원인 |
사람 해치기 독사보다 더하네. |
칼과 막대기와 독약과 같고 |
왕성히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
[11 / 338] 쪽 |
저 견고혜 왕자는 |
슬픔을 머금고 부왕께 아뢰었다. |
“내 뜻은 저 산림에 있나니 |
욕심 버리고 해탈을 구하려하나이다. |
이 몸은 실로 싫어해야 할 것 |
늙음·병·고통이 얽매고 있다. |
보배로운 왕위는 돌아보지 않나니 |
원하옵나니 출가하기 허락하여 주소서.” |
이 때에 그 왕족 가운데 |
월시(月施)라는 동자가 있어 |
태자가 집을 떠나는 것을 보고 |
그도 따라 범행(梵行)을 닦으려 했다. |
태자는 그 왕궁을 떠난 뒤에 |
용맹 정진을 갖추어 행하여 |
다섯 가지 신통을 얻고 |
네 가지 무량심(無量心)을 잘 닦았다. |
사람 가운데의 석씨 사자는 |
두려움 없이 잘 설법하여 |
모든 중생들 두루 교화해 |
모두 불도에 들게 하였다. |
그리고 그 월시 동자는 |
그 선교한 방편으로써 |
5욕의 우환 보이어 |
왕에게 권해 도심을 내게 하였다. |
[12 / 338] 쪽 |
우다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
옛날의 그 견고혜 태자를 |
너는 누구라 생각하느냐? |
그이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
그리고 그 월시 동자는 |
진실한 행을 즐겨 닦으며 |
석가 종족과 같이 살았나니 |
그이가 바로 지금의 너이니라. |
그러므로 우다이야, |
너는 지금 가야한다. |
부왕께 발심을 권해서 |
모든 좋은 이익 더욱 늘게 하라. |
그 때 존자 우다이가 부처님의 게송을 다 듣고는 자비로운 뜻을 공손히 받들고 예배하고 물러났다. 그리하여 이른 아침에 발우를 들고 가비라성으로 가 왕궁의 문으로 나아가 백천의 석족 황족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대중 가운데 있던 월면(月面)이라는 석가의 종족은 우다이와 구면이었는데 그가 멀리서 우다이를 보고 와서 물었다. |
“무슨 일로 여기 오십니까?” |
우다이가 말했다. |
“지금 세존이 계시는 니구율타숲에서 오는 길인데, 정반 부왕을 교화하여 깨끗한 신심을 내시게 하라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았습니다.” |
그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
“옛날 태자께서 출가하시지 않았더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10선(善)으로 교화해 다스리면서 4천하의 왕노릇을 할 것이요, 7보 즉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여보(女寶)·병보(兵寶)·주장신보(主藏臣寶) 등이 저절로 나타나며, 다시 일천의 아들이 호위하고 일체 인민 |
[13 / 338] 쪽 |
들이 공경하고 존중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출가하여 공적(空寂)을 즐기시니 이런 광대한 부귀를 잃어버리신 것입니다. 지금 모인 것도 바로 이것을 의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반왕이 석가의 종족들을 불러 뜰에 늘여 세우고 말하였다. |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실달태자는 왕위의 최상의 쾌락을 버리고 임야에 즐겨 산다. 얼마나 그릇된 것이냐? 지금부터 그대들은 일절 거기 가서 공경하거나 공양하지 말라.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매를 때려 벌하리라.” |
그 때 선오(善悟)라는 석가의 종족은 총명한 슬기로 온갖 선교방편을 환히 통달했는데, 궁문에 나갔다가 우다이를 보고 방편으로 가까이 가서 그윽한 곳에 이르러 비로소 안부를 물었다. |
“세존 스승님께서는 기거가 가뿐하시고 안온 쾌락하시며 4대(大)가 조화하여 병고나 번뇌도 없으시며 중생들을 교화하시기에 피로하시지는 않으십니까?” |
또 무우(無憂)라는 석가의 종족과 이우(離憂)라는 석가의 종족도 존자에게로 가서 세존의 안부를 묻되 앞에서 말한 것과 같았다. |
“우리들도 모두 세존께서 계신 곳에 가고자 하나 '석가의 종족들은 누구든지 부처님께 친근하여 공양하지 못한다.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매를 때려 벌하리라' 하시는 대왕의 분부가 있었으므로 이 엄한 분부를 두려워하여 감히 가는 자가 없습니다.” |
우다이가 이 말을 듣고 길게 탄식하였다. |
“정반 부왕은 어찌하여 이처럼 생각하실까? 여래의 슬기의 해가 세상에 나타나 일체 중생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신다. 일체 인민과 사천왕·제석천왕·범천왕 등이 다투어 공양하기에 한가한 날이 없다. 내가 저 정반왕을 뵈옵고 이상의 일을 갖추어 아뢰리라.” |
그는 곧 선정에 들어 관찰하다가, 그 부왕의 믿음의 뿌리가 성숙하여 반드시 교화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우다이 존자는 온갖 위덕을 갖추어 결가부좌하고 허공에 앉았는데, 높이는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일곱 곱절 정도였으며, 곧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
[14 / 338] 쪽 |
그 때 정반왕이 멀리서 존자가 허공을 타고 오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합장하고 우러러 보며 게송을 외웠다. |
희유하여라. 뛰어나고 훌륭한 행을 성취하여 |
모든 신통변화 나타내고 온갖 위덕 갖추어 |
허공을 타고 여기 오나니 무슨 인연 있는가? |
원하나니 성자(聖者)는 빨리 말하라. |
그 때 존자 우다이도 게송으로 답하였다. |
나는 바로 거룩한 왕의 아들의 아들로서 |
여래의 법을 의지해 그 가운데 머무른다. |
원하나니 왕께서는 빨리 깨끗한 신심을 내어 |
훌륭한 저 복전(福田)께 공양을 드리라. |
태자께서는 나라를 버리고 부처님 도를 이루어 |
훌륭하고 상서로운 큰 명칭을 갖추셨다. |
그 몸의 광명은 언제나 이 세간을 비추고 |
지혜의 광명은 능히 모든 어리석음의 어두움을 깨뜨린다. |
마치 저 번쩍이는 해가 구름에 가려진 것을 없애고 |
저 허공에 큰 광명을 두루 놓는 것처럼 |
용 아들의 지혜의 광명도 또한 그러하나니 |
저 3유(有)를 항상 비춘다. |
또한 교교히 빛나는 달이 풍성한 빛을 놓아 |
허공에 노니는 모든 별빛을 거둬들이는 것처럼 |
용의 아들 지혜의 빛도 또한 그러하니 |
능히 일체의 저 외도를 다 항복 받는다. |
[15 / 338] 쪽 |
또 저 사자가 바위의 골짜기에서 크게 외치면 |
온갖 짐승들 그 소리 듣고 달아나 숨는 것처럼 |
용의 아들도 묘한 법의 소리를 두루 펴 |
모든 이론(異論) 꺾어 다 깨우치게 한다. |
고행 외도의 선인들 삿되고 허망한 지혜로는 |
무아의 도리를 깨쳐 들어가지 못한다. |
삼계를 윤회하며 도는 것은 |
모두 훌륭한 슬기가 없고 진제(眞諦)를 모르기 때문이네. |
이 세간 일체의 저 모든 유정들 눈이 멀어 |
슬기의 눈이 없어 생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에 |
여래는 지혜의 광명을 열어 놓으시는 것 |
그것은 본래부터의 무명의 티끌을 부수기 위해서이네. |
선과 악의 두 가지 길이 극히 분명하게 드러나니 |
하나는 평탄한 길, 하나는 험난한 길인데 |
여래는 그들 위해 그 미혹함을 잘 가리켜 |
진흙에 빠진 자들을 잘 건져 구하신다. |
비유하면 저 구름이 모든 물을 머금었다가 |
높고 낮음이 없이 이 대지를 두루 적시는 것처럼 |
부처님께서 법의 비를 베푸는 것도 그와 같아서 |
인간과 천상의 갖가지 선근을 더욱 자라게 하네. |
내리는 비가 모든 산의 숲을 충분히 적셔 |
약초의 뿌리와 줄기 그리고 가지와 잎사귀와 |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모두 다 피어 |
이 온 대지를 두루 다 장엄하는 것처럼. |
[16 / 338] 쪽 |
그와 같이 용의 아들은 법의 비를 내리어 |
부처님 법의 공덕의 나무를 기르고 |
열 가지 힘과 무외법(無畏法)과 불공법(不共法)으로 |
보리 지혜의 꽃과 열매를 모두 성숙시킨다. |
바다 속에 있는 갖가지 보배와 저 수미산이 |
번쩍번쩍 빛나고 우뚝 서서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
부처님께서 저 성문들의 큰 모임 가운데 계실 때 |
가장 뛰어난 그 광명은 아무도 짝할 이 없네. |
33천의 제석천왕이 |
그 공양과 묘한 장엄을 널리 일으킬 때에 |
용의 아들인 외외(巍巍)한 큰 사문을 |
모든 하늘은 보고, 보는 자는 모두 깨우침 받는다. |
부처님 법 해탈의 바다에 들어가고 |
지혜의 법 보배 창고를 성취하려 하거든 |
마땅히 계율과 선정으로 뗏목을 삼아야 |
비로소 4념처(念處)의 마니(摩尼) 무더기에 이르리. |
태자께서 옛날 온갖 고행 닦으실 때에는 |
혹은 못 가운데나 혹은 바위굴에 머물고 |
혹은 멀리 떨어진 넓은 들판을 의지하여 |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작(無作)을 잘 통달하였다. |
석가모니 큰 선인은 사자처럼 외치시어 |
모든 미혹한 중생들을 타일러 깨우침을 내게 하나니 |
이와 같은 좋고 교묘한 방편의 힘으로써 |
교화하기 어려운 자를 능히 교화해 유순하게 하신다. |
[17 / 338] 쪽 |
부처님께서는 최상의 조어사(調御師)가 되시어 |
중생들에게 모든 법의 보배를 베푸시니 |
적정(寂靜) 묘락(妙樂)의 사마타와 |
계율과 선정과 공덕의 견고한 창고이네. |
만일 능히 그 가르침을 의지해 모든 행을 닦으면 |
의혹을 없애고 죄도 멸하여 청정하게 되리니 |
그러므로 저 하늘과 사람과 또 아수라들이 |
언제나 부처님의 바른 법을 즐겨 듣고 지니네. |
이에 정반왕이 존자 우다이에게 게송을 외웠다. |
내 아들은 집을 버려 조그만 즐거움도 없으리니 |
혹은 음식이 모자라고 혹은 침구가 없으리. |
마치 저 선명하고 순결한 푸른 연꽃을 |
육지에 버려 두면 장차 마르는 것과 같으리. |
존자 우다이도 게송으로 답하였다. |
여래는 갖가지 신통에 유희하나니 |
언제나 선열(禪悅)을 드시며 기갈이 없다. |
적정과 묘한 등지(等持)에 머물기 때문에 |
저 금련화(金蓮華)와 같아 그 몸이 견실하네. |
이 때에 정반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태자가 옛날 왕궁에 있을 때에는 |
백천의 미녀들이 언제나 그를 둘러싸고 있어 |
잠자면서도 노래와 음악 소리 항상 들었는데 |
[18 / 338] 쪽 |
지금은 숲 속에 살거니 무슨 즐거움 있으리. |
존자 우다이가 게송으로 답하였다. |
부처님께서는 해탈의 뛰어난 경계에 머물러 |
깊은 마음으로 모든 선정을 의지해 있나니 |
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눕는 위의(威儀) 가운데 |
언제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괴로움 없네. |
이 때에 정반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태자가 옛날 왕궁에 있을 때에는 |
갖가지 아름다운 자리 위에 침구를 폈었다. |
백천 개의 등불이 언제나 밝게 비추어 |
저녁이 되어도 일찍이 어두움을 몰랐다. |
존자 우다이가 게송으로 답하였다. |
석가모니는 널리 훌륭하고 뛰어난 행을 닦으면서 |
네 가지 무량한 마음으로 자리를 삼아 |
마음은 언제나 즐거워 모든 유정을 이롭게 하고 |
중용(中庸)의 경계에 있어 어리석음과 미련함 없네. |
그러자 정반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옛날에 태자가 깊은 궁전에 있을 때에는 |
갖가지 쾌락을 수용하여 유희했었고 |
좌우에서 모셔 호위하고 잘 받들어 맞이했는데 |
지금은 홀로 산림에 살거니 무슨 얻음 있으랴. |
[19 / 338] 쪽 |
존자 우다이가 게송을 답했다. |
여래께서 의지하는 곳은 모두 맑고 훌륭하여 |
한적한 아란야에 계시기를 즐거워하신다. |
이 세간을 평등하게 관찰하시고 |
언제나 하늘과 용들의 공경함을 받나니. |
그러자 정반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옛날에 태자가 왕궁에 있을 때에는 |
목욕한 궁녀들이 다투어가며 받들어 섬기었고 |
묘한 바르는 향으로 몸을 빛내었는데 |
지금은 산림에 의지해 살면서 무슨 소득 있으랴. |
존자 우다이가 게송으로 답하였다. |
모니께서는 계율로써 목욕을 삼아 |
모든 악을 영원히 씻어 버리고 깨끗해 때가 없다. |
자기와 남을 모두 맑고 깨끗하게 하고는 |
온갖 티끌의 더러움을 떠나 저 언덕에 오르셨네. |
이 때에 정반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태자가 입던 옷은 뛰어나고 묘한 옷으로 |
구슬 영락을 금실로 꿰어 장식하고 |
전단을 섞어 만든 묘한 향을 발랐는데 |
지금은 산림에 살거니 무슨 소득 있으리. |
존자 우다이가 게송으로 답하였다. |
[20 / 338] 쪽 |
석가모니는 부끄러움으로 좋은 옷을 삼고 |
보리분(菩提分)의 법은 구슬 화만과 같으며 |
계율을 지켜 맑고 시원함은 바르는 향 같나니 |
그것들로써 공덕의 그 몸 장엄하였네. |
그러자 정반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태자가 머무는 곳은 항상 엄하게 경계했나니 |
백천 명 용사들이 창 들고 투구 쓰고 |
비단 일산은 허공에 펴져 햇빛을 가렸는데 |
지금은 혼자 산림에 살거니 그 누가 수호하리. |
존자 우다이가 게송으로 답하였다. |
석가모니는 열 가지 지혜 힘을 모두 갖추어 |
어떠한 두려움에도 그 마음 흔들리지 않고 |
자비로 모든 중생들을 두루 잘 보호하며 |
사문의 법의 아들들은 항상 그를 호위하네. |
그 때 정반왕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
착하여라. 부처님의 공덕을 잘 설명하는구나 |
오래지 않아 나는 가서 그 법의 요체를 들으리라. |
원하나니, 그대는 지금 먼저 내 공양 받고 |
다시 향기로운 음식을 가져가서 여래께 올려라. |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원글보기
메모 :
'분별을 떠나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분별심이 왜 고통을 가져오는가? (0) | 2018.07.22 |
---|---|
[스크랩] 분별을 떠나라. (0) | 2018.07.15 |
[스크랩] 분별을 떠나라. (0) | 2018.07.15 |
[스크랩] 이분별, 이제분별 : 분별을 떠나라. - 大禪定 (0) | 2018.07.08 |
[스크랩] 분별을 떠나라. (0) | 2018.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