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영가(永嘉)의 증도가(證道歌)에 말하되 “강위에 달 밝고 돌 사이 바람 맑으니 긴긴 밤 맑은 하늘 아래 무엇을 할꼬? 불성(佛性)과 계주(戒酒) 마음 자리에 새겼고, 안개·이슬·구름·노을은 몸 위의 옷이로다” 하였다.
염·송·어
지해일(智海逸)이 말했다.
”여러 선사들이여, 강에 달 비치니 한산(寒山)은 손뼉치고, 습득(拾得)은 깔깔 웃는다. 솔바람이 부니 서른 세 조사가 손을 잡고 돌아간다.
‘긴긴 밤에 무엇을 할꼬, 하니 징세사(徵世師) 부처가 무안하구나. 당당하기는 왜 그리 당당한고! 불성과 계주 마음 자리에 새겼다느니’ 하고 주장자를 들어 올리고 말하되 ‘산하대지도 마음 자리에 새긴 것이 아니요. 주장자도 마음 자리에 새긴 것이 아니다. 안개·이슬·구름·노을이 옷이라면 몸은 어디에 있는가? 어찌하여야 한 조각이 되겠는가?’
그러므로 전하는 말에 ‘해가 솟아도 바위틈은 어둡고 구름이 나면 골짜기가 어둡다. 그 틈에 부잣집 아이들이 있는데 모두가 바지가 없다고 했다’고 했느니라.”
승천종(承天宗)이 말했다.
“‘강 위에 달비치…무엇을 할꼬’ 까지 듣고 또 약산(藥山)의 ‘한가히 앉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고 했으니, 여기에 들어갈 곳을 찾으면 그는 건곤을 평정할 수 있으리라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이다.
‘본성과 계주를 마음 바탕에 새겼다’라는 말을 빌어 주장자를 높이 들고 말하되 ‘마음 바탕에 새긴 것이 아니니라. 안개·이슬·구름·노을이 몸 위의 옷이니라’하고 ‘건곤이 확 티었거늘 안개와 이슬이 어디서 생겼다는 말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정기를 모아야 돌부처를 뵈올 수 있겠는가? 만일 그렇게 못한다면 이 주장자를 두 손에 전해 주리라’하고는 주장자를 던져 버렸다.”
황룡천(黃龍淸)이 상당하여 말했다.
“강 위에 달이 밝고 솔바람 맑으니
긴긴 밤 맑은 하늘 밑에 그 누구이던가.
안개·이슬·구름·노을 막을 수 없어 속에서
불여귀(不如歸)를 우짖네. 어디로 돌아가야 할꼬.
연잎은 둥굴둥굴어서 거울 같고,
마름 뿔은 뾰족뾰족해서 뾰족한 송곳같네” 하였다.
감상
영가 현각이여, 당당하고 거침이 없구나. 깊게 눌러 앉은 도심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네. 몸과 마음이 따로 놀면 밝은 달이나 맑은 강바람이 부는 소용이 있겠는가.
안개, 이슬과 구름, 노을 몸 위에 걸쳐 툭 터진 천지자연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니라. 해인신(海印神)이 “고기잡이 노인이 낚싯대를 끌고 깊은 강에 들어가니 갈매기떼 놀라 깨어 사방으로 날아가네.”라고 말했으니, 놀란 갈매기떼가 지금도 도처에서 날아 오른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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