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26칙에는 백장 화상이 홀로 백장산에 앉아 있는 법문을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어떤 스님이 백장 화상에게 질문했다. ‘어떤 것이 아주 특별(奇特)한 일입니까?’ 백장 화상이 대답했다. ‘홀로 대웅봉에 앉아 좌선하는 일이지.’ 그 스님이 예배를 올리자, 백장 화상은 주장자로 후려쳤다.
擧. 僧問百丈, 如何是奇特事. 丈云, 獨坐大雄峰. 僧, 禮拜. 丈, 便打.
장회해 선사는 중국 선불교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인물이다. 스승 마조도일의 비문에는 십대제자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지만 백장과 남전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마조의 생전에는 훌륭한 선승들의 틈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원청규〉를 제정하고, 수행중심교단을 창립했다. 또한 선원의 전 대중이 공동노동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규정인 보청법(普請法)을 제정하여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짓는 생산노동을 정착시켰다. 그리고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수행자 교단의 위대한 노동정신을 직접 실천한 선승이었다.
특히 그의 문하에는 위산영우와 황벽희운 이라는 걸승이 배출되어 조사선불교의 교단을 확고히 정착시켰고 선사상을 한층 발전 시켰으며, 위산과 앙산의 위앙종, 황벽과 임제의 임제종이 형성되었다.〈전등록〉 제6권에는 백장의 선사상이 집약된 ‘돈오법문’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그대들이 모든 반연을 끊고 만 가지 일들을 쉬며, 선과 악,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법을 기억하거나 생각하지 말라. 몸과 마음을 의식하지 말고 자유롭게 하며, 마음을 목석과 같이 아무런 분별심이 없도록 하라. 마음의 분별작용이 없고, 마음의 근본이 허공과 같이 되면 지혜의 해가 자연히 나타나리라. 마치 구름이 흩어지면 해가 들어나는 것과 같다. 일체의 분별심이 쉬고 온갖 반연과 탐욕, 성냄과 애욕, 더럽고 깨끗함에 대한 망정(妄情: 차별심)이 없어지면 육욕(六欲)과 팔풍(八風)을 대하여도 보고 듣고, 깨닫는 분별에 끄달리지 않고, 모든 경계에 현혹되지도 않아 자연히 신통묘용이 구족되리라.”
백장은 이러한 불법의 지혜를 체득한 사람을 도인(道人)이라고 하고, 발심한 보살로서 부처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고 설하고 있다. 〈벽암록〉 제26칙은 어떤 스님이 백장 화상에게 “불법수행으로 특별히 훌륭한 일은 무엇입니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이 스님이 ‘기특한 일(奇特事)’로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불법을 수행하면 아주 특별히 좋은 일이 있는가? 불법을 깨닫고 체득한 특별하고 신통한 일은 어떤 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수행하여 깨닫게 되면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얻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도 화두를 참구하여 깨닫게 되면 일체의 만법을 단번에 통달하는 부처의 능력을 구족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사람이 많다. 기특한 일, 아주 특별한 일, 좋은 일을 찾아서 불법수행을 하는 사람은 밖을 향해서 불법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전등록〉 제15권에 협산(夾山) 화상이 제자를 행각수행을 시켰는데, 사방에 다니면서 들어보니, 스승의 도덕이 훌륭하고 수행자들을 모아 지도한다는 소문을 듣고 되돌아와서 물었다. “화상께서는 이렇게 기특한 일이 있으면서 왜 진작 저에게 설법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협산 화상이 말했다. “그대가 밥을 지으면 내가 불을 땠고, 그대가 밥을 돌리면 내가 밥을 먹었는데, 언제 내가 그대에게 불법을 설하지 않은 적이 있었는가?” 제자는 이 말에 곧바로 깨닫게 되었다. 운문 화상이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설한 것처럼, 매일 매사가 모두 기특한 일이다.
〈조당집〉 제3권에 어떤 스님이 “무엇이 기특한 일입니까?”라고 질문하자, 본정 화상은 “한 생각도 마음에 기쁨이 없다”고 대답했다. 대개 좋은 일, 기특한 일은 기쁜 일, 즐거운 일로 생각하고 있다. 마음에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것은 감정에 떨어진 중생심이다. 슬픔과 괴로움의 마음에 상대적인 차별심이 기특한 일이 될 수 있을까? 기쁨과 슬픔의 차별에 떨어지지 않는 본래심(불심)의 경지에서 사는 일이 기특한 일이라고 본정 화상은 설하고 있다.
백장 화상은 ‘홀로 대웅봉에 앉아 좌선하는 일’이 기특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웅봉은 강서성 남창에 있는 백장산을 말한다. 백장 화상은 이 산에서 선문을 열고 수행자들을 지도했는데, ‘홀로 대웅봉에 앉아 좌선하는 일’은 백장 자신이 불법의 생활을 하는 매일 매일의 기특한 일이다. 백장 화상의 대답은 나는 지금 여기 백장산에서 홀로 좌선수행의 생활을 하는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 기특한 일이며 깨달음의 지혜로운 삶이다. 더 이상 자신의 구체적인 현실생활에서 기특한 일이란 특별히 없다. 이러한 현실생활을 떠나 달리 깨달음의 기특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추상적인 공상이며, 망상이 작동하는 환상인 것이지 지금 여기서 자신이 깨달음의 지혜로운 삶을 실현 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실 인간의 평범한 일상생활이 진실로 비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수단(守端) 선사가 ‘풍류스럽지 않은 것이 정말 풍류스러운 것(不風流處也風流)’이라고 말한 것처럼, 평상심으로 평범한 일상생활하는 그 자체가 진실로 풍류의 생활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평상심이 도의 경지라는 사실을 체득 할 수가 있다. 기특한 일을 추구하는 마음은 지금 여기 자기자신의 평범한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밖에서 새로운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불법은 각자가 지금이라는 시간과 여기라는 공간에서 자신이 일체 번뇌 망념이 없는 깨달음의 불심으로 지혜로운 자신의 삶을 평안하게 사는 일이다. 즉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과 함께하는 시절인연에 맞는 자신의 일이 모두 기특하고 훌륭한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은 시간과 장소의 시절인연을 떠나서 자신의 구체적인 삶(일)을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불법의 기특한 일은 자신이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지혜로운 삶을 하는 것이다. 백장 화상이 대웅봉에 앉아 번뇌 망념의 일 없이 본래심(불심)으로 좌선 수행의 지혜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기특한 일인 것이다. 좌선은 일체 차별심을 초월한 불심의 생활이며, 본래의 자기 위치(깨달음의 장소)에 평안하게 지혜로운 삶을 사는 구체적인 일이다. 〈유마경〉에 본래심(直心)이 정토이며 청정한 도량(道場)이라고 설하고 있으며, 선에서는 본래심의 경지에서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을 안신입명(安身立命)이라고 한다.
문한 스님은 “예 잘 알았습니다.”라는 의미로 다시 인사를 올렸다. 원오는 이 스님이 “영리한 납승”이라고 착어하고 있는 것처럼, 백장이 “홀로 대웅봉에 앉아 있다”고 한 법문의 의미를 체득했기 때문에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백장 화상은 인사하는 스님에게 곧바로 주장자로 내리치고 있다. 백장의 주장자는 어떠한 작용인가? 원오도 “이렇게 엄하게 학인을 때리는 율령(律令)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니 잘 참구해야 한다”고 착어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 한번 “정신차리게!”라고 전광석화와 같은 기세로 주의주고 있는 것이다.
설두스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읊고 있다. “조사의 경지를 달리는 천마(天馬)여!” 이 말은 백장이 마조의 불법을 체득하여 불조(佛祖)의 경지를 종횡으로 자유롭게 치달리는 천마에 비교하고 있다. 원오도 착어에 “오백년에 한 사람 출현할까?”라고 백장의 출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교화의 수단은 놓아주고 거둠이 적절하네.” 학인을 지도함에 파주(把住)와 방행(放行), 살인도와 활인검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여 지도하고 있다고 읊고 있다. “전광석화 속에서도 근기에에 알맞게 대처했으니.” 기특한 일을 질문한 스님에게 “홀로 대웅봉에 앉아 있네.”라고 대답한 백장과 스님의 선문답은 전광석화와 같은 지혜작용이었다. “가소롭다. 호랑이 수염을 뽑으로 오다니.” 백장에게 감히 겁도 없이 기특한 일을 질문한 스님의 용기를 칭찬하고 있다.
성본스님/동국대 불교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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