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집의 구더기
일만 나라의 도성은 개미집이요,
일천 가옥의 호걸들은 구더기일세.
창문의 밝은 달을 베게 삼아 누웠는데
끝없는 솔바람소리 가지각각 다르구나.
萬國都城如蟻垤 千家豪傑若醯鷄
만국도성여의질 천가호걸약혜계
一窓明月淸虛枕 無限松風韻不齊
일창명월청허침 무한송풍운부제
- 서산집, 청허 휴정 대사
서산 스님의 이 시는 1556년 요승 무업(無業)의 무고로 정여립(鄭汝立)의 역모에 연루되었다 하여 투옥되는 데 빌미가 된 시다. 높은 산 정상에 올라가면 마을의 가옥들이 마치 개미집처럼 작게 보인다. 그 속에 사는 호걸이래야 별 수 있겠는가. 특히 서산 스님과 같이 세상을 벗어던지고 인간 밖에서 노니는 사람의 눈에야 당연한 것이다.
당신의 큰마음을 노래한 것을 못난 중 무업이 서산 스님의 뛰어난 인격에 시기와 질투를 느낀 나머지 나라를 무시하고 관료들을 구더기라고 욕을 했다고 무고하였다. 그리고는 정여립의 역모에 가담한 증거라고 덮어씌웠다. 곧 풀려나기는 했으나 그로 인해 한 편의 시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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