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하는 마음 |
“타인에 대한 ‘절대 존중의 마음’ 깃들어”
염불 수행자는 부처님을 간절히 생각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부처님께 완전히 맡기고 내려놓아야 한다. 부처님의 중생을 향한 대자비의 마음을 굳게 믿고 의지하며 자신을 철저히 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비우는 길은 나는 빈 그릇이라는 무아의 마음에 자리를 잡고 자라나며 성숙된다. 그것은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에 대한 자만심을 모두 버리고 오직 아미타부처님을 비롯한 불보살님께 귀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하심(下心)하는 마음,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마음이 염불 수행에서 한결같이 요구된다. 염불 수행에서는 자신의 자력적인 노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것이 무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교는 자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하여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끝내는 깨달아 생사를 초탈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지라도 연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힘에 부치는 고된 여정일 수 있다. 당장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불보살님들의 중생을 향한 대자비의 마음에 힘입어 고통과 절망,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편일 수 있다.
자신 낮추는 하심하는 마음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 요구 또한 사람에게는 이중적인 선악의 마음이 항상 오락가락하며 꿈틀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결심을 하지만, 아차 하는 사이에 욕망과 탐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악행을 저지르고 후회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사실 범부들이란 과거에 지은 업보와 장애로 인해 죄업이 깊고 깊어 끊임없이 번뇌와 욕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화를 내고 질투하며 증오하며 싸우고 힘들어하면서 생의 아수라장에서 질퍽거리고 있지 않는가.
염불은 이렇게 선악을 오가며 후회와 번민으로 살아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인간의 이성에 대한 절대 한계를 절감하고 오직 부처님께 의지하여 나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이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힘으론 그것을 도저히 막아낼 길이 전혀 없다는 자기 자신의 한계와 스스로에 대한 절망이 염불행자의 마음속에는 있다. 이를 일러 ‘염리예토(厭離穢土) 자력절망(自力絶望)’이라 한다. 그러면서 즐거움과 행복이 넘치는 정토를 온 마음을 다해서 찾고, 그러기 위해서 아미타 부처님의 다함이 없는 힘, 아미타 부처님의 중생 구제의 본원력에 절대적으로 귀의하는 마음이 염불행자가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다. 이것을 가리켜 ‘흔구정토(欣求淨土) 타력투귀(他力投歸)’라 한다.
정토 염불신앙에서 볼 때 아미타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님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중생들을 구원하는데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악인들이 없고 미약한 중생들이 없으면 아미타 부처님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약한 심성의 소유자거나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중생에게는 오로지 부처님께 의지하는 타력 왕생(他力往生)의 길밖에는 구원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정토에 왕생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다시 수행을 하여 스스로의 본래 성품을 깨닫는 것이 정토 염불 수행이다. 또한 염불하는 마음속에는 자신을 한없이 비워내기 때문에 부처님이나 타인에 대한 절대 존중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비워낸 깨끗한 마음속에는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절대 자유의 마음과 평온 그리고 안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염불행자는 자신의 맡은 바 생업에 충실하며 부처님을 생각하고 자신을 낮추며 하루하루 편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조계종 포교연구실
[불교신문 2328호/ 5월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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