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마조에게 방거사(龐居士)가 물었다.
“만 가지 법과 짝이 되지 않는 이가 누구입니까?”
마조가 대답했다.
마조가 대답했다.
“그대가 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신 뒤에야 말해 주리라.”
이 말을 듣고 거사가 당장 깨달았다.
염·송·어
염·송·어
투자청(投子靑)이 송했다.
“부모를 오랫동안 헤어졌으니
모시게 되면 힘을 다 해야 되리라.
나무 허수아비가 밤중에 지껄이니
밖의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하라.”
석문이(石門易)가 송했다.
“천지에 홀로 가는 사람에게 묻노니
전부를 내어주며 친하다 외치누나.
서강 물 다 마시어 한 방울도 없으니
목구멍이 길목임을 뉘라서 알았으랴.”
백운연(白雲演)이 송했다.
“한 입에 서강의 물 다 마시라니
낙양의 모란꽃이 새로이 잎을 피네.
흙을 뒤지고 먼지를 날려도 찾을 수 없네.
고개를 들자마자 제 자리에서 만나네.”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다.
“큰 바다에는 파도가 얕고
작은 사람의 마음은 깊다.
바다는 마르면 바닥이 보이나
사람은 죽어도 마음은 알 수 없다.”
불과근(佛果勤)이 심요(心要) 법문을 할 때 말했다.
“이 얼마나 가깝고도 긴요한 말씀이거늘 어째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가! 다시 다른 사람을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속으로 빠져 들어가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리라.
대다수 학자들이 으레 그렇게 따지면서 지껄여, 들어맞기를 바라니 이 어찌 생사를 벗어나려는 견해라 하겠는가! 생사를 벗어나려면 꼭 마음 자리를 틔우라. 이 공안은 마음 자리를 틔우는 열쇠이며, 약숟갈이라.
오직 분명히 하기를 바라야 한다. 말 밖에서 뜻을 얻어야 비로소 의심 없고 경지에 이르리라?”
감상
말 밖에서 뜻을 얻어야 생사를 벗어나는 마음 자리를 얻는다. 마조의 과장된 말 속에서 방거사는 어떤 말 밖의 뜻을 얻어 당장에 깨달았다는 것일까.
투자청은 “밖의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하였고, 석문이는 “목구멍이 길목”이라고 하였다. 한용운이 ‘만해(萬海)’인 것은 고행 끝에 득도한 그가 법회에 나갔을 때 증명법사인 만화(萬化) 스님이 “한 입으로 온 바닷물을 다 마셔버렸구나(一口汲盡萬海水)”에서 비롯된다.
마조의 말 한 마디에 서강의 물을 목구멍으로 다 마신 방거사야말로 천지에 홀로 가는 사람이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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