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염송

[스크랩] 禪門拈頌 22. 달구경(翫月)

수선님 2018. 7. 29. 11:45

깨침과 깨달음

 

본칙

마조(馬祖)가 달구경하다가 곁에 있는 제자 세 사람에게 말하되 “이럴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장(智藏)이 대답했다. “공양하는 것이 매우 좋겠습니다.”
 
회해(懷海)가 대답했다. “수행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보원(普願)은 소매를 저으며 가버렸다.

이에 선사가 말하되 “경(經)은 장(藏)으로 들어가고 선(禪)은 해(海)로 들어갔는데 보원만이 홀로 사물 밖으로 뛰어났구나.”

염·송·어

동림홀(東林 )이 송했다.

“경은 장(藏)으로, 선은 해(海)로 드는데
보원만이 혼자서 사물을 뛰어넘네.
돌(口出)!
벽을 비추는 달만 있을 뿐
잎새를 나부끼는 바람은 없네”

장산근(蔣山勤)이 송했다.

“교교(皎皎)하며 하늘에 푸른 기운 엉키고
침침(沈沈)하며 흰 빛을 뿜어내나니
가을빛과 뒤섞여 밝고 밝은 것
밤새도록 하늘에 두둥실 떴네.
수행과 공양이 원기(圓氣)에 맞건만
듣자마자 떠남은 세상을 초월하네.
망아지 한 마리 분명히 자별하여
만고에 건곤을 안정시키고
한 마디로 죽였다 살렸다 하네”
또 말하되 “보다 높은 곳에 눈을 돌리라” 하였다.

천장월(天章月)이 한 가운데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마대사가 금강같은 안목을 갖추고 보원에게 다른 두 사람을 초월하는 안목이 있음을 가려냈으나 홀로 사물 밖으로 뛰어났다는 티는 면치 못했네. 대중 가운데 보원을 뛰어넘을 자가 없는가? 있다면 나오라. 그대들을 위해 점검해 주리라.

만일 없다면 산승(山僧)이 그대들을 위해 주를 내지 않을 수 없다. 혹 어떤 이가 말하기를 천장에게 묻기를 ‘이럴 때 어찌할꼬’하면 천장은 대답하기를 ‘산승은 전과 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노라’하리라. 말해 보라. ‘천장과 남전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고?’하고, 양구했다가 ‘누른 꽃은 제대로 누른 꽃이요, 푸른 대는 제대로 푸른 대니라’하고 참하였다.”

감상

밝은 달밤 마조는 달구경을 했다. 환한 보름달이었을 것이다. 망연히 달을 바라보는 마조는 혼잣말처럼 이런 밤에는 어찌하는 것이 좋을 것일까 하고 중얼거렸다.

옆에서 시종하던 제자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는다. 혹시 심법이 다른 이에게 넘어가지 않을까 해서다. 스승이 갑자기 시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 지장은 공양이(어쩌면 곡차 공양일지도 모른다) 좋다고 했고, 스승이 수행을 하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회해는 수행이 좋다고 했으나, 답하지 않고 사라져버린 보원이 뛰어나다고 마조가 말한 것은 무슨 연고일까.

이따위 허튼 수작을 하는 스승의 코를 비틀어 놓지 않은 것이 다행이리라. 그러나 그들 모두 마조의 질문에 코가 꿰인 것이니 ‘보다 높은 곳에 눈을 돌리라’ 하거나 ‘산승은 전과 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노라’하여야 하리라.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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