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송

서산대사의 오도송 - 한 낮에 닭 우는 소리

수선님 2018. 8. 5. 12:39


[오도송으로 보는 한국禪]무산스님 - 청허선사 ‘聲觀’ 천언 만어의 경전들



선사의 법명은 휴정(休靜), 법호는 청허(淸虛), 서산(西山), 자는 현응(玄應), 속성은 완산 최씨이며, 중종15년(1520)에 태어났다. 선사가 3살 되던 해 부처님 오신 날 아버지 세창은 낮술에 취하여 마루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 때 괴상하게 생긴 한 노인이 나타나 “아기 스님(小沙門)을 뵈러 왔습니다”고 말하고 두 손으로 아기를 받쳐 들고 경(經)을 외었다. 노인은 독송을 한 후 아기를 내려 높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 아기의 이름을 운학(雲學)이라 하고 소중히 키우시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놀라서 깨어보니 꿈이였다.

선사는 아홉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열 살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되었다. 고아가 된 선사를 안주목사 이사중이 양아들로 삼았다. 선사는 양부를 따라 한양으로 와서 유학을 공부하였으며, 15세에 진사시(進士試)에 응시했으나 떨어지자 동료 문생들과 삼남(三南)의 산천을 유람하였다.

두류산, 지리산, 청학동, 칠불암 등 산과 절로 6개월여를 돌아 다녔는데 영원암에서 한 노숙(老宿 : 법이 높은 선사)을 만났다. 노숙은 선사를 보고서 “그대의 용모를 보아하니 심공급제(心空及第 : 마음이 허공처럼 광대하면서도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는 대자유의 경지에 올라간 것)를 하면 영원히 세상의 명리를 끊고 고통을 떠나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고 하였다. 이에 선사는 “어떤 것이 심공급제입니까”라고 물었다. 노숙은 눈을 꿈뻑(瞬目)하며 “알겠느냐”고 물었다 선사는 “모르겠습니다”고 대답했다. 다시 노숙은 “심공급제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야”하고는 <전등록>, <화엄경> 등 수십 권의 경전을 주면서 “부지런히 읽고 생각하면 점차 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선사는 한양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열심히 경전 공부를 시작했다. 6년 째 되던 어느 날 경전 속에 숨겨진 오묘한 가르침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각문(覺門)


忽聞杜宇啼窓外(홀문두우제창외)
滿眼春山盡故鄕(만안춘산진고향)
汲水歸來忽回首(급수귀래홀회수)
靑山無數白雲中(청산무수백운중)


홀연 들려온 소쩍새 소리에 창밖을 보니,
봄빛에 물든 온 산이 모두 고향이구나.

물 길어 오는 길에 문득 머리 돌리니,
수많은 청산이 흰 구름 속에 솟았네.


 

선사는 도솔산으로 가서 학묵 선사 회상에 나아가 수참하여 인가를 받았다. 이후 지리산 삼철굴, 사불산 대승암 등 여러 선방에서 몇 년을 보낸 후 남원에 사는 벗을 만나러 가는 도중 한 낮에 닭 우는 소리에 확철대오하였다.


성관(聲觀 : 소리에 불타를 보고 깨우쳤네)


髮白非心白(발백비심백)
古人曾漏洩(고인증루설)
今聽一聲鷄(금청일성계)
丈夫能事畢(장부능사필)
忽得自家底(홀득자가저)
頭頭只此爾(두두지차이)
萬千金寶藏(만천금보장)
元是一空紙(원시일공지)


머리는 세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옛사람이 이미 말했네.

오늘 닭 우는 소리 들으니,
대장부 할 일 다 마쳤네.

홀연히 네 집을 발견하니,
모든 것이 모두 이것이어라.

천언 만어의 경전들이,
본시 하나의 빈 종이였어라.


 

선사는 운수납자로 유유자적하시다가 선조 37년(1604) 1월 원적암(圓寂庵)에서 가부좌를 한 채 입적하였다. 세수 85세, 법랍 67세였다.


■경주 해회선원 회주


 

 

 

 

 

 

 

 

 

 

 

 

행자실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dis834/89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