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장산스님

[스크랩]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

수선님 2018. 8. 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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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 ▣

  

⊙ 합론

  장차 이 품을 해석함에 간략히 네 문이 있으니 일(一)은 품의 명목(名目)을 해석함이요. 이(二)는 품의 온 뜻을 해석함이요, 삼(三)은 여래가 방광(放光)하사 문수와 보현에게 말미암은 바를 해석함이요, 사(四)는 문(文)을 따라 뜻을 해석함이라. 어떻게 이름이 여래출현품인가. 제2회 보광명전으로부터 십심(十心)을 설할 때 부동지불(不動智佛)로서 처음 믿음을 삼고, 다음은 무애지불(無碍智佛)등 십신 가운데 나아가 닦음이 되고, 또 일지중(一智中)에 열 가지 지혜를 갖춤을 밝힌 고로 행을 따라 이름을 세워서 차별의 지혜를 따라 대비심을 이루고 이름이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이 됨이라.

  전에 이미 초회보리도량 가운데 출현하사 비로소 정각한 것은 이 비로자나 부처님의 출현이요. 지혜가 자비가 원만하여 출현함을 밝힘일새 고로 출현품이다. 선재 동자가 유덕동자(有德童子)와 유덕동녀(有德童女)를 봄은 지혜와 자비가 원만함을 표한 연고라.

문(文)에 이르되 본원력으로써 불신의 몸을 나투시니 하여금 대신변(大神變)을 보게 한다. 능한 바를 따르고 세력을 따라서 보리수하에서 가지가지 몸을 나투어 정각을 이루니라 한다.

1. 세존이 광명을 놓아 가피를 내리시다

부처님의 미간에서 백호광명(白毫光明)을 놓으시다

경문 그 때 세존께서 미간에서 백호광명을 놓으사 이름이 여래출현이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아승지 광명으로 권속이 되었고, 그 광명이 시방 온 법계와 모든 세계를 두루 비추며, 여래의 한량없는 자유 자재함을 나타내고 수없는 보살 대중을 깨우치며, 일체 시방의 세계를 진동시키며, 여래께서 보리좌에 앉으사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일과 모든 도량에 모인 대중을 나타내시며, 이런 일을 하고는 보살대중으로 와서 다시 여래성기묘덕 보살(如來性起妙德菩薩)의 정수리로 들어갔음이라.

여래가 출현하심을 말하다

  이 때 여래성기묘덕 보살이 보현 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부처님께서 나타내 보이시는 광대한 신통변화가 여러 보살들에게 기쁨을 내게 하며, 불가사의하여 세상이 알 수 없사오니 이것이 어떠한 상서이옵니까?"

  이 때 보현 보살이 답하였다.

  "불자여, 내가 지난 옛적에 여래. 응공. 정등각을 뵈오니 이렇게 광대한 신통변화를 보이시고는 여래께서 출현하는 법문을 말씀하시었음이라. 지금 그러한 현상을 보이시니 마땅히 그 법을 말씀하시리라 여기노라."

게송으로 거듭 법을 청하다

  이 때 성기묘덕 보살이 이 뜻을 거듭 펴고자 보현 보살을 향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하고 걸림없는 크신 지혜여

   그지없는 평등함을 깨달았으니

   한량없는 부처님의 공덕을 말씀하소서

   불자들은 듣고서 기뻐하리라.

 

   바라건대 인연이나 비유로

   묘한 법과 맞는 뜻을 연설하소서

   중생들이 듣고서는 큰 마음 얻어

   의심은 끊고 지혜는 맑아 허공 같으리.

 

2. 보현 보살이 설법하시다

여래께서 출현하시는 일을 설하다

  그 때 보현 보살이 여래성기묘덕 보살과 여러 보살 대중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이것은 헤아릴 수 없나니, 이른바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한량없는 법으로 출현하셨느니라.

  왜냐하면 한 가지 일이나 한 가지 인연으로 출현하신 것이 아니라 할량없는 백천 아승지 일로써 성취하셨느니라. 이른바 과거에 한량없이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려는 보리심으로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일체 중생을 구호하려는 대자대비로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함으로써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청정 공덕장을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통달한 법과 이치로 이루는 연고이니라. 불자여, 이와 같이 한량없는 아승지 법문이 원만하여서 여래를 이루느니라."

삼천대천 세계는 한량없는 인연으로 이루어지느니라

  "불자여, 삼천대천 세계가 한 인연이나 한 사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한량없는 인연과 사실로써 이루어지나니, 이른바 큰 구름을 이루어 큰 비를 내리거든 네 가지 풍륜(風輪)이 서로 계속하여 의지가 되느니라. 네 가지란 무엇인가. 하나는 능히 지님이니 큰 물을 지니는 까닭이요, 둘은 능히 소멸함이니 큰 물을 소멸함이요, 셋은 건설함이니 모든 처소를 건설함이요, 넷은 장엄함이니 장엄ㄹ함을 보임이며, 모두 다가 교묘한 까닭이니라.

  이런 중생들이 함께 짓는 업[共業]이 보살들의 착한 뿌리로 일으키는 것이되 그 가운데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각각 마땅한 대로 받아서 쓰게 됨이니라.

  불자여, 이러한 한량없는 인연으로 삼천 대천 세계를 이루거니와 법의 성품이 이와 같아서 내는 이도 없고 짓는 이도 없지만은 그러나 저 세계가 성취되느니라. 여래의 출현함도 다 그와 같아서 한 인연이나 한 사실로 성취하는 것이 아니니라. 한량없는 인연과 한량없는 사실로 이루어지느니라."

삼천대천 세계가 이루어질 때 큰 구름에서 비를 퍼붓는다

  "또 불자여, 삼천대천 세계가 이루어지려 할 때에 구름에서 퍼붓는 비를 억수장마라 하나니, 온갖 처소에서 받을 수도 지닐 수도 없거니와 오직 대천 세계가 이루어지려는 때는 제외되느니라.

  불자여,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그와 같이 법구름을 일으키어 큰 법비를 내리는 것을 이름하여 여래의 출현을 성취한다 하느니라. 일체 이승(二乘)의 마음으로는 받을 수도 없고 지닐 수도 없거니와 오직 대보살들의 마음으로 서로 지니는 힘은 제외될 것이니라.

  또 불자여, 큰 구름에서 큰 비를 내리는 것을 대천 세계의 일체 중생들은 그 수효를 아는 이가 없으며, 그 수효를 계산하려면 어려울 뿐 이거니와 오직 대천 세계의 주인인 마혜수라 천왕은 과거에 닦은 선근으로 내지 한 방울까지라도 모두 아느니라.

  불자여,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도 법비를 내리는 것을 일체 중생과 성문 독각은 알지 못하는 것이며, 헤아리고자 하면 마음이 어지러워지려니와 오직 일체 세간의 주인인 보살 마하살은 제외할 것이니, 과거에 닦은 깨달은 지혜의 힘으로 내지 한 글자 한 구절이라도 중생의 마음에 들어가 분명히 알지 못할 것이 없느니라.

  불자여, 이것이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출현하는 넷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큰 구름에서 큰 비를 내릴 때 능히 소멸한다 하니라

  "또 불자여, 큰 구름이 큰 비를 내릴 적에 큰 구름비가 있어서 이름을 능멸(能滅)이라 하나니 능히 화재(火災)를 멸하며 큰 비구름이 있어서 이름이 능히 일으킴이라 하나니 큰 물을 일으키며, 큰 구름비가 있어 이름을 능히 멈춤이라 하나니 큰 물을 멈추며, 큰 구름비가 있어 이름을 능히 이룸이라 하나니 온갖 마니 보배를 이룸이며, 큰 구름비가 있어 이름을 능히 분별함이라 하니 삼천대천 세계를 분별함이니라.

  불자여, 여래도 이와 같아서 법비를 내리어 능멸(能滅)이라 하나니 일체 중생의 견혹(見惑)을 멸하게 하고 일체 중생이 능히 이룸을 얻게 하느니라. 불자여, 이것이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다섯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큰 구름에서 큰 비를 내릴 때 장소에 따라 다르니라

  "또 불자여, 큰 구름에서 한결같은 한맛을 내나니 비를 내려도 그비 내릴 데를 따라서 한량없이 차별하나니 여래의 출현함도 그와 같아서 크게 불쌍히 여기는 한결같은 맛의 법비를 내리어 한량없이 차별하니라. 불자여, 이것이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출현하는 여섯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세계가 이루어질 때 큰 물이 가득 차니라

  "또 불자여, 세계가 처음 이루어질 때 큰 물이 생겨 삼천대천 세계에 가득 채우고 큰 연화가 나나니 여래출현공덕장엄(如來出現功德莊嚴)이니라. 시방 세계를 비추거든 그 때 마혜수라 정거천(淨居天)들이 이것을 보고 이 세계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결정코 아시느니라. 또 불자여, 그 때 그 가운데에 바람이 일어나니 이름은 매우 깨끗한 청풍(淸風)이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이름이 깨끗한 빛 장엄으로욕심 세계의 하늘 궁전을 이루느니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철위산(鐵圍山), 작은 철위산, 금강산을 이루느니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바다가 이루어짐이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물은 분별이 없지만은 바람이 같지 않음으로 차별을 이루느니라."

허공을 의지하여 풍륜(風輪)이 있고 수륜(水輪)이 있느니라

  "또 불자여, 마치 허공을 의지하여 네 가지 바람을 일으키어 물[水]을 지니게 함과 같으니라. 무엇을 네 가지라 하는가. 하나는 편안히 머묾이요, 둘은 항상 어묾이요, 셋은 끝까지 이름[至]이요, 넷은 견고함이라. 물은 땅덩어리를 붙들어 흩어지지 않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땅은 물을 의지하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고, 바람은 허공에 의지하고, 허공은 의지한 데가 없으나, 비록 의지한 데가 없어도 삼천대천 세계로 하여금 머물게 하느니라."

게송으로 여래 출현하는 법을 거듭 설하시다

  그 때 보현 보살 마하살이 이 뜻을 다시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하였다.

 

   시방 국토 부수어 만든 티끌은

   계산으로 수효를 알 수 있지만

   여래의 한 털 끝에 있는 공덕은

   천만 겁 동안 말하여도 말할 수 없네.

 

   어떤 사람 자 들고 허공 세는데

   다른 이는 따라가며 허공 세어도

   허공은 끝난 데를 찾아 길 없어

   여래의 저 경계도 그와 같으니.

 

   맨 처음 이 세계에 큰 구름 비를 퍼부어

   네 가지 바다에 큰 바람 일으키듯이

   중생의 선근과 보살의 힘으로

   사바 세계 생겨서 머물게 되느니라.

 

여래의 몸을 밝히니라

  "불자여, 보살 마하살이 마땅히 어떻게 여래. 응공. 정등각의 몸을 보아야 하는가. 보살은 마땅히 한량없는 곳에서 여래의 몸을 보아야 하나니 왜냐하면 보살 마하살은 한 법이나 함 몸이나 한 중생에게나 여래를 볼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두루하여 여래를 보아야 하느니라."

 

♧세계가 만들어 질 때 폭풍이 몰아쳤다

  우리가 사는 이세계는 언제쯤 어떤 연유로 만들어 졌을까? 그것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관심입니다. 그리고 왜 만들어 졌을까? 하는 문제도 똑같습니다. 그리고 언제쯤 어떤 힘에 의하여 소멸되어 갈까? 하는 문제는 우주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만의 관심이 아닙니다. 우주의 신비로움은 모든 것이 비밀로 싸여져 있는 보따리와 같습니다.

  어느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길 위에 있는 보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보따리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고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만약 이 보따리를 끄르는 순간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아니할까?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의논하였습니다. 이 보따리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입을 떼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보따리 안에 틀림없이 나쁜 귀신이 들어 있어서 여는 순간 모두는 죽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이 보자기 안에는 틀림없이 귀한 보배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의견을 내놓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야, 그 보따리 속에는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야."라고 하면서 제각기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의견은 없습니다.

언제쯤 이 길 위에 놓여졌는 지를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사람이 말을 합니다. "이 보자기는 보아 하니 많이 낡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십년은 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십년은 더 되어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이 보따리의 연수를 갖고 수도 없이 설전을 하였습니다. 많은 다른 의견도 나왔으나 대략 십년 정도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들은 우선 이 보따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 지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십년으로 못 박았습니다. 그리고 공표를 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어느 날 주운 보따리는 십년이 되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운 보따리는 십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의논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보따리는 무슨 천으로 짜여졌느냐를 놓고 연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보따리를 싼 천은 대략 어디에서 생산되었고, 비단으로 짜여졌다는 결론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보따리가 얼마나 가겠느냐는 수명을 놓고 토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론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아직도 그 수명을 놓고 연구 중이며,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보따리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알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까지 그 주인을 놓고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 보따리의 주인이 없으니 모두가 내가 주인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결론 가운데 흥미 있는 답이 나왔습니다. 이 보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거의 알아낸 것입니다. 이 보따리는 저 우주에서 어떤 힘에 의하여 많은 재료들이 혼합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열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는 열에 의하여 수증기가 하늘 끝 닿는 데까지 치솟았다가 그 수증기들이 모여 구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구름이 된 수증기는 큰 보따리가 너무 뜨거워서 내려오지 못하고 그만 오천만년 동안을 허공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큰 보따리는 점점 식어져 부피도 줄어들고 공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졌습니다. 하늘에 머물러 있던 수증기가 이제 다시 지상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증기는 비가 되어 큰 보따리로 떨어지기 시작한 이래로 폭풍을 동반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백년 간을 내렸습니다. 그것이 최초의 비〔雨〕폭풍입니다.

  그리고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 없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지상에 내린 비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한량없는 비구름을 만들어 내고, 쏟아지고 또 만들어 내고 쏟아지기를 거듭 반복하기를 무려 몇 억년을 소비해야 했으며 지금도 그 일을 반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 지금도 부처님은 비밀작법(秘密作法)을 계속 진행하고 계신다.

  구름의 신, 바람의 신, 빛의 신, 불의 신들이 빚어낸 조화는 가히 탄복할 만합니다. 구름의 신은 비를 내리어 한량없이 보따리 같은 땅을 적시었고, 바람의 신은 바람을 세차게 불어서 보따리 같은 땅을 고루 평탄하게 하였으며, 불의 신은 만물을 태우는 역할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에 따라 쓰도록 하였으며, 빛은 언제나 밝은 광명을 주었습니다. 한번 열이 나서 불이 붙으니, 그 불꽃은 하늘로 치 솟는데 천만 유순이 되고, 그 불꽃이 꺼져서 식는 데만도 10억년이 걸렸습니다. 빛은 대낮같이 밝아 만물이 자라기 하였으며, 그들만이 갖는 독특한 생활 방식을 터득하게 하였고, 그들도 많은 인연을 쌓아 서로를 의지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투쟁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따리 주인을 서로 자처하게 된 연유입니다.

 

♧ 사모가(思母歌)

  법신은 만물을 따라서 그림자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 속은 마치 물속의 달과 같고, 인연(因緣)은 마치 음영(陰影)이 본체(本體)를 따라감과 같습니다. 오늘 어머니는 부처님을 만나시고, 성역(聖域)에 드시니 이것 또한 아미타의 본원인가 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말씀이 온화하시고, 행하심에 항상 고심(苦心)했습니다. 우리들을 낳아 기르시기까지 손의 마디마디 소나무 등걸같이 되도록 일을 하시었고, 남편의 고집을 다 비위 맞추고 많은 자식들을 거두느라 잠인들 어찌 곤히 드셨겠습니까. 오늘 저희들은 산사에서 정갈히 산촌의 진수를 어머니께 올리고 애끓는 마음으로 엊그제 같았던 어머니의 얼굴을 그려 봅니다.

  이제 입동도 지나고 내일 모레 동지가 다가오며 소한 대한이 찾아오는데 바깥은 차가워서 속속 이 껴입어도 저희들은 춥다고 하는데 추운 날씨에 어머니는 어디에 계시옵니까. 아들과 딸들은 낳으신 은혜 잊지 못하고, 기르신 은혜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자식의 잘못은 눈감아 주시고 잘한 일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바다와 같은 은혜를 어찌 저희들이 모른단 말입니까. 백세를 수(壽)하신들 많다 하겠습니까. 천세를 사신들 많다 하겠습니까. 그런데 어이도 그렇게 빨리 저희를 두고 가신단 말입니까.

  어머니께서 저희들을 남기시고 떠나신 후 저는 수도 없이 꿈속에서 어머니를 만나 뵙고 하였지만 희미한 그림자만 남기시고 언제나 떠나십니다. 회고하여 보면 계실 땐 몰랐으나 안계시니 어머니의 자리가 크옴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의 머리가 희어지는 것을 보았을 때도 철없이 어린 양 하였는데 오늘도 저희들은 그렇게 어린애들과 같습니다.

  불원의 법당에서 향적의 마지를 부처님께 올리고, 전단향을 피워 도량을 그윽하게 하고, 스님들은 기도를 올리었고, 오늘 또 수륙의 자리를 베풀어서 영산(靈山)의 묘음으로 극락으로 안내하옵니다. 부디 공양을 드시고 사바세계의 고통을 잊으시고, 극락정토에 왕생하시어 아미다불의 수기를 받으시옵소서. 또 저희들이 법향을 덛어 청정을 얻으시고, 천강에 비친 달처럼 맑게 차리시고 극락국의 법석의 한 자리를 얻으시어 백호의 광명을 받아 미혹을 제거하시고 깨침을 얻으시옵소서. 그리고 이 자리에 동참한 모든 분들도 현세에 수복하시고 두루 복락을 함께 하여지이다.

 

-행효자 김철용의 어머니 박분순 영가님의 왕생극락을 빕니다.

화엄경백일법문(華嚴經百日法門) -장산 저- 불광출판부 1999

 

 

 

출처 : 대불법회
글쓴이 : 장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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