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계품(入法界品)▣
⊙ 합론
장차 이품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섯 문으로 분별함이니 1은 품(品)의 제목을 해석함이요, 2는 품의 원뜻을 해석함이요, 3은 여래의 처소를 해석함이요, 4는 설법주를 해석함이요, 5는 모인바 대중을 해석함이요, 6은 글을 따라 그 뜻을 해석함이라. 그 1은 명목을 해석함이니 왜 입법계품이 되었는가. 믿음을 즐거워하여 미(迷)를 좇아 통달함을 이름하여 입(入)이라 하고, 몸과 마음의 경계가 성(性)이 스스로 의지가 없음을 이름하여 법(法)이라 하고, 일다(一多)가 통철(通徹)하여 진가시비(眞假是非)의 장애가 없음을 이름하여 법계(法界)라 하며, 또 무명종식(無明種識) 순전히 지혜를 씀으로써 미혹에 속하지 않음이 무의지(無依智)의 경계인 줄 통달함을 이름해서 법계라 한다.
불찰(佛刹)이 중중(重重)무진하여 성인과 범부가 동체(同體)요, 경계의 모양이 서로 상즉상입(相卽相入)함을 보니 이것이 법계라. 한 티끌 안에 많은 불세계를 머금어 허공의 세계에 두루하지 않음이 없고, 불찰(佛刹)마다 해당치 않음이 없음이라. 경계의 한량없는 세계가 무너지지 아니하고 진리(法)가 참되지 않음이 없다. 이치에 통하고 사리에 통철하여 이름이 법계가 되고, 또한 묘음(妙音)으로써 두루 법계의 부처님 세계에 들고 일섬모(一纖毛)로써 그 양(量)이 방위(方位)가 없음과 동등하여 대소의 봄이 없어지매(見亡) 물아(物我)가 동체(同體)요, 식(識)을 버리고 정(情)을 멸하매 지혜가 통하여 걸림없음에 이름이 입법계(立法界)가 됨이라. 지혜의 경계를 잡아 널리 밝힘이니 육안과 식정(識情)의 소견(所見)에 의지하지 말지어다.
2는 품(品)의 원뜻을 해석함이니 여래의 출현을 밝히었으며, 또 마음이 물듦이 없음을 이름이 이세간(離世間)이라. 이 품은 일체 제불이 성도해 마친 지혜의 상과(常果)라, 시작도 없고 마침도 없음이며 오위진수(五位進修: 五位는 오종의 位態라는 뜻이다. 오위를 五事, 五法, 五品이라고도 한다. 色法은 물질적인 것, 心法은 마음의 주체인 識, 心 所法은 마음의 작용, 心不相應法, 소위 生·住·異·滅 이라고 하는 존재의 존재하는 행태, 無爲法은 생멸변화가 없고 인연에 따라 조작됨이 없으며 작용을 일으킴이 없는 것. 유식종에서는 (1) 資糧位 (2)加行位 (3) 通達位 (4) 修習位(5) 究意位)가 이로써 체(體)가 되어서 여기에 이르러 관습(慣習)이 가득한 연고로 지혜에 맡겨서 베풀어서 근원에 돌아감이라.
3은 여래께서 사는 곳을 해석함이라. 묻되 무슨 까닭인가. 먼저 보리도량에 보광명전을 여의지 않는다 말함이며, 자기의 성불과만(成佛果滿)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밝힐새 곧 순전히 자재 법계로써 체(體)를 삼아서 오위 보살과 행함과 수행을 세우지 아니하며, 또한 차별지(差別智)인 보현행원의 불과가 총히 이 불과가 이미 가득하여 보현행이 이미 두루하였다. 뿐만 아니라 중생을 이롭게 하는 법이라.
4는 설법의 주인을 말하여 해석한다는 것은 설법의 주인도 앞의 보리도량의 비로자나 부처님 여래이며, 또한 모든 보살의 스스로 이룬바 부처님이며, 또한 당래 미륵 부처님의 이룬 바 부처님이며, 삼세고금의 일체 부처님인 연고라. 중생과 열반과 법계의 일호(一毫) 일미진(一微塵)의 체용시분(體用時分)이 다름을 옮기지 않는 줄을 보는 연고라. 범정망견(凡情亡見)에 있음에 다르거니와 법계 지혜에 있어서는 일체 삼세제불의 성불과 일체 중생의 성불함이 한가지이니 일찰나(一刹那) 일미진(一微塵) 일법신(一法身) 일지혜(一智慧) 일언음(一言音) 일해탈(一解脫) 일신통(一神通) 일부사의(一不思議) 일보경계(一報境界) 일연화좌(一蓮華座)에 주(住)하여 거듭거듭하며, 무애무애하나니, 이는 여래의 실견을 밝힘이라.
5는 모인 대중의 뜻을 해석함이란 경에 이르되, 보살 마하살 오백인으로 함께한다 하며, 또 아래에 이르기를, 모든 보살이 다 보현행을 성취한다 하시니, 이 같은 오백 보살이니라. 문수 보살로서 법신 근본 지혜의 체를 삼고, 보현 보살로 차별한 지혜로 대용(大用)을 삼나니, 어떻게 142의 보살로 500의 수를 이루었는가 하면 천관 보살(天冠菩薩)로부터 이하에 100의 보살은 본 법계의 과체(果體) 가운데 십 바라밀의 행이 서로 융통하여 하나 가운데 10을 갖추고 100을 갖춤이니 이는 법계 가운데 행과(行果)이니 십당 보살(十幢菩薩)로부터 십력(十力) 보살, 십장(十藏) 보살, 십안(十眼) 보살 다 문수보현의 두 가지 지행(智行)으로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 가운데 보현·문수를 통한 42현성행(四十二賢聖行) 가운데 각각 십 바라밀로써 이지(理智)와 대원력과 대자비를 융합하여 40심을 닦아 나아가매 400을 이루고 뒤의 법계 본과 가운데 백 바라밀을 더하여 오백을 이루나니 보현과 문수의 체용을 삼아서 후의 법계 본과(本果) 천관 보살 이하로 100보살의 행한 결실을 본과에서 밝힘이라.
6은 처음으로부터 좇아 61권 일체중생이역불리차서다림여래지소(一切衆生而亦不離此逝多林如來之所)에 이르기까지 여래께서 사자빈신삼매(師子頻伸三昧)에 드시며 미간에 백호 광명을 놓으사 법계문(法界門)을 나투었고,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오위승진불과(五位昇進佛果)로서 법계에서 구할 게 없는 자재불과(自在佛果)에 들어서 밝힌 분(分)이라.
십신위선지식(十信位善知識)
1. 문수 보살(文殊菩薩)
⊙ 합론
양시문수사리이하(兩時文殊師利已下)로 이름이 성취이생(成就利生) 행문(行門)이 되나니 다만 문수사리라 운(云)하고 속(俗)에 들어가 행(行)으로써 이름을 세웠을 새니라. 이어 이는 삼세법(三世法)이 비로서 보리심을 발할새 처음 법신(法身)이 나툰 근본지(根本智)의 본성이 없는 이(理)의 묘혜(妙慧)의 연고이니 일체 삼세법(三世法)이 이를 좇아 불가(佛家)에 처음으로 태어남이며, 이를 좇아 보현의 대행(大行)을 성취(成就)하는 연고라.
문수사리 보살이 여러 도반들과 함께 남쪽으로 향하다
①부처님 처소에 온 이들
경문 그 때 문수사리 동자가 선주누각(善住樓閣)으로부터 한량없이 함께 수행하는 보살과 항상 따르는 금강신장들과 함께 중생들과 두루하여 부처님을 에워싼 금강신장들과 함께 오랜 옛적부터 견고한 서원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양하기를 마치고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②사리불 존자가 6000비구와 문수를 따르다
그 때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의 신력을 받자와 문수사리 보살이 여러 보살 대중으로 장엄하고 서다림에서 나와 남쪽으로 인간세계를 향하여 가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나도 문수사리와 더불어 남쪽으로 함께 가리라' 하였다. 6천의 비구들 중 사리불과 함께한 여러 비구가 있었으니 이른바 해각(海覺)비구, 선생(善生)비구, 복광(福光)비구, 대동자(大童子)비구, 정행(淨行)비구 등 한량없는 이였다.
③문수보살이 선재 동자의 내력을 살피다
그 때 문수사리 보살이 복성 사람들이 다 와서 모인 줄 알고 그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자유자재한 몸을 나투었으니, 위풍이 찬란하여 대중들을 가렸으며, 자재하신 인자함으로 그들을 가엾이 여기고, 자재한 지혜로 그 마음을 알고 광대한 변재로 법을 설하였다. 이 보살은 과거의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선근을 많이 심었고, 믿고 이해함이 커서 여러 선지식을 항상 찬탄하고, 말과 몸과 뜻으로 짓는 일이 허물이 없고, 보살도를 깨끗이 닦아 온갖 지혜를 구하여 불법을 담는 그릇이 되었고, 마음이 청정하기를 허공과 같고, 마음이 넓기가 바다와 같고, 온갖 음성을 갖추기가 묘음이라. 보리에 회향함이 장애가 없는 줄을 알았다.
④문수보살이 선재 동자를 찬탄하다
이 때 문수사리 보살은 선재 동자를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재라,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또 선지식들을 가까이 하여 보살의 행을 물어 보살도를 닦으려 하는구나 선남자여, 선지식을 친근하는 것은 온갖 지혜와 공덕을 짓는 첫째 인연이니라. 이 일에는 고달프다는 생각을 내지 말지니라."
⑤문수보살이 선재를 위하여 법을 설하다
이 때 문수사리 보살이 선재를 위하여 부처님의 법을 연설하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이 말한 법을 설하였고, 모든 부처님이 청정대중을 위하여 설한 청정한 법을 설하였다.
2. 지혜를 성취하기 위하여 선지식 찾기를 권하다
그 때 문수사리 보살이 게송을 말하고 선재 동자에게 말하였다.
"선재라, 선재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거니와 또 보살행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니라.
선남자여, 온갖 지혜를 성취하려거든 결정코 선지식을 찾아야 하나니 선지식을 보고는 싫어하는 마음을 내거나 고달프다는 생각을 내지 말지니 선지식이 가르치는 대로 순종할 것이요, 선지식의 교묘한 방편을 허물하지 말지니라.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승낙(勝樂)이라는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묘봉(妙峰)이라는 산이 있으니 그곳에 덕운(德雲)비구가 있느니라. 거기에 가서 보살도를 자세히 물으라."
그 때 선재 동자는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문수 보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히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갔다.
3. 덕운 비구(德雲比丘)
덕운 비구를 뵙고 법을 묻다
승낙국을 향하여 가서 묘봉산에 올랐다. 그 산상에서 동서남북과 네 간방과 아래 위로 살피다가 7일이 지난 뒤에 다른 산에서 덕운 비구가 노니는 것을 보았다. 선재는 그 앞에 나가서 절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닦는 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듣자오니 거룩한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자비하신 마음으로 말씀하여 주소서."
선재동자에게 법을 설하다
①갖가지 염불문을 찬탄하다
"선남자여, 나는 이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생각하여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보는 법문을 얻었거니와 모든 대보살들이 그지없는 지혜로 청정하게 수행하는 문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②일체의 염불로 이루는 세계
"이른바 지혜의 빛으로 두루 비추는 염불문이 있으니 모든 부처님 국토의 갖가지 국토를 청정하게 장엄함을 항상 보는 연고이니라. 일체 중생으로 생각하게 하는 연고이니 중생의 마음을 따라 부처님을 뵈옵고 청정함을 얻게 하는 연고이니라. 힘에 편안히 머물게 하는 염불문이니 한량없는 부처님을 보고 법을 듣는 연고이니라. 여러 방위를 밝게 비추는 염불문이니 모든 세계의 차별이 없는 부처님을 보게 하는 연고이니라. 사람이 볼 수 없는 염불문이니 모든 미세한 견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의 자유자재한 신통력을 다 보는 연고이니라. 자유자재한 마음에 머물고 자기가 좋아함을 따라서 권속을 선주(善住)케 하는 염불문이니 항상 부처님이 형상을 보이시는 연고이니라."
다음 선지식 착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해문(海門)이라. 거기 비구가 있으니 이름을 해운이라 하느니라. 그대는 가서 묻기를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 라고 물어야 한다. 해운 비구가 광대한 선근을 발기(發起)하는 인연을 말하리라."
그 때에 선재 동자가 덕운 비구 발에 절하고 하직하였다.
4. 해운 비구(海運比丘)
해운비구를 뵙고 법을 묻다
그 때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바른 생각으로 지혜광명으로 문을 관찰하며, 점점 남쪽으로 가서 해문국에 이르렀다. 해운 비구가 있는 데 도착하여 엎드려 발에 절하고 오른쪽 돌기를 마치고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세계의 세속을 버리고 여래의 집에 태어나며, 어떻게 생사의 흐름을 끊고 보살행의 흐름에 들어가며, 어떻게 세계성에서 벗어나 온갖 지혜의 성에 들어가며, 어떻게 모든 노리개를 버려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할 수 있사오리까."
해운 비구가 선재 동자에게 법을 설하다
"선남자여, 중생이 선근을 심지 않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못하나니, 선근의 뿌리 광명을 얻어야 하며, 삼매의 지혜 광명을 얻어야 하며, 광대한 지혜의 복바다를 내야 하며, 선지식을 섬기는데 고달파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며, 희고 깨끗한 법을 자라게 하는데 게으름이 없어야 하며, 항상 모든 중생을 사랑하여야 하며, 여래의 경계 관찰하기를 항상 좋아하여야 능히 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바다에서 큰 연꽃이 피어나다
"선남자여, 내가 생각할 적에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이 세상에는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이 있는가. 이 바다보다 더 깊은 것이 있는가.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적에 바다 밑에서 홀연히 큰 연꽃이 솟아났는데, 아라니 보배로 줄기가 되고, 유리 보배로 연밥이 되고 마노로 꽃술이 되어 아름답게 피어 바다 위에 가득히 덮이었느니라.
백만 범천왕이 와서 엎드려 절을 하고, 백만 정거천(淨居天)은 합장하고 절하며, 백만 정륜왕이 칠보로 장엄하여 공양하고 백만 여의 마니 보배는 갖가지 빛을 갖추고 광명이 찬란이 비추었다."
다음 선지식을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능가산으로 가는 길 옆에 한 마을이 있어 이름이 해안(海岸)이라 하며, 거기 비구가 있으니 이름은 선주(善住)라 하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으라."
그 때 선재 동자가 해운 비구의 발에 절하고 우러러 보면서 물러 갔다.
5. 선주 비구(善住比丘)
선주 비구를 뵙고 법을 묻다
그 때 선재 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오로지 생각하며, 넓은 법문으로 오로지 생각하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으로 오로지 생각하며, 법문의 글귀를 오로지 지니며, 법바다에 오로지 들어가며, 능가산으로 가는 길 옆에 있는 해안 마을에 이르러 사방을 살피며 선주 비구를 찾았다.
이 때 선주 비구는 이런 일을 보고 마음이 환희하였다. 선재 동자는 마침내 선주 비구를 찾아 합장 예경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붑법을 익히며, 어떻게 붑법을 통달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바라옵나니 사랑하시고 어여삐 여기사 저에게 말씀을 하여 주소서."
선주비구가 설법을 하다
이 때 선주 비구가 설법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이제 또 마음을 내어 부처님의 온갖 법과 지혜의 법과 자연의 이치법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걸림없는 해탈의 문을 성취하였으므로 오고 가고 다니고 그칠 적에 생각하고 관찰하여, 곧 지혜의 광명을 얻으니 이름이 걸림없는 없음이라. 지혜광명으로 일체 중생의 마음과 행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지금 세상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교화를 받을 만한 곳에 모두 나아가는 데 걸림이 없나니 왜냐하면 머무름도 없고 짓는 일도 없는 신통한 힘을 얻는 연고이니라."
다음 선지식을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달리비다요, 그 나라에 자재성이 있고, 그 성중에 사람이 있는데 이름이 미가(彌伽)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행도를 물으라."
6. 미가 장자(彌伽長子)
미가 장자를 뵙고 보살의 도를 묻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나이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도를 행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어떻게 생사의 여러 길을 헤매면서도 보리심을 항상 잊지 아니하며, 어떻게 평등한 뜻을 얻어 견고하여 흔들리지 아니하나이까. 어떻게 지혜의 힘을 얻어 모든 진리를 능히 알아 이치를 분별함인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미가 장자가 법을 설하다
①보살은 일체 중생의 의지처가 된다
"선남자여, 그대는 알아라. 보살이 하는 일은 매우 어렵나니 나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나니, 보살을 만나기는 더욱 어려우니라. 보살은 모든 중생의 믿을 데가 되나니 낳고 기르고 성취하는 연고니라. 보살은 모든 중생의 의지할 곳이니 세간을 수호하는 연고이니라. 또 보살은 모든 중생을 구호함이 되나니 그들에게서 두려움을 없애주고, 나쁜 깅에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연고이니라. 보살은 땅과 같고 바다와 같으니 복덕이 충만하여 다하지 않는 연고이니라. 보살은 마치 해와 같아서 지혜 광명이 널리 비춤이요, 수미산과 같으니 근이 깊은 까닭이니라. 보살은 용맹한 장수와 같으니 일체 마의 군중을 굴복 시킴이니라. 보살은 임금과 같으니 불법의 성(城)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음이니라. 보살은 구름과 같으니 한량없는 법비를 내려 싹을 자라게 함과 같음이니라. 보살은 뱃사공과 같아 법바다의 나루터를 찾아 인도함과 같음이니라."
미가 장자는 방편으로 장엄 법문을 보여서 연설하고 분별하여 해석하니 중생들이 법문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다.
②"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의 묘한 음성 다라니 광명법문만을 알거니와 저 여러 보살 마 은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생각바다와 여러 가지 시설바다와 여러 가지 이름바다와 여러 가지 말씀바다에 들어가고 모든 비밀을 말하는 법구(法句)바다, 모든 반연할 것 가운데 온갖 세 세상에서 반연할 것을 말하는 법구바다와 차별을 말하는 법구바다에 두루 들어가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이 주림(住林)이니 거기 장자가 있느니라. 그 장자의 이름은 해탈이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행도를 물으라."
그 때 선재는 미가의 발에 예배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수도 없이 돌고 사모하고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났다.
7. 해탈 장자(解脫長子)
⊙ 합론
소 해탈 장자가 곧 보살삼매에 들어 몸 가운데 시방십불찰토(十方十佛刹土)를 나투어서 선재 동자의 청한 바를 답하여 그로 하여금 동입(同入)케 함이요, 해탈 장자가 정(定)으로 좇아 일어나 언설로써 그 정(定) 가운데 십불경계(十佛境界)의 대회도량(大會道場)으로 설(說)함이요, 해탈 장자가 마음을 따라 생각에 응하여 모든 부처님이 현전(現前)함을 밝힘이라.
법문으로 인하여 수행이 깊어지다
경문 이 때 선재 동자는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 다라니의 광명으로 장엄한 문을 생각하며 보살들의 말씀바다에 깊이 들어갔다. 시방의 차별한 법을 알아 지혜가 걸림없으며, 차별한 곳에 가되 몸이 고달프지 않으며, 차별한 업을 분명히 알며, 차별한 부처님을 모두 보며, 청정한 묘법에 마음이 갇ㄱ하고, 넓은 지혜의 삼매가 마음을 밝게 비추고, 몸과 마음이 항상 불법을 떠나지 않아 모든 부처님의 신통으로 가피를 내리고, 큰 서원을 성취하고, 서원의 몸이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온갖 법계가 다 그 몸에 있다.
해탈 장자에게 보살행도(菩薩行道)를 묻다
선재 동자는 걸어서 12년 동안 다니다가 주림성에 이르러 해탈 장자를 보고 땅에 엎드려 절하고 말하엿다.
"거룩한 이시여, 제가 이제 선지식과 한 데 모였으니 이는 제가 광대한 복을 얻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를 인도하는 선지식은 만나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렵나이다. 받들어 섬기기도 어렵고, 가까이 모시기도 어렵고, 뵈옵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고, 함께 있기도 어려우며, 기쁘게 하기도 어렵나이다. 원하옵나니 거룩하신 이여,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으며, 청정을 이루는지를 말씀하여 주소서."
해탈 장자가 법을 설하다
이 때 해탈 장자가 삼매에서 일어나서 선재 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걸림없는 장엄 해탈문에 들어갔다 나롱 적에 여래. 응공. 정등각 도량에 모인 대중에 둘러 싸였는데 비로자나장 보살이 우두머리가 되었음을 보았다. 선남자여, 알아라. 보살이 부처님 법을 닦아 부처님의 세계를 청정케 하며, 묘덕을 쌓아 중생을 교화하고, 큰 서원을 이루고 온갖 지혜에 들어가 자재하고 유희(遊戱)하며, 부사의한 해탈문으로 깨침을 얻으며, 큰 신통력을 나타내고, 시방 세계에 두루 가며, 미세한 지혜로 널리 들어가 보살행도를 이룰 것이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으로 가면 염부제의 경계선에 이르면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마리가라(摩利伽羅)요, 그 나라에 비구가 있으니 이름이 해당(海幢)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행도를 물으라."
선재 동자는 해탈 장자의 발에 절을 하고 찬탄하고 앙모하고 슬프게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하기를, '선지식을 생각하며, 공경하고, 속이지 아니하며, 순종하고, 어머니라고 생각을 일으키고, 선지식을 아버지라고 생각을 일으킬 것' 이라 하며 하직하고 물러갔다.
8. 해당 비구(海幢比丘)
해당비구에게 법을 묻다
①해당 비구는 삼매에 들어 있었다
점점 남방으로 가서 염부제 경계선인 마리 마을에 이르러 해당 비구를 찾아 다니다가 문득 보니 그가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삼매에 들었는데 숨을 쉬지 아니하고 몸이 편안히 동하지 아니하였다.
②삼매에 든 해당 비구의 전신(全身)을 보다
보니 그의 발바닥에서는 백만억 장자. 거사. 바라문들이 나오는 장엄을 하였고, 가슴의 만자에서는 백천의 아수라왕을 내는 장엄을 하였고, 등에서는 일체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천억 성문과 독각을 내고, 두 어깨에서는 백천 억 야차왕과 나찰왕들을 나타내고, 집금강신(執金剛神)으로 나타내어 부처님을 수호하며, 얼굴에서는 백천억 전륜성왕이 나오는데 칠보가 구족하고 네 가지 군대가 둘러 쌓았으며, 큰 광명을 놓으며, 일체 오욕락을 끊었으며, 자비가 가득한 용모를 이루었으며, 두 눈에서는 백천 억 해가 나오는 듯하며, 모든 지옥과 나쁜 길을 널리 비추어 괴로움을 여의게 하며, 이마에서는 중생들의 한량없는 사업을 이루게 하며, 너그러운 얼굴의 갖춘 모양이 일체의 빈궁한 과보를 여의었으며, 정수리에서는 수 없는 백천 억 부처님의 몸이 나오는데 거룩한 모습으로 잘 생겼으며, 항상 중생들을 위하여 평등한 법비를 내리고, 털구멍에서는 낱낱의 아승지 세계의 티끌수 광명을 내고 아승지 사업을 다 갖추어서 시방의 모든 법계에 가득하였다.
해당 비구가 법을 설하다
해당 비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의 이름은 '넓은 눈으로 어둠을 버림' 이라고 하고 반야바라밍다의 '청정한 광명' 이라 하고, 두루 장엄한 청정한 문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삼매에 들면 일체 모든 세계에 가는데 장애가 없고, 세계를 다스리는 데 장애가 없고, 자재한 신통을 얻는 데 장애가 없고, 세계를 다스리는 데 장애가 없고, 자재한 신통을 얻는 데 장애가 없고, 증득하는 데 장애가 없고, 법을 관찰하는 데 장애가 없고, 모든 중생 바다에 들어가는 데 장애가 없고, 중생의 차별과 근기를 아는 데 장애가 없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으로 가면 한 곳이 있으니 해조요, 거기 동산이 있으니 이름이 보장엄이며, 그 동산에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휴사우바이(休捨優婆夷)라 하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행을 물으라."
선재는 해당 비구에게 견고한 몸을 얻고 묘한 법의 재물을 얻었으며, 지혜가 밝게 통달하였다. 그는 오체투지(五體投地)하고 공경하고 앙모하고 찬탄하면서 하직하고 광명을 받으면서 떠나왔다.
♧ 호랑이 입에 들어간 고기는 다시 나오지 않는다
호랑이의 입에 들어간 먹이는 다시 입 밖으로 나오지 않듯이, 스승의 훌륭한 가르침은 구원을 받게 됩니다. 스승의 구원을 모르는 사람은 그 어떤 가르침이라고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스승을 알기를 하늘같이 하라고 하였고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 하였습니다. 스승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절대로 구제의 은총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자손은 그러한 영향을 받아서 잘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간악하다든지 또는 포악한 가정은 자손이 망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훌륭하고, 선근을 심으며, 스승을 존중하면 그의 자손은 잘 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잘 아는 교수가 있었는데 그 분은 옛날 어느 여중학교에서 교편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영문학과 출신도 아니고, 그리고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그 여중학교에서는 이 신참내기 선생님에게 영어를 가르치라고 하였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선생님은 집에 왔는데 식은땀이 다 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영어를 아주 모른다고 할 수 도 없고 학교를 안 나갈 수도 없고, 그리하여 이리저리 궁리를 해보고 생각을 해보아도 도저히 가망이 없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다 보면 영어를 잊어버리는 것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다 그렇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 학교에 갔는데 어린 여중 2학년 학생들이 얼마나 눈이 초롱초롱하고, 젊은 새 선생님이 왔다고 좋다고 하든지 그만 아이들한테 쏙 빠져 버렸습니다.
그 때 그랬답니다. 그래 내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자. 그리고 매일 그는 집으로 오자마자,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놓고 하루에 네 시간 이상씩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영어 공부를 시켰는데 그 해 경기도 전 중학교에서 영어 테스트를 하였는데 당당히 그 선생님이 맡은 학교 그 반 학생들이 2위를 하였답니다. 학생들이 따라 배우기를 잘하니까 거의 중·하위권 어린 학생들이 모두 은총을 받은 것입니다.
스승은 제자를 바라볼 때 제자라는 생각조차 없지만, 제자 쪽에서 보면 스승은 부처님 같은 존재이며, 구원의 자비를 내리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스승을 비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자기발전을 꾀하더라도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맙니다. 왜냐하면 스승을 경시한 과보입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작은 종이컵 정도를 가지고 가서, 얻기는 많은 것을 바랍니다. 스승도 그 제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많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담을 그릇이 못 되는 것입니다. 결국 그 제자는 컵 속에 조금밖에 못 가지고 갔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서 '아! 우리 스승은 왜 나에게는 이렇게 조금밖에 주지 않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많고 적음을 얻는 것은 오직 배우는 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문수 보살은 스승입니다. 우리들의 스승입니다. 문수 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입니다. 문수 보살은 항상 경전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문수 보살은 우리들에게 스승의 상징입니다. 영적인 삶을 가르치는 스승은 바로 나의 '아버지'입니다. 영적인 아버지란 나의 영혼을 일깨워 눈을 뜨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직접 가르쳤건 아니면 책을 통하여 가르침을 받았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곁에서 보았건 모두 나의 영혼을 일깨워 주는 사람은 모두 문수라는 스승입니다.
인간은 영리하여 아무리 깡패 사회라 할지라도 그들은 어느날 조용히 생각하면 옳고 그름을 그들 스스로 잘 압니다. 만약 그것조차 모른다면 그 사람은 구제불능일 것입니다. 스승 가운데 가장 큰 스승님은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은 우리들의 그 모든 것에 가르침을 주신 분이며 일체의 귀의처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스승은 그의 내면에 숨어 있다
참 스승을 찾고자 한다면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스승을 갈구하고 있는지 또는 스승이 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제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스승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스승이 되지 못합니다. 이 세상은 모두가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입니다. 나에게 일시적으로 그저 믿는 정도의 스승이 아니라, 진정한 스승은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스승입니다. 잠시 글공부를 하기 위하여 공부하는 사람은 오직 글줄 몇 자 정도를 얻습니다. 그러나 참 공부를 하기 위하여 스승을 믿는 사람은 가치를 배우게 되어 글이 더욱 머릿속에 잘 들어갈 것입니다.
♧스승을 통하면 참 나를 발견할 수가 있다
사람은 그 사람의 차원으로 스승을 그리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은 생각하기를 자신의 육(肉)을 가지고 생각하면 그 스승은 육인 그 정도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어떤 사람이 육이 아니라 정신을 구원하면 그 사람은 바로 전신이 정신의 세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 세계를 관할 것을 가르치는 스승은 참으로 훌륭한 스승입니다.
'화엄경-장산스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입법계품(入法界品)(3) (0) | 2018.08.19 |
---|---|
[스크랩] 입법계품(入法界品)(2) (0) | 2018.08.19 |
[스크랩] 이세간품(離世間品) (0) | 2018.08.12 |
[스크랩]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 (0) | 2018.08.12 |
[스크랩] 보현행품(普賢行品) (0) | 2018.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