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간품(離世間品)▣
⊙ 합론
여기에 뜻이 둘이 있으니 하나는 설법주(說法主)에게 바라노니 가르침으로 이 세상 사람을 이익케 할지니라. 그러므로 이익 세간품이요. 중생이 법문을 들을 때 바라노니 세상에 처하되 물듦이 없어야 이세간품이 되는 연고라. 합당히 이익의 이름을 지을 것이요. 이(二)는 중생이 법을 들으매 세상에 처하여 물듦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설법주와 법을 듣는 이익자를 잡아서 두 가지 뜻을 해석함이라. 이 때에 세존이 마갈제국 아란야법 보리도량 중 보광명전으로부터 이에 묘법을 이미 깨달아 이른 것은 뜻이 보광명의 지혜로써 일시에 널리 인가하여 설법을 함일새 이로써 하늘에 오르매 깨달은 보광명전을 여의지 않고 처음과 끝을 원통함이라 한다.
합론,소 소에 세 가지 별로 해석함이니 하나는 행법(行法)을 빛냄이요, 행위(行位)가 걸림이 없고 전후가 원융하여 나타내고자 할새 고로써 이름 하니라. 둘은 인과를 아울러 거두어 이루어 행함이 보광명 지혜를 여의지 않음이요, 셋은 전에 일과 후에 거듭 그 뜻이요, 원융을 잡아 매 뜻에 나아감에 거듭함이라 함이라.
1. 원만한 이 세상[器世間]
경문 그 때 세존이 마갈제국 아란야 법 보리도량의 보광명전에서 연화장 사자좌에 앉으셨다.
머물고 떠남에 자유자재하다
묘각이 원만하니 두 가지 행을 모두 끊었으며, 모양 없는 법을 모두 통달하여 부처님의 머무는 데 머물고, 부처님의 평등함을 얻어서 막힘이 없는 곳에 이르며, 움직일 수 없는 법을 행함이 걸림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데 서서 삼계(三界)를 두루 보며, 몸은 모든 국토에 가득하고, 지혜는 온갖 법을 밝게 보아 통달하여서 모든 행을 분명히 알고, 모든 의심을 끊었으며, 측량할 수 없는 몸과 모든 보살이 구하는 지혜로 부처님의 언덕에 이르며, 여래의 평등한 해탈을 갖추고 부처님의 평등법을 얻어 증득하니 허공계와 같았다.
원만한 중생세간[利世間]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세계에 티끌 수 보살 마하살과 함께 계셨으나 모두 한 생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이들이라. 각각 다른 지방의 갖가지 국토로부터 와서 모이었다. 그들은 모두 지혜와 방편을 갖추고 이른바 일체 중생을 잘 관찰하고 방편의 힘으로 그들을 조복시켜 보살의 법에 머물게 하며, 일체 세계를 방편의 힘으로 두루 나아가며, 분별을 떠나 묘행(妙行)을 닦아서 간단함이 없으며, 일체 중생을 잘 거두어 주고 한량없는 방편에 들어가서 업과 과보를 깨뜨리지 아니하며, 마음이 보리와 평등하고 보리가 마음과 평등함을 알며, 마음과 생각이 뒤바뀌고 소견이 뒤바뀜을 내지 않는 것이 불가사의이며, 생각생각마다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가 모든 번뇌를 다하지만 진실한 경계에 들지 않고 세간법이 곧 부처님 법인 줄 알지만 둘도 없고 변함도 없음을 아는 연고이니 이것이 열 번째 불가사의니라.
십회향(十廻向)의 행(行)을 말하다
"무엇이 몸의 업이며, 무엇이 몸이며, 무엇이 말이며, 무엇이 말의 업을 깨끗이 닦음이며, 무엇이 수호함을 얻음이며, 무엇이 마음이며, 무엇이 마음을 냄이며, 무엇이 두루한 마음이며, 무엇이 깊은 마음이며, 무엇이 결정한 지혜이며, 무엇이 결정한 지혜로 세계에 들어감이며, 무엇이 결정한 마음으로 중생계에 들어감이며, 무엇이 익힌 버릇이며, 무엇이 가짐이며, 무엇이 불법에 들어감이며, 무엇이 불법을 성취함이며, 무엇이 생사를 여의는 길이오니까?"
2. 환희행(歡喜行)을 말씀하시다
보살은 열 가지 힘으로 유지된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은 열 가지 힘으로 유지함이 있으니 무엇이 열인가. 부처님의 힘으로 유지되며, 서원력의 힘으로 유지되며, 법의 힘으로 유지되며, 중생의 힘으로 유지되며, 업의 힘으로 유지되며, 행의 힘으로 유지되며, 경계의 힘으로 유지되며, 때의 힘으로 유지되며, 착한 힘으로 유지되며, 지혜의 힘으로 유지함이니 이것이 열이니라."
요익행(饒益行)으로 의지가 있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은 열 가지 의지가 있어서 보살의 행을 하나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함을 의지하여 보살행을 하며, 일체 중생을 부처님께 이끌어 의지하여 보살행을 하며, 선근을 쌓아 보살행을 하며, 청정불국토를 장엄하여 보살행을 하며, 일체 중생과 함께 함으로 보살행을 하며, 바라밀에 깊이 들어감으로 보살행을 하며, 보살의 원을 만족하여 보살행을 하며, 보리심에 의지하여 보살행을 하며, 부처님에 의지하여 보살행을 함이니, 이것이 보살행의 열 가지이니라."
보살에게는 열 가지 불가사의한 일이 생긴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은 열 가지 불가사의한 일이 있으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모든 선근이 불가사의한 일이며, 온갖 서원이 불가사의한 일이며, 온갖 서원을 이룸이 불가사의한 일이며, 일체의 법이 환(幻)과 같음을 아는 것이 불가사의한 일이며, 법에 들어가서 머물러 있으나 열반에 들어가지 않고 모든 서원을 이루지 못한 연고인 것이 불가사의한 일이며, 자비와 서원을 버리지 않고 중생을 구호함이 불가사의한 일이며, 자비와 서원을 버리지 않고 중생을 구호함이 불가사의한 일이며, 보살도를 닦으면서도 하늘에서 내려와 태에 들어가 탄생하고 출가하고 고행하고 도량에 나아가서 마군중을 항복받고 바른 깨우침을 이루고 법륜을 굴리어 열반에 들며, 신통변화가 자유자재하여 쉬지 않으면서 자비와 서원을 버리지 않고 중생을 구호함이 불가사의한 일이니라."
보살은 열 가지 해탈문이 있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은 열 가지 해탈문이 있으니 무엇이 열인가.
몸이 모든 세계에 두루하면서 해탈을 함이요, 모든 세계에 한량없는 가지가지 모양을 나투는 두루 해탈함이요, 한 세계에 들어가 두루함의 해탈문과 일체 중생의 가지는 힘의 해탈문과 일체 부처님의 장엄한 몸으로 모든 세계에 가득하여 두루하는 해탈문과 제 몸 가운데 일체 세계를 보는 해탈하는 문과 잠깐 동안에 일체 세계에 나아가는 해탈문과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가 보이는 해탈문과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에서 나오는 해탈문과 한 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출현함을 보이는 해탈문과 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의 유희하는 신통력을 나타내는 것이 열반이니라."
3. 등각위(等覺位)를 말씀하시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은 업을 깨닫고 근본을 깨닫고 법과 법계를 깨닫고, 생사 없는 지혜를 알아서 불법에 자유자재하여 지혜 삼매 관찰로 시방에서 불사를 짓는 연고라. 만일 이 법에 편안히 머물면 위없는 여래의 지혜를 얻느니라."
4. 묘각위(妙覺位)를 말하다
"불자여, 보살 마하살이 저 도솔천에 머무는 데 짓는 선업(善業)이 있으니, 첫째는 욕심 세계의 천자들을 권하여 쾌락을 여의고 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둘째는 천상 세계 천인들을 위하여 여러 선정과 해탈을 드나들되 실다운 지혜를 내어 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셋째는 또 보살 마하살은 도솔천에 머물러 삼매에 드나니 이름이 광명장엄이라. 몸에서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고 목숨을 다하면 도솔천에 태어나 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넷째는 보살 마하살은 도솔천의 보살들을 보고 도솔천에서 내려오고 어머니 태에 들고 출가하고 도량에 나아가서 가장 큰 장엄을 갖추며 선업을 떠나지 않음이라. 다섯째는 보살 마하살은 저 도솔천에 머물 때 욕심세계의 천마(天魔) 파순(波旬)이 보살업을 파괴하려고 보살의 처소에 이르거든 보살은 마의 군대를 꺽어려고 지혜의 문에 머물러 마왕 파순으로 하여금 편의를 얻지 못하게 하느니라."
♧능지자(能知者)와 전능자(全能者)
인도에 마하리쉬(Maharishi) 벵가타라만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분은 일생 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한 사람입니다. 그는 스스로 산에 들어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았습니다. 그의 과거는 매우 복잡하기도 한 고뇌의 세월이었으나 이제는 편안한 삶을 얻은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름은 순다람 이었고, 변호사였기 때문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순다람은 둘째 아들을 얻자, 이름을 벵가타라만이라고 지어 주었습니다. 벵가타라만 12살 되던 어느날 벵가타라만이 학교에서 돌아오자, 사람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벵가타라만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의 어머니가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 앞에서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왜 사람들은 슬퍼할까? 그리고 어머니는 왜 저리도 슬퍼하면서 우실까? 아버지는 저렇게 침대 위에 누워 있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한 벵가타라만은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요. 여기 이렇게 계시잖아요."
이 때 그의 삼촌이 가련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얘야, 벵가타라만아! 아버지를 불러 보아라. 그리고 아버지를 흔들어 보아라. 아버지는 대답을 못하신단다. 이제 너와 같이 밥도 못 먹고, 너와 함께 살 수도 없게 되었단다. 그런 것을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이란다."
삼촌은 죽음에 대해서 자세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나 벵가타라만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들 그럴까. 아버지가 저기 저렇게 누워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아버지가 죽었단 말인가.'
이렇게 의문을 품은 벵가타라만은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 육신은 죽었다고 하자. 그러나 육신도 저기 저렇게 있지 않는가. 그는 죽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 하고 부르면 늘 아버지는 대답을 하시곤 하였다. 그는 죽을 리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니 참으로 이상하다.'
죽은 자는 누구인가
그 후 벵가타라만은 그의 삼촌 집에서 공부를 하였고, 거기서 자랐습니다. 그는 자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였고 『63명의 성자』라는 책을 읽다가 홀연히 출가하고 싶은 마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의 나이 17세 때 평범한 소년으로부터 위대한 성인의 길을 걷게 되는 아주 중요한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는 아주 이상한 아이였습니다. 그는 '나는 어쩌면 죽을지 모른다.' 는 생각을 자주 했고 그런 생각을 하니, 모든 것이 두려웠습니다. '아니야, 내가 죽을 순 없어, 내가 만약 죽는다면 아버지처럼 된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을 한번 생각하니까 자꾸 그런 쪽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이 찾아온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까, 죽을까? 그런데 어떻게 죽는단 말인가? 나 스스로 죽지 않고, 정확히 말하여 나를 죽이지 않고, 내가 어떻게 죽는단 말인가. 육체는 죽는다. 그러면 정신도 죽을까.'
그는 수도 없이 스스로 죽음과 삶이라는 것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였습니다. 또 이렇게 혼자서 죽는 장면을 경험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는 침대 위에 누워 전에 아버지가 누워 있었던 것처럼 팔다리를 쭉 펴고, 몸을 뻣뻣하게 만들고, 입을 꼭 다물고, 눈은 감고, 숨을 죽이고서 생각하였습니다.
그렇다. 나는 죽었다. 그렇게 되면 나를 사람들이 메고 나가 장작더미 위에 올려 놓고 불을 놓으면 활활 타고 죽은 몸은 다 타버리고 재가 되고, 그 후엔 아버지처럼 갠지스 강에 뿌려지겠지. 그런데 육신은 태워서 없앤다고 하자. 그러면 '나 벵가타라만'은 어떻게 태울까? 사람들이 둘러 보면서 "삼촌 그리고 형, 나를 태워 보세요. 나는 태우지 못하잖아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나는 아무리 해도 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또 다른 자신을 본 것입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내부에 초월적인 영(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 나는 절대로 태울 수 없는 존재다. 나는 누구도 태울 수 없다. 나 자신도 나를 죽일 수 없다.' 그는 죽는다는 것은 단지 육체만이 죽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육체는 죽을지라도 절대로 '나'라고 하는 영혼은 죽이지 못한다. 그는 태울래야 타지 않는, 즉 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절대로 태워지지 않는 물건〔一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영혼은 육체를 초월한 것이므로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얻어낸 해답을 가지고 무한한 광명을 얻습니다. 이것은 살아있는 진리로서 섬광처럼 큰 빛을 발하는 광명입니다. 내 안에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 꿈틀거리면서 하늘로 큰 빛줄기를 쏘아대는 자신! 그렇다. 나는 매우 실재적(實在的)인 존재이다. 나는 죽지 않는 생명이다. 그리고 나의 육체와 의식적인 모든 행위는 그 '나'에 집중되고 있다. 그는 그 후 '나'라는 '나' 곧 '진아'라는 자신에 초점이 맞춰지고 죽음에 대한 공포라든가 의심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모든 것을 안다는 그 자는 곧 전지자(全知者)요, 모든 것을 마음먹은 대로 행하는 '나'가 곧 전능자(全能者)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던 것입니다.
화엄경백일법문(華嚴經百日法門) -장산 저- 불광출판부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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