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남전(南泉)이 천태(天台) 국청사에서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에게 하직을 고하니, 한산이 묻는다.
“어디로 가시오.”
“돌다리(石橋)로 다녀오겠습니다.”
한산이 다시 물었다.
“무엇을 하시려오.”
“오백 나한에게 예배드리러 갑니다.”
“내가 듣건대 오백 나한이 몽땅 암소가 되었다는데요.”
선사가 말했다.
“아이고! 아이고!”
한산이 말했다.
한산이 말했다.
“비록 후생(後生)이지만 늙은 작가 같구나.”
선사가 답하였다. “허허(噓噓)!”
염·송·어
선사가 답하였다. “허허(噓噓)!”
염·송·어
풍혈(風穴)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남전이 말하기를 ‘돌다리로 간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소매를 벗어난 칼날은 제법 날카로우나 털끝만치도 어긋남이 없는 매끄러운 돌다리이니라.”
“남전이 ‘오백 나한에게 예배하러 간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땅에 가득 우거진 이끼야말로 참으로 성스러운 경계라 6통(六通) 존자가 거기서 사느니라.”
다시 중이 물었다.
“‘오백 나한이 모두 암소가 되었다’고 한 뜻은 무엇입니까?”
“작자는 지위 없는 지위에 머무르지 않고, 털을 뜬 무리는 범부와 성인의 기틀에 섞이느니라.”
“남전이 ‘허허’한 뜻은 무엇입니까?”
“서로 만나 피를 시험하고는 가벼이 손가락을 튕기고, 그럭저럭 남들로 하여금 소만을 듣게하지 말라.”
감상
한산과 습득은 천태산 국청사에서 밥찌꺼기를 얻어먹고 사는 거지이자 미친 선승이다. 남전이 한산을 만났다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서로가 지닌 도력을 알고자 함이 아닐까. 풍혈 선사가 ‘피를 시험’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리라.
남전과 한산의 대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아이고 아이고’하는 통곡소리이다. 오백 나한이 몽땅 암소가 되었다고 하였으니 남전이 한산의 질문에 적절히 응수한 것이다. 이 소리를 듣고 한산은 남전이 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후생이 가외라. 이 말을 듣고 남전은 ‘허허’하고 웃는다.
정현종은 한산에게 드리는 시 〈거지와 광인〉에서 누가 거지이고 누가 광인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 마지막을 ‘구걸이든 미친 짓이든/ 寒山이나 프란체스꼬/ 덤으로 그 人寸의 그림자들쯤이야/ 필경 우주의 숨통이리라’라고 끝맺고 있다. 우주의 숨통은 아니라도 그 그림자 근원에 살고 싶은 것이 중생의 마음일 것이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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