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염송

[스크랩] 禪門拈頌 31. 마음도 부처도 아니다(非心非佛)

수선님 2018. 8. 19. 12:26

깨침과 깨달음

 

본칙

남전(南泉)이 시중(示衆)할 때 말하였다.

“강서(江西)의 마대사(馬大師)는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거니와 왕노사(王老師)는 그렇지 않다.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허물이 있는가?”

이때 조주(趙州)가 나와서 절을 하고 돌아가니, 어떤 중이 조주에게 묻었다.
 
“스님! 절을 하고 돌아가는 뜻이 무엇입니까?”
 
조주가 대답했다.
 
“그대는 화상에게 물어보라.”

그 중이 선사에게 묻되
 
“아까 조주 상좌가 절한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가 도리어 나의 속마음을 알았구나.”

염·송·어

대각련(大覺璉)이 송했다.

“어두운 밤 빈 방에 도적이 들었는데
곁에는 다행히 선타식(仙陀識)이 있었네.
기회 보아 잡지 않고 놓아주었더니
들어왔다 또다시 이웃집을 뒤졌네.
이웃집에 숨어들어 가시밭에 숨으니, 돌(口出)!
훔친 물건 많아도 우리 것 아닐세, 돌(口出)!”

취암종(翠岩宗)이 송했다.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라니
나타(那陀)가 밤중에 창룡(蒼龍)굴에 들었네.
쇠채찍으로 명월주(明月珠)를 때려부수니
온 누리가 먹물 본 듯 하여라.”

묘지곽(妙智廓)이 송했다.

“마음도 부처도 물건도 아니라니
모두가 원앙새를 억지로 수놓은 것일세.
같은 기개 마주 봐도 주저하나니
금강의 골통 뒤에 무쇠쪽을 첨가했구나.”

황룡심(黃龍心)이 ‘마음도 부처도 물건도 아니라’는 것을 듣고 말했다.

“옛 사람의 이전 말이 마치 대통으로 표범을 엿보는 것 같아서 겨우 한 무늬만을 보았다 하노라. 설사 숲에 들어가도 풀을 흔들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파도를 움직이지 않는다 하여도 역시 말을 타고 빙판 위를 걷는 것 같다. 만일 새매를 쏘는 솜씨라면 어찌하여 뱀 대가리 위에서 가려움을 긁지 않는고? 관문을 통과한 이는 시험 삼아 가려보라.”

감상

남전은 마음이고 부처고 물건이고 모든 것을 다 부숴버렸다. 마음이 곧 부처라는 명월주(明月珠)를 때려부수니 온 세상이 캄캄하다.

마음이 곧 부처라면 마음에 집착하기 쉬운 까닭에 그 마음마저 부수고 나니 캄캄한 세상에서 새로운 빛이 탄생한다.

남전이 이렇게 철저하게 스승 마대사를 부정할 때 스승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 남전의 제자 조주다. 마음을 잃으면 어떻게 하나 조바심 많은 납자들에게 남전의 기개는 금강의 골통을 때려 부순 것처럼 후련한 소식을 전해준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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