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남전(南泉)이 육긍(陸亘)대부와 이야기를 하던 차에 대부가 말하니 “조법사(肇法師)가 말하기를 ‘하늘과 땅이 나와 같은 뿌리요,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하니 참으로 이상합니다”하니 선사가 뜰 앞의 꽃을 가리키고 대부를 부르면서 말하되 ‘요새 사람들은 이 한 포기의 꽃을 보면 마치 꿈같이 여기느니라’ 하였다.
염·송·어
설두현(雪竇顯)이 송했다.
“듣고 보니 느끼고 아는 일 낱낱이 아니니
산과 강도 거울 속에서만 보는 것 아닐세.
서릿발 어린 밤하늘에 달 기울었는데
누구와 어울려서 맑은 못에 그림자 비치울까?”
원오근(圓悟勤)이 송했다.
“산이 기름지니 돌에 옥이 들었고
숲이 수려하니 물에 여의주가 있다.
이 한 포기 꽃 보기를 꿈 같이 여기노니
뿌리와 몸이 분명히 같은 것이 아니로세.
왕노사(王老師)여!
규모(規模)를 벗어나서
장안의 시끄러운 곳 찾아 들어가
유유히 육대부(陸大夫)를 부를 줄 알았네.”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다.
“하늘과 땅 본래부터 같은 뿌리임을 안다면
우정 와서 남에게 묻지는 않았으리.
도리어 남전의 친밀한 지시 받으니
꿈속의 봄빛에 한가로이 꽃 되었네.”
옥천선(玉泉仙)이 송했다.
“같은 뿌리의 천지에는 초연치 않고
꽃이 꿈같다 함은 근원을 가르쳤다.
겁(劫) 뒤에 그림자 없는 나무 다함께 가꾸니
사람들로 하여금 남전을 추억케 하는구나.”
영원청(靈源淸)이 상당하여 말했다.
“남전은 허공으로 북을 삼고 육긍은 수미산으로 망치를 삼아 한번 치매 소리 아는 이는 근원의 본체를 끝까지 규명했다. 건곤의 만가지 변화가 몽땅 남음이 없는 경기에 드니 이로부터 보배 광이 활짝 열리어 기풍이 푹 늘어지게 되었다. 남을 구제하는 공이 또 무엇을 더하랴? 하물며 모든 것이 모두 구족함이겠는가!”
감상
남전과 육긍대부는 서로 친교가 있었을 것이다. 육긍대부는 노장계의 조법사와 또한 친교가 있었던 것같다. 조법사의 말을 빌어 불법의 대의를 묻는 것이 육긍대부의 질문이다.
심문분(心聞賁)은 ‘조법사가 허공을 꽉 막으니 왕노사가 몸을 숨길 곳이 없다’고 염했다. 그러나 고양이를 단칼에 벤 남전의 선기는 첨예했다. 조법사의 말을 뛰어 넘어 남전은 ‘이 한 포기 꽃을 보면 마치 꿈같이 여깁니다’라고 답변한다.
옥천선(玉泉仙)의 ‘겁 뒤에 그림자 없는 나무를 함께 가꾼다’는 송은 근원을 적시한 남전의 답이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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