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方廣佛入不思義解脫境界普賢行願品)
길이 있으나 지혜바다는 밖이 없고, 망혹은 취함이 아니나 그윽함은 비어 있지 않는도다. 사상(四相)의 불도 태울 수 없고, 만화(萬化)의 문(門)에 다 들어감이니, 진속(眞俗)에 명합(冥合)하되 하나가 아니며, 천 가지로 변화하여도 많음은 아니로다. 사리(事理)가 교철(交徹)하여 쌍망(雙亡)하며, 성품으로 모양을 융합함이 무궁하니 진나라 거울이 서로 비춤과 같으며, 황제의 구슬이 서로 비춤과 같아서, 중중(重重)히 비추어 역력(歷歷)히 나투는지라.
고(故)로 공에 이르름을 찰나에 원만하게 하고, 부처님 경계를 터럭 끝에서도 얻음이라. 모든 부처님 마음 가운데서 중생들이 부처를 짓고, 중생의 마음 속에서 모든 부처님이 생각생각에 증득하도다.
한 글자 법문을 바닷물을 먹으로 써도 다하지 못하고, 한 터럭 같은 선(善)이 공계(空界)가 다하되 그는 다함이 없도다.
보현행을 실천한 중국의 보제선사(普濟禪師)
화엄종의 초조(初祖) 두순(杜順)은 보현행을 닦은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종남산의 보제 선사도 보현행의 실천가로 이름나 있습니다.
보제(普濟)선사는 보원(普圓)화상에게 머리를 깍고 중이 되어 두타행(頭陀行)으로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는 화엄경을 접하고는 신심이 나서 늘 화엄경을 읽고 외웠다 하였습니다. 특히 보현행원품을 읽고 외워서 늘 보현보살처럼 살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나 표범을 만나서 몸을 주려고 하여도 호랑이는 슬그머니 피했다고 합니다. 북주시대에 선사는 불교탄압이 일어나자 태백산(太白山)에 숨어 들어가서 목숨을 보전하였다. 그 후 그는 불교탄압이 끝나자 마을로 내려와서 보현행을 닦아서 현수국(賢首國)에 태어나길 바라면서 사신공양(捨身供養)을 맹세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에는 이미 수문제가 불교를 다시 흥왕시키고자 불교부흥운동을 벌이고 있을 때입니다. 그는 불교가 융성해지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고, “마침내 나의 원이 이루어졌다” 하고 높은 바위에 올라가서 사홍서원을 외치면서 몸을 날려 아래로 떨어져 사신공양(捨身供養)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에 사람들이 그 곳에 백탑(白塔)을 세워서 스님을 추도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보제선사의 전기는 화엄경(華嚴經)전기(傳記)권4에 실려 있습니다.
또 변재(辯才)라는 스님도 보현행원을 닦고자 노력하여 화엄경을 읽고 외우기를 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번뇌로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고 장애를 많이 받자 몸을 깨끗이 하고 향내 나는 상자를 만들어 그곳에 화엄경을 넣고 머리에 이고 독송하기를 3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꿈을 꾸었는데 보현보살이 꿈속에 나타나서 화엄경의 심오한 이치를 깨닫고 보현행으로 살기를 원력으로 세우고 화엄경의 가르침대로 살라고 하였다 합니다.
화엄경의 보현행원품에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 백천 가지 장애가 일어나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성내면 모든 악의 근원이 이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법장은 탐현기(探玄記)권16에서 전설결정비니경(傳說決定毘尼經) 가운데 경의 한 구절을 취하여 말하였습니다. “보살은 차라리 백천 가지 탐내는 마음을 일으킬지언정 한 번이라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네. 대비(大悲) 어긋나는 해로운 일은 이보다 더한 것은 없기 때문이네.”
욕심을 백천 가지로 낼 것이라도 만약 한 번이라도 성낸다면 이는 보현보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보살은 이와 같이 성내거나 살생, 또는 기타 악한 일을 일으키는 마음조차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과 살생하지 않는 것과 보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 다면 이 사람은 반드시 천상의 세계에 난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불교탄압을 하여도 성내지 않고 열심히 수행하였기에 불교의 발흥을 돕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허공과도 같은 마음을 갖는다면 이는 분명 보살의 마음일 것입니다.
보현행원에서 ‘모든 업장을 참회하다.’ 라는 분이 있습니다.
지난 세상 내가 지은 모든 악업은
선 잘 내고 욕심부리고 어리석어서
몸과 말과 뜻으로써 지었어라
제가 이제 모두 다 참회합니다.
라는 말씀입니다. 참회한다는 것은 과거세에서 지금 생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악한 행과 마음을 참회하는 것입니다. 참회라는 것은 적극적인 삶을 이루고자 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보통 우리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사는 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설사 안다 할 지라도 그것을 고치려고 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어떤 일을 한다고 하여도 모두 허사입니다. 몸으로 지은 잘못된 일도 많거니와 마음으로부터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남이 지은 공덕(功德)을 기뻐하는 일입니다. 경전에,
시방세계 여러 종류 모든 중생들
성문, 연각, 배우는 사람, 다 배운 사람
제불(諸佛)보살(菩薩)모든 공덕
지극한 마음으로 받들어 기뻐합니다.
만이 공덕을 칭송하고 따라 기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인 것 같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형제가 아닌 것이 다행입니다. 남이 땅을 사는데 왜 내가 배가 아파야 하고 고민을 해야 하느냐 이겁니다. 오히려 부처님 마음으로 남이 땅을 사면 ‘아! 그는 열심히 살아서 땅을 사는구나’ 하고 그의 노력을 칭송하고 찬탄하여야 합니다. 남을 칭찬하면 사람들로부터 그도 역시 칭송을 받습니다. 경문에 중생의 공덕이나 제불 보살님의 공덕이나 그것도 지극한 마음으로 칭송하고 찬탄한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산을 지키는 나무와 풀들은 사실은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입니다. 소나무와 또는 귀하다고하는 산삼이나 이런 것이 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전혀 이름도 또는 모양도 잘 모르는 그런 것들이 산을 푸르게 하고, 이름 모를 돌멩이와 보잘 것 없다고 하는 흙 한 줌이 산을 지킵니다. 징그럽다고 하는 뱀도 어찌 보면 사람보다 먼저 그 산의 주인이 되어서 살고 있습니다. 산에 개미 한 마리도 없는 산이라면 살아있다는 말을 듣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에 대한 공덕을 찬탄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진실로 모든 것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 그리고 고마움들입니다. 보현행에서 이와 같이 마음부터 몸에 이르기까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씀이 아닌가 합니다.
아래에 보현행원품 가운데 중요부분만을 싣습니다.
서분, 정종분, 제불예경, 여래찬탄, 광수공양, 제업장 참회, 수순공덕, 법륜전법, 항순중생, 보회향 등입니다.
1. 서분(序分)
경문 그 때에 보현보살 마하살은 부처님의 거룩한 공덕을 찬탄하고 여러 보살과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부처님의 공덕은 비록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많은 부처님 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 같은 많은 수의 겁을 계속하여 말할지라도 끝까지 다하지는 못할 것이니라. 만일 그와 같은 공덕을 이룩하려면 마땅히 열 가지 큰 행원(行願)을 닦아야 하느니라.”
2. 정종분(正宗分)
열 가지 서원(誓願)의 이름
“그 열 가지 원이란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함이 그 하나요, 부처님을 우러러 찬탄함이 그 둘이며, 널리 공양함이 그 셋이요, 스스로의 업장을 참회함이 그 넷이며, 남의 공덕을 따라 기뻐함이 그 다섯이요, 설법하여 주기를 간청함이 그 여섯이며,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시기를 간청함이 그 일곱이며,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움이 그 여덟이며, 항상 중생을 수순(隨順)함이 그 아홉이요, 모두 다 회향함이 그 열이니라.”
선재동자가 아뢰었다.
“거룩하신 분이시여, 어떻게 예배하고 공경하오며, 어떻게 회향하오리까?”
제불예경(諸佛禮敬)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부처님께서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수의 모든 부처님들께 보현의 수행과 서원의 힘으로 깊은 믿음을 일으켜 눈앞에 뵈온 듯이 받들고 청정한 몸과 말과 뜻으로써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니라. 낱낱 부처님께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아주 작은 티끌만큼 많은 부처님께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아주 작은 티끌만큼 많은 부처님께 두루 절하는 것이니 허공계가 다하여야 나의 이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하려니와 허공계가 다하여야 나의 이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함이 없느니라. 이와 같이 중생의 세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야 나의 예배함도 다하려니와, 중생계와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이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함이 없느니라. 일념(一念)으로 계속해서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제불찬탄(諸佛讚歎)
“선남자여, 부처님을 찬탄한다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작은 낱낱 티끌 가운데 모든 세계의 작은 티끌수의 부처님이 계시고, 부처님 계신 데마다 보살 대중이 모여와 둘러싸 모시는 것이니 내가 마땅히 깊고 훌륭한 알음알이로 앞에 나타나듯 알아보며, 변재천녀의 미묘한 혀보다 더 훌륭한 혀를 내어 그 낱낱 혀로 그지없는 소리를 내고 낱낱 소리로 온갖 말을 내어 부처님들의 모든 공덕을 찬탄하며, 오는 세월이 다하도록 계속해서 그치지 않아 법계가 끝난 데까지 두루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번뇌가 끝나야 나의 찬탄이 끝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중생의 번뇌가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찬탄도 끝남이 없나니 염념히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광수공양(廣修供養)
“선남자여, 널리 공양한다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작은 티끌의 그 하나하나마다 일체 세계의 작은 티클 만큼 많은 수의 부처님이 계시고, 부처님 계신 데마다 갖가지 보살 대중이 모여서 둘러싸 모시는 것이니 내 보현의 수행과 서원의 힘으로 깊은 믿음과 지혜를 일으켜 눈앞에 나타나듯 알아보며, 훌륭한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나니 이른바 꽃과 꽃 타래와 하늘음악과 하늘일산과 하늘 옷과 여러 가지 하늘 향과 바르는 향. 사르는 향. 가루 향과 이와 같은 것들의 낱낱 무더기가 수미산과 같으며, 여러 가지로 켜는 등불은 향유등 같은 것이 심지는 각각 수미산 같고 기름은 바닷물 같아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항상 공양하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공양 가운데는 법공양이 으뜸이니라.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과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공양과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 공양과 중생들의 고통을 대신하는 공양과 착한 바탕 닦는 공양과 보살의 할 일을 버리지 않는 공양과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 공양들이 그것이니라.
선남자여, 먼저 말한 여러 가지로 공양한 한량없는 공덕을 한 생각 잠깐 동안 법으로 공양한 공덕에 비하면, 그 백분의 일이 못 되고 천분의 일도 못 되며, 백천구지 나유타분의 일, 가리분의 일, 산분. 수분의 일, 유분의 일, 우파니사타분의 일도 못 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들은 법을 존중하기 때문이며,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함이 부처님을 내기 때문이며, 만일 보살들이 법공양을 행하면 이것이 곧 부처님께 공양함을 성취하는 것이며, 이와 같이 수행함이 진실한 공양이기 때문이니라. 이는 넓고 크고 가장 훌륭한 공양이니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번뇌가 끝나 수 없으므로 나의 이 공양도 끝나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생각 생각이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업정참회(業障懺悔)
“선남자여, 업장을 참회한다는 것은 보살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지나간 세상 비롯 없는 겁 동안에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탓으로 몸과 말과 뜻을 놀리어 악한 업을 지음이 한량없고 가이없으니 만일 그 악한 업이 형태가 있다면 끝없는 허공으로도 그것을 다 용납 할 수가 없을 것이니라. 내가 이제 청정한 세 가지 업으로 법계에 두루 찬 아주 작은 티끌 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 대중 앞에 지성으로 참회하고 다시는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며, 깨끗한 계율의 모든 공덕에 항상 머물겠나이다.’ 하는 그 마음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번뇌가 끝나야 나의 참회도 끝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중생의 번뇌가 끝날 수 없으므로 나의 이 참회도 끝나지 않느니라. 염념히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수순공덕(隨順功德)
“선남자여, 남의 공덕을 따라 기뻐한다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만큼 많은 수의 여러 부처님들이 처음 마음낸 때로부터 모든 지혜를 위하여 복덕을 부지런히 닦을 적에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말 할 수 없는 많은 부처님 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만큼 많은 수의 겁을 지나는 동안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많은 부처님 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만큼 많은 수의 머리와 눈과 손과 발을 버렸느니라.
이와 같이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하면서 갖가지 바라밀다문을 원만히 갖추엇고 갖가지 보살의 지혜에 들어가 모든 부처님의 가장 훌룽한 보리를 성취하였으며, 열반에 든 뒤에는 그 사리를 나누어 공양하였나니 그 모든 착한 바탕을 나도 따라 기뻐하며, 또 시방 모든 세계의 여섯 갈래 한 티끌만항 것이라도 내가 모두 따라서 기뻐하느니라.
또한 시방 삼세 모든 성문과 벽지불의 배우는 이와 배울 것 없는 이의 온갖 공덕을 내가 모두 따라서 기뻐하느니라.
또한 시방 삼세 모든 성문과 벽지불의 배우는 이와 배울 것 없는 이의 온갖 공덕을 내가 모두 따라서 기뻐하며, 모든 보살들이 한량없이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닦으면서 가장 높은 보리를 구하던 그 넓고 큰 공덕을 내가 모두 따라서 기뻐하나니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함께 기뻐함은 끝나지 않느니라. 염념히 계속하여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좋은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청전법륜(請轉法輪)
“선남자여, 설법하여 주기를 청한다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작은 티끌 하나하나마다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많은 부처님 세계의 작은 티끌같이 많은 수의 넓고 큰 부처님 세계가 있고, 그 낱낱의 세계 안에서 잠깐 동안에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많은 부처님 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만큼 많은 수의 부처님들이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지라, 모든 보살대중이 둘러앉아 있나니 내가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갖가지 방편으로써 법문 설하여 주기를 은근히 청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번뇌가 끝나더라도 내가 모든 부처님께 항상 바른 법 설하여 주기를 청함은 끝남이 없을 것이니 염념히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항순중생(恒順衆生)
“선남자여, 중생의 뜻에 항상 따른다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여러 가지 차별이 있어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으로 나나니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을 의지하여 살기도 하고, 허공을 의지하여 살기도 하며, 풀과 나무를 의지하여 살기도 하는 바 여러 가지 종류와 여러 가지 몸과 여러 가지 형상과 여러 가지 모양과 여러 가지 성질과 여러 가지 소견과 여러 가지 욕망과 여러 가지 뜻과 여러 가지 위의와 여러 가지 의복과 여러 가지 음식으로 여러 시골의 마을과 도시의 사람 큰 집에 사는 이들이며, 내지 하늘과 용. 팔부 신장과 사람인 듯 아닌듯한 것들이며, 발 없는 것. 두발 가진 것. 네발 가진 것과 여러 발 가진 것이며, 몸 있는 것. 몸 없는 것. 생각 있는 것. 생각 없는 것. 생각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 없는 것도 아닌 것 따위를 내가 모두 그들에게 수순하여 갖가지로 섬기고 갖가지로 공양하기를 부모같이 공경하고, 승승과 아라한과 내지 부처님이나 다름이 없이 받들며, 병든 이에게는 의원이 되고, 길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을 보여주고, 캄캄한 밤에는 빛이 되며, 가난한 이에게는 묻혀 있는 보배를 얻게 하면서 이렇게 보살이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이롭게 함을 말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보살이 중생을 수순하는 것은 곧 부처님께 순종하여 공양하는 것이 되고, 중생들을 존중하여 섬기는 것은 곧 부처님을 존중하여 받드는 것이 되며, 중생들을 기쁘게 하는 것은 곧 부처님을 기쁘게 함이 됨이요, 그 까닭은 부처님은 자비하신 마음으로 바탕을 삼으시기 때문이니라. 중생으로 인하여 큰 자비심을 일으키고, 자비로 인하여 보리심을 내고, 보리심으로 인하여 정각을 이루심이 마치 넓은 벌판 모래사장에 서 잇는 큰 나무의 뿌리가 물을 만나면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무성함과 같으니 나고 죽는 광야의 보리수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일체 중생은 뿌리가 되고 부처님과 보살들은 꽃과 열매가 되어 자비의 물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면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의 지혜의 꽃과 열매를 이루느니라. 왜냐하면 보살들이 자비의 물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게 달렸으니 중생이 없으면 모든 보살이 마침내 가장 훌륭한 정각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 이치를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중생에게 마음을 평등히 함으로써 원만한 자비를 성취하고, 자비심으로 중생들을 수순함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함을 성취하는 것이라’ 고 알아야 하느니라. 보살은 이와 같이 중생을 수순하나니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수순함은 다함이 없느니라. 일념으로 계속하여 잠깐도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보개회향(普皆廻向)
“ 선남자여, 모두 다 회향한다는 것은 처음 예배하고 공경함으로부터 중생의 뜻에 수순함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공덕을 온 법계. 허공계. 일체 중생에게 회향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항상 편안하고 즐거움을 얻게 하고 병고가 없게 하기를 원하며, 하고자 하는 나쁜 짓은 모두 이뤄지지 않고 착한 일은 빨리 이루어지며, 온갖 나쁜 갈래의 문은 닫아버리고 인간이나 천상이나 열반에 이르는 바른길을 열어 보이며, 중생들이 쌓아온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모든 무거운 고통의 과보를 내가 대신하여 받으며, 그 중생들이 모두 다 해탈을 얻고 마침내 더없이 훌륭한 보리를 성취하기를 원하는 것이니라.
보살은 이와 같이 회향하나니 허공계가 끝나고 중생계가 끝나고 중생의 업이 끝나고 중생의 번뇌가 끝나더라도 나의 회향은 끝나지 않고 일념으로 계속하여 쉬지 않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은 지치거나 싫어함이 없느니라.”
|
'화엄경-장산스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입법계품(入法界品)(10) (0) | 2018.09.02 |
---|---|
[스크랩] 입법계품(入法界品)(9) (0) | 2018.09.02 |
[스크랩] 입법계품(入法界品)(8) (0) | 2018.08.26 |
[스크랩] 입법계품(入法界品)(7) (0) | 2018.08.26 |
[스크랩] 입법계품(入法界品)(6) (0) | 2018.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