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이야기

[스크랩] 나한이야기

수선님 2018. 9. 9. 12:24
 

                            빈두로파라타 존자와 우진왕


 빈두로파라타존자는 ‘구섬미국’ 사람으로 한때 우진왕의 신하였다.

 ‘빈두로’는 이름이고 ‘파라타’는 성인데 우진왕을 도와 백성을 다스리다 우연한 인연으로 석가모니 부처님를 만나게 되었고, 결국 우진왕의 마음으로 움직여 출가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어느 날, 빈두로는 우진왕 앞에 나아가 간청했다.

 “임금님, 소신은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고 싶습니다. 모든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깨우침을 얻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소신을 남달리 아껴 주셨는데 앞으로도 잘 보살펴 주시길 간청합니다. ”

 우진왕은 빈두로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 출가를 하고 싶단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소신은 관직을 떠나 석가모니 부처님을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부디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이미 결심한 일이라면 난들 어찌 막겠소? 부디 성불하시기 바라오.”

 우진왕 역시 불교를 믿는 왕이라 신하인 빈두로의 뜻을 막지 않았다.

 바로 그 날로 출가하여 스님이 된 빈두로는 타고난 슬기와 노력으로 몸과 마음을 닦아 다른 수행자보다 앞서 진리를 깨우쳐 아라한이 되었다. 

 빈두로가 지혜와 공덕을 깨달은 뒤 우진왕은 자주 그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때는 스님의 지위가 가장 높아, 왕이라 할지라도 스님은 허리를 급혀 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빈두로 존자는 우진왕이 찾아와도 합장하고 예만 갖출 뿐이었다.

 “존자님, 잘 계셨습니까?”

 “예, 어서 오십시오.”

 둘은 허물없이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때 자기 신하였던 빈두로 존자가 그렇게 대해도 우진왕은 조금도 언짢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교를 믿지 않는 다른 신하들은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몹시 기분이 상했다.

 “임금님, 빈두로가 어쩌면 저렇게 건방지고 오만할 수가 있습니까? 아무리 아라한이 되었다 해도 직접 모셨던 임금님인데 마치 신도를 대하듯 하니 그 행동이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른 신하가 끼어들었다.

 “빈두로는 임금님을 아예 신도로 보고 옛일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빈두로는 아라한이 왕보다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짓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소?”

 우진왕은 주위에서 그렇게 속삭속삭 나쁜 말을 해도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간신들이 되풀이해서 나쁘게 말하자 우진왕도 조금씩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는 날, 그 날도 간신들의 말을 들은 우진왕은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좋아. 내가 오늘 빈두로를 찾아갔을 때 직접 밖으로 나와, 꿇어앉아 절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빈두로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 두고 보자!.

 그렇게 마음먹은 우진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빈두로 존자가 수행하는 동굴로 갔다.  

 하지만 비두로 존자는 그 일을 미리 알고 우진왕이 도착할 때쯤 동굴 밖까지 나아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이렇게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정말 영광입니다. 누추한 곳이지만 햇볕이 뜨거우니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빈두로 존자는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큰절을 했다. 

 ‘아니 이럴 수가......’

 우진왕은 너무 뜻밖이라 뜨끔했다.

 ‘내 마음을 먼저알고 있군. 과연...... .’

 우진왕은 빈두로존자의 태도를 보고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우진왕은 곧 말에서 내려 자신도 공손하게 예를 다한 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빈두로존자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우진왕은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안하고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다른 때는 내가 존자를 만나러 올 때 존자는 동굴 안에 그대로 앉아 나를 맞이했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바깥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 주셨는지요?”

 빈두로 존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임금님은 부처님을 정성껏 모시고 불. 법. 승 삼보를 존경하며 몸과 마음을 닦으셨지만 요즘은 다른 사람의 간사한 말을 듣고 불법을 멀리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전에는 임금님과 제가다 함께 부처님의 제자였기에 구태여 밖에까지 나가서 영접하지 않아도 서로가 반갑게  생각되었지만 오늘은 전과 달리 임금님이 마음속에 칼을 품고 오셨습니다. 얼굴에도 살기가 등등합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전처럼 앉아서 임금님을 맞이했다면 임금님의 무서운 칼이 제 목을 베어버렸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임금님께서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여 아라한을 죽이고 영원히 지옥의 고통을 받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보고만 있겠습니다까?”

 “빈두로 존자, 내가 정말 큰 죄를 지을 뻔했구려. 나를 용서하시오. 앞으로는 남을 의심하지 않고 오직 부처님의 말씀만 따르도록 할 테니 잘 이끌어 주시오.”   

 우진왕은 경솔하게 생각하고 함부로 행동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빈두로 존자를 감히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은 이만 일어나야겠소.”

 우진왕은 그 자리에오래 앉아 있기가 민망하여 그렇게 핑계를 대고 급히 궁으로 돌아갔다.


  

 

               

출처 : 대한불교용화법원미륵종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