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두로 존자와 목련존자의 신통이야기
어는 날, 빈두로존자와 목건련 존자가 일이 있어 함께 밖에 나왔는데 마침 길에서 ‘수제가’라는 사람을 만났다.
수제가는 전단목으로 만든 바리때를 높은 장대 끝에 매달아 놓고 이렇게 외쳤다.
“자, 여러분 장대 끝의 바리때를 내릴 수 있겠습니까?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도 안 되고 , 장대를 넘어뜨려도 안 됩니다. 바리때를 내리는 사람에게 상으로 저 바리때를 드리겠습니다. 할 수 있는 분은 어서 나와 보시오!”
그 때는 전단목 바리때라면 보물처럼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아주 돈 많은 부자가 아니면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값진 것이었다.
소문은 멀리까지 펴져나가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모두 높은 장대 끝에 매달린 전단목 바리때를 쳐다보고 한숨만 쉬었다.
“아유, 어림없는 일이야!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을 올라가지 않고 어떻게 내린단 말이야? 그림의 떡이지!?
모인 사람 가운데에는 수련을 하여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도 많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장대의 반까지도 뛰어오르지 못하고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 때 빈두로 존자가 목건련 존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부처님 제자 가운데 신통력이 가장 뛰어난 아라한이 아닙니까? 존자께서 한번 해 보시죠?”
그러자 목건련 존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몸을 날려 바리때를 집어내리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리때를 가져도 아무런 의미 없는 짓이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빈두로 존자가 말했다.
“하지만 신통력을 보면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몹시 부러워하지 않겠습니까?”
빈두로 존자의 마음을 잘 아는 목건련 존자가 말했다.
“그럼, 빈두로존자께서 한번 해 보시죠?”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잘 보시오!”
빈두로 존자는 신통력을 써서 하늘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장대 끝까지 올라가 주위를 빙빙 일곱 바퀴난 돈 뒤 손을 내밀어 전단목 바리때를 사뿐히 땅 위로 내려왔다.
그래도 그 높다란 장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서있었다.
“와, 훌륭한 기술이다.”
“신기하구먼, 신기해!“
그 모습이 너무 우아하고 신기하여 구경하는 사람 모두 정신을 잃고 보고 있다가 빈두로존자가 땅에 발을 디뎠을 때에야 천지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죽림정사에 돌아와 석가모니 부처님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부처님께서 잘 했다는 칭찬은커녕 빈두로 존자를 조용히 나무랐다.
“빈두로, 그것은 잘 한 일이 아니야. 수행자가 아닌 사람 앞에서 신통력을 보였다는 것은 불법을 널리 펴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아. 오히려 사람들은 불법이 무슨 재주나 묘기를 가르치고 보여 주는 것으로 잘못 알기 쉽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렇게 가볍게 행동하지 말도록 하여라.”
빈두로 존자는 곧 땅바닥에 꿇어앉아 잘못을 뉘우쳤다.
“부처님, 제가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앞으로 명심하고 다시는 가볍게 행동하지 않겠습니다.”
부끄러워 어쩔 수 모르는 빈두로 존자를 보고 부처님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위로해 주셨다.
“빈두로,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말아라. 너는 이미 많은 사람 앞에서 신통력을 보여 주었으니 그 사람들은 너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너는 계속 사람 세상에 머물면서 불법을 널리 알리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맺도록 하여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서 빈두로 존자는 이천여 년 동안 이 세상에 머물면서 불법을 널리 펴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빈두로 존자가 아직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중국의 5대(당,우,하,은,주) 때 오월왕인 ‘전류’라는 사람은 불교를 열심히 믿는 왕이었는데 한번은 어마어마하게 큰 법회를 열어 온 나라의 스님을 불러 모아 공양을 베풀었다.
그때 한 나이 많은 스님이 왕에게 말했다.
“임금님, 이 속에 대아라한 한 분이오실 테니 그 분을 위해가장 좋은 자리 하나를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왕은 그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물어 보았다.
“도대체 어떤 분이신가요?”
“예, 그 분은 빈두로 존자인데 출가 스님들에게 공양을 베풀어 놓고 정성껏 초청하면 꼭 그 자리에 오시는 대아라한 이십니다.”
왕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가장 좋은 자리 하나를 마련해 놓고 아무도 그 자리에는 앉지 못하게 하였다.
“여기는 아라한 한 분이 앉을 자리입니다. 그분이 오실 때까지 누구도 앉아서는 안 됩니다.”
법회가 진행되어 해가서산으로 기울 무렵 갑자기 서산 너머에서 기이하게 생긴 노스님이 법회 장으로 날아왔다.
노스님은 바짝 야윈 몸매에 힌 눈썹이 무릎까지 닿을 정도로 길었다. 노스님은 창문을 통해 날아들어 오더니 주위를 빙둘러보고 그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다른 스님들과 함께 음식과 과일을 즐겁게 먹었다.
조금 뒤에 노스님은 몸을 일으켜 여러 스님을 향해 인자하게 말했다.
“여러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공덕을 쌓는 것은 부처님과 스님에게 공양을 베푸는 일입니다. 앞으로 자주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 한 스님이 물었다.
“소승은 아직 노스님을 알아 뵙지 못하겠습니다. 누구신지요?”
그러자 빈두로 존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나는 부처님의 제자 빈두로인데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물러가겠습니다. 천천히 놀다 일어나시오!”
노스님은 그렇게 말하고 들어왔던 창문을 통해 다시 서산 쪽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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