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이야기

[스크랩] 가낙가벌차 존자

수선님 2018. 9. 16. 12:39
 

                                           가낙가벌차 존자의 이야기


 낙가벌차 존자는 성품이 곧고 정직하여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를 말할 때마다 이렇게 칭찬하여 따르도록 권했다.

 “가낙가벌차는 언제나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하는 훌륭한 아라한이니 너희도 그를 따르도록 하여라.”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처럼 가낙가벌차 존자는 언제나 정의 편이 었으며 사리에 밝아 모두 그를 존경했다.

 가낙벌차 존자는 오백 명의 제자와 함께 ‘가습미라국’에  살면서 몸과 마음을 닦고 불법을 널리 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는 출가하기 전에도 평소 가정에서 규칙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었으며 말고 행동이 기준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가낙가벌차 존자는 심지어 나쁜 생각조차 죄로 여겨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였다.

 출가하고 나서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남보다 더 노력하여 언제나 모법을 보였다.

 ‘가낙가벌차 존자는 출가하기 전부터 착한 일만 해 왔고, 또 좋은 씨앗을 뿌렸기에 얼마 안 가 커다란 열매를 거두었다. 그는 결국 다른 제자보다 일찍 깨우쳐 아라한이 되었다.

 ‘내 나름대로 작은 진리를 깨우쳤으니 아직 깨우치지 못한 사람에게 전해 주어야지.’

 가낙가벌차 존자는 아라한이 된 뒤 여러 곳을 다니며 불법을 펴고 중생을 도와 착한 길로 인도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낙가벌차 존자는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때때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일을 하게 되고 그 때문에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보고, 가는 곳 만나는 사람마다 선과 악의 이치를 밝히고 다시는 악에 물들지 않도록 설법했다.

 “우리가 나쁜 생각을 하면 그것이 금방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나쁜 행동으로 또 나쁜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러니 사람이란 모름지기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하며 착한 일을 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내 말을 명심 하십시오.”   

 

 한번은 가낙가벌차 존자가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어떤 사람 집에서 마침 생일잔치를 한다고 많은 사람이모여 웃고 떠들썩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 마음껏 먹고 놉시다. ”

 “그럼그럼, 소도 잡고 돼지도 잡고 마음껏 먹어야지!”

 주인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는 가축을 여러 마리 잡았다.

 ‘죄 없는 생명이 어리석은 사람 때문에 또 죽게 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한 가낙가벌차 존자는 발길을 돌려 잔칫집으로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지나가는 불제자인데 목이 말라들어 왔습니다. 물 한 잔 얻어 마시고 가겠습니다. ”

 집 주인 역시 불교를 믿는 신도여서 스님을 보자 아주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스님, 참 잘 오셨습니다. 시장하실 테니 잠시 앉았다 가십시오,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먼저 안으로 드시지요!”

 먼저 축하합니다. 부디 오래오래 사십시오.”

 가낙가벌차 존자는 합장을 하고 집 주인을 축복해 주었다.

  “미천한 저의 생일을 축복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노인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런데....... .”

 가낙가벌차 존자는 곧 이야기를 바꾸었다.

 “노인장 , 그런데 생일잔치는 왜 하는지 아세요?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뜻이 있습니까?”

 그 말에 노인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자식들이 나를 위해 생일잔치를 여는 것은 내가 좀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겠죠.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아이들 곁에 있어 주었다고 고마워 그러는 거겠죠.”

 가낙가벌차 존자가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노인장은 자손들이 잔치를 베풀어 주는 것이 노인장의 수명을 길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십니다.”

“예?” 

 가낙가법차 존자가 장난기 없는 진지한 태도로 그렇게 말하자 노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싹 사라지고 깜짝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스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생일잔치를 한다고 어째서 수명이 짧아집니까?”

 그러자 가낙가벌차 존자는 엄숙하게 말했다.

 “자 들어 보세요, 세상에는 어진 사람과 항상 남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착한 사람만이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래 살고 즐겁게 지내기 위해 생명 있는 것을 일부러 죽인다든지 고통을 준다든지 하면 안 됩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오래 살지 못합니다. 잠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십시오. 노인장이 저 소와 돼지의 입장이 되어보세요. 어떠하겠습니까?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병이 나서 일찍 죽게 마련이죠.”

 “말씀을 돋고 보니 그렇군요, 그런데 스님,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바른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노인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생일은 물론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날이지만 어머니께서는 아이를 낳기 위해고통을 받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식 된 도리는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하고 우리를 위해 받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는 것입니다. 이런 뜻 깊은 날에 어찌 술을 마시고 가축을 죽여 즐겁게 놀 수 있겠습니까?”

 노인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두말 할 것 없이 조용한 마음으로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는 더 착하게 살겠다고 굳게 결심해야지요, 또한 더욱 열심히 불도를 닦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길이랍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정말 부끄러운 짓을 했습니다, 스님. 이 무지한 중생을 깨우쳐 주셔서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 순간부터 스님이 일러주신 대로 착하게 살면서 생명을 귀중하게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겠습니다.”

 가낙가벌차 존자는 노인의 손을 잡으며 빙그레 웃었다.

 “내 이야기를 믿어 주시니 오히려 고맙군요. 제발 앞으로 생명 있는 것을 살랑하면서 착하게 사세요. 그러면 오래오래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가낙가벌차 존자의 이야기는 길지 않았지만 노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처럼 가낙가벌차 존자는 등대처럼 우뚝 서서,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 헤매는 중생에게 길을 밝혀 주고 안전하게 항구로 인도하는 데 힘을 모았다. 


  



출처 : 대한불교용화법원미륵종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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