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견(照見) (3)
반야심경은 언뜻 보기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근본교설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색수상행식[오온]을 부정하고, 안이비설신의[육근]와 색성향미촉법[육경]을 부정하며 십팔계, 12연기, 사성제를 비롯하여 깨달음까지를 부정하여 어디에도 얻을 것이 없다는 무소득의 가르침을 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정은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닌 삿된 것을 파하고 오히려 밝은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파사현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이후에 따로 설명할 것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반야심경의 본문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근본불교의 교설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보통, 10년, 20년 아니 평생을 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해 온 사람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명확하고 체계적인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의례히 부처님의 법이라고 하면, 연기법이고, 삼법인이며, 사성제, 팔정도, 오온, 십이 연기, 십이처, 업, 윤회가 있다고 근본불교 교설을 중구난방 식으로 나열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설이 왜 나왔으며, 어떻게 서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이러한 교설이 불교의 핵심 사상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괴로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작업,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체계가 잡혀야만 이후 부파불교와 대승불교의 중관(中觀), 유식(唯識), 밀교(密敎), 천태(天台), 화엄(華嚴), 선(禪), 정토(淨土) 사상 등의 역사적 전개를 공부해 나아감에 있어서 교리의 역사, 즉 불교 사상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헤매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체계를 토대로 반야심경의 공 사상을 살펴보아야만 공사상의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음 강의에는 근본교설에 대한 개략적이고 체계적인 정리를 해 두고, 그 뒤에 반야심경 본문을 공부하며 좀 더 자세한 교리의 실천적인 공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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