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해설

[스크랩] [碧巖錄] 제68칙 仰山問三聖 - 앙산혜적화상과 삼성혜연화상

수선님 2018. 9. 16. 11:16

관련 이미지 <벽암록(碧巖錄)> 제68칙은 위산 문하의 앙산화상과 임제 문하의 삼성스님의 대화를 싣고 있다.

 

앙산화상이 삼성스님에게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삼성스님이 말했다. “혜적(慧寂)입니다.” 앙산화상이 말했다. “혜적은 바로 내 이름인데.” 삼성스님이 말했다. “내 이름은 혜연(慧然)입니다.” 앙산화상이 껄껄대며 크게 웃었다.

 

擧, 仰山問三聖, 汝名什. 聖云, 惠寂. 仰山云, 惠寂是我. 聖云, 我名 惠然. 仰山 呵呵大笑.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傳燈錄)> 제12권 삼성혜연장에 수록되어 있다. 앙산은 위산문하의 수제자로 중국선종에 최초로 위앙종을 창립한 선승이다. 사실 백장이 마조문하의 수제자로 등장하게 된 것도 위산과 앙산의 독창적인 위앙종풍이 활발하게 전개된 이후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벽암록> 제34칙에 등장한 바 있는 앙산에 대한 자료는 육희성이 지은 <비명>과 <조당집> 제18권, <송고승전(宋高僧傳)> 제12권, <전등록> 제11권 등에 전하고 있으며, <혜적선사어록>도 전한다. <임제록(臨濟錄)>에는 임제가 북쪽지방에서 교화를 펼치며, 임제의 행화를 도운 보화스님이 전신탈거(완전열반)할 것이라고 예언한 앙산을 소석가(小釋迦)라고 평가하고 있다.

 

안산을 소석가라고 부르게 된 것은 <종문통요집> 제5권에 어느 날 신통한 범승(梵僧)이 허공을 날아 나타나서 앙산화상께 예를 올리며 섰다. 앙산화상은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라고 묻자, 범승은 “아침에 서천을 떠나 왔다.”고 대답했다. 앙산은 ‘너무 늦게 온 것 아니냐’라고 말하자, ‘산천 유람하고 왔지요’라고 대답했다. 앙산화상은 “신통묘용은 그대가 뛰어나지만, 불법은 반드시 이 노승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범승은 “특별히 동쪽에 와서 문수를 예배하고 소석가를 만났다.”고 말하고 드디어 서천의 패엽경전을 앙산화상께 건네주고 구름을 타고 허공으로 치솟아 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삼성스님은, <임제록>에 임제화상이 입적하려고 할때 “나의 정법안장을 멸각시키지 말라.”고 말하자 삼성이 나와서 “어찌 감히 화상의 정법안장을 멸각시킬 수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하고 고함(할)을 치며, 임제스님의 정법을 계승한 선승이다.

 

원오도 ‘평창’에 삼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삼성스님은 임제문하의 큰스님이다. 어려서 많은 사람 가운데 뛰어난 지략이 있었고, 큰 지혜(大機)의 작용으로 대중 가운데 우뚝 솟아 사방에 명성이 자자하였다. 그 뒤 임제화상을 하직하고 하남성과 강소성(淮海) 등의 지방을 두루 행각 하였는데, 이르는 총림마다 큰 선지식으로 대접 하였다.” 그 후 북쪽 지방을 떠나 남방에 이르러 먼저 설봉화상의 찾아가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 잉어는 무엇을 먹이로 해서 낚아야 합니까?” 설봉화상은 “그대가 그물을 뚫고 나올 때 말해 주리라.”라고 대답한 문답은 <벽암록> 제49칙에 전한다.

 

뒷날 설봉화상이 장원(莊園)으로 가는 길에 원숭이를 보고 삼성에게 말했다. “이 원숭이가 각자 옛 거울(古鏡 : 본래심)을 차고 있다네.” 삼성은 “오랜 세월을 지내도록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데 어찌 고경(古鏡)이라고 합니까?” 하자, 설봉은 “거울에 흠집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1500명의 대중을 지도하는 선지식이 말귀도 모르는군!”이라고 말하자. 설봉은 “노승은 주지 일이 바빠서.” 라고 대꾸했다.” 옛 거울(古鏡)은 본래 구족하고 있는 불심을 말하는데, 무심한 거울의 작용처럼, 불심은 항상 일체의 대상과 사물을 차별없이 비추는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평창’에는 삼성과 앙산의 선문답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삼성스님은 뒤에 앙산화상의 처소에 이르렀다. 앙산화상은 삼성스님이 준수하고 영리하여 몹시 사랑하여 밝은 창문아래(수좌소임)자리를 배치하였다. 하루는 어떤 관리가 찾아왔기에 앙산화상이 물었다. “어떤 관직에 일하시요?” “감찰관리(推官)의 일을 합니다.” 앙산화상이 불자(拂子)를 들어 보이며 “이것도 감찰 할 수 있소?” 하니, 관리가 대답을 못하자, 여러 대중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모두 앙산화상의 뜻에 계합하지 않았다. 이 때 삼성스님은 몸이 아파서 간병실(연수당)에 있었는데, 앙산화상이 시자를 시켜서 물어보도록 하니, 삼성스님은 말했다. “본래 무사한 것인데, 화상은 괜히 일을 만들고 있군!” 앙산화상은 다시 시자를 보내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고 다시 묻자, “다시 범(犯)하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앙산은 이 말을 듣고 그의 안목을 인정하였다.” 다시 범(犯)한다는 말은 본래 청정한 마음(불심)은 번뇌 망념의 일이 없는 무사한 경지인데, 고의로 차별 분별을 일으켜 일을 만들어 질문하는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본칙으로 들어가자. 앙산화상이 삼성스님에게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라고 묻고 있다. 앙산화상이 뛰어난 삼성의 이름을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라, 삼성의 안목을 살펴보고 시험하기 위해 인사말로 던지는 올가미인 것이다. 육체에 붙여진 수행자의 법명은 임시방편의 이름과 본래면목의 이름을 묻고 있다. 또한 자기 자신은 본래 무아이며 고정된 모습이나 실체도 없는데, 자기의 이름이라는 것이 있을까? 삼성스님은 “혜적(慧寂)입니다.” 라고 앙산화상의 본명(이름)으로 대답하고 있다. 즉 주인인 앙산의 질문에 손님인 삼성이 주인의 이름으로 대답한 것인데, 삼성은 주객의 상대적인 대립을 초월한 근원적인 본래의 입장에서 앙산화상과 일체가 된 절대의 경지에서 대답한 것이다. 앙산화상은 “혜적은 바로 노승의 이름인데” 라고 말했다. 앙산의 이 말은 현실의 차별 경계에서 엄연하게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밝히고 있다. 즉 앙산은 앙산이고 삼성은 삼성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처럼, 차별세계가 그대로 곧 절대의 세계라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원오는 “각자 자기 영역을 지키는군!” 이라고 착어하며,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는다고 했다. 화상이 차별의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혜적이라고 한다면, “내 이름은 혜연(慧然) 입니다.” 똑같은 차별의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처음의 일문 일답은 서로 절대의 경지로 거두는 작용(雙收)이라면, 뒤의 일문 일답은 서로 차별의 세계에 펼치는 쌍방(雙放)인 것이다. 원오는 “시끄러운 시중에서 남의 물건을 뺏는 것”이라고 하며, “앙산과 삼성이 모두 각자의 본분을 잘 지켰다.”고 평하고 있다. 서로 절대의 경지를 거두어 본래심(本來心)을 상실하지 않았고, 차별경계에서도 본분을 잘 지키고 있기에 우열을 논 할 수 없는 선문답이라고 평한 것이다.

 

앙산화상은 껄껄대며 크게 웃었다. 원오는 “절말 좋은 시절 인연이니. 금상첨화로다”라고 평하고 있다. 앙산의 통쾌한 웃음은 만법과 하나된 경제에서 좋은 시절인연을 맞아한 웃음이다. 이러한 유쾌한 웃음이 금상첨화인 것처럼, 본래면목이 한층 더 통쾌하고 활발한 지혜작용으로 빛을 발휘하게 된 것이라고 읊고 있다.

 

설두화상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읊었다. “서로 거두기도 하고(雙收), 서로 놓아주기도 하니(雙放) 이 무슨 종지인가?” 앙산화상이 삼성에게 이름을 질문하자, 삼성이 혜적이라고 대답한 일문이 쌍수(雙收)이다. 즉 절대 평등한 본래의 경지에서 서로 대응한 문답이다. 그리고 앙산이 ‘혜적은 나의 이름’이라고 하자 삼성이 ‘나의 이름은 혜연’이라고 나눈 대화는 쌍방(雙放)으로 현실의 차별세계에서 자기의 본분을 밝히는 대화인 것이다. 두 선승의 훌륭한 선문답은 무슨 종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인가?

 

“호랑이를 타기 위해서는 절묘한 기량(功)을 요한다.” 말을 타기도 어려운데 호랑이를 탄다는 것은 지혜와 용기는 물론 독자적인 기량를 갖춰야 한다. 앙산과 삼성은 기량(안목)을 갖춘 선승이었기 때문에 사량분별의 차별심을 초월하여 본분을 상실하지 않고 가볍게 호랑이를 타고 기량을 드날렸다. 앙산의 “통쾌한 웃음은 어떻게 되었는가? 단지 진실로 천고의 비풍(悲風)을 움직이게 하네.” 앙산의 웃음을 깨닫지 못한 수행자의 슬픈 일이며, 불법을 철저히 자각하여 깨닫도록 비풍(悲風)을 일으키고 있다고 읊고 있다.


성본스님/동국대 불교문화대학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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