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외출을 했다가 늙고 쇠약한 노인이 구걸하는 모습을 보았다. 부처님은 그 모습이 안타까워 노인에게 까닭을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늙고 쇠약하신데 어떤 사정으로 지팡이에 의지해 밥을 얻고 계십니까? 집도 없고 자식도 없습니까?”
“아닙니다. 집도 있고 자식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재산은 모두 아들과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저는 이렇게 남의 집으로 다니며 밥을 얻어 먹고 있습니다.”
노인의 대답으로 미뤄 보건대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효도를 다하지 않자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에 부처님은 노인에게 다음과 같은 노래(偈頌)를 가르쳐 주며 자식에게도 들려주라고 하였다.
아들을 낳고는 얼마나 기뻐했던가
아들을 위하여 재물을 모았으며
또한 장가까지 보내 주었네.
그러나 나는 집을 나온 거지의 신세.
어떤 시골의 못된 자식은
저를 길러준 아비의 뜻을 등지니
그는 얼굴만 사람일 뿐 마음은 나찰
끝내 늙은 아비를 버리고 말았구나.
늙은 말이라 쓸데가 없다 하며
보리껍질까지 다 빼앗아 가니
자식은 아직 젊지만 아비는 늙은 몸
그래도 살자니 밥을 얻어야 하네.
자식을 귀해 하며 사랑할 필요 있나
차라리 구부러진 지팡이가 더 낫도다.
나를 위해 사나운 소도 막아 주고
험한 곳을 갈 때는 편안케 해주네.
내가 살아가는 것은 지팡이 때문
개도 물리치고 가시밭길도 피하네.
구덩이나 빈 우물 어두운 곳 지날 때도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넘어지지 않네.
노인은 부처님이 하라는 대로 마을로 돌아가 이 노래를 불렀다. 자식들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노인을 집으로 모셔 가서 목욕을 시키고 좋은 옷을 입혀 드린 뒤 집안의 어른으로 모셨다.
잡아함 4권 96경 《바라문경(婆羅門經)》
부모란 누구인가. 나를 낳아 주고 길러준 영원 불망의 은인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저 혼자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부모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할 수 없다.
부모님이 늙고 가난한 것은 오직 나 때문이다. 평생을 자식 걱정하며 단 것을 뱉어 나를 먹이고 쓴 것은 당신이 먹었다. 마른 자리는 나를 눕히고 진 자리는 당신이 누웠다. 그런 부모가 늙고 병들었다고 외면한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도 자식을 키우면서 자식이 커서 나를 버린다면 그 슬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러나 효도관광해 드린다며 부모님을 제주도나 외국으로 모시고 나가 버리고 들어오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정작 이 노래를 들어야 할 사람은 우리들이 아닐지.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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