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걸식을 나갔던 비구들이 돌아와 이렇게 아뢰었다.
“며칠 전에 코살라의 파세나디왕과 마가다의 아자타삿투왕이 사이가 벌어져 전쟁을 했습니다. 아자타삿투왕이 코끼리부대, 전차부대, 기병부대, 보병부대를 앞세워 쳐들어오자 파세나디왕도 군사를 일으켜 나가 싸웠습니다. 이 전투에서 코살라의 군대가 패하여 별처럼 흩어졌고 파세나디왕은 겨우 몸만 빠져 나와 사밧티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제자들의 말을 들은 부처님은 안타까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싸워서 이기면 원수와 적만 더 늘어나고 패하면 괴로워서 누워도 편치 않다. 이기고 지는 것을 다 버리면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편안하리라.”
이 전쟁이 있은 뒤 얼마 뒤 아자타삿투왕은 아예 코살라를 없앨 심산으로 다시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파세나디왕은 군사를 배로 일으켜 나가 싸워서 마가다군을 궤멸시키고 아자타삿투왕까지 사로잡았다. 그러나 파세나디왕은 독실한 불자인지라 아자타삿투왕을 놓아 주기로 작정하고 부처님을 찾아와 사뢰었다.
“마가다국과는 오랫동안 원한이 없었으나 어쩌다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그러나 이 젊은 왕은 나의 친구 빔비사라왕의 아들입니다. 그래서 놓아 주려고 합니다.”
“참 잘 생각했습니다. 싸워서 능히 이긴다 한들 끝내는 원한만 더욱 커져서 이익이 없습니다. 그를 놓아 주면 서로 편안하고 안락해질 것입니다.”
두 나라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쁜 얼굴로 돌아갔다.
잡아함 46권 1236경, 1237경 《전투경(戰鬪經)》
부처님 당시에 있었던 몇 번의 전쟁을 기록하고 있는 이 경전에서 돋보이는 대목은 파세나디왕의 불자다운 아량이다. 파세나디왕은 친구의 아들을 놓아 줌으로써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매우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다. 부처님이 전쟁은 원한과 복수를 가져올 뿐이라며 이를 적극 찬성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부처님은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용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전쟁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다. 그리고 원한이 깊어져 다시 불행한 비극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전쟁과 복수는 문제 해결의 길이 아니다. 화해와 용서만이 평화를 보장한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을 경험해 왔다. 모든 전쟁은 정의(正義)를 가장하지만 사실은 이기심과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전쟁을 거부하고 예방하는 것은 불교의 세계사적 사명이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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