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몸매가 한량이 없듯이 광명과 음성 역시 한량이 없으시고 계․정․혜 등 모든 부처님의 공덕들도 모두가 한량이 없다. 『밀적경(密迹經)』에서 말씀하신 3밀(密)68)과 같으니, 여기에서도 마땅히 자세히 말해야 할 것이다. |
또한 부처님께서는 처음 탄생하실 적에 땅에 닿으시자마자 일곱 걸음을 걷고는 스스로 발언하셨으며, 말이 끝남에 곧 침묵하셨다.
그리고는 보통의 어린아이로 돌아가 걸어다니거나 말하는 일이 없었으니, 젖먹여 기르는 세 해 동안을 여러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차츰차츰 자라났다. |
그러나 부처님의 몸은 수효가 없어서 모든 세간을 초월했건만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범부와 똑같은 자취를 보이셨다. |
무릇 사람이 태어날 때는 몸의 각 부분인 감관과 의식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몸의 네 가지 위의(威儀)인 앉고 눕고 다니고 멈추고 말하고 침묵하는 따위의 갖가지 인간의 법을 모두 알지 못하다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차츰차츰 배워 익혀 비로소 인간의 법을 갖추거늘, 지금의 부처님은 어찌하여 태어나시자마자 말도 하고 다니기도 하시더니, 나중에는 하시지 못했는가 하여 이를 괴이하게 여긴다.
다만 이러한 일을 이룸은 방편69)의 힘으로써 인간의 법을 행하심을 나타내시어 사람들의 위의와 같게 하신 것이니, 중생들로 하여금 깊은 법을 믿게 하셨을 뿐이다. |
68) 밀교에서는 신ㆍ구ㆍ의 3업이 부처님의 작용으로 나타날 때 각각 신밀(身密)ㆍ구밀(口密)ㆍ의밀(意密)이라 부른다. |
69) 범어로는 upāya-kauśalya. 방편(方便). 수단과 방법을 의미하는 말로 상대의 능력과 소질 등에 맞추어 법을 가르치는 불보살의 인도 방법을 뜻한다. |
[12 / 805] 쪽 |
만일 보살이 탄생하실 때에 바로 다니거나 말을 했더라면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지금 이 사람을 보건대 세상에는 드문 일이다. 분명히 하늘의 용이거나 귀신으로 그가 배우는 법은 우리들이 미칠 바가 아니리라. 왜냐하면 우리들의 나고 죽는 육신은 결(結)과 사(使)의 업보에 얽매여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니, 이렇게 깊은 법을 어찌 알겠는가.’ |
이렇게 스스로 절망하기 때문에 성현의 법기(法器)를 이루지 못하나니, 이런 사람을 위하는 까닭에 남비니(嵐毘尼)70) 동산에 태어나신 것이다. |
비록 보리수(菩提樹)71) 밑에서 불도를 이루셨으나 방편의 힘으로써 아기․어린이․소년․어른이 됨을 드러내셨으니, 여러 때에 걸쳐 차례로 즐거움과 기예를 얻고 5욕을 누리시어 인간의 법을 갖추셨다.
나중에는 차츰차츰 노․병․사의 괴로움을 보고는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한밤중에 성을 넘어 출가하여 울특가(鬱特伽)72)와 아라라(阿羅羅)73) 선인에게로 가서 제자가 됨을 보이셨으나, 끝내 그들의 법을 행하지는 않으셨다. |
항상 신통을 부리어 스스로 숙명을 억념하건대, 비록 가섭부처님[迦葉佛]74) 때에 이미 계행을 지니고 닦았지만 지금 고행을 닦는 모습 드러내 6년간 도를 구하셨다. |
보살이 비록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이 되었으나 마군을 항복시키고 위없는 도를 이루시는 모습을 나타내었으니, 세상의 법에 순응하기 위한 까닭에 이러한 뭇 변화를 나타내신 것이다. |
이제 이 『반아바라밀경』에서 이러한 큰 신통과 지혜의 힘을 나타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몸이 세간의 모든 것을 훨씬 초월하신 줄 알아야 한다. |
70) 범어로는 Lumbini. |
71) 범어로는 bodhidruma, bodhivṛkṣa. |
72) 범어로는 Udraka-Rāmaputra. |
73) 범어로는 Ālāra-kālāma. |
74) 범어로는 Kāśyapa. |
[13 / 805] 쪽 |
또한 어떤 사람은 제도될 만한데도 두 가지 치우침[二邊]에 떨어져 있으니, 혹은 지혜가 없는 까닭에 몸의 즐거움만을 구하거나 혹은 유위의 길에 치우친 까닭에 고행 닦기에만 집착한다. |
이러한 사람들은 제일의(第一義)75) 가운데의 열반의 바른 길을 잃는다. |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두 가지 치우침에서 구해내 중도에 들게 하기 위하여 마하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신 것이다. |
또한 생신(生身)과 법신(法身)에 공양하는 과보를 분별하는 까닭에 『마하반야바라밀다경」을 말씀하셨으니, 사리탑품(舍利塔品)」 가운데 말씀하신 바와 같다. |
다시 아비발치(阿鞞跋致)76)와 아비발치의 모습을 설명하려는 까닭에 말씀하셨으며, 또한 마라의 환술과 마라의 일 때문에 말씀하신 것이다. |
다시 미래의 사람들이 반야바라밀에 공양할 인연이 되게 하기 위한 까닭에 또는 3승(乘)의 기별(記別)77)을 주기 위해서 이 『반야바라밀경」을 말씀하셨나니, 부처님께서 아난78)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열반에 든 뒤에 이 반야바라밀이 남방으로 갈 것이고, 남방에서 다시 서방으로 갈 것이며, 뒤의 5백 세 동안에는 북방에 이를 것이다. 그곳에는 바른 법을 믿는 선남자 선여인79)이 많이 있어 갖가지 꽃․향․영락․당기․번기․풍악․등불․보물ㆍ재물로써 공양할 것이며, 손수 쓰거나 남을 시켜 쓰게 하거나 독송하거나 설법을 듣거나 잘 기억해서 수행하여 법으로써 공양하리니, 이 사람들은 이 인연으로 세간의 갖가지 즐거움을 받으며, 마지막에는 3승의 법을 얻어 무여열반(無餘涅槃)80)에 들리라.” |
75) 범어로는 paramārtha. 최상의 진리․궁극의 진리를 제일의제(第一義諦, para- mārtha-satya)라고 한다. |
76) 범어로는 Avaivarti. ‘불퇴전(不退轉)’을 의미한다. 아유월치(阿惟越致)라고 음역하기도 한다. |
77) 범어로는 vyākaraṇa. 수기를 말한다. |
78) 범어로는 Ānanda. |
79) 범어로는 각각 kula-putra, kula-putrī. ‘훌륭한 가문의 젊은 남녀’를 의미한다. 대승불교에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바른 믿음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며, 통상 보살에 대한 호칭으로 쓰인다. |
80) 범어로는 nirupadhiś���eṣ���a-nirvā���ṇ���a. 생존의 근원을 단절시킨 경지이다. 한편 육신의 근거만을 남기는 경지를 유여열반(有餘涅槃, sopadhiś���eṣ���a-nirvā���ṇ���a)이라고 한다. |
[14 / 805] 쪽 |
이렇게 여러 품 중의 인연을 관찰하셨기에 『반야바라밀경」을 말씀하신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4. 반야바라밀경을 설하신 이유
'대지도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6. ★ 희론은 다툼의 근본이 되고, 희론은 모든 견해에 의해 생겨나니 (0) | 2018.10.21 |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5. 부정관, 자비관, 인연관의 적절한 대치법의 사용 (0) | 2018.10.14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3. 부처님의 몸/위력/공덕은 중생으로써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0) | 2018.10.14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 지혜공덕의 힘으로 마구니를 항복시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시다. (0) | 2018.10.14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 마하반야바라밀 (0) | 2018.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