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5. 부정관, 자비관, 인연관의 적절한 대치법의 사용

수선님 2018. 10. 14. 12:06

또한 부처님께서 제일의실단(第一義悉檀)81)의 모습을 말씀하시기 위해 이 『반야바라밀다경』을 말씀하셨다.

 

네 가지 실단(悉檀)이 있으니, 첫째는 세계실단(世界悉檀)82)이요, 둘째는 각각위인실단(各各爲人悉檀)83)이요, 셋째는 대치실단(對治悉檀)84)이요, 넷째는 제일의실단이다.

 

네 가지 실단 가운데 일체의 12부경(部經)85)과 8만 4천 법의 창고가 포섭되니, 실로 이는 모두가 서로 위배되는 일이 없다. 불법 가운데의 유(有)는 세계실단인 까닭에 실유(實有)이며, 각각위인실단인 까닭에 실유이며,

  
  
81) 범어로는 pāramārthikasiddhānta. 실단(悉檀, siddhānta)은 ‘범주’나 ‘입장’을 의미하며 ‘성취,’ ‘종(宗)’이라 의역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네 개의 실단은 불교에 대한 『대지도론』의 교상판석적 입장이기도 하다.
82) 범어로는 laukika-siddhānta. 네 개의 실단 가운데 하나이다. 중생의 소망에 응해 세계의 법을 말해주어 환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의 성립 이치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83) 범어로는 prātipauruṣika-siddhānta. 그 사람의 능력과 자질에 맞추어 진리가 설해지는 것을 말한다.
84) 범어로는 prātipākṣika-siddhānta. 네 가지 실단의 하나이다. 부처님이 중생의 근기에 응하여 미혹을 대치하고 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85) 범어로는 dvādaśāńga-dharmapravacana.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용과 형식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12분교(分敎) 혹은 12분성교(分聖敎)라고도 한다. 전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경(經, sūtra):산문형식의 경설. ②중송(重頌, geya):산문형식에 교설에 운문의 게송을 붙여 그 내용을 거듭 나타낸 형식. ③기별(記別, vyākaraṇa):문답체에 의한 교설. ④게(偈, gāthā):산문이 없이 운문만으로 이루어진 교설. ⑤자설(自說, udāna):스스로의 감흥에 의해 설해진 교설. ⑥여시어(如是語, ityuktaka):‘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교설. ⑦본생(本生, jātaka):부처님의 전생이야기. ⑧방광(方廣, vaipulya):제자들이 환희를 거듭하면서 질문을 거듭해 가는 일종의 교리문답. ⑨미증유법(未曾有法, adbhutadharma):부처님 및 불제자들의 뛰어난 덕상을 찬탄하는 교설. ⑩인연(因緣, nidāna):경과 율들이 설해지게 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 ⑪비유(譬喩, avādana):주로 부처님 이외의 인물들에 대한 전생이야기. ⑫논의(論議, upadeśa):부처님이나 불제자들이 간략한 경설을 자세히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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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실단인 까닭에 실유이며, 제일의제실단인 까닭에 실유인 것이다.

 

세계실단이라 함은 어떤 법이 인연 화합하는 까닭에 있을지언정 별달리 성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치 수레가 빗장․축․바퀴․바퀴살 등이 화합한 까닭에 있을 뿐 달리 수레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람도 그와 같아서 5온[五衆]86)이 화합한 까닭에 있을지언정 달리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세계실단이 없다면 부처님은 진실한 말씀을 하시는 분인데, 어찌하여 “내가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을 보니, 선악의 업을 따라 여기에서 죽어서 저기에 태어나면서 과보를 받되 착한 업을 짓는 이는 하늘이나 인간 가운데 태어나고 악한 업을 짓는 이는 3악도(惡道)87)에 떨어진다”고 하셨겠는가?

 

또한 경에서 “한 사람이 세간을 벗어나면 여러 사람이 경사와 복락(福樂)과 이익을 얻나니, 이는 불세존88)이다”고 했으며, 『법구경』89)에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신(神)90)이 스스로 신을 구제할지언정 다른 사람이 어찌 신을 구제하리오.

스스로가 선(善)을 행하는 것이 지혜[智]이니, 이것이야말로 스스로를 가장 잘 구제하는 일이다.”

 

다시 부처님께서는 『병사왕영경(甁沙王迎經)』91)에서 “범부는 법을 듣지 못하고, 범부는 나에 집착한다”고 말씀하셨으며, 『이야경(二夜經)』92)에서는 “부처가 처음으로 도를 얻은 저녁부터 반열반93)에 든 저녁에 이르기까지

  
  
86) 범어로는 pañca-skandha. 존재를 이루는 다섯 부류, 곧 색온(色蘊)․수온(受蘊)․상온(想蘊)․행온(行蘊)․식온(識蘊)을 말한다. 이 다섯 부류가 모여 비로소 개아를 이루는데, 이른바 신심(身心)의 불교적 표현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87) 범어로는 tridurgati. 지옥․아귀․축생의 셋을 가리킨다. 악도(惡道, durgati)란 괴로움의 세계를 가리킨다.
88) 범어로는 Buddho bhagavān.
89) 팔리어로는 dhammapāda. 한역 『법집요송경(法集要頌經)』을 말한다.
90) 범어로는 ātman.
91) 범어로는 Phālguna-sūtra.
92) 범어로는 Dharmarātridvaya-sūtra.
93) 범어로는 parinrvāṇa. ‘완전한 열반’이라는 뜻으로 석존의 입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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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밤사이에 설하신 경교(經敎)는 모두 다 진실하여 전도됨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만일 참으로 사람이 없다면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내가 천안으로 중생을 본다”고 하셨겠는가?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하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계실단인 까닭이지 제일의실단이 아니다.

 

[문] 제일의실단은 진실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제일의라 한다면 나머지는 진실치 않다는 것인가?

 

[답] 그렇지는 않다. 이 네 가지 실단에는 각각 진실함이 있다.

여여(如如)94)함과 법성(法性)95)과 실제(實際)96)는 세계실단이기에 없고, 제일의실단이기에 있는 것이다.

 

사람 등도 그와 같아서 세계실단이기에 있고 제일의실단이기에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5중(衆)의 인연으로 사람 등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젖이 색과 냄새와 맛과 촉감의 인연 때문에 젖이란 것이 있는 것과 같으니, 젖이 진실로 없다면 젖의 인연도 없어야만 하는 것과 같다.

 

이제 젖의 인연이 진실로 있기 때문에 젖도 당연히 있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의 두 번째 머리나 세 번째 손과 같이, 인연이 없이 거짓 이름만 있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러한 모습을 세계실단의 모습[相]이라 한다.

 

어떤 것을 각각위인실단이라 하는가? 사람들의 마음씨[心行]를 관찰해서 설법해 주는 것이니, 한 가지 일에 대하여 듣는 이도 있고 듣지 않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경에서 “잡된 보업(報業) 때문에 잡되게 세간에 태어나서 잡된 촉감을 받고 잡된 느낌을 받는다” 하셨으며, 『파군나경(破群那經)』97)에서는 “촉감을 받을 사람이 없고, 느낌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문] 이 두 경은 어떻게 회통하는가?

 

[답] 어떤 사람은 오는 세상을 의심하여 죄와 복을 믿지 않고, 착하지 못한

  
  
94) 범어로는 tathatā. 있는 그대로의 모습, 진리. 진여(眞如)와 같은 말이다.
95) 범어로는 dharmatā. 존재의 모습, 제법의 진실된 본성을 말한다.
96) 범어로는 bhūta-koṭi. 진리의 경계를 의미한다.
97) 『파군사경(破群邪經, Phālgunasūtra)』을 가리키는지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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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을 하여 단멸견(斷滅見)98)에 떨어지는데, 그들의 의혹을 끊어 그들의 나쁜 행을 버리고, 그들의 단견을 뽑아버려 주기 위해서 “잡되게 세간에 태어나서 잡되게 촉감을 받고, 잡되게 느낌을 받는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파군나(破群那)는 나가 있다거나 신(神)99)이 있다고 계교하여 항상함을 헤아리는 견해[計常]100) 가운데 떨어졌는데, 파군나101)가 부처님께 “대덕(大德)102)이시여, 누가 받습니까?”라고 물었다.

 

만일 부처님께서 “아무개[某甲], 아무개가 받느니라”고 말씀하셨다면 곧 계상 가운데 떨어져 그 사람은 아견(我見)103)이 더욱 굳어져서 옮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받는 이와 느끼는 이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각각위인실단이라 한다.

 

대치실단이라 함은 존재하는 것[有法]104)은 대치(對治)105)할 때는 곧 있거니와 실제의 성품은 없다. 마치 매우 뜨겁고 기름지고[膩] 시고 짠맛이 뒤섞인 약초나 음식 등이 풍병(風病)106)에는 약이 되지만 다른 병에는 약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가령 약간 차고 달고 쓰고 떫은 약초나 음식 등은 열병(熱病)107)에는 약이 되지만 다른 병에는 약이 되지 않으며, 약간 맵고 쓰고 떫고 더운 약초와 음식은 냉병(冷病)108)에는 약이 되지만 다른 병에는 약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98) 범어로는 ucchedadṛṣṭi. 사후 다시 태어나는 일 없고 선악업의 과보도 없다는 견해이다. 세상과 나는 죽으면 단절되어 존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단견(斷見)이라고도 한다.
99) 범어로는 puruṣa. 이 역시 ātman과 함께 상주불변한 나를 가리킨다.
100) 범어로는 śāśvatadṛṣṭi. 곧 앞의 단멸견과 반대되는 상견(常見)을 말한다.
101) 범어로는 Nāgasena.
102) 범어로는 āyuṣmat. 구수(具壽)ㆍ명자(命者)ㆍ혜명(慧命)ㆍ정명(淨命)ㆍ장로(長老)ㆍ장자(長者)ㆍ존자(尊者) 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103) 범어로는 ātma-dṛṣṭi. 상주불변의 나라는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는 견해를 말한다.
104) 범어로는 bhūtasvabhāva.
105) 범어로는 pratipakṣa.
106) 범어로는 vāyuvyādhi.
107) 범어로는 tejovyādhi.
108) 범어로는 śītavyād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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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에서 마음의 병109)을 다스리는 것도 그와 같아서 부정관(不淨觀)110)으로 사유하는 것은 탐욕의 병에는 좋은 대치법이 되지만 성냄의 병에는 좋다고도 할 수 없고 대치법도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몸의 허물을 관찰하는 것이 부정관인데 성내는 사람이 허물을 관찰하면 성냄의 불길이 더할 뿐이기 때문이다.

 

자심(慈心)111)으로 사유112)하는 것은 성냄의 병에는 좋은 대치방법이 되지만 탐욕의 병에는 좋다고도 할 수 없고 좋은 대치법도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심은 중생에게서 좋은 일을 구하고 공덕을 관찰하는 것인데 만일 탐욕스런 이가 좋은 일을 구하거나 공덕을 관찰한다면 탐욕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연관법(因緣觀法)113)은 어리석은 병에는 좋은 대치법이 되지만 탐욕과 성냄의 병에는 좋지 못하며 대치법이 되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이미 삿되게 관찰했기 때문에 삿된 소견을 낸 것이니, 삿된 견해가 곧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  5. 부정관, 자비관, 인연관의 적절한 대치법의 사용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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