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제93칙은 대광화상이 춤을 추는 선기작용을 다음과 같은 선문답으로 전하고 있다.
어떤 스님이 대광화상께 질문했다. “장경(長慶)선사가 ‘재(齋)를 올리고 축하한 것이다’ 라고 말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대광화상은 춤을 추었다. 그 스님은 절을 올렸다. 대광화상이 말했다. “그대는 무엇을 보았길래 곧바로 절을 올리느냐?” 그 스님은 춤을 추었다. 대광화상은 말했다. “이 여우같은 놈!”
擧. 僧問大光, 長慶道, 因齋慶讚, 意旨如何. 大光作舞, 僧禮拜. 光云, 見箇什, 便禮拜, 僧作舞, 光云, 這野狐精.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제8권 금우(金牛)화상전에 전하고 있는데, <벽암록> 제74칙에 수록된 “금우화상이 밥통에 밥을 퍼서 보살들에게 공양 한 뒤에 춤을 추었다”는 일단의 공안을 계승한 선문답이다. 그래서 <설두송고>에서는 제76칙에 ‘금우의 밥통’ 77칙에 ‘대광의 춤’을 연결하여 수록하고 있다.
대광화상은 <조당집> 제15권에서는 거양(居讓)선사로 전하고, <전등록> 제16권에는 거회(居誨: 837~903)선사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전기를 수록하고 있다. 석상(石霜)선사의 문하에서 20년간 수행했고 북탑에 남몰래 과일나무를 심고 재배하였으며, 베옷과 짚신으로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뒤에 호공(胡公)이라는 단월이 선사께 귀의하여 담주(潭州) 대광산에 거주하기를 원해서 법당을 열고 종지를 크게 드날렸다.
<전등록>에는 다음과 같은 대광화상의 법문이 전한다. “부처님이 한 평생 중생을 위해 펼친 가르침(一代時敎)을 누구더러 펴라고 하느냐? 일대시교(一代時敎)라는 것은 다만 당대의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설사 불법을 깨달아 철저한 경지에 이르러도 결국 일대사 일을 마친 사람일 뿐이다. 그대들은 그것으로 출가인의 할 일이라 여기지 말라. 그래서 49년 동안 밝혀도 다 밝히지 못했고, 49년 동안 표식을 세우지 못했다.” 즉 출가인은 자기의 본분사를 밝히는 일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부처님이 가르치신 일대시교의 법문을 당대 사람들을 위해 가르침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 말이다.
본칙의 공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등록> 제8권 금우화상전에 수록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아야 한다. “금우선사는 공양주가 되어 밥을 지어 대중들을 공양했다. 공양시간이 되면 항상 밥통을 메고 승당 앞에 와서 춤을 추면서 말했다. ‘아기 보살들이여 밥을 잡수시오.’ 그리고는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었다. 이런 일을 매일 계속했다. 이러한 금우화상의 행동에 대하여 어떤 스님이 장경선사에게 질문했다. ‘옛 사람(金牛)이 손뼉을 치면서 스님들께 밥을 먹으라고 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장경선사가 말했다. ‘마치 재가 끝난 뒤에 축원하는 것과 같다.’”
금우화상이 스님들에게 밥을 지어 ‘보살들이여 공양하시요’라고 말한 것은 <유마경> 제자품에 유마힐이 수보리의 발우에 밥을 가득 담아주면서 일체의 모든 것에 평등한 마음을 갖는다면 공양하고, 탐진치 삼독심을 버리지 않고 일체 깨달음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보살도의 경지가 되어야 공양할 수 있다고 설하는 법문을 토대로 하고 있다.
<벽암록> 제74칙은 금우화상이 춤을 추는 선기작용과 장경선사의 코멘트에 대해 언급했는데, 본칙은 이 내용을 계승한 선문답으로 <전등록> 제8권에 수록한 것이다. 장경선사께 질문한 그 스님이 이번에는 대광화상께 ‘금우선사가 보살들에게 밥을 공양하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춘 것에 대하여 장경(長慶)선사가 “재(齋)를 올리고 축하한 것이다”라고 말한 의미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다.
원오는 “참으로 의심이 많군 , 묻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지”라고 착어하고 있는 것처럼, 의문점이 있기에 질문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질문은 일시적인 수치이지만, 질문하지 않으면 불법을 체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원히 중생으로 지혜의 안목 없는 무지와 수치스러운 삶이 되고 만다. 선문답의 질문은 간절한 구도심과 원력의 토대 위에 나온 의문들이다. 대광화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었다. 금우선사가 승당 앞에서 춤을 춘 것처럼, 대광화상은 금우선사와 똑같은 경지의 지혜작용으로 재 공양을 올리고 축원하며 찬탄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 스님은 대광화상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절을 올렸다.
이 스님은 무슨 의미로 예배를 한 것인가? 선문답에서 예배를 하는 것은 스승의 말씀에 곧바로 불법의 대의를 깨달아(言下大悟) 감사의 뜻을 표명하는 인사를 올리는 경우이다. 선지식은 학인의 견해를 살펴보고 정말 올바르게 불법을 깨닫고 정법의 안목을 구족했는지,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광화상이 그 스님을 점검해보기 위해서 ‘그대는 무엇을 보고 깨달았기에 곧바로 예배를 올리느냐?’ 라고 다그치며 묻고 있다. 그러자 그 스님은 곧바로 춤을 추었다.
원오는 “모본을 따라 고양이를 그린다”고 착어했다. 금우선사와 대광화상이 춤을 추며 보살의 공양을 찬탄한 것을 모방하여 자신도 춤을 춘 것이다. 원오는 또 “과연 잘못 알고 있군. 그림자나 희롱하는 놈이야!”라고 착어한 것처럼, 불법의 대의를 체득하지 못한 엉터리 선승으로 남의 흉내나 내는 놈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광화상도 엉터리 흉내만 내는 스님에게 “이 여우같은 놈!”이라고 질타했다. ‘여우같은 놈’이란 말은 의심과 사량분별심에 떨어진 수행자를 꾸짖는 말이다.
<전등록>에 남양혜충국사가 타심통을 갖추었다고 주장하는 대의삼장에게 ‘이 여우같은 놈! 타심통이라고, 무슨 엉터리 같은 소리냐?’라고 꾸짖는 말처럼, 올바르게 수행하여 불법을 깨닫고 정법의 안목을 구족하지 못한 엉터리 선승을 질타한 말이다.
대광화상이 이 스님에게 ‘이 여우 같은 놈!’이라고 꾸짖은 말에 대하여 원오는 “이 은혜를 보답하기 어렵다”라고 착어했다. 즉 대광화상은 이 스님이 남의 흉내만 내고 그릇된 생각에 빠져 불법수행을 잘못하고 있는 점을 질타한 것은 선지식으로서 너무나도 친절하고 광대한 자비심을 베푼 것인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겠는가. ‘평창’에도 대광화상은 훌륭하게 사람을 교화하는 방도가 있었으며, 그의 말에는 생사를 해탈하고 불법을 깨닫도록 하는 길이 있었다. 종사라면 반드시 사람들을 위해서 못과 쐐기와 같이 고정관념에 빠진 마음을 뽑아주고 집착과 속박에 사로잡힌 마음을 풀어줄 수 있어야 선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설두화상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읊고 있다. “앞에 쏜 화살은 그래도 가볍게 박힌 것이나, 뒤에 쏜 화살은 깊이 박혔다.” 대광화상이 질문한 스님에게 춤을 춘 것이 앞에 쏜 화살인데, 첫 번째 화살에는 대광화상의 선기가 그래도 깊은 상처를 낼 만큼 강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여우같은 놈!’ 이라고 말한 두 번째 쏜 화살은 이 스님의 골수에 깊이 박혀 큰 상처를 내도록 한 것이다. 원오도 “백발백중”이라고 착어한 것처럼, 대광화상이 쏜 지혜의 화살은 스님이 남의 흉내나 내고 분별의식으로 살고 있는 중생심을 죽이는 살인전(殺人箭)으로 명중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 누가 누런 나뭇잎을 황금이라고 말하는가?” <열반경> 영아행품에 우는 애를 달래기 위해 방편으로 엄마가 누런 나뭇잎을 황금이라고 하며 어린애에게 주어 울음을 그치게 한 고사처럼, 부처님이 중생을 위해 설법한 것은 중생의 번뇌 망념을 없애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법문이다.
한 법도 줄 것이 없다. 금우선사의 춤이나, 대광화상의 춤도 어린애를 달래기 위한 누런 나뭇잎과 같이 방편이었는데, 그것을 향상의 종승(宗乘)이며, 진짜 황금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흉내내어 춤을 춘 스님에게 ‘여우같은 놈!’ 이라고 꾸짖었다. “조계의 물결이 이와 같다면.” 조계의 육조(六祖) 혜능으로부터 전해온 중국의 선불교가 이렇게 춤을 추고 방망이나 고함을 치는 모습이나, 옛사람의 언어와 문자를 빌리고 형식적이고 거짓 모양만으로 진짜처럼 보이려고 하는 선법을 계승한다면 틀에 박혀 죽은 선이 된다. 독자적인 안목으로 자유 자재한 선기를 펼치는 선승이 없다면 ‘한량없이 괜한 사람도 육지에서 침몰한다’ 천하의 납승들이 모두 육지에서 죽는 바보 같은 사태에 빠질 것이다.
성본스님/동국대 불교문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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