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가자)
매일 아침 저녁으로 독송하는 <반야심경>을 이 진언으로 마무리할 때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면서 나 자신을 반성하곤 한다. 부처님의 말씀을 무심코 외우는 것은 아닌지, 과연 깨달음의 저 피안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정진을 하고 있는 건지…
30여년전 아버지의 병 때문에 <반야심경>과의 인연은 시작됐다.
또 <반야심경>과의 인연은 나를 불교로 깊이 인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83세의 고령이셨던 부친이 어느날 갑자기 몸져 누우셨다. 의사가 진찰을 한 결과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을 호소하셨다. 투병한지 3일이 지나던날 전신이 싸늘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를 간호하다 아버지의 머리맡에 있던 <반야심경>을 발견했다.
그때만 해도 <반야심경>이 어떤 경전인지도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여하튼 절에서 독송하는 경전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반야심경>을 한 번도 독송해 본 적이 없었지만 절에서 스님이 법회시간에 독송하시던 기억을 더듬어 <반야심경>을 들고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1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반야심경>을 한참만에야 다 읽어냈다.
바로 그때 꼼짝도 않고 누워계시던 아버님이 나를 보고 “얘, 갑진아, 네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참 듣기 좋구나”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고통을 잊은 듯 깊은 잠에 드셨다.
나는 녹음기를 이용해 <반야심경>을 읽고 또 읽어가며 녹음을 했고, 내가 집에 없는 낮 동안에는 아버님께 반복해서 들려드리라고 집사람에게 당부를 했다. 아버지 방에는 밤낮없이 <반야심경> 독송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며 악화일로를 걷던 병세도 진전이 있는 듯 했다. 그후 며칠 뒤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은 채 평화로운 모습으로 운명하셨다.
만일 아버지께서 위독하실 때 <반야심경>을 늘 독송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유교식 장례를 치렀을 것이다. 그러나 <반야심경>과의 인연으로 나는 스님을 모셔다가 아버지의 장례를 불교식으로 거행했다.
우리 불자들 대부분이 외울 수 있고 법회에서 제일 많이 독송되는 <반야심경>은 반야부 경전 가운데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대반야경> 6백권의 사상을 한문 2백60자로 간결하게 그 진수만을 담고 있는 경전이 바로 <반야심경>이다.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준말로써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 공임을 철저하게 터득함으로써 지혜(반야)를 얻어 결국에는 정각을 이룰 수 있다는 공(空)사상이 핵심이다. 설혹 불자가 아니더라도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반야심경>의 핵심이다. 반야사상은 이세상에 모든 것이 공한 것(실체가 없는 것)임을 꿰뚫어 보아 이것을 철저하게 깨달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관세음 보살을 통해서 반야의 인격을 보이고, 불생불멸의 진리를 통해 반야의 실상을 천명했으며 보살과 부처님을 통해서 반야의 공덕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경의 종반부는 반야바라밀에 대한 신앙과 발원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육안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현상에 집착하고 그것때문에 괴로워하지만 물질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것은 반드시 변하고 파괴되어 버린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이 경의 가르침이다.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 즉 공속에서 색이 나오고 색속에 공이 들어있으니 이러한 본성을 깨달아 지혜롭고 원만자재한 삶을 개척해 나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독송되고 있는 경은 당나라 현장스님이 번역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현존하는 반야심경 해설서는 1천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작정 법회시간에 독경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포돼 있는 깊은 불교사상의 정수를 스스로 공부하고, 또 매일 <반야심경>을 수지 독송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면 생활 곳곳에서 부처님의 나투심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갑진/한진흥업(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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