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바사익왕이 선관이라는 딸 하나를 두었다. 그 공주는 나이 십육세로 용모가 아름답고 기개가 단아하며 고금의 일을 통달하였다. 왕이 극히 사랑하여 공주의 좋은 배필을 널리 구하였다.
하루는 공주의 손을 잡고 ‘네가 칠보궁전에서 많은 부귀를 누리니, 내가 아니면 네 어지 그 와 같은 형락을 바라겠는가, 모든 것이 나의 복으로 되는 것을 잊지 말지니라’ 하고 말하였다.
공주는 ‘어찌 부왕의 복이라 하오리까. 모든 것이 소녀가 전생에 지은 복이라 생각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왕은 크게 노하여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왕궁에 있을 필요가 없다,’ 말하고 즉시 영을 내려 걸인 중에서 제일 가난한 자를 데려오라 하였다. 얼마 안 되어 걸인 한 명을 불려 왔는데 현순백결(懸鶉百結)에 의복이 남루 할 뿐만 아니라 얼굴이 귀신같았다.
왕은 ‘이제 선관공주를 너에게 맡기나니 빨리 데리고 가서 아내를 삼으라’ 하고 또 공주를 불러 ‘네가 복덕이 많을 것인데 무엇이 구애되랴 오늘날 너를 저 걸인에게 맡길테니 어서 가라’ 말하고는 공주의 입었던 좋은 의복을 벗기고 걸인 의복과 같은 누더기 옷을 입혀 내쫓았다.
공주는 별안간에 부왕의 노여움을 받아 쫓겨났으나 조금도 근심하는 빛이 없이 걸인을 따라 궐문 밖으로 나오며, ‘이와 같이 된 것도 역시 전생 인연이라 무엇을 한탄 하리오’라고 생각하면서 걸인에게 말했다.
“오늘 부왕의 명령으로 그대를 따라가게 되었는데,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며, 주거하는데는 어디이며 부모는 누구입니까.”
“나의 이름은 마하타라 하는데, 부모가 계신다면 어찌 이 모양이 되었겠소. 부모 생시에 누거만(累巨萬)의 재산을 가졌다고 들었으나 그것이 어찌되었는지 알 수 없고, 다섯 살에 양친을 잃고 의탁할 곳이 없어 나이 이십이 되도록 걸식을 면치 못하고 있소. 다만 부모 살던 곳은 여기서 한 사 십리 되거니와 쑥대가 우거졌을 것이오.”
공주는 ‘의탁할 곳이 없으니 고속이라도 갈 수밖에 무슨 도리가 있겠습니까’ 말하며 걸인을 앞 세워 그곳을 찾아갔다.
잡풀이 무성하여 언제 사람이 살았는지를 알기 어렵고 인가라는 것도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공주는 남편을 시켜 이웃 사람들에게 괭이와 낫을 얻어 와서 잡풀을 베어내라 하고 공주도 친히 괭이를 들고 풀뿌리를 캐며, ‘이곳에 움막이라도 세워 의지할 곳을 준비합시다.
이곳은 원래 걸인의 부모가 생존시에 창고가 있던 곳이라 이곳에 땅을 파고 바람과 추위를 피할 작은 집을 지으리라 생각하였다. 땅을 파내는데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솥뚜껑 같은 것이 덮여있었다. 그것을 여니 커다란 독 속에 금과 은이 가득 차 있고 그와 같은 독이 십여 개가 묻혀 있는 것이었다. 걸은 부부는 크게 기뻐하며 금은을 팔아 저택을 짓고 전답과 소와 말과 노비 권속까지 풍부하게 갖추게 되니, 세상 사람들 모두 부러워하였다.
이 창고는 걸인의 부모가 생전에 ‘우리의 재산이 백만장자지만 내외가 세상을 떠난다면 늦게 얻은 어린 아이가 그 재물을 어떻게 지키리오. 차라리 금은 창고를 만들었다가 어느 때라도 자식이 장성하여 부모 살던 옛터라고 혹시 가옥을 다시 짓게 되면 이 금은을 발견하고 생활하는 데 풍족함을 얻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멀리 생각하고 배려하여 아낌없이 저장하였던 것이다. 걸인 부부가 좋은 저택에 화복을 빛내며 왕궁에 있을 때보다 부귀복락이 한껏 더한 듯 의기양양하였다.
한편 바사익왕은 공주의 대답이 괘씸하다 하여 일시적인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구박하여 내쫓았으나 달이 가고 해가 가니 죽었는가, 살았는가 하며 천륜의 정이 사무쳐 사람을 놓아 사방으로 공주를 찾았다.
어느 날 공주를 찾아 갔던 사람이 명을 받들어 ‘공주 부부는 아무 곳에 저택을 크게 건설하고 부귀영화가 왕궁을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하니 왕이 크게 놀라서 정말 인가 하고 친히 찾아갔다. 저택이 즐비하여 하늘 높이 솟았고 담장이 찬란하여 더욱 놀랐다.
공주부부는 부왕의 왕림하심을 듣고 화려한 의복을 입고 문 밖에 나와 맞이하는데, 왕이 그 집 별원에 친히 아서 조정한 후 공주의 손을 잡으며 한편으로는 반기며 한편으로는 무안해하며 말하였다.
‘오늘날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의외니라’ 하며 환궁다다가 ‘선관의 일은 보통 삶으로서 알 수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그 길로 부처님 계신 곳을 찾았다.
왕은 부처님께서 남행하여 영산을 향하신다는 말을 듣고 즉시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공경히 예배하고 걸인에게 시집보냈던 딸의 이야기를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과인의 딸 선관의 일은 참으로 알지 못하겠나이다. 전생에 어떠한 인연이 있습니까? 가르쳐 주시기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선관공주는 과거 가섭불출세시에 재상의 부인이 되어 금전을 내어 삼보께 공양하며 가난한 자와 병자와 걸인을 구제하였는데 재상은 부인의 보시를 크게 꺼려 엄히 금하였다. 하루는 부인이 선악인과를 가르쳐 지극히 간청하니 재상도 감동되어 내외가 한마음으로 불전에 공양드리고 가난한 자와 병자를 구제하였다. 선관공주는 전생에 부처에게 공양하던 부인이요, 그 걸인은 전생의 남편이었던 재상으로, 부인의 착하게 베푸는 인연을 비방하여 금생에걸인 되어 몇 해 동안 고생을 받은 것이고, 후일에 내외가 함께 선행을 닦아서 선관공주를 만나게 되어 무량복락을 누리게 된 것이니라. 전생 인연은 하나도 틀림이 없느니라.”
왕이 부처님을 말씀을 듣고 인연과보를 찬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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