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이야기

[스크랩] 인계타 존자

수선님 2018. 10. 21. 12:54
 

                                                     인계타 존자


 인계타 존자는 16나한 가운데 열 세 번째 아라한으로 1.300명의 제자와 함께 ‘광협산’에 살면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리를 탐구했다.


 인계타 존자는 전생에 박쥐였다.

 찬바람이 쌩쌩 불고 눈까지 쏟아져 무척 추운 어느 날 인계타 존자는 동굴 속에 거꾸로 매달려 자고 있었다.

 “아이고 추워! 이대로 계속 가다간 얼어 죽겠어 .어디 추위를 피했다. 갈 만한 곳이 없을까?”

 마침, 산 밑을 지나가던 행상 여럿이 추위를 피할 곳이 없을까 하고 사방으로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때 한 사람이 소리쳤다.

 “여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마침 찬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이 하나 있군!”

 “오 이제 살았다!”

 모두 좋아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찬바람을 피하기에는 딱 알맞은 곳이었다.

 행상들은 언 몸을 녹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눈이 멎기를 기다렸다.

 그 가운데에는 신앙심이 깊은 불교도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동굴 속에서도 목탁을 치며 불경을 읽었다.

 경 읽는 소리가 얼마나 장엄하고 우아하던지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박쥐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했다.

 ‘아, 어쩌면 경 읽는 소리가 음악처럼 아름답게 들릴까? 내 마음까지 환해지는 것 같다.’

 박쥐는 너무 좋아 계속 날개를 펄럭이며 귀를 기울였다.

 밤이 되자 바깥 날씨는 더욱 추워져 이 세상 모든 것이 꽁꽁 어는 것 같았다.

 “이제는 생솔가지라도 꺾어 와서 불을 계속 피워야지 안 그러면 동굴 안에서 그대로 얼어 죽겠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차례로 밖에 나가 생솔가지를 꺾어 와서 불을 지폈다.

 생솔가지는 잘 타지도 않고 연기만 많이 나서 동굴 안은 마치 굴뚝처럼 연기로 가득 찼다.

 ‘에취! 에취! 아이고 매워. 눈도 못 뜨고 숨도 못 쉬겠다!’

 생솔가지 타는 연기가 너무 매워 기침도 나고 눈물도 나왔다. 그러나 생솔가지라도 태우지 않으면 매운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서 괴롭지만 꾹 참고 있었다.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던 박쥐는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아유, 도저히 못 참겠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저 아름다운 염불 소리는 들을 수 없겠지? 그래, 괴로워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지!’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불쌍한 박쥐는 견디다 못해 그만 연기에 숨이 막혀 죽고 말았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경 읽는 소리를 들으며 죽은 박쥐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계타로 다시 태어난 박쥐는 불교를 열심히 믿고 실천하였는데, 그것도 마음에 차지 않아 어느 날 머리를 깎고 출가를 했다.

 인계타는 출가한 뒤로 세상의 모든 번뇌를 떨쳐 버리고 오직 한 길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만 따라 몸과 마음을 닦다가 얼마 안 가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다.

 

한번은 ‘오장난국’에 사는 어떤 사람이 미륵불상을 조각하려는데 아직 미륵불을 만나 뵙는지가 없어 몹시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긴 분인지 한번 보아야 그대로 조각을 하지 보지도 않고 어떻게 조각을 한단 말이야?’

 그 사람은 꽃밭 한가운데에 제대를 차리고 그 위에 향불을 피웠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다.

‘저는 부처님이 열반하실 때 열 여섯 분 대아라한만은 이 세상에 오래 남아서 계속 불법을 펼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저는 미륵부처님을 조각하려고 하는데 미륵 부처님의 상을 조각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겨셨는지 알지 못합니다. 비옵건대 미륵부처님의 얼굴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나한 한 사람이 나타나 말했다.

 “그런 일쯤이야 내가 도와 드리겠소.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오 고맙습니다. 누구신지요?”

 “나는 인계타 인데 내가 당신을 등에 업고 도솔천으로 가서 그 곳에 계신 부처님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도록 해 드리겠소.”

  “미륵존불님을 직접 뵙도록 해 주시다고요? 아이구 , 정말 고맙습니다.”

 그 사람은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이나 물었다.

 “존자님, 이게 설마 꿈은 아니겠지요? 꿈만 같아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요.”

 “분명 꿈이 아닙니다. 자, 어서 내 등에 업히시오.”

 인계타 존자는 그 사람을 업고 도솔천 미륵천궁으로 갔다. 미륵천궁에는 마침 미륵부처님이 계셔서 그 사람은 미륵불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넉넉한 풍채, 연꽃 같은 웃음, 자비가 가득한 얼굴을 가슴속에 꼭꼭 새겨 두었다.

 "자 , 이전 됐소?“

 미륵불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가 인계타 존자의 말에 깜작 놀라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는 새 자기 집에 와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미륵불을  본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 사람은 그 날부터 미륵불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각을 하다 자신이 없으면 다시 인계타 존자를 찾았고 그 때마다 인계타 존자는 그 사람을 업고 미륵천궁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사람은 미륵천궁에 가서 미륵불을 세 번 본 뒤에야 비로소 미륵불상을 완성 했다.

 그 사람이 조각한 미륵상은 오장나국의 달여문 위에 보존되어 있는데, 그 속은 바로 오장국의 옛 수도였다.

  

  

출처 : 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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