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 존자
‘아시다 존자’는 늘 석가모니 부처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시자이다. 어떤 사람은 ‘아시다 존자’와 ‘아일다 존자’를 같은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아일다 존자는 미륵보살의 화신이고 아시다 존자는 열 다섯 번째 아라한으로 취봉산에 살며 불법을 널리 펴는 데 힘썼다.
그 때 인도에는 박추하 강가에 ‘달마실철제’라는 적은 나라가 있었는데 달마실철제 사람들은 산이나 나무, 심지어 시냇물 같은 곳에도 신이 있다고 믿고 잡신을 섬기면서 불교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느 날, 달마실철제국의 왕자가 갑자기 중병에 걸려 곧 죽게 되었다.
‘내 사랑하는 왕자, 왕자가 병에 걸려 죽게 되었으니...... .
아이고, 이 일을 어쩌지? 내사랑하는 왕자는 눈을 감으려 하는데 이 일을 어쩌지?‘
왕은 얼마나 다급했던지 나라 안에 유명하다는 의원은 다 불러 놓고 약을 써 보았지만 차도는커녕 점점 병이 더해 갔다.
“누구라도 내사랑하는 아들을 살려만 준다면 이 나라의 절반을 떼어 주겠다. 어서 와서 내 아들을 구해 다오!”
그래서 의원은 말할 것 없고 나중에는 점쟁이까지 찾아와 왕자를 구해내려 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이제 감히 병을 고쳐 주겠다고 나서는 의원도 없었다.
왕은 땅을 치며 울었다.
‘내 뒤를 이을 왕자가 죽으면 앞으로 이 나라는 어떻게 되지? 정말 하늘이 내려 앉고 땅이 꺼지는 것 같다. 어서 누가 와서 왕자를 구해 줄 사람이 없는가?’
왕은 나라 안에 자기 아들 하나 고쳐 줄 의원 한 명 없음을 보고 실망한 듯 하룻밤을 뜬 눈으로 지내다 마지막에 외도의 수행자를 찾아갔다.
왕은 외도 수행자의 손을 잡고 통사정을 했다.
“왕자가 죽게 되었소. 어서 우리 왕자를 구해 주시오.”
잡신을 믿는 외도 수행자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임금님, 조금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왕자의 병은 의원의 약으로는 고칠 수 없습니다. 우리기도만이 효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외도 수행자가 이어 말했다.
“왕자는 우리가 기도하면 곧 나을 수 있습니다. 보십시오.
기금까지 수많은 의원이 다녀갔죠? 그런데 왕자의 병을 고쳤습니까? 약은 사람의 몸을 망치기도 하지만 우리 기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 그것을 고치는 것이 우리 특기 아닙니까?“
“그래 ,알겠소, 제발 빨리 우리 왕자를 고쳐 주시오.”
“임금님은 이제 돌아가십시오. 왕자는 나을 것입니다. ”
그 말에 왕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궁으로 달려갔다.
그 때마침 , 아시다 존자는 달마실철제국을 여행하고 있다가 우연히 길에서 왕을 만나게 되었다.
왕은 실 날 같은 웃음을 띄긴 했지만 왕자 때문에 걱정을 해서인지 너무나 초취하게 보였다.
아시다 존자가 먼저 인사를 하고 말했다.
“임금님, 저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인 아시다라고 합니다. 보아하니 무슨 큰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제가도움이 되어 드릴 수 없을까요?”
그 말에 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석가모니 부처의 제자라고? 나는 석가모니란 사람도 모르고 당신의 도움도 필요 없소 . 어서 길이나 비키시오!”
왕은 스님을 싫어하던 터라 냉정하게 말했다.
“임금님.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숨기고 있는 것이 하나 있지요? 어서 말씀해 보세요. 제가 도움이 될지 어떻게 합니까?”
아시다 존자는 간절하게 말했다. 왕은 그제 서야 마음이 조금 움직였는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 잘 알고 있다고 하니 한 가지 물어 보겠소. 왕자가 지금 중병으로 앓고 있는데 희망이 있겠소 , 없겠소?”
아시다 존자는 잠시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더니 난처한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왕자는 임금님 고집 때문에 이미희망이 없습니다. 어서 궁으로 돌아가셔서 염불을 하고 재앙을 막도록 하십시오.”
“아니, 뭐라고? 희망이 없다고?”
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거품을 물고 말했다.
“재수 없게 생긴 중놈이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군! 큰 코 다치기 전에 어서 내 앞에서 꺼져! 지금쯤 병이 다아서 펄펄뛰어 다닐 왕자를 보고 희망이 없다고? 감히 누구 앞에서 그런 무례한 말을 하느냐?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사라져!”
왕은 금방이라도 주먹으로 아시다 존자를 후려칠 것 같았다.
그 뒤 며칠 안 가 왕자는 정말 죽고 말았다.
‘수행자들의 기도도 별것 아니로군!’
왕은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인지 왕비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왕자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장례도 치르지 않았다.
왕은 아시다 존자가 머물고 있는 곳을 물어 직접 찾아왔다.
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임금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람은 누구나 언제인가 죽게 마련입니다. 다만 그 때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차이뿐입니다. 그러나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왕은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체하고 물었다.
“스님,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
아시다 존자가 말했다.
“임금님, 이제 숨길 것 없잖습니까? 어제 왕자님이 돌아가셨죠? 한 번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깨끗이 잊어버리고 왕자를 위해 염불이나 많이 해 주세요. 이제 그 길밖에 없습니다. ”
왕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 나직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말하는 스님께는 손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왕자는 어제 그만......... .”
왕은 더 이상 말도 않고 아시다 존자가 묵고 있는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외도 수행자를 찾아갔다.
그들은 왕을 보자 이렇게 말했다.
“임금님께서 직접 인사하러 오셨군요. 축하합니다.”
왕이 물었다.
“나에게 축하할 일이 무엇이오?”
“왕자님이 나으셨으니 임금님께 축하 드리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왕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순진한 백성을 속이고 울리는 나쁜 녀석들, 수행은 바르게 하지 않고 귀신을 앞세워 나쁜 짓만 하다니! 너희를 그냥두지 않겠다.”
왕은 곧 부하들을 불렀다.
“저 외도인 수행들을 모조리 잡아 옥에 가두고 사당도 불태워 버려라!”
외도 수행자들은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줄 알고 잘못을 빌었다.
“임금님,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
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그리고 아시다 존자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다시 갔다.
“존자님, 어리석은 내가 존자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용서해 주시고 나를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 존자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제발 나의 청을 뿌리치지 마십시오.”
아시다 존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왕의 손을 잡아 주었다.
“정말 잘 하셨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그 진리를 깨우치면 복락을 얻게 되고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
왕은 사랑하는 왕자를 잃어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얼굴에는 더 이상 슬픈 빛이 보이지 않았다.
아시다 존자가 말했다.
“임금님, 슬픔도 번뇌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서 밝은 마음으로 불법을 익히도록 하십시오. 불법은 모든 번뇌를 잊어버리게 하는 좋은 약입니다.”
“예 , 그렇게 노력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달마실철제국도 불교를 널리 믿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은 아시다 존자가 늘 곁에서 그들을 돌보아 주며 병도 고쳐 준다고 믿었고 성모봉 꼭대기에서 좌선하고 있는 아시다 존자를 가끔 본다고 한다.
'아라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불종사 카렌다의 포대화상 (0) | 2018.11.04 |
---|---|
[스크랩] 주리반탁가 (0) | 2018.11.04 |
[스크랩] 15. 벌라파사 존자 (0) | 2018.10.28 |
[스크랩] 인계타 존자 (0) | 2018.10.21 |
[스크랩] 나가세나 존자 (0) | 201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