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9. 믿음의 힘으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

수선님 2018. 10. 21. 13:21

범천왕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대덕188)이시여, 세간의 지혜는 상등․중등․하등이 있는데, 곧은 마음을 잘 익힌 이는 쉽게 제도하려니와 이 사람이 불법을 듣지 못하면 온갖 악난(惡難)에 물러나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비유하건대 물속의 연꽃이 어린 것도 있고 성숙한 것도 있으며, 물 밖에 나온 것도 있고 물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것도 있는데, 이들이 모두가 햇빛을 받지 못하면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과 같이 불법 역시 그와 같습니다.

  
  
186) 범어로는 amṛta.
187) 욕계․색계․무색계의 셋을 말한다. 욕계는 식욕과 성욕을 지닌 존재가 머무는 곳으로 위로는 6욕천, 중앙에는 인간, 아래로는 지옥이 있다. 색계는 식욕․성욕을 떠난 존재들이 머무는 물질로 이루어진 곳이며, 무색계는 마음만으로 이루어진 비물질의 세계이다.
188) 범어로는 bhada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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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로써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과거․미래․현재의 3세의 부처님들께서도 모두가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하여 법을 설하셨으니, 나 역시 마땅히 그렇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시고는 범천왕 등 여러 신들의 청을 받아들여 법을 설하기로 하셨으니,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답하셨다.

  
  나 이제 감로법189)의 문을 여노니,
  누군가가 믿기만 하면 기쁨 얻으리.
  모든 사람 가운데 묘한 법 설함은
  남을 괴롭히려 함이 아니라네.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 가운데 보시하는 사람이 환희를 얻는다 하시지 않았고

또한 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행하는 사람이 환희를 얻는다고도 하시지 않으신 채

오직 믿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뜻은 다음과 같으리라.

 

‘나의 제일가는 심히 깊은 법은 미묘하여서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하고 흔들리지 않고 치우치지 않고190) 집착되지 않고 얻을 수 없는 법이어서 일체지(一切智)를 얻은 이가 아니면 알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불법에는 믿음의 힘으로써 첫머리를 삼으니, 믿음의 힘으로써야 들어갈지언정 보시․지계․선정․지혜 등으로써 불법의 첫머리를 삼거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간 사람들 마음이 흔들려
  
  
189) 범어로는 amṛta-dharma. 불사(不死)의 가르침을 말한다.
190) 범어로는 anāśr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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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된 과보만을 좋아하고
  복의 원인은 심지 않으니
  유(有)만을 구하고 멸(滅)은 구하지 않네.
  
  앞서부터 삿된 견해의 법을 들어
  마음에 집착하여 깊이 들어갔나니
  나의 이 심히 깊은 법은
  믿음이 없고서야 어찌 들어가리오.
  

제바달(提婆達)191)의 큰 제자인 구가리(俱迦梨)192) 등은 가르침을 믿지 않는 까닭에 나쁜 길에 떨어졌으니, 이 사람은 불법에 대해서 믿음이 없이 스스로 지혜를 부려 구하였지만 얻지 못했다.

왜냐하면 불법은 매우 깊기 때문이다.

 

범천왕이 구가리를 가르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려 하나
  지혜로운 이는 헤아리지 않네.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려 하면
  이 사람, 스스로를 묻어버리리.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마음이 착하여 곧게 믿으면 이 사람은 법을 들을 수 있거니와 만일 그러한 모습이 없으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듣는 이는 단정히 바라보며
  목마른 이가 물을 마시듯
  일심을 기우려
  
  
191) 범어로는 Devadatta.
192) 범어로는 Kokālika, Kokāliya. 제바달과 함께 석존의 교단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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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속의 이치로 들어가네.
  
  법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나니
  이러한 사람이라야
  마땅히 말해 줄 수 있다네.
  
또한 ‘이와 같이’라는 말씀이 부처님 가르침의 첫머리에 있는 것은 이 세상의 이로움이나 뒷세상의 이로움이나 열반의 이로움 등 모든 이로움의 근본이 믿음을 큰 힘으로 삼음을 말한다.

 

또한 온갖 외도로서 출가한 사람들은 ‘나의 법은 미묘하고 청정하고 제일이다’ 하나니,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가 행하는 법은 찬탄하고 남이 행하는 법은 헐뜯는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는 서로 치고 싸우다가 후세에는 지옥193)에 떨어져서 갖가지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자기의 법을 사랑하는 물듦 때문에
  다른 이의 법을 헐뜯나니
  비록 계행을 지키는 사람이라도
  지옥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리.
  
이는 불법 안에서 모든 애착과 모든 소견과 모든 아만을 버리고 남김없이 끊어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벌유경(筏喩經)』194)에 “너희들이 나의 뗏목의 비유의 가르침을 이해한다면 이때에 착한 법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착하지 못한 법이겠는가” 하신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반야바라밀에 대해서도 생각하거나 의지하지 않으셨거늘 하물며 의지할 다른 법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불법의 첫머리에 ‘이와같이’라고 한 것이니, 부처님의 뜻은 다음과 같으리라.

  
  
193) 범어로는 naraka.
194) 범어로는 Kolopama-sū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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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제자는 법에 애착하지 않고, 법에 물들지 않고,

패거리를 짓지 않고 오직 괴로움을 여의어 해탈하기만을 구해 모든 법의 모양을 희론하지 않는다.’

 

『아타바기경(阿他婆耆經)』195)에서 마건제(摩犍提)196)가 게송으로 따져 물었다.

  
  결정적인 모든 법에서
  어지러이 갖가지 생각을 냈다가
  안팎의 모든 것을 모두 버리고는
  어떻게 도를 얻을 수 있으리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결코 듣고 알고 느끼는 것도 아니요
  계를 가짐으로써 얻는 것도 아니고
  보고 듣는 것 아님도 아니며
  계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얻는 것도 아니네.
  
  이와 같은 논의 모두 버리고
  나(我)197)와 내 것(我所)198) 모두 버리어
  모든 법상 취하지 않아야
  비로소 도를 얻을 수 있으리.
  
  마건제가 물었다.
  
  
195) 범어로는 Arthavargiya-sūtra.
196) 범어로는 Mākandika.
197) 범어로는 ātman.
198) 범어로는 ātmī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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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듣는 것도 아니요
  계를 지켜서 되는 것도 아니요
  보고 들음 아님도 아니요
  계를 지니지 않음도 아니라면
  내가 관찰해 생각건대
  벙어리의 법이라야 도를 얻으리.
  
  부처님께서 대답했다.
  
  그대는 사견의 문에 의지해 있나니
  나는 그대의 어리석은 길을 아노라.
  그대가 망상을 보지 않는다면
  그때엔 저절로 벙어리가 되리라.
  

또한 나의 법은 진실이고 다른 법은 망어이다, 나의 법은 제일이고 다른 법은 진실치 못하다 한다면 이는 투쟁의 근본이다.

 

 

이제 ‘이와 같다’고 하는 뜻은 사람들에게 다툼 없는 법을 보임이니, 남이 말한 바를 듣고는 그 말한 사람에게 머묾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모든 경전의 첫머리에서 ‘이와 같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이와 같다는 이치를 이상으로써 간략히 설명해 마친다.

 

이제 나[我]라고 함을 설명하리라.

 

 

 

 

대지도론(大智度論) 9. 믿음의 힘으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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