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왕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
“대덕188)이시여, 세간의 지혜는 상등․중등․하등이 있는데, 곧은 마음을 잘 익힌 이는 쉽게 제도하려니와 이 사람이 불법을 듣지 못하면 온갖 악난(惡難)에 물러나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
비유하건대 물속의 연꽃이 어린 것도 있고 성숙한 것도 있으며, 물 밖에 나온 것도 있고 물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것도 있는데, 이들이 모두가 햇빛을 받지 못하면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과 같이 불법 역시 그와 같습니다. |
186) 범어로는 amṛta. |
187) 욕계․색계․무색계의 셋을 말한다. 욕계는 식욕과 성욕을 지닌 존재가 머무는 곳으로 위로는 6욕천, 중앙에는 인간, 아래로는 지옥이 있다. 색계는 식욕․성욕을 떠난 존재들이 머무는 물질로 이루어진 곳이며, 무색계는 마음만으로 이루어진 비물질의 세계이다. |
188) 범어로는 bhadanta. |
[36 / 805] 쪽 |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로써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해 주시옵소서.” |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
‘과거․미래․현재의 3세의 부처님들께서도 모두가 중생을 제도하시기 위하여 법을 설하셨으니, 나 역시 마땅히 그렇게 하리라.’ |
이렇게 생각하시고는 범천왕 등 여러 신들의 청을 받아들여 법을 설하기로 하셨으니,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답하셨다. |
나 이제 감로법189)의 문을 여노니, |
누군가가 믿기만 하면 기쁨 얻으리. |
모든 사람 가운데 묘한 법 설함은 |
남을 괴롭히려 함이 아니라네. |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 가운데 보시하는 사람이 환희를 얻는다 하시지 않았고 또한 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행하는 사람이 환희를 얻는다고도 하시지 않으신 채 오직 믿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뜻은 다음과 같으리라. |
‘나의 제일가는 심히 깊은 법은 미묘하여서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하고 흔들리지 않고 치우치지 않고190) 집착되지 않고 얻을 수 없는 법이어서 일체지(一切智)를 얻은 이가 아니면 알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불법에는 믿음의 힘으로써 첫머리를 삼으니, 믿음의 힘으로써야 들어갈지언정 보시․지계․선정․지혜 등으로써 불법의 첫머리를 삼거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그리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세간 사람들 마음이 흔들려 |
189) 범어로는 amṛta-dharma. 불사(不死)의 가르침을 말한다. |
190) 범어로는 anāśraya. |
[37 / 805] 쪽 |
복된 과보만을 좋아하고 |
복의 원인은 심지 않으니 |
유(有)만을 구하고 멸(滅)은 구하지 않네. |
앞서부터 삿된 견해의 법을 들어 |
마음에 집착하여 깊이 들어갔나니 |
나의 이 심히 깊은 법은 |
믿음이 없고서야 어찌 들어가리오. |
제바달(提婆達)191)의 큰 제자인 구가리(俱迦梨)192) 등은 가르침을 믿지 않는 까닭에 나쁜 길에 떨어졌으니, 이 사람은 불법에 대해서 믿음이 없이 스스로 지혜를 부려 구하였지만 얻지 못했다. 왜냐하면 불법은 매우 깊기 때문이다. |
범천왕이 구가리를 가르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려 하나 |
지혜로운 이는 헤아리지 않네. |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려 하면 |
이 사람, 스스로를 묻어버리리. |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마음이 착하여 곧게 믿으면 이 사람은 법을 들을 수 있거니와 만일 그러한 모습이 없으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
듣는 이는 단정히 바라보며 |
목마른 이가 물을 마시듯 |
일심을 기우려 |
191) 범어로는 Devadatta. |
192) 범어로는 Kokālika, Kokāliya. 제바달과 함께 석존의 교단을 떠났다고 한다. |
[38 / 805] 쪽 |
말씀 속의 이치로 들어가네. |
법을 듣고는 |
뛸 듯이 기뻐하나니 |
이러한 사람이라야 |
마땅히 말해 줄 수 있다네. |
또한 ‘이와 같이’라는 말씀이 부처님 가르침의 첫머리에 있는 것은 이 세상의 이로움이나 뒷세상의 이로움이나 열반의 이로움 등 모든 이로움의 근본이 믿음을 큰 힘으로 삼음을 말한다. |
또한 온갖 외도로서 출가한 사람들은 ‘나의 법은 미묘하고 청정하고 제일이다’ 하나니,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가 행하는 법은 찬탄하고 남이 행하는 법은 헐뜯는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는 서로 치고 싸우다가 후세에는 지옥193)에 떨어져서 갖가지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
자기의 법을 사랑하는 물듦 때문에 |
다른 이의 법을 헐뜯나니 |
비록 계행을 지키는 사람이라도 |
지옥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리. |
이는 불법 안에서 모든 애착과 모든 소견과 모든 아만을 버리고 남김없이 끊어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
『벌유경(筏喩經)』194)에 “너희들이 나의 뗏목의 비유의 가르침을 이해한다면 이때에 착한 법도 버려야 하겠거늘 하물며 착하지 못한 법이겠는가” 하신다. |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반야바라밀에 대해서도 생각하거나 의지하지 않으셨거늘 하물며 의지할 다른 법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불법의 첫머리에 ‘이와같이’라고 한 것이니, 부처님의 뜻은 다음과 같으리라. |
193) 범어로는 naraka. |
194) 범어로는 Kolopama-sūtra. |
[39 / 805] 쪽 |
‘나의 제자는 법에 애착하지 않고, 법에 물들지 않고, 패거리를 짓지 않고 오직 괴로움을 여의어 해탈하기만을 구해 모든 법의 모양을 희론하지 않는다.’ |
『아타바기경(阿他婆耆經)』195)에서 마건제(摩犍提)196)가 게송으로 따져 물었다. |
결정적인 모든 법에서 |
어지러이 갖가지 생각을 냈다가 |
안팎의 모든 것을 모두 버리고는 |
어떻게 도를 얻을 수 있으리까? |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
결코 듣고 알고 느끼는 것도 아니요 |
계를 가짐으로써 얻는 것도 아니고 |
보고 듣는 것 아님도 아니며 |
계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얻는 것도 아니네. |
이와 같은 논의 모두 버리고 |
나(我)197)와 내 것(我所)198) 모두 버리어 |
모든 법상 취하지 않아야 |
비로소 도를 얻을 수 있으리. |
마건제가 물었다. |
195) 범어로는 Arthavargiya-sūtra. |
196) 범어로는 Mākandika. |
197) 범어로는 ātman. |
198) 범어로는 ātmīya. |
[40 / 805] 쪽 |
보고 듣는 것도 아니요 |
계를 지켜서 되는 것도 아니요 |
보고 들음 아님도 아니요 |
계를 지니지 않음도 아니라면 |
내가 관찰해 생각건대 |
벙어리의 법이라야 도를 얻으리. |
부처님께서 대답했다. |
그대는 사견의 문에 의지해 있나니 |
나는 그대의 어리석은 길을 아노라. |
그대가 망상을 보지 않는다면 |
그때엔 저절로 벙어리가 되리라. |
또한 나의 법은 진실이고 다른 법은 망어이다, 나의 법은 제일이고 다른 법은 진실치 못하다 한다면 이는 투쟁의 근본이다.
이제 ‘이와 같다’고 하는 뜻은 사람들에게 다툼 없는 법을 보임이니, 남이 말한 바를 듣고는 그 말한 사람에게 머묾이 없다는 뜻이다. |
그러므로 모든 경전의 첫머리에서 ‘이와 같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이와 같다는 이치를 이상으로써 간략히 설명해 마친다. |
이제 나[我]라고 함을 설명하리라. |
대지도론(大智度論) 9. 믿음의 힘으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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