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해설

[스크랩] [碧巖錄] 제98칙 天平兩錯 - 천평선사의 행각(行脚)

수선님 2018. 10. 28. 12:49

관련 이미지 <벽암록> 제98칙은 천평 선사가 행각하며 서원 화상을 참문한 대화를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천평 선사가 행각할 때 서원 화상을 참문하고, 평상시처럼 말했다. ‘불법을 안다고 말하지 않고, 한 사람도 화두를 제기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구나!’ 하루는 서원 화상이 멀리서 바라보고 그를 부르며 말했다. ‘종의(從漪)야!’ 천평 선사가 머리를 들자, 서원화상은 ‘틀렸다!’ 라고 말했다. 천평 선사가 두 세 걸음 걸어가자, 서원 화상이 또다시 ‘틀렸다!’라고 말했다. 천평 선사가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서원 화상이 말했다. ‘조금 전에 두 번 “틀렸다!” 라고 말했는데, 서원이 틀렸는가, 상좌가 틀렸는가?’ 천평은 말했다. ‘제(從漪)가 틀렸습니다.’ 서원 화상은 또 다시 ‘틀렸다’고 말했다. 천평 선사가 그만두려고 하자, 서원 화상이 말했다. ‘우선 여기에 머물며 하안거를 지내면서 상좌와 함께 두 번 틀렸다는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천평 선사는 당시 곧장 떠나 가버렸다. 그 뒤에 선원에 주석하면서 대중들에게 말했다. ‘내가 처음 행각 할 때에 업풍(業風)에 끌려 사명장로의 처소를 찾아 갔더니, 연이어 두 번이나 ’틀렸다!‘고 말한 뒤에, 나에게 그 곳에 머물며 하안거를 보내며 이 문제를 함께 살펴보자고 하였다. 나는 그 때 틀렸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내가 그 곳을 떠나 남쪽으로 떠날 때에 비로소 틀린 것임을 알았다.’

 
擧。天平和尙行脚時參西院。常云。莫道會佛法。覓箇擧話人也無。一日西院遙見召云。從漪.平擧頭。西院云。錯。平行三兩步。西院又云。錯。平近前。西院云。適來這兩錯。是西院錯。是西院錯。是上座錯. 平云。從漪錯。西院云。錯. 平休去。西院云。且在這裏過夏。待共上座商量這兩錯。平當時便行。後住院謂衆云。我當初行脚時。被業風吹。到思明長老處。連下兩錯。更留我過夏。待共我商量。我不道恁麽時錯。我發足向南方去時。早知道錯了也.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12권과 <광등록>14권 서원사명(西院思明)전에 전하며, 서원 화상은 임제의 제자인 보수(寶壽)의 법을 이은 선승이다. 그리고 천평은 <전등록>26권에 의하면 상주 천평산에서 교화를 펼친 종의(從漪)선사로 현사-라한-청계의 법을 계승한 선승인데, <전등록>24권에 청계산 홍진(洪進) 선사와 선문답을 나누며 불법을 깨닫게 된 인연을 전한다.


천평 선사가 처음 행각할 때 여주 서원에 주석하는 사명화상의 회상에 방부를 들이고 10일쯤 지나 입을 열었다. 이곳에는 ‘불법을 깨달았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있어도, 진짜 고칙 공안을 제시하여 학인들에게 불법을 깨닫도록 제시하는 안목 있는 사람은 없다!’ 고 하며, 자신이 불법을 깨달은 사람처럼 행세하며 나와 상대하여 불법을 논의할 사람이 없다고 큰소리친 것이다.

 

서원화상이 이 말을 듣고 잠자코 있었다. 어느 날 하루는 천평이 법당에 올라 왔기에 서원화상이 멀리서 그를 바라보고 ‘종의(從漪)야!’라고 불렀다. 천평 선사가 머리를 들었다. 원오는 “걸렸다(着). 이중공안(二重公案)이다.”라고 착어했다. 서원 화상이 천평의 이름을 부를 소리에 머리를 든 것도 명상에 떨어진 것이고, 불법을 체득했다고 큰소리친 것도 엉터리로 탄로난 것이며, 이중으로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서원화상은 ‘틀렸다(錯!)’ 라고 하며 엉터리 같은 소리나 하는 놈이라고 고함친 것이다.

 

즉 천평이 머리를 든 순간 자기 본분사를 상실한 것을 간파한 것이다. 서원화상이 틀렸다! 고 한 말은 원오가 수시에 말한 “금강의 보검”으로 천평의 망심을 타파한 지혜의 칼이다. 그러나 천평은 서원 화상의 지혜작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두 세 걸음 걸어갔다. 자신의 경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이지만, 분명한 점이 없이 애매모호한 행동이다.

 

원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 진흙 수렁에서 흙덩이를 씻는구나!”라고 착어한 것처럼, 분명한 선기작용이 없다. 서원 화상이 또다시 ‘틀렸다!’라고 말했다. 원오는 “배를 자르고 심장을 긁어냈다.”고 착어한 것처럼, 너무나 친절한 말씀이라는 의미이다. 천평은 전혀 문제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서원화상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서원 화상은 천평에게 ‘조금 전에 내가 두 번이나 “틀렸다!” 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내(서원)가 틀린 것인가? 아니면 그대가 틀렸는가?’ 천평은 ‘제(從漪)가 틀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천평은 나와 남이라는 자타의 분별과 이원(二元)의 차별에 떨어지고 말았다. 서원화상은 또 다시 ‘틀렸다’고 말했다.

 

서원 화상은 천평의 선병을 진단하고 있지만 천평은 전연 알지 못하고 있다. 원오는 “눈 위에 서리를 첨가하네.”라고 착어한 것처럼, 아무리 서원화상이 자비심으로 선병을 진단해 주어도 전혀 쓸데가 없다는 말이다. 천평 선사가 서원 화상과의 대화를 끝내고 법당을 나가려고 하자, 서원 화상은 ‘그대는 우선 여기에 머물며 여유 있게 하안거를 지내면서 상좌에게 내가 두 번이나 틀렸다(錯)고 말한 문제점을 진지하게 참구해 보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하며 올바른 수행을 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천평선사는 서원화상의 자비심을 등지고 당시 곧장 떠나 가버렸다.

 

천평은 뒤에 상주 천평산의 주인이 되어 법당을 열고 선원의 대중들에게 설법하였다. ‘내가 처음 행각 할 때에 업풍(業風)에 끌려 서원의 사명장로의 처소를 찾아 갔었다. 그 때 연이어 두 번이나 ‘틀렸다!’ 라고 말한 뒤에, 나에게 그 곳에 머물며 하안거를 보내며 이 문제를 함께 살펴보자고 하였다. 나는 그 때 서원화상이 두 번이나 ‘틀렸다’라고 말한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었지만, 내가 그 곳을 떠나 남쪽으로 떠날 때에 비로소 서원화상이 ‘틀렸다!’ 라고 말한 의미를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천평이 젊은 수행자 시절 서원화상을 참문한 지난날을 회상하며 제자들을 경각시키는 법문이다.

 

<임제록>에도 임제가 하안거 중에 황벽 선사를 방문하니, 황벽은 경전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경전의 까만 글자만 보는 노인이군!’ 하고 며칠 지나다 하직 인사를 하자, 황벽 선사는 ‘그대는 하안거를 파하고 왔다 갔다 어디를 가느냐?’하였다. 임제는 ‘잠깐 화상께 인사하러 왔습니다.’ 라고 하자, 황벽은 주장자를 내리치고 �아 버렸다. 임제는 몇 십리 길을 가다가 이 일을 의심하고 되돌아와서 하안거를 마쳤다는 일단을 전한다. 임제가 의심한 이 일은 불법의 본질은 경전을 통해서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경전을 약방의 처방전과 같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의 문제점을 자각한 것이며, 수행자는 항상 경전을 읽고 자신을 조고하는 수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선승이 경을 보는 것을 비판하는 건방진 사고와 언어문자에 대한 편견의 선병에 떨어진 사실을 자각하는 임제와 같은 선승은 드물다.

 

설두화상은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선가의 수행자들은 경솔하고 천박함을 좋아하네.” 천평선사 뿐만 아니라 대개의 선승들이 약간의 선에 대한 지식과 분위기만을 익혀서 깨달은 행세를 하는 모습 경박하기 짝이 없다.

 

“뱃속 가득히 참구하면서도 쓰지를 못하네.” 제방의 선지식을 참문하는 운수행각으로 수행했다고 하지만 지혜의 안목을 갖추지 못한 벙어리 선승이라 쓸모가 없다.

 

“불쌍하고 가소롭다 천평노인.” 서원화상이 친절하게 제시해줘도 아만심을 꺾지 못해 두 번이나 ‘틀렸다!’는 말의 낙처를 알지 못하네.

 

“도리어 말하네, 당초 행각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문하의 대중들에게 서원화상을 참문한 것에 대한 비평인데, 바보같은 소리다. 그래서 설두는 천평에게 ‘틀렸다! 틀렸다!’라고 질타했다.

 

“서원의 맑은 바람이 단번에 녹아버렸네.” 서원화상이 천평에게 두 번 ‘틀렸다!’고 말한 것은 청풍을 일으킨 가경이었다. 설두가 두 번 ‘틀렸다!’고 말했을 때 서원의 청풍도 다 녹아 자취가 없어졌다. 설두는 자신의 지혜로 양착(兩錯)을 활용한 것이다.

 

설두는 다시 말했다. “홀연히 어떤 납승이 나와서 ‘틀렸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설두의 자문자답이다.

 

설두가 “틀렸다!”고 한 말과 천평의 틀린 것과 비교하면 어떤가?“ 같은가 다른가? 이 공안을 읽는 사람들에게 참구해 보도록 제시한 말이다. 원오는 서원화상이 다시 출세한 것이라고 착어하여 설두를 칭찬했다.

 

성본스님/동국대 불교문화대학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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