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모든 것이 끊어져
우리의 삶은
어떤 이름으로도, 어떤 모양으로도
무상(無常), 무아(無我)의 연속된 흐름과
불연속인 변화의 이중성을 나타낼 수 없습니다.
생생한 삶은 변화만 있을 뿐, 변화의 주체는 없습니다.
이것을 우주법계(宇宙法界)의 춤이라고 합니다.
분별(分別) 떠난 삶, 우주법계(宇宙法界)의 춤
앞서 우리 삶의 실상(實相)이 무상(無常), 무아(無我), 열반(涅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셋을 이해할 때는 무상상(無常相), 무아상(無我相), 열반상(涅槃相), 곧 개념을 통해서 이해합니다.
이와 같은 이해를 해오(解悟)라고 합니다. 학습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학습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학습은 올바른 개념을 정립시키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이해는 업상(業相)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유(思惟)와 수행(修行)이 뒤따라야 합니다. 개념은 이해의 일정한 틀을 제공하지만 실상은 언제나 일정한 틀을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위한 이름과 모양은 이 틀을 말합니다. 이 틀은 자신(自身)과 대상(對象)을 일정하게 분별하면서 다양한 이해를 가로막습니다. 우리들의 이해란 이해가 자기 확신에 지나지 않으니, 정해진 이해의 틀에 새로운 이해를 맞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이 매 순간마다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일정한 틀에 의해 이해되면서 생생한 삶이 죽은 삶이 되고 맙니다.
생생한 삶은 명사화(名詞化)되지 않은 변화들입니다. 변화의 주체는 없습니다. 다만 변화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을 '우주법계(宇宙法界)의 춤'이라고 합니다. 법계 전체가 맞물린 춤사위의 '우리'일 뿐, 춤을 추는 주체가 따로 없습니다. 아울러 춤을 멈춘 적도 없습니다. 정지(停止)도 동작(動作)도 춤일 뿐입니다. 오히려 정지가 극적인 움직임이 됩니다.
여기에는 주체로서의 이름과 형상, 춤이라는 동작에 붙이는 이름과 형상을 떠나 있습니다. 그저 함께 어울려 있는 춤일 뿐입니다. 마지 못해 춤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이해를 위해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는 있지만, 지금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는 춤이라는 그림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대로 경험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자 합니다. 그것은 지각(知覺)입니다. 지각의 특성은 무상의 변화를 고정된 상태가 성질, 곧 동일성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이를 업상(業相)이라고 합니다. 업상은 분별하고 조작하면서 이름짓고 상태를 고정시켜 동일화하는 흐름입니다.
이것을 업의 경향성이라고 하는데 이 성질에 의해서 실재가 왜곡되고 스스로가 삶에서 소외됩니다. 이는 우리의 감각, 지각의 조건인 몸과 마음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몸과 마음이 업의 나툼이기 때문입니다.
업상이 몸과 마음을 일정하게 고정시키고, 이 몸과 마음은 자신과 대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자신의 고정된 인식 틀을 이용하면서 사공을 고정하고 결정론을 세우게 됩니다.
이와 같은 지각작용에 의해서 파악된, 고정되어 동일한 모양을 유지한다고 여기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과 모양은 무상한 변화와 무아의 세계를 나타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며 근복적인 모순관계를 면치 못합니다.
곧 지각과 언어에 의해서 파악된 고정된 동일성을 가지고 우리 삶의 실질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개체의 흐름은 잠시라도 고정된 동일성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개체는 다른 것과의 전체적인 상호관계에서만 개체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관계를 떠나 고정된 이름과 모양으로 갈래지음은 업만 증장시킬 뿐입니다.
어떤 이름으로도 어떤 모양으로도 무상, 무아의 연속된 흐름과 불연속인 변화의 이중성인 우리의 삶을 나타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의 실재를 사유에 의해서 갈래지워진 나눔의 모든분별을 떠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부처님 시대의 불교 이외의 인식일반이 결정된 주체를 설정하고 그 유무를 주장했음은 지각능력 곧 업싣의 흐름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正和
-마음 하나에 펼쳐진 우주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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