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반탁가 존자
주리반탁가 존자는 열 여섯 번째 아라한으로 1,600명의 제자와 함께 ‘지축산’에서 불법을 폈다. 주리반탁가란 바로 ‘작은 길가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뜻이며, 원래는 주다반탁가이지만 아미타경에서‘주리반탁가’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이천오백여 년 전, 인도에서는 시집 간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는 꼭 친정집에 가서 낳는 풍습이 있었다.
주리반탁가는, 공교롭게도 형 반탁가처럼 어머니가 친정에 가는 도중 길에서 낳았다.
형은 큰길가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반탁가,로, 동생은 작은 길가에서 태어났다고 하여‘주리반탁가’로 부르게 되었다.
주리반탁가의 형 반탁가는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총명하여 어릴 때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몇 년 수행 끝에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나 주리반탁가는 머리가 둔하여 여러 듣고 배운 것 도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바보였다.
‘저 아이를 그대로 두어선 안 되겠다. 내가 정사로 데리고 와서 둔한 머리를 깨우쳐 줘야지.’
형 반탁가 존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동생도 출가시켰다.
그리고 가까운 스님께 특별히 부탁하여 잘 지도해 달라고 맡겼다.
그러나 주다반탁가는 사부님이 경서를 가지고 오라고 하면 목탁을 들고 오고, 불경을 외우라면 중얼 그리다가 졸곤 했다.
“바로, 멍청이, 너 같은 바보는 출가를 해도 소용없어!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청소나 하지.”
주리반특가는 자기보다 나이어린 행자승한데서 그렇게 욕을 먹고 놀림을 받았는데 그 때마다 형 반탁가 존자는 눈물을 흘리며 걱정을 했다.
‘머리가 보통 사람 정도만 되어도 얼마나 좋을까? 빨리 저 둔한 머리를 깨우쳐야 할 텐데. 언제쯤 그렇게 될까?’
세월은 빨라 어느 새 몇 년이 지났다.
그러나 주리반특가는 불경을 읽어도 한 구절도 외우지 못했으며, 심지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을 하는 자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느 날, 형 반탁가 존자가 동생을 조용히 불러 타일렀다.
“주리반특가야, 수행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총명한 지혜가 있어야 한다. 넌 도저히 힘들 것 같구나 .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외할아버지 집일이나 돕고 살아가는 게 낫겠다. 보아하니 너 같은 사람이 불문에 들어와 수행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뜻을 어렵고 너 자신에게도 고통이 될 것이다. 그러니 곧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가거라. 너를 이곳에 데리고 와서 지도하면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몇 년이 가도 그대로잖아? 그러니 수행할 생각은 하지 말고 돌아가 편안히 살아라. 나도 더 이상 자신이 없구나.”
“형님, 형님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를 떠날 수 없으며 역시 형님을 떠나 살 수도 없습니다. 제발 나를 계속 여기에 머물게 해 주십시오. 앞으로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스님처럼 불경도 줄줄 외워 보겠습니다.”
주리반탁가는 형의 손을 잡고 울며 말했다.
그러나 형 반탁가는 냉정하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네가 여기 남아 있으면 다른 사람이 불편해 . 불경도 술술 외우고 염불도 할 줄 알고 가부좌를 틀고 좌선도 해야 하는데 너는 아직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내 말을 섭섭하게 듣지 말고 너에게 맞는 길을 택하도록 하여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말하지만 너에게 출가수행은 어울리지 않아. 사람은 어느 누구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형 반탁가는 어떻게 해서라도 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형이 그렇게 싫어한다면 하는 수 없지요,”
주리반탁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형이 무서워 곧 물건을 챙겨 그들이 살고 있는 ‘기수급고독원’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 곳은 바로 석모니 부처님이 가끔 들러 설법하는 곳이었다.
주리반탁가는 울며 문을 나섰다.
문 앞쪽에 보리수 한 그루가 있어 주리반탁가는 그 밑으로 가서 혼자 신세타령을 했다.
‘나는 왜 형처럼 총명한 머리를 가지지 못했나! 아이고 내 신세야. 내 팔자야!’
주리반탁가는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한 번 나온 집은 되돌아가지 않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는 돌아가지 않겠어!’
주리반탁가는 자신이 뜻을 못하고 쫓겨 간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는 땅을 치며 통곡했다.
‘형님, 너무합니다. 너무 해!’
주리반탁가는 자기를 내쫓은 형을 원만했다.
일은 정말 묘하게 되었다. 그 때 마침 석가모니 부처가 기수급고독원으로 들어가시다가 보리수나무 밑에서 나는 울음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셨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제자를 불러 물었다.
“저기 나무 밑에서 사람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일인지 가서 알아보고 오너라.”
잠시 후 제자가 돌아와 보고했다.
“가서 보았더니 바로 반탁가 존자의 동생 주리반탁가가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네가 다시 가서 그를 이리로 데리고 오너라!”
울며 따라오는 주리반탁가야, 가까이 오너라.“
주리반탁가가 눈물을 닦고 쳐다보니 부처님이 계시는 것이 아닌가? 그는 마치 집 잃은 아이가 어머니를 만난 듯 너무 반가워 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어서 말해 보아라.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느냐?”
부처님께서는 주리반탁가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며 말씀하셨다.
“제 형이 저는 머리가 나빠 출가 수행할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부처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
형이 왜 너를 되돌려 보내려고 했는지 자세히 말해 보아라.“
주리반탁가는 계속 울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불경 한 구절도 외우지 못하고 목탁 하나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바보라고 꾸짖었습니다.”
“오 , 그런 일이 있었군.”
부처님께서는 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그렇게 물어 보셨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 하셨다.
“주리반탁가야, 네 형이 너를 잘못 보았구나. 너는 조금도 둔하지 않아. 보통 사람처럼 노력하면 명석해질 수 있는 머리를 가졌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부처님, 그게 정말입니까?”
주리반탁가는 부처님의 칭찬을 듣고 너무 기뻤다.
“그렇다니까!”
부처님께서 빙그레 우으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리반탁가야, 앞으로 이렇게 하여라. 너는 계속 여기에 머물면서 열심히 일만 하거라. 수행은 내가 직접 가르쳐 줄테니까!”
주리반탁가는 너무 좋아서 온몸을 땅바닥에 붙이고 큰절을 했다.
“부처님, 저를 다시 받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주리반탁가는 다시 기수급고독원으로 들어가 수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보가 하루아침에 천재가 될 수 없듯이 나름대로 새로운 각오로 노력해 보았지만 불경은 머리속에 들어왔다가는 금세 빠져 나가고 말았다.
형 반탁가도 더 이상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고, 다른 스님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빗자루를 들고 주리반탁가에게 물었다.
“주리반탁야, 너는 이게 뭔지 아느냐?”
“그 그건.... .”
주리반탁가는 대답을 못 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주리반탁가야. 너무 조급해 할 것 없다. 이것은 ‘빗자루’라고 한단다. 빗자루는 바로 이 물건의 이름이야. 한번 말해보아라.”
부처님께서는 가장 쉬운 것부터 가르쳤다.
“비비...... .”
주리반탁가는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못하고 한동안 더듬거리기만 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을 하셨다.
“빗자루.”
“비비 자....... .”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처님께서는 주리반탁가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며 다시 말했다.
“서두를 것도 당황할 것도 없다. 천천히 해 봐 비와 자루를 합쳐 빗자루! 자, 빗자루라고 따라 해 봐!”
“비 빗자루, 빗자루!”
“그래 맞았어. 빗자루, 아주 잘했어! 이제 잊어버리지 말고 기억해 두었다가 빗자루를 보면 ‘빗자루!”하고 큰 소리로 말해 보아라.“
부처님께서는 이튿날 다시 주리반탁가를 불러 물었다.
“어제 내가 가르쳐 준 것 알고 있느냐?”
주리반탁가는 자신 있게 “빗자루!” 하고 대답했다.
“그래, 잘 외우고 있군. 그런데 이 빗자루는 어디에 쓰는지 알고 있느냐?”
“예, 청소할 때 씁니다.”
주리반탁가는 틀릴까 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주 훌륭하게 대답했다. 내가 보니 너는 아주 총명해. 앞으로 너는 다른 스님처럼 힘든 가부좌를 틀 필요도 없고, 불경을 읽고 외울 필요도 없다. 날마다 빗자루를 들고 뜰을 깨끗이 청소하여라.”
부처님께서는 칭찬과 함께 한 가지 일거리를 주었다.
주리반탁가는 부처님께 칭찬을 듣고는 너무 좋아 그 동안 잠자고 있던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전에 형 반탁가 존자가 가르칠 때는 상대방의 수준도 모르고 처음부처 어려운경부터 읽고 외우게 했으니 보통 사람보다 둔한 주리반특가에게는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가르치는 방법은 반탁가와는 달랐다.
부처님께서는 주리반탁가에게 더 이상 다른 것은 가르치지 않고 ‘빗자루’와 ‘빗자루는 청소 도구’라는 것만 이해시켰다.
이튿날, 부처님께서는 주리반탁가를 불렀다.
“빗자루로 청소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예, 깨끗해집니다.”
주리반탁가야, 사람의 마음에도 더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예?”
주리반탁가는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욕심이나 미움, 분노, 시기, 질투, 의심, 같은 마음은 아주 더러운 것입니다.”
“그렇지. 그런 것은 먼지처럼 우리 본래의 착한 마음을 뒤덮고 있어서 사리를 바르게 보는 눈을 흐리게 한단다.”
부처님께서는 주리반탁가가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해 주었다.
주리반탁가가 물었다.
“부처님, 사람은 왜 그런 것을 떨쳐 버리지 못합니까? 그리고 그것을 떨쳐 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바로 그 방법을 너에게 가르쳐 주려고 한다. 주리반탁가야, 우리가 빗자루로 청소하듯 우리 마음을 불법으로 청소한다면 우리마음은거울처럼 맑아지고 빛이 날 것이다. 그러니 뜰을 청소하듯 우리 마음도 청소를 해야 진리를 보는 눈이 밝아진단다.”
“그렇군요. 부처님의 깊은 뜻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제 내가 너에게 빗자루를 주어 청소를 시킨 뜻을 알겠지? 너는 이제부터 믿음을 갖고 열심히 마음을 청소하도록 하여라. 그러면 어느 날, 빛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예 ,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리반탁가는 그 날부터는 온 힘을 다해 수행을 했다. 그의 수행은 다름 아닌 기수급고독원 뜰을 날마다 몇 차례 청소하는 일이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주리반탁는 날마다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청소를 했다.
때로는 사람들이 청소부라고 놀려도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만 했다.
‘나는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만 따를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여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서 주리반탁가도 몇 년 안 가 끝내 깨달음을 얻고 아라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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