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그대는 찰리종(刹利種)182)을 사랑하기에 정반왕의 아들의 이름이 실달다라고 하는 것을 가지고 크게 칭찬해 일체지라 하지만, 일체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답] 그렇지 않다. 그대는 악하고 삿된 나머지 부처님을 질투하고 미워하여 망어를 한다. 실로 일체지를 갖춘 사람이 있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온갖 중생 가운데서 몸빛과 얼굴 모양이 단정하여 견줄 이가 없고, 공덕이 밝아서 온갖 사람을 능가한다. 작은 사람이 부처님의 몸 모습을 보아도 역시 일체지를 갖춘 분임을 알거늘 하물며 큰 사람이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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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비유경(放牛譬喩經)』183)에 이런 얘기가 있다. |
마가다국의 왕 빈바사라(頻婆娑羅)가 부처님과 그 5백 제자들을 석 달 동안 청해서 공양드리고자 했다. 왕은 신선한 우유[乳]184)와 연유[酥]185)․타락[酪]186)을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 공양하고 싶었다. 왕은 소먹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
“가까운 곳에 와서 살면서 날마다 신선한 우유와 연유와 타락을 보내 달라.” |
석 달이 지난 뒤에 왕은 이 소 먹이는 사람들을 가엾이 여겨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대들은 가서 부처님을 뵙고 와서 다시 소를 먹여라.” |
소먹이는 사람들이 부처님께로 가다가 도중에서 이렇게 상의했다. |
“듣건대 ‘부처님은 온갖 지혜를 갖춘 사람이다’라고 하건만, 우리들은 천한 소인이거늘 어떻게 온갖 지혜를 갖춘 사람을 구별해서 알 수 있겠는가. 바라문들은 소락을 좋아하는 까닭에 항상 소먹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왕래해 친숙해져 있다. 소치는 사람들은 이 때문에 바라문들의 갖가지 경서나 이름․문자를 들으니, 4위타경(違陀經)187)에는 병 고치는 법, 전쟁하는 법, |
182) 범어로는 kṣatriya. 고대 인도의 4성 계급 가운데 왕족이나 무사에 해당한다. |
183) 범어로는 Gopālakāvadānasūtra. |
184) 범어로는 kṣīra. |
185) 범어로는 sarpis. 버터 종류의 유제품이다. |
186) 범어로는 navanīta, dadhi. 우유를 발효시킨 것으로 신맛을 낸다. |
187) 4베다(veda)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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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星宿)을 보는 법, 하늘에 제사하는 법, 노래하고 춤추는 법, 토론하고 따지는 법 등 64종의 세간의 기예를 말하고 있다. |
정반왕의 아들은 널리 배우고 아는 것이 많으시니 이 4위타경의 일들은 아시겠기에 질문할 거리가 되지 못할 테지만,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소를 먹이지 않았으니 우리들은 그에게 소먹이는 비법을 가지고 질문하도록 하자. 그가 만일 이해하고 있다면 그는 실로 일체지를 갖춘 분이리라.” |
이렇게 논의하고는 앞으로 나아가 죽림(竹林)188)으로 들어갔다. 부처님의 광명이 숲 사이에 빛나는 것을 보고 다시 나아가서 마침내는 부처님을 뵈니, 그 분은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그 행상은 마치 금산(金山)189)과 같으셨으니, 마치 버터[酥]를 불에 던져 넣으면 그 불꽃이 매우 밝은 것과 같고, 또한 녹인 금물을 죽림 사이에 뿌려 놓아 자줏빛 나는 금빛 광명을 내 뿜는듯했했다.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게 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서로가 이렇게 말했다. |
지금 이 석씨 사자에게 |
일체지가 없을 리 있으랴. |
보면 기뻐하지 않는 이 없으니 |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네.190) |
광명은 으뜸가게 비추시고 |
얼굴 모습은 심히 귀중하시며 |
몸의 모습은 위덕을 갖추었으니 |
부처님이란 명칭에 매우 알맞네. |
모습마다 모두 분명하시고 |
위신력도 만족하시며 |
188) 범어로는 Veṇuvana. |
189) 범어로는 suvarṇaparvata. |
190) 일체지를 갖추신 분임이 충분히 입증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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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은 저절로 갖추어지니[纏絡] |
보는 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 |
그 몸은 원만한 광채로 빛나고 |
보는 이 싫증나지 않으니 |
온갖 지혜를 얻은 사람이라면 |
반드시 이러한 공덕 있으리. |
온갖 채색을 써서 그림을 그리고 |
보배로 꾸미고 장엄한 상(像)일지라도 |
이 묘한 몸에 견주려 한다면 |
도저히 비할 바 없으리라. |
보는 이들을 능히 만족시키고 |
으뜸가는 즐거움을 얻게 하며 |
보기만 해도 맑은 믿음 내나니 |
반드시 온갖 지혜 갖추신 분이리. |
이렇게 생각한 뒤에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물었다. |
“소를 먹이는 사람이 몇 가지 법을 성취하여야 소 떼가 번식하며, 몇 가지 법을 성취하지 못하면 소 떼가 번식하지 못하고 편안치 못하게 됩니까?” |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
“열한 가지 법이 있어 소먹이는 사람은 소 떼를 번식시킨다. 무엇이 열한 가지인가? 색을 알고, 모습을 알고, 괄쇄(刮刷)를 알고, 상처[瘡]를 덮어 줌을 알고, 연기 피우는 일을 알고, 좋은 길을 알고, 소의 원하는 바를 알고, 잘 건널 곳을 알고, 안온함을 알고, 젖을 남겨두는 일을 알고, 소의 우두머리를 기르는 법을 아는 일이다. 만일 소먹이는 사람이 이 열한 가지를 알면 소떼를 번식시키게 된다. |
비구도 그와 같아서 열한 가지 법을 알면 착한 법을 자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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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색을 아는 것인가? 검은색과 흰색과 섞인 색을 아는 것이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온갖 색은 모두가 4대(大)191)이며, 4대로 이루어진 것임을 안다. |
무엇이 모습을 안다는 것인가? 소가 건강한 모습인지 건강하지 못한 모습인지를 아는 일이니, 다른 무리와 섞여 있을지라도 모양을 보고 곧 판별하는 것이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착한 업의 모습을 보고는 그가 지혜로운 사람임을 알고 나쁜 업의 모습을 보고는 어리석은 사람임을 안다. |
무엇이 괄쇄를 안다는 것인가? 온갖 벌레가 붙어서 피를 빨면 부스럼[瘡]이 커지지만 괄쇄질을 잘 하면 피해를 없앤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나쁘고 삿된 잡념[覺觀]의 벌레가 선근(善根)192)의 피를 빨면 마음의 부스럼이 커지거니와 이를 제거하면 곧 안온해진다. |
무엇이 상처를 덮어 주는 일인가? 천이나 풀이나 풀잎으로 모기와 등에의 나쁜 침해를 막는 것이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바른 관찰법을 생각하여 6정(情)193)의 부스럼을 덮어서 번뇌․탐욕․성냄 등 나쁜 벌레나 가시의 침해를 막는다. |
무엇이 연기를 피우는 일인가? 연기를 피우면 모기나 등에가 제거되며, 소들이 멀리서 그 연기를 보면 우사로 향하게 된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들은 대로 말하여 모든 번뇌의 모기와 등에를 제거해 주며, 법의 연기(緣起)194)를 연설해서 중생들을 무아(無我)․실상(實相)․공(空)의 우사로 인도한다. |
무엇이 길을 안다는 것인가? 소가 다니기에 좋은 길과 나쁜 길을 아는 것이다. |
191) 범어로는 caturmahābhūta. 4대란 일체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로 견고함을 본질로 하는 지대(地大, pṛthivi-dhātu)․습기를 모으는 수대(水大, ab- dhātu)․열을 본질로 하며 성숙작용을 지니는 화대(火大, tejo-dhātu)․생장작용을 하는 풍대(風大, vāyu-dhātu)를 말한다. |
192) 범어로는 kuśala-mūla. 선근이란 그것이 근간이 되어서 덕성을 낳고 행복한 결과를 낳게 하는 것이다. |
193) 범어로는 ṣaḍ-indriya. 6근(根)이라고도 한다. 정(情, indriya)이란 인식능력 내지는 인식기관을 의미한다. |
194) 범어로는 pratitya-samutpāda. 일체의 현상은 무수한 원인(hetu)과 조건(pratyaya)이 상호 관계해서 드러남을 가리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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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도 그와 같아서 8성도(聖道)195)를 알아서 열반에 들고 단상(斷想)의 삿된 길을 여의게 된다. |
무엇이 원하는 바를 안다는 것인가? 소를 잘 번식시키고 병을 적게 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의 법을 연설할 때에 듣는 이로 하여금 청정한 법의 기쁨을 얻게 하고 선근을 늘어나게 한다. |
무엇이 잘 건널 곳을 안다는 것인가? 들어가기 쉬운 곳을 알고 건너기 쉽고 물살이 거칠지 않고 해로운 벌레가 없는 곳을 아는 것이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많이 아는 비구에게 가서 법을 물으면 법을 연설하는 사람은 묻는 사람의 마음이 영리하고 둔함과 번뇌의 가볍고 무거움을 잘 알아서 건너기 좋은 곳으로 인도해서 편안히 열반을 얻게 한다. |
무엇이 안온함을 안다는 것인가? 머물고 있는 곳에 호랑이나 사자, 해로운 벌레나 독한 짐승 따위가 없는 줄 아는 것이다. 비구도 그와 같아서 4념처(念處)는 편안하여 번뇌의 악마나 독한 짐승이 없음을 안다. 비구가 여기에 들면 안온하여 근심이 없는 것이다. |
무엇이 젖을 남겨둠을 안다는 것인가? 어미 소는 송아지를 사랑하기에 젖을 먹인다. 젖을 짜고 나서 남은 젖을 남겨 두면 어미 소가 좋아하고 송아지도 목마르는 일이 없다. 결국 소 주인이나 소먹이는 사람도 날마다 이익이 있게 되는 것이다. |
비구도 그와 같아서 거사(居士)196)나 속인이 의식을 공양하면 절제와 분량을 알아서 시주의 재물이 다하지 않게 함으로써 보시하는 이[檀越]197)를 기쁘게 하고 신심이 끊이지 않게 하며, 받는 이가 궁핍함이 없게 한다. |
무엇이 소의 우두머리를 기를 줄 안다는 것인가? 큰 소들은 소 떼를 잘 보호하기 때문에 잘 길러서 여위지 않게 하니, 기름[麻油]을 마시게 하고, 영락으로 꾸며 주고, 무쇠 뿔로써 표식을 해 주고, 솔로 쓸어 주고, 칭찬해 준다. |
비구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중 가운데 위덕이 있는 큰 사람은 불법을 |
195) 범어로는 āryāṣṭāṇgika-mārga. |
196) 범어로는 gṛhapati. |
197) 범어로는 dāna-pati. |
[99 / 805] 쪽 |
보호해서 이익되게 하고, 외도를 굴복시켜 8중(衆)198)들로 하여금 선근을 얻게 하니, 그가 원하는 바를 따라 공경 받고 공양 받게 하는 것이다.” |
소먹이는 사람들은 이러한 말씀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은 셋이나 네 가지에 지나지 않고, 우리들을 가르치는 이들조차 다섯이나 여섯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 말씀을 들으니 일찍이 없었던 일로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일을 이렇게 잘 아신다면 나머지 일들도 그러할 것이다. 진실로 이 분은 일체지를 갖춘 분이시다.” |
이 경에서는 이에 대해 상세히 말씀하셨으니, 이것으로써 일체지를 갖춘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20. 부처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일체지를 갖추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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