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2.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동물을 죽이면 안된다.

수선님 2018. 11. 18. 12:49

5. 초품 중 왕사성(王舍城)1)에 머무시다를 풀이함
  
[經] 왕사성에 머무셨다.
[論] 이제부터 설명하리라.

 

[문] 어찌하여 바로 반야바라밀의 법을 말하지 않고,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머무셨다고 말하는가?

 

[답] 위치[方]와 때와 사람을 말해 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믿음을 내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머문다[住]고 하는가?

몸의 네 가지 거동이니, 즉 다니고 멈추고 앉고 눕는 것, 이것을 머문다고 한다.

 

또한 마군의 무리를 두려워 떨게 하고,

제자들을 기쁘게 해서 갖가지 선정에 들게 하고자 여기에 머무시는 것이다.

 

또한 세 가지 머무름이 있으니, 하늘의 머무름[天住]2)․범왕의 머무름[梵住]3)․성인의 머무름[聖住]4)이다. 6욕천(欲天)에 머무는 것은 하늘의 머무름이요, 범천5)에서 비유상비무상천(非有想非無想天)6)에 이르기까지

  
  
1) 범어로는 Rājagṛha. 고대 인도의 마가다국의 수도이다.
2) 범어로는 divyavihāra.
3) 범어로는 brāhma-vihāra.
4) 범어로는 ārya-vihāra.
5) 범어로는 Brahma sahāpati. 인도사상에서 만유의 근원인 브라흐만을 신격화 한 것으로, 불교에서는 이 신이 사는 하늘을 초선(初禪)의 경지에 대비시킨다.
6) 범어로는 naivasaṃjñānâsaṃjñāyatanaṃ. 무색정의 마지막 경지로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경지’라는 뜻이다.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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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것은 범왕의 머무름이요, 부처님․벽지불․아라한들이 머무는 것은 성인의 머무름이다. 이 세 가지 머무름 중에서 성인의 머무름에 머무르셨으니,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는 까닭에 왕사성에 머무신 것이다.

 

또한 보시․지계․착한 마음의 이 세 가지를 하늘의 머무름이라 하고, 자․비․희․사의 4무량심(無量心)7)을 범왕의 머무름이라 하고, 공(空)․무상(無相)․무작(無作)의 세 가지 삼매를 성인의 머무름이라 하는데, 부처님은 성인의 머무름에 머무셨다.

 

또한 네 가지 머무름이 있으니, 하늘의 머무름․범왕의 머무름․성인의 머무름․부처의 머무름[佛住]8)이다.

 

세 가지 머무름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고, 부처의 머무름이란 수릉엄(首楞嚴)9) 등 부처님들 한량없는 삼매․10력(力)․4무소외(無所畏)10)․18불공법(不共法)11)․일체지 등 갖가지 지혜와 8만 4천 가지 법장(法藏)이자 사람들을 제도하는 법문이다.

  
  
7) 범어로는 catur apramāṇacitta.
8) 범어로는 buddhavihāra.
9) 범어로는 śūrañgama. 부처가 얻는 삼매의 이름이다. 건상(健相), 건행(建行), 일체사경(一切事竟)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10) 범어로는 catur vaiśāradya. 무외(無畏, vaiśāradya)란 법을 설함에 있어서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말한다. ①‘나는 정등각자이다’라고 알아, 현실세계를 고제(苦諦)라고 명언함에 두려움이 없음(正等覺無畏, samyaksambuddha-vaiśāra- dya), ②‘나의 번뇌는 다했다’라고 알아, 고의 원인이 되는 번뇌를 모두 단절했다고 명언함에 두려움이 없음(漏永盡無畏, āsravakaṣaya-vaiśāradya), ③‘나는 길을 장애하는 원인인 번뇌를 설했다’라고 알아, 끊어야 할 번뇌를 설함에 두려움이 없음(說障法無畏, antarāyikadharmākhyāna-vaiśāradya), ④‘나는 제자들을 위해 출리의 길을 설했다’라고 알아, 번뇌의 단멸에 이르는 길을 설함에 두려움이 없음(說出苦道無畏, nairyāṇ������ikapratipadākhyāna-vaiśāradya)이다.
11) 범어로는 aṣtādaśa āveṇika buddha-dharma. 부처님에게만 있는 열여덟 가지 뛰어난 특징이다. 곧 10력(力)․4무외(無畏)․3념주(念住)․대비(大悲)의 열여덟 가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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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갖가지 부처님의 공덕이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곳이니, 부처님께서는 이 가운데에 머무신다.
‘머무시다’를 간략히 설명해 마친다.

 

 

[문] 사바제(舍婆提)12)나 가비라바(迦毘羅婆)13)나 바라내(波羅奈)14)등의 성에도 모두 왕사(王舍)가 있거늘 어찌하여 이 성만을 왕사라 하는가?

 

[답]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 마가다국의 왕이 아들을 낳았는데 머리는 하나에 얼굴은 둘, 팔은 넷이었다. 사람들이 상서롭지 못하다 하여 왕이 곧 그 몸과 머리를 쪼개어 광야에 버리니, 리라(梨羅)15)라는 나찰녀(羅刹女)16)가 그 몸을 도로 모아 젖을 먹여 길렀다.

 

나중에 장성하니 그 힘이 여러 왕을 합해 놓은 것 같았다. 그는 천하를 차지하고는 여러 나라의 왕 1만 8천 명을 모아 이들을 5산(山)17) 속에 두고는 큰 세력으로 염부제(閻浮提)를 다스렸으니, 염부제의 사람들은 이 까닭에 이 산을 왕사성이라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마가다의 왕이 먼저 살던 성이 있었는데, 성이 불에 타면 다시 짓고 또한 타면 다시 지었다. 이렇게 하여 일곱 차례에 이르니, 나라 사람들은 노역으로 몹시 지쳤다.

 

왕이 매우 걱정하여 지혜로운 사람들을 모아 놓고 화재의 이유와 그들의

  
  
12) 범어로는 Śrāvasti. 코살라국의 수도이다. 사위성(舍衛城) 혹은 사위국(舍衛國)이라고도 한다. 석존께서 가장 많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대 인도의 코살라(Kosala)국에 속했던 도시이다. 불교 발생 당시에는 바사닉(波斯匿)왕 아래에서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번영했지만 코살라 왕국이 멸망하자 쇠퇴했다. 사바제성(舍婆提城)ㆍ시라발제(尸羅跋提)ㆍ실라벌실저(室羅伐悉底)ㆍ실라벌국(室羅筏國)ㆍ실라발성(悉羅跋城)이라고도 한다.
13) 범어로는 Kapilasastu. 석존의 탄생지이다.
14) 범어로는 Vārāṇasī.
15) 범어로는 Līlā.
16) 범어로는 rakṣasī. 나찰사(羅刹私)라고도 한다.
17) 왕사성은 백선산(白善山, Paṇḍava)ㆍ영취산(Gṛdhakūṭa, Gijjhākūṭa)ㆍ부중산(負重山, Vebhāra)ㆍ선인굴산(仙人堀山, Isigili)ㆍ광보산(廣普山, Vepulla)의 다섯 산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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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물으니, 어떤 사람이 ‘터를 옮기시오’ 했다.

 

왕은 곧 살 곳을 다시 구하다가 이 5산이 주위가 마치 성 같음을 보고는 여기에다 궁전을 짓고 살기 시작하니, 이 까닭에 왕사성이라 한다.”

 

또한 옛날에 이 나라에 바수(婆藪)18)라는 왕이 있었는데, 세상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선인(仙人)이 되었다.

이때 집에 머무는 바라문들과 집을 떠난 선인들이 함께 토론을 하였는데, 집에 사는 바라문이 말했다.
“경서(經書)에 ‘하늘에 제사를 드릴 동안에는 살생을 하거나 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하였소.”

 

출가한 선인들이 말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릴 동안 살생을 하거나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오.”

 

이렇게 끝없이 다투다가 출가한 바라문이 말했다.

“이 나라의 대왕이 출가하여 선인이 됐는데, 그대들은 그의 말이라면 믿겠는가?”

 

집에 사는 바라문들이 대답했다.

“믿겠소.”

 

출가한 선인들이 말했다.

“우리는 이 사람19)을 증인으로 삼아 뒷날 그에게로 가서 물어봅시다.”

 

집에 사는 바라문들이 그날 밤 먼저 바수 선인이 머무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로 물은 뒤에 바수 선인에게 말했다.

“내일 토론을 하거든 그대는 우리를 도와주시오.”

 

이와 같이 하여, 이튿날이 되자 출가한 선인들이 바수 선인에게 물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릴 동안에 살생을 해서 고기를 먹어도 되는가?”

 

바수 선인이 대답했다.

“바라문의 법에 하늘에 제사를 드릴 동안에 살생을 해서 고기를 먹어도 좋다 하였소.”

 

출가한 선인들이 물었다.

  
  
18) 범어로는 Vasu.
19) 이 사람’이란 앞에서 ‘믿겠소’라고 대답한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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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참 마음이라면 어떠한가? 정말 살생을 해서 고기를 먹어도 좋은가?”

 

바수 선인이 대답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기 때문에 살생을 하고 고기를 먹어도 좋소. 그 생명은 하늘 제사로 인해 죽었으므로 하늘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오.”

 

집을 떠난 선인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그대는 크게 틀렸다. 그대는 큰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는 침을 뱉으면서 말했다.

“죄인아, 망해 버려라.”

 

이때 바수 선인이 땅으로 빠져들어 발등이 묻히었으니, 이것은 처음으로 대죄의 문을 연 때문이었다.

 

출가한 선인들이 말했다.

“그대는 참말을 하라. 만일 고의로 거짓말을 한다면 그대의 몸이 땅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다.”

 

이때 바수 선인이 말했다.

“나는 하늘을 위하는 까닭에 염소를 잡아 그 고기를 먹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아오.”

 

이 말에, 곧 무릎까지 빠져들었다.

 

이와 같이 차츰차츰 빠져들어 허리까지 이르고 목에까지 이르니, 출가한 선인들이 말했다.

“그대가 지금 거짓말을 하다가 현세의 과보를 받고 있지만 다시 진실한 말을 한다면 비록 땅속까지 들어갔더라도 우리들은 그대를 건져낼 수 있다.”

 

그때 바수 선인이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존귀한 사람이니, 두 가지 말을 할 수가 없다. 또한 바라문의 4위타(圍馱)의 가르침에 갖가지 인연으로 하늘에 제사하는 법을 찬탄하고 있다. 이 가르침을 어기는 일에 비한다면 나 한 사람 죽는 일이 어찌 비교가 되랴.’

 

그리고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 말했다.

“하늘에 제사를 드리면서 살생하고 고기를 먹어도 죄가 되지 않소이다.”

 

출가한 선인들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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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중한 죄를 범했다. 빨리 사라져라. 그대를 더 볼 필요가 없다.”

 

이에 온몸이 땅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항상 바수 선인의 법에 따라 하늘에 제사를 드리면서 염소를 죽이는데, 칼을 칠 적에는 ‘바수가 너를 죽인다’라고 외친다.

 

바수에게는 광거(廣車)20)라는 아들이 있었다.

 

자리를 이어 왕이 되었는데 역시 세상 법을 싫어했으나 집을 떠나지는 못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아버지이신 선왕(先王)께서 출가했다가 산 채로 지옥에 드셨다. 내가 천하를 다스리다가 또한 큰 죄를 짓게 되리라.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스스로 처신해야만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공중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대가 가다가 만나기 어렵고 보기 드문 곳[稀有]을 보거든 그대는 거기에다 집을 짓고 살거라.”

 

이 소리만 들리고는 다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사슴 한 마리가 질풍 같이 달리는 것을 보았다.

왕은 곧 그를 뒤쫓았으나 미칠 수가 없었으므로 더 이상 쫓기를 그만 두었다. 백관과 시종들도 따라오는 자가 없었다.

 

그때 문득 앞을 보니, 그곳은 다섯 산으로 주위가 둘러싸이고 험준하고 견고했다. 땅은 평평하고 반듯하며 부드러운 풀이 돋아 있었다. 보기 좋은 꽃이 땅에 두루했고 갖가지 숲과 나무와 꽃과 열매가 무성했다. 온천과 목욕터는 모두 청정하게 그 땅을 장엄했으며, 곳곳에 하늘의 꽃과 하늘의 향기가 가득했고 하늘의 풍악이 들려왔다.

 

이때 건달바(乾闥婆)의 광대들은 우연히 왕이 오는 것을 보자 제각기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곳은 희유하며 아직 본 적이 없는 곳이다. 내 이제 여기에다 집을 짓고
  
  
20) 범어로는 Vipularat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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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러 신하들과 백관들이 자취를 따라 왕을 찾아왔다.

왕은 신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공중의 소리를 들은 바에 의하면 ‘네가 가다가 만나기 어렵고 보기 드문 곳을 보거든 거기에다 집을 짓고 살라’ 하였는데 내가 이제 이 보기 드문 곳을 보았으니, 나는 여기에다 집을 짓고 살겠다.”

 

그리고는 곧 본래의 성을 버리고 이 산에 살았으니, 이 왕이 최초로 여기에서 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부터 사람들이 차례로 살기 시작했는데 왕이 처음으로 궁전을 만들어 세웠던 까닭에 왕사성이라 불리는 것이다.

 

왕사성의 본기(本起)를 간략히 설명해 마친다.

 

 

 

 

 

대지도론(大智度論) 22.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동물을 죽이면 안된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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