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부처는 용광로를 지나지 못한다.
스님께서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 나무부처는불을 건너지 못하며,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참부처는 안에 앉아 있다. 보리, 열반, 진여, 불성 등은 모두 몸에 걸치는 옷으로서 그 역시 번뇌라고도 이름한다. 문제삼지만 않으면 번뇌랄 것도 없는데 진실된 도리가 어디에 성립하겠는가. 한 마음이 나지만 않으면 만법은 허물이 없으니, 다만 이치를 궁구하면서 이삼십년 앉아 있으라. 그래도 알지 못하거든 내 머리를 베어 가라.
꿈 같고 허깨비 같은 허공꽃을 무어라 애써 붙들려는가.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 또한 한결같으니 이미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 다시 무엇에 매이겠는가, 마치 양처럼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입에 주워 넣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내가 약산(藥山:745~828)스님을 뵈었을 때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물어오면 다만 ‘개 아가리를 닥쳐라’하는 말로 가르치라고 하였다. 그러니 나 역시 말하리라. 개 아가리를 닥치라고.
‘나’라고 여기면 더럽고, ‘나’라고 여기지 않으면 깨끗하다. 그렇게 사냥개처럼 얻어 먹으려고만 해서야 불법을 어디서 찾겠느냐.
천 사람이고 만 사람이고 모조리 부처 찾는 놈들뿐이니, 도인은 한 명도 찾을 수 없구나. 만약 부처님(空王)의 제자가 되려거든 마음을 병들게 하지 말아야 하니, 가장 고치기가 어렵다. 세계가 있기 전에도 이 성품은 있었고 세계가 무너질 때라도 이 성품은 무너지지 않으니, 나를 한 번 본 다음에도 딴 사람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인공일 따름이니, 이것을 다시 바깥에서 찾은들 무얼 하겠는가. 이런 때에 고개를 돌리지 말라. 곧 잃어버린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부처의 향상인(向上人)입니까?”
“소 끌고 밭 가는 이일 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다급한 일입니까?”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너는 어찌하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너에게 말해 주겠다. 급히 신발을 신고
물 위로 말을 달려 장안에 이르러도
신발 끝에는 물기도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사방에서 산이 밀어닥쳐올(四山相逼)
인생의 4고(네가지 괴로움)이 닥쳐올 때는 어떻습니까?”
“길 없는 곳이 바로 여기 조주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 궁전에 왕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기침을 한 번 하셨다.
“그러시다면 신(臣)은 폐하께 아룁니다.”
“도적이 몸을 들켰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연세가 얼마나 되셨습니까?”
“염주 한 꿰미로도 다 셀 수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느 분의 법을 이어받으셨습니까?”
“종심(從諗)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바깥에서 갑자기 누가 ‘조주는 무슨 법문을 하더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대답할까요?”
“소금은 비싸고 쌀은 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너는 부처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출가입니까?”
“어찌 나를 볼 수 있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님과 조사가 서로 끊이지 않는 곳은 어떻습니까?”
“누락됨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본래 근원에 대해서 가르쳐 주십시오.”
“본래 근원은 병이 없다.”
“일 다 마친 곳은 어떻습니까?”
“다 마친 사람만이 안다.”
“그러할 때는 어떻습니까?”
“나에게 이름을 지어다오.”
한 스님이 물었다.
“순수하여 잡됨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매우 좋은 질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고요하여 아무 할 것 없는 사람은
공(空)에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공에 떨어져 있다.”
“결국에는 어떻게 됩니까?”
“나귀도 되고 말도 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상(床)다리이다.”
“그게 바로 그 뜻입니까?”
“그것이라면 빼 가지고 가거라.”
한 스님이 물었다.
“아주 깨끗하여 티끌 한 점도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여기 나는 고용살이하는 놈은 두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봉황이 날아도 다다르지 못할 때는 어떻습니까?”
“어디로부터 날아오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실제 이치의 지위에서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모든 것이 다 그 속에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한마디〔一句〕입니까?”
스님께서 “응!”하고 대답을 하자,
그 스님은 다시 물으니
나는 귀머거리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갓난아기도 6식(六識)을 갖추었습니까?”
“급한 물살에서 공을 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온갖 것이 다가올 때는 어찌합니까?”
“나와는 백 걸음이나 떨어져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나는 어려서 출가한 뒤 고행을 하여 살림살이는 팽개쳐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명의인 편작(扁鵲)에게는 무엇 때문에 병이 있습니까?”
“명의인 편작도 침상과 베개를 여의지 않는다.”
다시 말씀하셨다.
“한 방울의 감로수로 대천 세계를 널리 적셔 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넓은 땅위의 흰 소입니까?”
“이 놈의 짐승아!”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의의 모습입니까?”
스님께서는 곁눈질로 그를 보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아직도 계단이 가로놓여서 종종걸음으로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내게는 그런 한가로운 놈을 가까이할 만한 공부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한 생각 마음이 일기만 하면
인천(人天)에 떨어지고,
곧장 한 생각 마음이 없어진다 해도
그 권속에 떨어질 때는 어떻습니까?”
“나뿐만 아니라 역량있는 선지식이라도
너에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비구니가 물었다.
“무엇이든 했다 하면 도두가 찌꺼기에 떨어지고 맙니다.
스님께서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대답해 주십시오.”
스님께서는 비구니를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물을 가져 와서 솥에 더 붓고 끓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반야바라밀입니까?”
“마하반야바라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람을 무는 사자입니까?”
“귀의불, 귀의법, 귀의승! 나를 물지 말라!”
한 스님이 물었다.
“말을 떠나서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스님게서는 기침을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옛사람을 비방치 않고
은혜를 저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대는 어떤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한마디입니까?”
“무어라 하였느냐?”
“무엇이 한마디입니까?”
“두 마디가 되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오로지 부처님 한 분만이
선지식이라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마구니의 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보리(菩提)입니까?”
“이것은 천제(闡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인의 모습입니까?”
“훌륭한 후손이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고요하고도 고요하여 아무 붙들 곳도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나는 그대 등 뒤에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가람입니까?”
“따로 더 무엇이 있느냐?”
“누가 가람 속에 있는 사람입니까?”
“나와 그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용이 구슬을 서로 다툴 때, 누가 얻은 자입니까?”
“나는 그저 보고 있을 따름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인과를 떠난 사람입니까?”
“그대가 묻지 않았다면 나도 참으로 모를 뻔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여러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제각기 다르게 말하는데,
무엇이 진짜 코끼리입니까?”
“가짜 코끼리는 없으나 알지 못한 것은 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첫마디입니까?”
스님께서 기침을 하였다.
“바로 그것입니까?”
“나는 기침도 못하겠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큰 바다는 모든 강물들을 받아들입니까?”
“큰 바다는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어째서 모릅니까?”
“나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인다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비로자나 부처님의 스승입니까?”
“비로자나불, 비로자나불!”
한 스님이 물었다.
“모든 부처님에게도 스승이 있습니까?”
“있다.”
“누가 모든 부처님의 스승이십니까?”
“아미타불, 아미타불!”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학인의 스승이십니까?”
“구름은 산에서 나오려는 기세나 물은 골짜기로
흘러들어가는 소리가 없다.”
“그걸 물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네가 스승을 인정치 않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제방에서는 모두가 입으로 말을 하는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사람을 지도하십니까?”
스님께서는 발꿈치로 화로를 툭 쳐 보였다.
“바로 그것입니까?”
“마침 내 발꿈치를 알았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큰 길을 가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r이 소금 암거래하는 놈아!”
“그럼, 큰 길을 갈 때는 어떻습니까?”
“내 신분증(公驗)을 돌려다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본래의 몸입니까?”
“나를 알게 된 뒤에도 다만 이 놈일 뿐,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스님과는 한 생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비단 금생뿐만 아니라 천생만생토록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동쪽 벽에다 호로병을 걸어 둔 지 언제더냐?”
한 스님이 물었다.
“모나거나 둥글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모나지도 않고 둥글지도 않다.”
“그럴 때는 어떻습니까?”
“모나고 둥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도인끼리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옻그릇을 내놓는다.”
“이치(言帝)는 어찌해 볼 수 없습니까?”
“이치가 없지는 않지만 볼 수는 없다.”
“결국은 어떻습니까?”
“이치를 잃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가도 도달하지 못하고 물어도 도달하지
못할 때는 어떻습니까?”
“도달하고 도달하지 못함을 도인은 침 뱉듯이 본다.”
“그 가운데 일은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땅에다 침을 뱉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대사 조사의 뜻이라 부르지만 않았다면
오히려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본래의 것이란 무엇입니까?”
“너와 나의 눈이 마주 보는 것 말고,
다른 (第二)주인공이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모양과 위의(威儀)를 갖추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까?”
“바로 지금은 알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모두 다 불가사의함을 갖추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남방에 가서 불법을 좀 배우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
“남방에 가거든 부처가 있는 곳은 급히 달아나고
부처 없는 곳에도 머물지 말라.”
“그렇다면 저는 의지할 데가 없습니다.”
“버들개지 버들개지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긴급한 곳입니까?”
“한 번 묻고 한 번 대답하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세 치 혀를 빌리지 않고
금시(今時)에 의지할 수 있습니까?”
“내가 너에게 맞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너는 어떻게 이해하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망망한 우주에 사람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스님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그래야 마땅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용이 구슬을 다투는데 누가 차지한 자입니까?”
“일은 자라도 손해 본 바가 없고, 얻
은 자라도 쓸 곳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인의 모습입니까?”
“이게 뭐냐?”
한 거사가 가사를 바치며 물었다.
“이런 옷을 입으면 옛사람을 저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스님께서는 불자를 내던지며 말씀하셨다.
“예냐, 지금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의 행동입니까?”
“손은 펴고 다리는 펴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우두(牛頭)스님이 사조(四祖)를 뵙지 않았을 때는
어땠습니까?”
“땔나무도 많고 물도 많았다.”
“뵈온 다음은 어땠습니까?”
“땔나무도 많고 물도 많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저 자신입니까?”
“죽은 먹었느냐?”
“먹었습니다.”
“발우를 씻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비로자나불의 스승입니까?”
“흰 낙타가 왔느냐?”
“왔습니다.”
“끌고 가서 풀을 먹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승이 필요없는 지혜입니까?”
“나는 그대를 가르친 적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가깝고도 절실한 한마디입니까?”
“말에 떨어졌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입을 빌리지 않고도 문답할 수 있습니까?”
“바로 이 때다.”
“스님께서는 문답해 주십시오.”
“나는 일찍이 꺼내보지 않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이조(二祖)께서 팔을 끊은 것은
응당 무슨 일을 위한 것입니까?”
“분골쇄신한 것이다.”
“누구에게 공양 올립니까?”
“오는 이에게 공양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변신보살(無邊身菩薩)은
어찌하여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합니까?”
“너는 스님이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낮은 햇빛이요 밤은 불빛인데,
신령스런 빛은 무엇입니까?”
“햇빛과 불빛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꼭 맞게 질문한 곳입니까?”
“틀렸다.”
“무엇이 묻지 않는 곳입니까?”
“앞 구절에서 알도록 하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대인의 모습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더니
차수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함이 없는 것입니까?”
“이것은 함이 있는 것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외양간에서 소를 잃었구나.”
한 스님이 물엇다.
“학인이 먼 길을 왔으니 스님께서는 가르쳐 주소서.”
“문 안에 들어오자마자 얼굴에다
침을 탁 뱉어 줄 걸 그랬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바로 들어가는 한 길입니까?”
“회남(進南)에서 배가 왔느냐?”
“모르겠습니다.”
“야아! 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잣나무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있다.”
“언제 성불합니까?”
“허공이 땅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허공은 언제 땅에 떨어집니까?”
“잣나무가 성불할 때가지 기다려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무엇 때문에 절 안에서 내 욕을 하느냐?”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습니까?”
“나는 절 안에서 그대를 욕할 수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앞이발에 털이 났다.〔板齒生毛〕.”
한 스님이 물었다.
“가난한 자가 왔습니다.
스님께서는 무엇을 갖다 드려야 할까요?”
“가난하지 않다.”
“스님께 구걸하는 걸 어찌하시겠습니까?”
“다만 가난을 지킬 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변신보살은 무엇 때문에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합니까?”
“엷은 비단을 대고 보는 것과 같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하늘 무리들의 감로수는 어떤 사람이 마십니까?”
“그대가 갖다 주어서 고맙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하늘과 땅을 초월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런 사람이 있거든 곧 와서 알려다오.”
한 스님이 물었다.“무엇이 가람입니까?”
“절 문과 법당이다.”
“무엇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입니까?”
“본시 나는 것이 아니니
지금이라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조주의 주인공입니까?”
“대왕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급한 일인지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오줌 누는 것이 작은 일이긴 하나
내가 몸소 가야만 되는 일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장육크기의 부처님 몸〔丈六金身〕입니까?”
“겨드랑이에 옷깃을 달아라.”
“저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거든 다른 사람에게 재단해 달라고 하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제게 의심이 있을 때는 어찌합니까?”
“큰 일이냐, 작은 일이냐?”
“큰 일입니다.”
“큰 일이라면 동북쪽에서 보고,
작은 일이라면 승당 뒤에서 보라.”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이가 부처의 향상인(向上人)입니까?”
스님께서는 선사을 내려와
그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말씀하셨다.
“이 놈이 이만큼 크니 세 토막으로 내도 되겠다.
무슨 향상과 향하를 묻느냐?”
한 비구니가 물었다.
“무엇이 가장 비밀한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으로 그녀를 꼬집으니
비구니가 말하였다.
“스님께서도 이런 것이 있으시군요.”
“네가 이런 것을 가졌다.”
2. 조주의 돌다리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노승이 30년 전 남방에 있을 때 화롯가에서
주인도 없고 객도 없다(無賓
主)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이를 거론한 사람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게서는 대왕의 이런 공양을 받고
무엇으로 보답하시겠습니까?”
“염불을 하지.”
“거지도 염불을 할 줄 압니다.”
“시자를 불러서 그에게 돈 한 푼 주어라.”
한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병풍이 찢어지긴 했으나 골격은 아직 남아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바뀌지 않는 뜻입니까?”
“말해 보아라. 이 들오리가 동쪽에서 날아갔느냐,
서쪽에서 날아갔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티끌 세속에 있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차와 소금 살 돈을 보시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대이삼장(大耳三藏)이 세 번 국사를 찾았으나 보지 못하였다.
는데, 국사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삼장의 콧구멍 속에 있었다.
(인도 대이삼장이 장안에 왓는데 타심통(他心通)을 얻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왕이 혜충국사에게 시험해 보라고 하여 국사가 삼장에게 물었다. ”타심통을 얻었다니 정말이오?“ ”부끄럽소“ ”그렇다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 보시오.“ ”스님께선 한 나라의 국사가 되어 가지고 어찌 인도에 가서 뱃놀이를 구경하십니까?“ 국사가 잠자코 있다가 다시 물었다. ”지금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보시오.“ ”스님께선 한 나라의 국사가 되어 어째서 천진교(天津橋)에 가서 원숭이 놀음을 구경하십니까?“ 국사가 잠자코 있다가 세 번째 같은 질문을 던지니 삼장이 어쩔 줄 몰랐다. 국사가 ”이 여우 도깨비야, 타심통이 무슨 말이냐“하고 꾸짖자 심장은 말이 없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
뜬 나무 구멍을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래도록 바위 계곡에 살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왜 숨어버리지 못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절을 하여라.”
그 스님이 말을 계속 하려고 하자
스님께서 문원(文遠)사미를 불렀다.
문원이 오자 스님께서는 꾸짖으며
“조금 전에 어디 갔다 왔느냐?”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자기의 본 마음입니까?”
“나는 소 잡는 칼을 쓰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래도록 조주의 돌다리에 대해서 들어왔으나 와 보니
외나무 다리만 보입니다.”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볼 뿐,
조주의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 구나.”
“무엇이 돌다리입니까?”
“건너오너라. 건너오너라!”
다시 말씀하셨다.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넌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성이 무엇입니까?”
“상주(常州)에 있다.”
“나이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3. 큰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시비가 있기만 하면 어지러히 본 마음을 잃는다’고 하였는데,
여기에대답할 만한 말(分)이 있는가?”
한 스님이 나와서 시자를 한 번 툭 치면서
“왜 스님께 대답하지 않는가?”하니
스님께서는 곧 방장실로 돌아가버렸다.
뒤에 시자가 물었다.
“아까 그 스님은 알고 그랬습니까,
모르고 그랬습니까?”
“앉아서는 선 사람을 보고,
서서는 앉은 사람을 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도(道)입니까?”
“담장 바깥이다.”
“그것을 물은 것이 아닙니다.”
“무슨 도를 물었느냐?”
“대도(大道)입니다.”
“큰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먼지를 털어버리고 부처를 볼 때는 어떻습니까?”
“먼지를 터는 건 없지 않으나
부처를 본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병 없는 몸입니까?”
“4대와 5음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천제(闡提)입니까?”
“왜 보리(菩提)를 묻지 않느냐?”
“무엇이 보리입니까?”
“바로 이것이 천제이다.”
스님께서 언젠가는 손가락을 오므리며 말씀하셨다.
“나는 이것을 주먹이라고 부르는데,
여러분은 무어라고 부르는가?”
한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어찌 경계로써 사람을 가르치려 하십니까?”
“나는 경계로써 사람을 가르치지 않는다.
만약 그대에게 경계를 보여주었다면
그대를 그 자리에서 매몰시켜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손은 어쩌시겠습니까?”
스님께서는 그만 작별인사를 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한 번 묻고 한 번 대답하는 것은
모두 천마나 외도에 떨어지고 설사 말이 없다 하더라도
그들이 쳐놓은 넓은 그물에 걸립니다.
무엇이 조주의 가풍입니까?”
“그대는 물을 줄을 모르는 구나.”
“스님께서 대답해 주십시오.”
“네 말대로라면 20대는 맞아야 되겠다.”
4. 시비가 있기만 하면 본마음을 잃는다고 하니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시비가 있기만 하면 어지러히 본 마음을 잃는다’고 하였는데, 여기에 대답할 말(分)이 있는가?” 한 스님이 나와서 사미의 뺨을 한 대 때리고 휙 나가버리자, 스님께서는 방장실로 돌아갔다. 다음날이 되자 사미에게 물었다. “어제 그 스님은 어디 있느냐?” “그때 바로 가버렸습니다.” “30년이나 말탄 주제에 나귀한테 차이다니.” 한 스님이 물었다. “이렇게 찾아온 사람도 스님께서는 맞이해 주십니까?” “맞이해 준다.” “이렇게 찾아오지 않은 사람도 스님께서는 맞이해 주십니까?” “맞이해 준다.” “이렇게 와서는 스님이 맞이해 주심에 따르겟습니다만, 이렇게 오지 않는 경우에 스님께서는 이렇게 맞이해 주시렵니까?” “그만, 그만! 더 말하지 말라! 나의 법은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렵다.” 진부(鎭府)의 대왕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높으신 연세에 치아가 몇 개나 남아 있습니까?” “어금니 한 개뿐입니다.” “그럼 음식을 어떻게 씹으십니까?” “한 개뿐이지만 차근차근 씹지요.”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학인의 보배 구슬입니까?” “큰소리로 물어라.”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물을 줄을 모르는구나. ‘크고 작음은 묻지 않거니와 무엇이 학인의 보배 구슬입니까?’ 하고 왜 묻지 못하느냐?” 그 스님이 얼른 다시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마트면 이 놈을 놓칠 뻔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양쪽 다 고요하고도 고요한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법을 펴시렵니까?” “금년은 풍파가 없는 해로다.” “대중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는데 무슨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오늘은 나무를 끌어다가 승당을 짓자.” “그게 바로 학인을 지도하는 것입니까?” “나는 쌍륙(雙陸)이나 장행(長行:쌍륙놀이의 일종)같은 놀이는 할 줄 모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진실한 사람의 몸입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그리 말씀하시면 저는 알기 어렵습니다.” “너는 나에게 진실한 사람의 몸을 묻지 않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그대는 이름이 무엇이냐?” “아무개입니다.” “함원전(含元殿:長安에 있는 당나라 때의 궁전)안과 금곡원(金谷園:洛陽근처에 있는 정원)속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7불의 스승은 어떤 분이십니까?” “자고 싶으면 자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도는 사물의 밖에 있는 것도 아니요, 사물의 밖에 있는 것은 도가 아닙니다. 무엇이 사물 밖의 도입니까?” 스님께서 별안간 후려치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저를 치지 마십시오. 뒤에 사람들을 잘못 때리게 됩니다.” “용과 뱀은 구분하기 쉬우나 납자는 속이기 어렵다.” 스님께서 대왕이 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은 채 손으로 무릎을 치면서 말씀하셨다.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어려서 출가하여 이제 이렇게 늙고 나니, 사람을 보고도 선상을 내려올 힘도 없습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충직한 말입니까?” “너의 어미는 못 생기고 추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잊지 않은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마음에 두어서는 안된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항상 생각하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충직한 말입니까?” “쇠몽둥이나 맞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의 향상사(向上事)입니까?” 스님께서는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으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한 등불이 백천 등불을 켜는데, 그 한 등불은 어디서 켜졌습니까?” 스님께서는 한 쪽 신발을 툭 차내면서 말씀하셨다. “훌륭한 납자라면 그렇게 물어서는 안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근본(根)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비춤(照)을 따르면 종지를 잃는다’고 할 때는 어떻습니까?” “나는 이 말에 대답하지 않겠다.” “스님께서 대답해 주십시오.” “그래야 마땅하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생각할 수 없는 경계입니까?” “어서 말해 보아라, 어서 말해 보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밤에는 도솔천에 올라가고 낮에는 염부제에 내려오는데, *무착(無著:310~390?)이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을 쓸 때, 밤에는 도솔천에 올라가 미륵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낮에는 염부제로 내려와 집필했다는 설화 그 중간에 어째서 마니구슬은 나타나지 않습니까?” “뭐라고?” 그 스님이 다시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바시불이 일찍이 마음에 두었으나 지금까지도 그 묘(妙)를 얻지 못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생각으로 헤아리지 못하는 경계는 어떻습니까?”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옷 속의 보배입니까?” “이 한 물음은 무엇을 꺼려하느냐?” “이것은 물음입니다. 무엇이 보배입니까?” “그렇다면 옷까지도 잃어버린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만리에 여관 하나 없을 때는 어찌합니까?” “선원에서 잔다.” 한 스님이 물었다.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집집마다 문 앞의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얼굴을 마주하여 서로가 건네 주면 큰 뜻을 다합니까?” “말소리를 낮추어라.”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곳은 어떻습니가?” “너에게 말소리를 낮추라고 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눈앞의 한마디입니까?” “내가 너만 못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나타나 온 사람은 누구입니까?” “불, 보살이니라.” 한 스님이 물었다. “신령스런 풀이 아직 나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깨진다.” “냄새 맡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선 채로 죽은 놈과 같다.” “제가 어울려도 됩니까?” “누가 오더라도 그에게 말을 걸지 말라.”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가르침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갓 출가하여 계를 받지 않았으면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묻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성스러움입니까?”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이 평범함입니까?” “성스럽지 않은 것이다.” “평범하지도 성스럽지도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훌륭한 선승이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거울이 마주하면 어느 것이 더 밝습니까?” “그대의 눈꺼풀이 수미산을 덮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이제 막 총림에 들어왔사오니 스님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아이고, 아이고,” 한 스님이 물었다. “앞 구절은 이미 지났고 뒷 구절을 밝히기 어려울 때는 어찌합니까?” “무어라고 불렀다 하면 틀린다.” “스님께서 구분해 주십시오.” “자꾸 묻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높고 험해서 올라가기 어려울 때는 어찌합니까?” “나는 높은 봉우리에 오르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만법과 짝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종승(宗乘)에 관해서 한마디 해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 관리에게 줄 돈이 없소.” 한 스님이 물었다. “제게 별다른 질문이 없으니 스님께서도 별달리 대답하지 마소서.” “괴상하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3승의 가르침 말고, 어떻게 사람을 가르치십니까?” “이 세계가 생긴 이래로 해와 달이 바뀐 적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세 곳(三處:根․境․識)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식(識)을 떨어버립니까?” “식이란 그 분수 밖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여러 기틀들이 모여들 때, 그 가운데 일은 어떻습니까?” “내 눈은 본시 바르므로 그 가운데 일은 말하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깨끗한 곳에도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대는 아직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가 그런 사람입니까?” “그만 두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만법의 근원입니까?” “용마루, 대들보, 서까래, 기둥이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두공(拱斗:기둥 위에서 대들보를 받치는 나무)이차수하고 있는 것을 모르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놓아버려라.” 한 스님이 물었다. 길에서 통달한 도인을 만나거든 말로도 대하지 말고 침묵으로도 대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러면 무엇으로 대해야 합니까?” “진주(陣州)에서 온 사람은 허주(許州)소식을 못 듣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입을 여는 건 함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함이 없는 것입니가?” 스님께서는 손을 그에게 내보이며 말씀하셨다. “이것이 함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함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함이 없는 것입니까?” “함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함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함이 있는 것이다.” 5. 조주스님의 가풍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佛)이란 한 글자를 나는 듣기 좋아하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묻기를 “스님께서는 사람들을 위하십니까?” 하니 스님께서는 “부처님,부처님!”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금시(今時)를 다했을 때 무엇이 아주 분명한 곳입니까?” “금시(今時)르 다했을 때는 그것을 묻지 말아라.” 6. 경전의 뜻과 조사의 뜻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남방의 총림으로 가고, 여기에는 있지 말라.” 그러자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의 이 곳은 어떤 곳입니까?” “나의 이 곳은 땔나무 숲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이가 비로자나불의 스승입니까?” “성품이 그 제자이다.” “근본으로 돌아가서 종지를 얻는 때는 어떻습니까?” “몹시 바쁜 놈이로구나.” “안녕하십니까?” “그 인사는 어디서 났느냐?” 유상공(劉相公)이 절에 들어와 스님께서 땅을 쓸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선지식께서 무엇 때문에 티끌을 쓸어내십니까?” “밖에서 들어왔어.” 한 스님이 물었다. “날카로운 칼이 칼집에서 나올 때는 어떻습니까?” “새까맣다.” “바로 물었을 때는 어떻게 흰 칼을 알아봅니까?” “그런 쓸데없는 공부는 없다.” “사람 앞에서 차수하고 있는데, 어찌하시겠습니까?” “언젠가 그대가 차수하는 것을 보았었지.” “차수하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누가 차수하지 않은 자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이 힘을 얻은 곳입니까?” “그대가 힘을 얻지 못하는 곳이 어디냐?” “무엇이 스님께서 학인에게 보여주시는 법입니까?” “눈앞에 학인이 없다.” “그렇다면 세간에 출현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몸조심하라” 하고 작별인사를 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스님께서 주먹을 쥐고 머리 위에 얹으니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도 그런 것이 있으셨군요.” 스님께서 모자를 벗으면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아라. 내가 무얼 가졌느냐?” “마음이 멈추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살아 있는 이것이 바로 심식의 부림을 받는다.” “어떻게 해야 심식의 부림을 받지 않습니까?” 스님께서는 고개를 떨구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도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이것은 생긴 것이지만 도는 생기고 없어지는 데에 속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것입니까?” “이것은 원래 그런 것이지만 도는 그렇지 않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조사의 뜻을 알면 바로 경전의 뜻을 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이류 가운데 행함(異類中行)입니까?” “옴 부림, 옴 부림!” 한 스님이 물었다. “높고 험하여 오르기 힘들 때는 어떻습니까?” “나는 스스로 꼭대기에 살고 있다. “조계로 가는 길이 가파른 걸 어찌합니까?” “조계로 가는 길은 험하다.” “지금은 무엇 때문에 도달하지 못합니까?” “그 길이 높고 험하기 때문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보배 달이 공중에 떠 있는 것입니까?” “나는 귀를 막아버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털끝만한 차이라도 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거칠다.” “기연에 응할 때는 어떻습니까?” “굽힌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의 행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을 펴서 옷을 털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와부처의 생명이 끊어지지 않은 곳은 어떻습니까?” “아무도 모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방편(權機)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방편이라고 부르지.”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요즘에서야 총림에 들어와서 잘 모르오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총림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더욱 모르겠지.” 한 스님이 물었다. “옛부터 큰스님들은 무엇으로 사람을 가르쳤습니까?” “그대가 묻지 않았더라면 나는 옛 큰스님이 있는 줄도 모를 뻔했다.” “스님께서는 가르쳐 주소서.” “나는 옛 큰스님이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 꽃이 피어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습니까?” “이것은 참되고 실답다.” “그런 일은 어떤 사람에게 해당됩니까?” “나도 해당되고 그대도 해당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그대는 어떤 사람이냐?” “길을 곧바로 질러갈 때는 어떻습니가?” “곧바로 질러가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현(玄)가운데서 현을 끊이 않음입니까?” “그대가 나에게 묻는 이것이 현을 끊지 않음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 꽃이 피어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습니까?” “이미 피어났다.” “참됩니까, 실답습니까?” “참되면 실답고, 실다우면 참되다.” 한 스님이 물었다. “4은(四恩)과 3유(三有)에 보답치 않은 자도 있습니까?” “있다.” “누구입니까?” “이 배은망덕한 놈아!” 한 스님이 물었다. “가난한 사람이 오면 그에게 무얼 주시겠습니까?”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주의 진짜 주인은 누구십니까?” “나는 종심(從諗) 이다.” 어떤 노파가 물었다. “저는 다섯 가지 장애를 가진 몸이라는데 어떻게 면할 수 있습니까?” “모든 사람은 천상에 나기를 바라고 할멈은 길이 고통 바다에 빠지기를 바라노라!” 한 스님이 물었다. “밝은 달이 하늘에 떠 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아직 계단 아래 있는 놈이구나.” “스님께서 계단 위로 이끌어 주십시오.” “달이 지거든 만나러 오너라.” “무엇이 분명한 것입니까?” “너더러 묻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습니까?” “너무 커서 바깥이 없고, 작은 것으로 치자면 안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4구(四勾)를 여의고 백비(百非)를 끊었을 때는 어떻습니까?” “나는 죽음을 모른다.” “그것은 스님의 입장입니다.” “그렇지.” “스님께서는 가르쳐 주십시오.” “4구를 여의고 백비를 끊었으니 무얼 가지고 가르친단 말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안으로는 한 물건도 없고 밖으로는 구할 것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근본으로 돌아가면 종지를 얻는다’는 것입니까?” “너에게 대답하면 어긋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의심하는 것입니까?” “너에게 대답하면 어긋난다.” “출가한 사람도 속될 수가 있습니가?” “출가는 좌주(座主:강사)그대의 문제이니 출가하고 출가하지 않고를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상관하지 않으십니까?” “그것이 곧 출가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승도 제자도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번뇌 없는 지혜의 성품은 본래 그 자체가 완전하다.” 또 말씀하셨다. “이것이 스승과 제자가 없는 것이다.” “끝을 볼 수 없는 때는 어떻습니까?”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깨끗하나 맑지 않고 뒤섞였으나 흐리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맑지도 않고 흐리지도 않다.” “그게 무엇입니까?” “가엾은 놈!” “무엇이 시방에 통달함입니까?” “금강선(金剛禪)을 버려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주머니 속의 보배입니까?” “무엇을 꺼려하느냐?” “써도 다함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자기 것도 무거우냐?” 또 말씀하셨다. “쓰면 무겁고 쓰지 않으면 가볍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의 분명한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침을 뱉었다. “그 가운데 일은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또 방에다 침을 뱉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사문의 행입니까?” “행을 떠나라.” 한 스님이 물었다. “참으로 쉬는 곳을 스님께서는 가르쳐 주십시오.” “가르치면 쉬지 못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물음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평상시의 말과 어긋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사방에서 산이 조여올 때는 어찌합니까?” “빠져나온 자취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여기에 와서 말하지 못할 때는 어떻습니까?” “말할 수 없다.” “어떻게 말합니까?” “말할 수 없는 곳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 ‘말이 있기만 하면 모두가 정수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고 하는데 무엇이 정수리 밖의 일입니까?” 스님께서 문원(文願)의 사미를 부르니 문원이 대답하자 “오늘이 며칠이냐?”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비로자나불의 스승이십니까?” “험담하지 말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으니 오직 따져서 가림을 꺼릴 분이다’ 하였는데, 어떻게 해야 따져서 가리지 않을 수 있습니까?”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그래도 그것은 가리는 것입니다.” “이 촌놈아! 어디가 가려내는 것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3계(三界)밖의 사람입니까?” “내가 3계 안에 있는 걸 어찌하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있음과 있지 않음을 아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네가 만약 다시 묻는다면 내게 일부러 묻는 것이다.” 7. 앉은 채로 왕을 맞이하다. 스님께서 언젠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 약산(藥山)에 도착하여 한 구절을 듣고 나서는 지금까지도 넉넉히 배가 부르다.” 스님께서 방안에서 좌선하고 있을 때, 소임자가 대왕이 뵈러 왔음을 알렸다. 대왕이 절을 다 마치자 주변사람들이 물었다. “나라의 왕이 오셨는데 무엇 때문에 일어나지 않으십니까?” “그대는 여기 나를 모르는가? 하급 사람이 오면 절 문까지 나가서 맞이하고, 중급 사람이 오면 선상을 내려가서 맞이하고, 상급 사람이 오면 선상에 앉은 채로 맞소. 대왕을 중급이나 하급 사람이라 부를 수 없으니, 대왕을 욕되게 할까 두렵소.” 대왕은 매우 기뻐하며 스 님께 진부(鎭府)에 오셔서 공양 받으실 것을 두 번 세 번 청하였다. 스님께서 주원외(周員外:員外는 정원외에 두는 관직명)에게 물었다. “그대는 꿈에라도 임제스님을 보았는가?” 원외가 주먹을 세우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 “이쪽에서 봅니다.” “어느 곳에서 임제스님을 보았는가?” 원외가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물었다. “주원외는 어디서 왔는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습니다.” “날아왔다 날아가는 늙은 까마귀가 아니겠는가. 8. 조주의 관문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시비가 있기만 하면 어지러히 본 마음을 잃는다.’고 하였는데, 여기에 대답할 만한 사람이 있느냐?” 나중에 어떤 스님이 낙포(洛浦)스님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낙포스님은 이를 딱딱 부딪쳤다. 또 운거(雲居)스님에게 말하자, 운거스님은 “뭘 그럴 것까지 있겠는가!”하였다. 그 스님이 스님께 말씀드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남방에서는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스님께서 무어라고 하려는 차에 그 스님이 옆 스님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 스님은 밥을 다 먹었는데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스님께서는 거기서 그만두었다. 스님께서 「금강경」을 보고 있을 때 한 스님이 문든 물었다. “‘모든 부처님과 그분들의 위 없는 깨달음이 모두 이 경으로부터 나왔다.’고 하였는데, 무엇이 이 경입니까?” “금강반야바라밀경, 나는 이와같이 들었다. 한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셨다.․․․” “그게 아닙니다.” “내 스스로 경의 뜻을 어쩌지 못한다.” 한 스님이 하직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밖에 나갔을 때 갑자기 어떤 사람이 조주를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그저 보았다고만 해야 되겠지요.” “나는 한 마리 나귀인데 그대는 어떻게 보느냐!” 그 스님은 말이 없었다. 스님께서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남방에서 왔습니다.” “조주의 관문이 있음을 아느냐?” “관문을 상관하지 않는 자가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스님께서는 “이 소금 암거래하는 놈아!” 하고 꾸짖으시고는 다시 말씀하셨다. “형제들이여! 조주의 관문은 통과하기 어렵다.” 그러자 그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주의 관문입니까?” “돌다리다.” 한 스님이 설봉에서 왔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기에 머물지 말라. 나의 이 곳은 다만 피난하는 곳일뿐, 불법은 모두가 남방에 있다.” “불법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네가 아무리 설봉에서 왔다 하더라도 판대기를 진 놈(擔板漢)일 뿐이다.” “저 쪽의 일은 어떻습니까?” “너는 왜 어젯밤 자리에 오줌을 쌌느냐?” “깨치고 난 뒤에는 어떻습니가?” “어! 똥까지 쌌군.” 9. 설봉스님에게 괭이를 갖다 주어라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내게는 굴에서 나온 사자도 있고 굴 속에 들어있는 사자도 있는데, 다만, 사자 새끼를 얻기가 어렵다.” 그 때 한 스님이 손가락을 퉁겨서 응수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게 뭐냐?” “사자 새끼입니다.” “내가 사자 새끼라고 부른 것도 벌서 허물인데, 너는 한술 더 떠 깡충깡충 뛰기까지 하는구나.” 스님께서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설봉에서 왔습니다.” “설봉은 무슨 법문으로 납자를 가르치더냐?” “스님께서는 늘 말씀하시기를 ‘ 온 시방세계가 사문의 외눈(一隻眼)인데, 너희들은 어디다 똥을 싸겠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대가 돌아가는 편에 괭이를 갖다 주어라.” 스님께서 옷을 대중에게 나눠 주니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모두 다 주고 나면 무얼 입으십니까?” 스님께서 “호주자(湖州子:호주에서 온 스님) 야!”하고 불렀다. 그 스님이 “예!”하고 대답하자 스님께서 말하였다. “무얼 입겠느냐?” 10. 경론도 불법은 아니다.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세계가 있기 전에도 이 성품은 있었고, 세계가 무너질 때라도 이 성품은 무너지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이 성품입니까?” “5온, 4대이다.” “이것 역시 무너지니 무엇이 이 성품입니까?” “4대, 5온이다.” 정주(定州)에서 한 좌주(座主:강사)가 오자 스님께서 물었다. “무슨 공부(業)를 익혔는가?” “경,율,론을 듣지 않고도 강의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 손을 들어 보이면서 “이것도 강의할 수 있는가?” 하니 좌주가 어리둥절하며 무슨 말인지 몰라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설령 네가 듣지 않고 강의할 수 있다 하여도 그저 경론이나 강의하는 놈일 뿐이니 불법이라면 아직 멀었다.” “스님께서 지금 하신 말씀은 불법이 아닙니까?” “설령 그대가 묻고 답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모두 경론에 속하는 것이요, 불법은 아직 아니다.” 스님께서 한 행자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북쪽 절(北院)에서 왔습니다.” “그 절은 이 절과 비교해서 어떠냐?” 행자가 아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는 곁에 서 있는 한 스님에게 대신 대답하게 하니 그 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그 절에서 왔습니다.” 스님께서는 웃고 나서 다시 문원사미에게 대신 말하게 하자, 문원이 말하였다. “행자는 도리어 스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스님께서 한 좌주에게 물었다. “무슨 공부(業)를 해왔는가?” “유마경을 강의합니다.” “유마경에서 ‘걸음마다 도량이다’ 라고 하였는데 좌주는 어느 곳에 있는가?” 좌주가 아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전익(全益)을 시켜 그 대신 말하게 하니 전익이 말하였다. “다만 이 한 물음으로 도량을 알 수 있습니까?” “그대의 몸은 도량 안에 있는데, 마음은 어느 곳에 있느냐? 어서 말해 보아라.” “스님께서는 저의 마음을 찾으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그럼 이렇게 묻고 대답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심소(心所)안에 있지 않다. 법(法)이란 눈,귀,코,혀,몸,뜻을 초월하여 아는 것이다.” “이미 심소(心數:心所)에 있지 않다면 스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찾으십니까?” “그대가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은 눈,귀,코,혀,몸,뜻을 초월해서도 알지 못하는데, 무엇을 말할 수 없습니까?” “내 침이나 핥아 먹어라.”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법화경을 본 적이 있느냐?” “보았습니다.”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 누더기를 입고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절(阿練若)이란 이름을 빌려 세상 사람들을 속인다’ 고 하였는데, 그대는 어떻게 이해하느냐?” 그 스님이 절을 하려는데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누더기를 입고 왔느냐?” “입고 왔습니다.” “나를 속이지 말라.” “어떻게 해야 속이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살 궁리를 해야지, 내 말을 따르지 말라.” 스님께서 한 좌주에게 물었다. “익힌 공부(業)가 무엇인가?” “유마경을 강의합니다.” “누가 유마힐의 할아비인가?” “저올시다.” “무엇 때문에 도리어 자손을 위하여 말을 전하는가?” 좌주는 아무 대꾸가 없었다. 11. 차를 마셔라 스님께서 하루는 상당하니 한 스님이 나오자 마자 절을 하였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합장하며 “몸조심하여라!” 하고 작별인사를 하셨다. 또 하루는 한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질문 하나 해 보아라.” “무엇이 선(禪)입니까?” “오늘은 날이 흐리니 대답하지 않겠다.”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 “어느 방면에서 왔느냐?” “온 방면이 없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등을 돌리니 그 스님이 좌구를가지고 따라 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좋구나. 방면이 없음이여!”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남방에서 왔습니다.” “3천리 밖에서 만나거든 농담하지 말라.” “그런 적이 없습니다.” “버들개지를 잡아라, 버들개지를 잡아라!” 풍간(豊干)스님이 오대산 아래 이르러 한 노인을 보고 말하였다. “문수보살이 아니십니까?” 풍간스님이 절을 하였는데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한 스님이 이것을 이야기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풍간이 외짝눈(一雙眼)은 갖추었다.” 그리고서 스님은 문원으로 하여금 노인이 되고 자신은 풍간이 되어서 말씀하셨다. “문수보살이 아니십니까?” 문원이 말하였다. “어찌 두 문수가 있겠나?”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보살님, 문수보살님!” 스님께서 새로 온 두 납자에게 물었다. “스님들은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한 스님이 대답했다. “와 본 적이 없습니다.” “차를 마시게.” 또 한 사람에게 물었다.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왔었습니다.” “차를 마시게.” 원주(院主)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와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차를 마시라고 하신 것은 그만두고라도, 무엇 때문에 왔던 사람도 차를 마시라고 하십니까?” 스님께서“원주야!”하고 부르니 원주가“ 예!”하고 대답하자 “차를 마셔라”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대산 가는 길이 어느 쪽입니까?” “똑바로 가십시오.” 그 스님이 가자마자 노파가 말하였다. “또 저렇게 가는군.” 스님께서 돌아와 대중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말씀하셨다. “그 할멈이 내게 간파당했다.” 스님께서 한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불을 집어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이것을 불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내가 이미 말해버렸다.” 스님께서는 불을 집어 올리면서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서주(舒州)로 가면 투자(投子:819~914)스님이란 분이 있다. 가서 절하고 묻도록 하라. 인연이 맞으면 다시 올 것 없고, 맞지 않거든 다시 오너라.” 그 스님이 바로 떠나서 투자스님의 처소에 이르자마자, 투자스님이 물었다. “근래 어디서 떠나왔는가?” “조주를 떠나서 특별히 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조주 노스님은 무슨 법문을 하시더냐?” 그 스님이 앞의 이야기를 모두 말하자 투자스님은 선상을 내려와 너댓 걸음을 걷더니 다시 앉으며 말하였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돌아가 조주스님께 이야기해 드려라.” 그 스님이 다시 돌아와 말씀드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럼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큰 차이는 없다.” 동산(洞山:807~869)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장혜(掌鞋)에서 왔습니다. “스스로 푸느냐, 남에게 의지하느냐?” “그가 그대에게 가르쳐 주던가?” 그 스님이 아무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허락하신다면 어기지 않겠습니다.” 보화(普化)스님이 생채를 먹고 있는데 임제(臨濟“?~867)스님이 보고 말하였다. “보화는 꼭 한 마리 나귀 같구나.” 보화스님이 나귀 울음소리를 내자 임제스님은 곧 그만두었는데 보화스님이 말하였다. “꼬마 임제가 그저 외짝눈은 갖추었다.” 스님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다만 본분의 먹이풀(本分草料)을 주어라.” 보수(保壽)스님이 호정교(胡釘鉸:釘鉸는 땜장이)에게 물었다. “정교 아닌가?” “그렇습니다.” “허공도 땜질할 수 있는가?” “조각난 허공을 가져오십시오.” 보수스님이 별안간 후려치면서 말하였다. “뒤에 말 많은 스승이 너에게 설명해 줄 것이다.” 호정교가 뒤에 이를 스님께 말씀드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그에게 얻어맞았느냐?” “허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벙 터진 틈도 못 때우면서 그에게 허공을 조각내라는 거냐?” 호정교는 거기서 알아차렸다. 스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자, 이 한 방 터진 틈을 때워 보아라!” 스님께서 길을 가던 중에 한 노파를 만났는데 노파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조주의 동쪽 절, 서쪽에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스님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느‘서(西)’자를 서야 할지 말해 보아라.” 그러자 한 스님은 “동서의 서(西)자입니다.”하였고 다른 한 스님은 “의지하여 쉰다는 서(栖)자입니다.”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은 모두 소금과 쇠를 감정하는 관리는 되겠다.” 스님께서 시랑(侍郞)과 함께 정원을 거니는데 토끼가 달아나는 것을 본 시랑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대선지식이신데, 토기가 보고는 무엇 때문에 달아납니까?” “제가 살생을 좋아한 탓이지요.” 스님께서 언젠가는 한 스님이 마당을 쓸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렇게 쓸어낸다고 깨끗해지느냐?” “쓸면 쓸수록 많아집니다.” “어찌 먼지를 털어버린 자가 없겠느냐?” “먼지를 털어버린 자가 누구입니까?”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운거스님에게 가서 물어 봐라.” 그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가서 물었다. “누가 먼지를 털어버린 자입니까?” 운거스님은 “이 눈먼 놈아!”하였다.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느냐?” “칠팔년 됩니다.” “노승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내가 한 마리 나귀가 된다면 어떻게 보겠느냐?” “법계에 들어가서 보겠습니다.” “나는 이 중이 이 한 가지는 갖춘 줄 알았더니 숱하게 공밥만 퍼먹었구나.” “스님께서 일러 주십시오.” “어찌 ‘꼴(草料)속에서 봅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느냐.” 스님께서 채두(菜頭:나물반찬을 맡은 소임)에게 물었다. “오늘은 생채를 먹느냐, 익힌 것을 먹느냐?” 채두가 채소 한 줄기를 들어올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은혜를 아는 자는 적고 은혜를 저버리는 자는 많다.” 어느 속인 행자가 절에 와서 향을 사루는데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는 저기서 향을 사루며 예불하고, 나는 또 너와 여기서 이야기한다. 바로 이런 때 남(生)이 어느 쪽에 있느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은 어느 쪽입니까?” “그렇다면 저 쪽에 있지.” “그렇다면 이미 먼저입니다.” 스님께서는 웃었다. 스님께서 문원사미와 입씨름을 하였는데, 이기면 안되고 이긴쪽이 호떡을 내기로 하였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한 마리 나귀다.” “저는 나귀 새끼입니다.” “나는 나귀 똥이다.” “저는 똥 속의 벌레입니다.” “너는 그 속에서 무얼 하느냐?” “저는 그 속에서 여름을 지냅니다.” 스님께서는 “호떡을 가져 오너라!”하셨다. 스님께서 진부(鎭府)의 내전(內殿)에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깃대에 깃발 한 조각이 없어진 것을 보고 한 스님이 물었다. “깃발 한 조각은 하늘로 날아갔습니까, 땅으로 들어갔습니까?” “하늘로 올라가지도 않고, 땅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럼 어디로 갔습니까?” “떨어졌다.” 스님께서 앉아 계시는데 한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자마자 스님께서는 “몸조심하거라”하였다. 그 스님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려 하는데 스님께서는 “또 그러는군”하셨다. 스님께서 한번은 처마 앞에 서서 제비가 지저귀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이 제비의 재잘거림이 사람을 부르는 말 같구나.” 한 스님이 말하였다. “그 말이 달콤하십니까?” “아름다운 곡조인 듯 들리는가 하더니, 다시 바람에 실려 다른 곡조에 섞이는구나!” 한 스님이 하직인사를 하러 가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겠느냐?” “민(閩)땅으로 가겠습니다.” “민 땅에는 큰 전쟁이 있으니 피해야 할 것이다.” “어디로 피합니까?” “그럼 됐다.” 한 스님이 올라가 법을 물으렸는데 스님께서 머리에다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냥 물러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내가 대답치 않았다고 말해서는 안되네.”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남방에서 왔습니다.” “누구하고 짝을 했느냐?” “물소하고 짝을 했습니다.” “훌륭한 스님이 무엇 때문에 짐승하고 짝을 하는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짐승이다.” “어찌 긍정할 수 있겠습니까?” “긍정치 않는 건 그렇다치고, 나에게 그 짝을 돌려다오.”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승당 안에 조사가 있느냐?” “있습니다.” “불러 와서 내 발이나 씻게 하여라.” 승당의 두 스님이 서로 미루며 제1좌를 맡으려 하지 않자 소임자가 스님께 아뢰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둘을 모두 제2좌로 삼아라.” “제1좌는 누가 합니까?” “향을 올려라.” “향을 올렸습니다.” “계향, 정향......”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떠나 왔느냐?” “서울에서 떠나 왔습니관다.” “동관(潼關:낙양과 장안 사이의 요새지)을 지나왔느냐?” “지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소금 암거래하는 놈을 붙잡았다.” 한번은 죽은 스님의 장례를 치르면서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죽은 사람 하나를 무수한 사람들이 보내는구나” 하시고는 다시 “수많은 죽은 자들이 산 사람 하나를 보내는구나"하셨다. 그때 한 스님이 물었다. “마음이 살았습니가, 몸이 살았습니까?” “몸과 마음 모두 다 살아 있지 않다.” “이것은 어떻습니까?” “죽은 놈이다.” 한 스님이 고양이를 보고 물었다. “저는 고양이라고 부릅니다만, 스님께서는 무어라고 부르십니까?” “고양이라고 부르는 건 너다.” 진주(鎭州)의 대왕이 스님을 뵈뤄 오자 시자가 와서 “대왕이 오십니다”하고 알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께서는 만복하소서!” “아직 오시지 않았고 방금 절 문 아래 도착하셨습니다.” “대왕이 또 오시느냐?” 변소(東司)위에서 문원(文遠)을 부르자 문원이 “예!”하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변소에서는 너에게 불법을 말할 수 없다.” 한번은 불전(佛殿)을 지나다가 시자를 부르니 시자가 “예!”하자 스님께서 “훌륭한 불전의 공덕이다” 하셨는데 시자는 대답이 없었다. 스님께서 임제에 이르러 막 발을 씻는데 임제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마침 발을 씻고 있었소.” 임제스님이 가까이 와서 귀를 기울여 듣는 시늉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알았으면 아는 것이요, 몰랐거든 다시 입을 놀리지 않는 것이 어떻겠소?” 임제스님이 소매를 떨치고 가버리자 스님께서는 “30년 동안 행각하다가 오늘은 남을 위해 잘못 주석(註釋)을 내렸구나”하셨다. 스님께서 천태산(天台山)국청사(國淸寺)에 갔을 때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을 보자 말씀하셨다. “오래도록 한산과 습득의 소문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다만 두 마리 물소밖에는 안 보이는구나.” 한산과 습득이 소가 싸우는 시늉을 하니 스님께서“저런,저런!”하셨다. 한산과 습득은 이를 악물고 서로 바라보았다. 스님께서는 바로 숭당으로 돌아왔는데, 두 사람이 찾아와 묻기를 “아까의 인연은 어떻습니까?”하자 스님께선는 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하루는 두 사람이 스님께 물었다.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오백 존자께 예배하고 왔네.” “오백 마리 물소들이야, 그 존자들은.” “무엇 때문에 오백 마리 물소들이라 하는가?” 한산이 “아이고, 아이고!”하자 스님께서는 “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스님께서 행각할 때 두 암주를 만났는데, 한 사람은 갈래머리를 땋아올린 동자 모습이었다. 스님께서 문안인사를 하였으나 두 사람은 별로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튿날 이른 새벽 갈래머리 땋아올린 동자가 밥 한 솥을 가지고 와서 땅에 내려놓더니 세 몫으로 나누었다. 암주는 자리를 들고 가까이 가서 앉고 갈래머리 동자도 자리를 가지고 가까이 가서 마주 앉았으나 역시 스님은 부르지 않았다. 그러자 스님께서도 마찬가지로 자리를 가지고 가까이 가서 앉았는데, 갈래머리 동자가 스님을 노려보니 암주가 말하였다. “일찍 깨웠다고 말하지 마시오. 또 밤길 가는 사람이 있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왜 이 행자를 가르치지 않소?” “그는 마을 집 아니요.” “하마트면 그냥 놓칠 뻔했군.” 그러자 갈래머리 동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암주를 노려보면서 말하였다. “많이 지껄여서 무얼 하오?” 갈래머리 동자는 이때 산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보인지 않았다. 스님께서 경을 보고 있는데 문원사미가 들어오자 경을 비스듬히 보여 주었다. 사미가 그냥 나가버리니 스님께서 뒤따라가서 붙들고 말씀하셨다. “어서 말해라, 어서 말해!” “아미타불, 아미타불!”하니 스님께서는 방장실로 돌아가셨다. 한번은 사미동행(沙彌童行)이 찾아뵈러 오자 스님께서는 시자더러 “저 애를 보내라”고 일렀다. 시자가 행자한테 “스님께서 가라고 하신다”하니 행자가 곧 작별인사를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미동행은 문 안에 들어왔으나 시자는 문 밖에 있구나.” 스님께서 하루는 염주를 집어들고 신라(新羅)에서 온 장로에게 물었다. “거기에도 이것이 있소?” “있습니다.” “이것과 얼마나 닮았소?” “그것과 닮지 않았습니다.” “있다 하면서 어째서 닮지 않았다는 거요?” 장로가 말이 없자 스님께서 스스로 대신 말씀하셨다. “‘신라는 신라, 큰 당나라는 큰 당나라’라고 하지 않던가.”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어디서 왔느냐?” “남방에서 왔습니다.” 스님께서 손가락을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하는 인사도 모르느냐.” 스님께서 행각할 때 대자 환중(大慈寰中:780~862)스님에게 물었다. “반야는 무엇으르 바탕(體)을 삼습니까?” 대자스님이 말하였다. “반야는 무엇으로 바탕을 삼습니까?” 스님께서는 하하!하고 크게 웃으며 나왔다. 다음날 스님께서 마당을 쓰는데 대자스님이 보고는 물었다. “반야는 무엇으로 바탕을 삼습니까?” 스님께서 빗자루를 놓고 하하!하고 크게 웃으며 가버리자, 대자스님은 방장실로 돌아갔다. 스님께서 백장(百丈:720~814)스님께 갔는데 백장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남전(南泉)에서 왔습니다.”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 ‘깨닫지 못한 사람도 우뚝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백장스님이 꾸짖자 스님께서 놀라는 얼굴을 하니 백장스님이 말씀하셨다. “좋구나. 정말 우뚝하도다.” 스님께서는 춤을 추면서 나갔다. 스님께서 투자(投子)스님의 처소에 가서 마주 앉아 공양을 할 때였다. 투자스님이 시루떡을 스님께 먹으라고 주니 스님께서는 “먹지 않겠소”하고는 이내 떡을 내려 놓으셨다. 투자스님이 사미를 시켜서 스님께 떡을 주니 스님께서 떡을 받아들고 사미한테 3배 하니 투자스님은 잠자코 있었다. 어느 스님이 스님의 진영(眞影)을 그려 바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나를 닮았으면 나를 때려 죽일 것이요, 닮지 않았다면 당잘 불살라 버려라.” 스님께서 문원과 길을 가다가 한 조각의 땅을 가리키면서 “여기에다 검문소를 하나 지었으면 좋겠다.”하니 문원이 얼른 가서 그 곳에 서면서 “신분증(公驗)을 가져 오시오”하였다. 스님께서 대뜸 따귀를 한 대 때리자 문원이 말하였다. “신분증은 틀림없다. 지나 가시오.” 스님께서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서 떠나 왔느냐?” “오대산에서 떠나 왔습니다.” “문수보살은 보았느냐?” 그 스님이 손을 펴 보이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손을 펴 보이는 사람은 많지만 문수보살을 보기란 어렵다.” “그저 조바심이 나 죽을 지경입니다.” “구름 속의 기러기도 못보면서 어찌 사막 변방의 추위를 알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이렇게 멀리서 와서 귀의하오니 스님께서는 한 번 가르쳐 주십시오.” “손빈(孫臏)의 문하에서는 무엇 때문에 거북을 잘라 점을 쳤느냐?” 그 스님이 소매를 떨치고 나가버리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영화를 누리는가 하였더니, 두 다리가 잘렸군.” 스님께서 수좌(首座)와 함께 돌다리를 둘러보다가 수좌에게 물었다. “이것은 누가 만들었는가?” “이응(李膺)이 만들었습니다.” “만들 때 어느 곳부터 손을 댔는가?” 수좌가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평소에 돌다리 돌다리 하면서도 손댄 곳을 물으면 모르는군.” 한 신라원(新羅阮)의 주지가 스님을 공양에 청하니 스님께서 앞에 이르러 물었다. “여기가 무슨 절인가?” “신라원입니다.” “그대와 나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운거산에서 왔습니다.” “운거스님은 무슨 말씀으로 가르치더냐?” “어떤 스님이 묻기를 ‘영양이 뿔을 나무에 걸었을 때는 어떻습니까?’하자, 운거스님이 대답하시기를 ‘육육은 삼십육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운거사형이 아직도 계시는구나.” 이번에는 그 스님이 물었다. “스님의 높으신 뜻은 어떻습니까?” “구구는 팔십일이다.” 한 노파가 날이 저물어서 절에 들어오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얼 하려는가?” “재워 주십시오.” “여기가 어디라고......” 노파는 “하하!”크게 웃고 가버렸다. 스님께서 밖에 나갔을 때 한 노파가 바구니를 들고 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 가는가?” “조주의 죽순을 훔치러 갑니다.” “갑자기 조주를 만나면 어쩌려고?” 노파는 다가와서 스님의 뺨을 한 대 때렸다. 스님께서 한번은 원주가 생반(生飯)을 놓아주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까마귀들이 보고는 모두 날아가버렸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까마귀들이 너를 보고는 왜 날아가버리느냐?” “제가 두려운 게지요.” 스님께서는 “그게 무슨 말이냐?”하면서 대신 말씀하셨다. “제게 살생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강서(江西)에서 왔습니다.” “조주는 어디다 두었느냐?” 그 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스님께서 불전을 지나다가 한 스님이 예불드리고 있는 것을 보고 한 대 때리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예불하는 건 좋은 일 아닙니까?” “좋은 일도 없느니만 못하다.” 스님께서 한번은 동관(潼關)을 찾아갔는데 동관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동관이 있음을 아시오?” “있음을 압니다.” “신분증이 있는 이는 지나갈 수 있지만 없는 이는 지나갈 수 없소.” “갑자기 어가(御駕)가 올 때는 어찌하겠소?” “그대는 모반을 일으키겠구려.” 스님께서 보수사에 갔는데 보수(寶壽)스님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돌리고 앉았다. 스님께서 좌구를 펴는데 보수스님이 일어서자 스님께서는 그냥 나와버렸다. 스님께서 남전스님 회하에 있을 때 남전스님께서 물소 한 마리를 끌고 승당으로 들어와 빙빙 잡아 돌았다. 수좌가 이에 소 등을 세 번 두드리자 남전스님께서는 그만두고 가버렸다. 스님께서 뒤에 풀 한 묶음을 수좌 앞에 갖다놓자 수좌는 대꾸가 없었다. 한 거사가 스님을 뵙고 찬탄하기를 “스님은 옛 부처님이십니다.”하자 스님께서는 “그대는 새 여래일세”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열반입니까?” “나는 귀가 멀었다.” 그 스님이 다시 묻자 스님께서는 “나는 귀머거리가 아니다”하고는 게송을 읊었다. 등등대도자騰騰大道者 임운등등 대도를밟은 자
대면열반문對面涅槃門 열반의 문을 마주하였어라
단좌념무제但坐念無際 그저 앉아서 가없는 법을 생각하니
래년춘우춘來年春又春 내년 봄도 또 봄일세
한 스님이 물었다. “나고 죽는 두 길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스님께서 이에 게송을 읊었다. 도인문생사道人問生死 도인이 나고 죽음을 물으나 생사약위론生死若爲論 나고 죽음을 어찌 논하랴
쌍림일지수雙林一池水 사라쌍수 아래 한 연못에
랑월 ?건곤朗月? 乾坤 밝은 달은 천지를 비춘다 하나
환타구상식喚他句上識 그것은 말 위에서 알음알이를 내는 것이요
차시롱정귀此是弄精鬼 정흔을 희롱함이다.
욕회개생사欲會箇生死 저 나고 죽음을 알고자 하는가
전인설몽춘顚人說夢春 미친 사람 꿈속의 봄을 이야기함이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난을 당했을 때 불꽃 속에 몸을 숨기신다는데, 스님께서는 난을 만나면 어디에 몸을 숨기십니까?” 스님께서는 이에 게송을 읊었다. 거설불유난渠設佛有難 그는 부처님에게 난이 있다고 말하나 아설거유재我設渠有災 나는 그에게 난이 있다고 하리라
단간아피난但看我避難 다만 내가 난을 피하는 것을 보라
하처유상수何處有相隨 어디에 따라올 수 있는가
유무불시설有無不是設 이는 있고 없음을 말함도 아니요
거래비거래去來非去來 오고 감이 또한 오고감이 아니다
위니설난법爲你設難法 내 그대를 위해 재난의 법을 말하니
대면식득래對面識得來 맞딱뜨려서 알도록 하라.
출처 ; 블로그 평상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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