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8. 아라한의 경지

수선님 2018. 11. 18. 12:52

[문] 삼계의 온갖 번뇌를 여의는 까닭에 심해탈을 얻는다면,

어찌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애욕에 물든 마음을 여의면 해탈을 얻는다’ 하시는가?

 

[답] 애욕[愛]은 능히 마음을 얽매고 막는 큰 힘이 있다.

 

그러므로 그것만을 말씀하시고 다른 번뇌를 말씀하시지 않았으니,

애욕이 끊어지면 다른 번뇌도 끊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왕이 온다” 하면 반드시 데리고 온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애욕도 그렇다.

 

또한 수건의 한 끝을 잡으면 나머지는 모두 따르는 것같이,

애욕에 물드는 일 역시 그와 같아서 애욕이 끊기면 나머지 번뇌는 이미 다 끊긴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한 모든 번뇌[結使]는 애(愛)와 견(見)에 속하나니,

애에 속한 번뇌는 마음을 가리고, 견에 속한 번뇌는 지혜를 가린다.

 

그러므로 애를 여의는 까닭에 애에 속했던 결과 사 역시 여의게 되어 심해탈을 얻는다.

이와 같이 해서 무명을 여의는 까닭에 견에 속하는 결과 사도 여의게 되어 혜해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5천명의 아라한은 물러나지 않는 법에서 무생지(無生智)147)를 얻었다. 그러므로 마음으로 훌륭한 해탈을 얻고 지혜로 훌륭한 해탈을 얻었다 하나니 물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147) 범어로는 anutpāda-jñāna. 4제(諦)를 관찰해 얻는 지혜로서, 이제 더 이상 괴로움의 과보가 일어나지 않게 되었음을 자각하는 지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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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退法] 아라한이 시해탈(時解脫)을 얻음은 마치 구제가(劬提迦)148) 등이 비록 해탈을 얻었으나 퇴법인 까닭에 훌륭한 해탈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經] 마음이 길들여져 유연했다.

[論] 어떤 이가 공경하고 공양하거나 성내고 때리더라도 마음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고, 소중한 보배를 얻거나 기와쪽을 얻거나 동일하게 보고, 칼을 들어 손발을 끊거나 전단향을 몸에 발라 주거나 평등하여 차별이 없다.

 

또한 음욕․진애․교만․의견(疑見)149)의 근본 번뇌가 이미 끊겼으므로 마음이 잘 길들었다 한다.

 

또한 이 아라한들은 욕망에 물들기 쉬운 곳에 있더라도 물들지 않고, 성내기 쉬운 곳에서도 성내지 않고, 우치해지기 쉬운 곳에서도 우치해지지 않고 6정(情)을 지키고 보호한다. 그러므로 마음이 잘 길들여졌다 한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사람이 6정을 수호함이
  잘 길들여진 좋은 말같이 하면
  이는 실로 지혜로운 사람이니
  모든 하늘이 우러러 받든다.
  

그 밖의 범부들은 6정을 잘 수호하지 못하여 음욕․성냄․교만ㆍ어리석음․의혹․사견을 끊지 못했으므로

잘 길들지 못했으니, 마치 길들여지지 않고 유연하지 않기가 사납고 버릇 나쁜 말과 같다.

 

그러므로 아라한들을 마음이 잘 길들여지고 유연하다 하는 것이다.

 

  [經] 마하나가(摩訶那伽).

  [論] 마하(摩訶)는 대(大)요, 나(那)는 불(不)이요, 가(伽)는 죄(罪)이다.150)
  
  
  
148) 범어로는 Godhika. 말라(malla)족 출신으로, 카필라성에서 부처님을 만나 친구들과 함께 출가했다.
149) 범어로는 moha. 우치를 말한다.
150) 범어로는 mahānāga를 mahat(大)-na(不)-aga(罪)의 합성으로 보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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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들은 모든 번뇌가 끊겼다. 그러므로 부죄(不罪)라 한다.

 

또한 나가(那伽)는 용(龍)이고도 하고 코끼리[象]라고도 한다. 이 5천의 아라한들은 무수한 아라한 가운데서도 가장 힘이 세다. 그러므로 용 같고, 코끼리 같다 한다. 물로 다니는 것 가운데에서는 용의 힘이 으뜸[大]이요, 육지로 다니는 것 가운데에서는 코끼리의 힘이 으뜸이다.

 

또한 잘 길들여진 코끼리왕은 능히 큰 무리의 군사를 무찌르고 곧장 뛰어든다. 고개를 돌리거나 칼과 몽둥이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물과 불을 어렵게 여기지 않으니, 도망가거나 물러섬이 없어 죽음에 이르러도 피하지 않는다.

 

아라한들 역시 그와 같아서 선정과 지혜를 닦았으므로 마군과 모든 번뇌[結使]의 도적을 능히 무찌르고, 욕하거나 때려도 원망하거나 성내지 않으며, 늙음ㆍ죽음의 물ㆍ불도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

 

또한 큰 용왕은 큰 바다에서 일어나 큰 구름을 일으키어 온 허공을 두루 덮게 하고, 큰 번개와 광명을 놓아 천지를 밝게 비추며, 큰 비를 내려 만물을 윤택하게 한다.

 

아라한들 역시 그와 같아서 선정과 지혜의 큰 바다에서 일어나 자비의 구름을 일으켜서 축축이 적셔줄 중생이 있는 곳에까지 미치게 하며, 큰 광명과 갖가지 변화를 나타내고 실상의 법을 연설하여 제자들의 마음을 적시어 선(善)의 싹이 돋아나게 한다.

 

  [經] 할 일을 이미 다했다.

  [論] [문] 무엇을 할 일[所作]151)이라 하며, 무엇을 이미 다했다[已辨] 하는가?
  [답] 신(信)․계(戒)․사(捨)․정(定)152) 등 온갖 착한 법을 얻었기 때문에 할 일이라 하고, 지혜․정진․해탈 등 모든 착한 법을 얻었기 때문에 이미 다했다 하나니, 두 가지 법이 구족하고 만족하기 때문에 할 일을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모든 번뇌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애욕에 속하는 번뇌요, 또한 하나는 견해에 속하는 번뇌이다.

 

애욕에 속하는 번뇌를 끊어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라 하고,

견해에 속하는 번뇌가 끊어졌기 때문에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색법(色法)153)을 잘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라 하고, 무색법

  
  
  
151) 범어로는 kṛtya.
152) 범어로는 각각 ṡraddhāㆍśīlaㆍupekhāㆍsamādhi이다.
153) 범어로는 rūpidha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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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色法)154)을 잘 보았기 때문에 이미 다했다 한다.

 

가견(可見)과 불가견(不可見)155), 유대(有對)156)와 무대(無對)157) 등 두 가지 법도 이와 같다.

또한 불선(不善)과 무기법(無記法)158)을 끊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선법(善法)을 사유하기 때문에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문(聞)․사(思)의 지혜를 성취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수(修)의 지혜를 성취하였으므로 이미 다했다 한다.

 

갖가지 세 가지로 된 모든 법 역시 모두 이와 같다.

 

또한 난법(煖法)․정법(頂法)․인법(忍法)․세간제일법(世間第一法)159) 등을 얻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고법인(苦法忍) 등 무루의 선근들을 얻는 까닭에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견제도(見諦道)를 얻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사유도(思惟道)를 얻는 까닭에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유학도(有學道)를 성취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무학도(無學道)를 성취하는 까닭에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심해탈을 얻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혜해탈을 얻는 까닭에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누(漏)를 다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공해탈(空解脫)을 얻는 까닭에 이미 끝냈다 한다.
또한 온갖 번뇌[結使]를 제거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때 아닌[非時]
  
  
  
154) 범어로는 arūpi-dharma.
155) 범어로는 각각 sanidarśana, anidarśana이라고 한다.
156) 범어로는 sapratigha. 제법이 서로 대하는 관계를 말한다. 혹은 장소를 점한 채 물질적으로 장해하는 바가 있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157) 범어로는 apratigha.
158)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상태.
159) 범어로는 각각 uṣmagata-dharma․mūrdhan-dharma․kṣāntiḥ-dharma․laukikāgra-dharma이다. 열반으로 이르는 네 가지 길인 가행도(加行道)․무간도(無間道)․해탈도(解脫道)․승진도(勝進道)의 네 가지 도 가운데 가행도(加行道)에 이 네 가지 선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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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을 얻은 까닭에 이미 다했다 한다.

 

또한 스스로의 이익을 끝내야 하기에 할 일이라 하고, 남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이미 다했다 한다.

이와 같이 할 일을 이미 다했다는 이치를 자유롭게 설명할 수 있다.

 

 

 

 

대지도론(大智度論) 28. 아라한의 경지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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