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초품 중 큰 비구승과 함께하시었다를 풀이함 |
[經] 큰 비구승92)과 함께 [머무셨다.] |
[論] 함께[共]93)라 함은 한 장소, 한때, 한마음, 한 계행, 한 소견, 한 도, 한 해탈을 말하니, 이것이 ‘함께’이다[마하(摩訶)94)는 진나라말로는 ‘크다(大)’ 혹은 ‘많다(多)’ 혹은 ‘뛰어나다(勝)’는 뜻이다.] |
어찌하여 크다 하는가? 모든 무리 가운데서 가장 높기 때문이며, 모든 장애가 끊겼기 때문이며, 천왕(天王)95) 등 큰 사람들이 모두 공경하기 때문이다. |
어찌하여 많다 하는가? 수효가 5천에 이르는 까닭에 많다고 한다. |
어찌하여 훌륭하다 하는가? 일체의 96종의 논의96)를 능히 깨뜨리기 때문이다. |
어찌하여 비구(比丘)라 하는가? 비구란 구걸하는 자[乞士]라 하나니, 청정하게 살아가는 까닭에 걸사라 하는 것이다.97) |
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
사리불(舍利弗)98)이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고는 벽을 향해 앉아서 먹고 있었다.
이때 정목(淨目)99)이라 부르는 여자 범지가 와서 사리불을 보자 이렇게 물었다. |
“사문이여, 그대는 먹고 있는가?” |
사리불이 대답했다. |
“먹고 있다.” |
정목이 다시 물었다.100) |
92) 범어로는 Mahābhikṣu-saṁgha. |
93) 범어로는 sārdham. |
94) 범어로는 mahāt. |
95) 통상의 하늘의 신인 사천왕을 가리키나, 여기에서는 천왕을 사람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
96) 범어로는 upadeśa. 육사 외도에 각각 15인의 제자를 더해 아흔여섯 종류가 된다. |
97) 비구는 범어로는 Bhikṣu이다. |
98) 범어로는 Śāriputra. |
99) 범어로는 Śucimukhī. |
100) 이하, 정목 바라문이 묻는 네 가지는 음식을 얻는 걸식의 유형을 말하며, 이에 대해 사리불은 비구의 참된 생활방식이 무엇인지를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
[128 / 805] 쪽 |
“그대는 하구식(下口食)101)을 하는가?” |
“아니다.” |
“그러면 앙구식(仰口食)102)을 하는가?” |
“아니다.” |
“ 그러면 방구식(方口食)103)을 하는가?” |
“아니다.” |
“그러면 사유구식(四維口食)104)을 하는가?” |
“아니다.” |
정목이 말했다. |
“음식을 얻는 법[食法]에는 네 가지가 있다. 나는 그대에게 모두 물어 봤는데 모두 아니라 하니, 알 수가 없구나. 그대는 설명해 달라.” |
사리불이 대답했다. |
“출가한 사람이 약을 조합하거나 곡식을 뿌리거나 나무를 심는 등의 일로 깨끗하지 못한 생활을 하다면 이를 하구식이라 한다. |
출가한 사람이 별자리나 해와 달이나 바람․비․우레․번개․벼락을 관찰하는 등 깨끗하지 못한 생활을 한다면 이를 앙구식이라 한다. |
출가한 사람이 권세 있는 사람 앞에서 아첨을 떨면서 사방으로 심부름을 다니거나 교묘한 말로써 많은 것을 구해 깨끗하지 못한 생활을 한다면 이를 방구식이라 한다. |
출가한 사람이 갖가지 주술을 배워 길흉을 점쳐주는 등 갖가지 깨끗지 못한 생활을 한다면 이를 유구식이라 한다. |
101) 범어로는 adhomukho bhuñjasi. 수행자가 밭을 갈거나 약을 지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
102) 범어로는 ūrdhvamukho bhuñjasi. 수행자가 별자리를 보거나 일월ㆍ풍우를 예측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
103) 범어로는 dińmukho bhunñjasi. 수행승이 사방으로 권력을 좇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
104) 범어로는 vidiśāmukho bhuñjasi. 수행승이 길흉화복을 점쳐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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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여, 나는 이 네 가지 부정한 식사법[不淨食]에 떨어지지 않으니, 나는 오직 청정한 걸식으로 살아간다.” |
이때 정목은 청정한 법식(法食)105)을 설함을 듣고는 기뻐하며 믿고 이해하니, 그 때문에 사리불은 법을 설해주어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게 했다. |
이와 같이 청정하게 걸식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걸사라 한다. |
또한 비(比)는 ‘부수다[破]106)’이며 구(丘)는 ‘번뇌’107)이니,108) 번뇌를 능히 깨뜨리기 때문에 비구라 하는 것이다. |
또한 출가한 사람을 비구라 하니, 마치 호한(胡漢)․강로(羌虜)109)가 제각기 이름이 있는 것 같다. |
또한 계를 받을 때에 스스로 “나 아무개 비구는 목숨이 다하도록 계를 지니겠습니다”라고 맹세하였기 때문에 비구라 한다. |
또한 비는 ‘두려워하다[怖]110)’이고, 구는 능(能)111)이다.112) 곧 마땅히 마왕과 마의 백성을 두려워해 출가해서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계를 받아야 한다.
이때 마(魔)가 겁을 내는 것이다. 어찌하여 겁을 내는가? 마왕이 말하기를 “이 사람이 반드시 열반에 들게 되리라”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머리를 깎고 물든 옷을 입고 일심으로 계를 받으면 이 사람은 차츰차츰 번뇌를 끊고 괴로움을 여의어 열반에 들 것이다” 하신 것과 같다. |
무엇을 승가(僧家)113)라 하는가?
승가는 진나라에서는 무리[衆]라 한다. 곧 많은 비구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을 승가라 한다. 예를 들어 큰 나무가 모여 있으면 숲이라 하지만 하나하나의 나무를 숲이라 하지는 않는다. |
105) 범어로는 pariśuddha dharmaika āhāra. |
106) 범어로는 dhid. |
107) 범어로는 kṣudh. |
108) 이는 bhikṣu를 bhid(부수다)와 kṣudh의 합성어로 보는 경우이다. |
109) 호한(胡漢)은 중국을, 강로(羌虜)는 티베트를 가리킨다. |
110) 범어로는 bhī. |
111) 범어로는 kṣam. |
112) 이는 bhikṣu를 bhi(두려워하다)와 kṣam(~할 수 있다)의 합성어로 보는 경우이다. |
113) 범어로는 saṁg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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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마찬가지로 하나하나의 비구를 승가라 하지는 않지만, 하나하나의 비구를 제하고는 승가도 없나니, 모든 비구가 화합해 있기 때문에 승(僧)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이다. |
이 승가에 네 종류가 있으니, 유수승(有羞僧)114)․무수승(無羞僧)115)․아양승(啞羊僧)116)․실승(實僧)117)이다. |
어찌하여 유수승이라 하는가? 계를 지키어 깨뜨리지 않고 몸과 입을 깨끗이 간직하며 좋고 나쁨을 잘 분별하되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를 유수승이라 한다. |
어찌하여 무수승이라 하는가? 계를 범하고 몸과 입을 깨끗이 간직하지 못하고, 온갖 못된 짓을 다 하는 것을 무수승이라 한다. |
어찌하여 아양승이라 하는가? 비록 계는 범하지 않았으나 둔하여 지혜가 없고 옳고 나쁨을 가릴 줄 모르고 가볍고 무거움도 모르고 죄 있고 죄 없음도 모르고, 대중에 일이 있어 두 사람이 싸우면 판결을 하지 못하고 잠자코 말이 없는 것이 마치 흰 염소가 사람이 죽어도 소리치지 못하는 것 같은 이를 아양승이라 한다. |
어찌하여 실승이라 하는가? 유학(有學)이나 무학(無學)이 네 가지 과위에 머물러서 4향도(向道)를 실천하는 것을 실승이라 한다. |
여기에는 두 종류의 승은 함께 백일갈마(百一羯磨)118)를 하고, 계를 설하고,119) 법랍을 받는[受歲] 등 갖가지를 할 수 있다. |
114) 범어로는 hṛmat-bhikṣu. |
115) 범어로는 āhṛkya-bhikṣu. |
116) 범어로는 eḍamūka-bhikṣu. |
117) 범어로는 bhūṭa-bhikṣu. |
118) 갈마(羯磨, karma)란 구족계를 받는 경우나 승잔죄와 같은 중죄를 참회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작법을 말한다. 여기에서 백(百)이란 많은 법을 의미하고, 일(一)이란 많은 법에 대해 하나하나의 갈마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계율에 관한 어떤 사항을 교단에 고시(告示)한다는 의미로 백(白)이라 하고, 마찬가지로 이러한 하나의 고시[白]마다 하나의 갈마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켜 백일갈마(白一羯磨)라 하기도 한다. 혹은 ‘백(白)을 두 번째로 삼는 갈마[白二羯磨, jñapti- dvityā-karma-vācanā]’라고 하기도 한다. |
119) 범어로는 upavasatha. 포살(布薩)이라고도 한다. 매월 보름날 대중을 모아놓고 계경을 읽어 준 뒤 그 동안에 지은 죄를 참회시킴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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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실제의 성문승120)은 6천5백이요, 보살은 두 종류인데 유수승과 실승이다. |
이 실승으로써 나머지도 모두 승이라 이름할 수 있으니, 이 때문에 비구승이라 부르는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26. 비구의 뜻, 승가의 네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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