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대략의 수효 5천 분(分). |
[論] [문] 어찌하여 대략의 수효라 하는가? 곧 조금 지나거나 조금 모자라는 것을 대략의 수효라 한다. |
어찌하여 분(分)이라 하는가? 곧 많은 대중에서 일부분을 취한 까닭에 분(分)이라 한다. 이 비구들이 천만 명인데 그 가운데서 일부분을 취한 5천 사람이니, 그러므로 5천 분이라 한다.121) |
[經] 모두가 아라한(阿羅漢)이었다. |
[論] [문] 어찌하여 아라한이라 하는가? 아라(阿羅)122)는 도적123)이요, 한(漢)124)은 깨뜨림[破]125)이니,126) 곧 모든 번뇌의 도적을 깨뜨리기 때문에 아라한이라 한다. |
또한 아라한은 모든 누(漏)127)가 다하였기 때문에 온갖 세간과 하늘과 사람의 공양을 받을 수 있다. |
또한 아(阿)128)는 부정하는 것[不]이요, 나한(羅漢)129)은 태어남[生]130)이니,131) 곧 다시는 뒷세상에 태어나지 않으므로 아라한이라 한다. |
120) 범어로는 śravaka-yāna. 깨달음에 이르는 세 가지 길[三乘] 가운데 하나이다. 성문이란 원래는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듣고 따르던 불제자를 뜻하던 말로, 출가수행승만을 지칭하게 된 것은 후대의 일이다. 대승의 입장에서 본다면, 성문승은 독각승과 함께 자신만의 깨달음을 위해 수행에 전념하는 성자가 된다. |
121) 곧 5천 분(分)이란 ‘5천 명이라는 일부분’이라는 뜻이 된다. |
122) 범어로는 ara. |
123) 범어로는 ari. |
124) 범어로는 hat. |
125) 범어로는 han. |
126) 이는 arhat를 ari(도적)와 han(죽이다)의 합성어로 보는 경우이다. |
127) 범어로는 āsrava. |
128) 범어로는 a-.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어이다. |
129) 범어로는 rahat. |
130) 범어로는 ruh. |
131) 이는 arhat를 부정접두어 a-와 ruh(태어나다)의 합성어로 본 것이다. |
[132 / 805] 쪽 |
[經] 모든 누(漏)가 이미 다했다. |
[論] 삼계(三界) 가운데에서 세 가지 누132)가 이미 다하여 남음이 없기 때문에 누가 다했다 한다. |
[經] 다시는 번뇌가 없었다. |
[論] 모든 결사의 흐름[結使流]ㆍ수액(受扼)133)․결박[縛]134)․덮개[蓋]․견해[見]135)․얽매임[纏]136) 등이 다 끊겼으므로 번뇌가 없다고 한다. |
[經] 마음으로 잘 해탈하였고[心解脫] 지혜로도 잘 해탈하였다[慧解脫]. |
[論] [문] 어찌하여 마음으로 좋은 해탈을 얻고 지혜로 좋은 해탈을 얻었다 하는가? |
[답] 외도로서 욕심을 여읜 자는 한 장소와 한 도에서만 심해탈을 얻을 뿐 온갖 장애의 법에서 해탈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아라한을 ‘마음으로 훌륭한 해탈을 얻었고, 지혜로 훌륭한 해탈을 얻었다’ 한다. |
또한 아라한들은 두 가지 도에서 심해탈을 얻나니, 견제도(見諦道)137)와 사유도(思惟道)138)이다. 그러므로 마음으로 훌륭한 해탈을 얻었다 한다.
아직 배울 것이 남은 사람[學人]은 비록 심해탈을 얻기는 해도 훌륭한 해탈이 아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번뇌[結使]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또한 외도들은 길을 돕는 가르침[助道法]이 만족치 못하나니, 하나의 공덕만을 행하거나 혹은 두 가지 공덕만을 행하고서 도를 구하나 얻지 못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보시만을 해서 청정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며, 또한 어떤 사람이 하늘에 제사를 드리고서 말하기를 “능히 근심과 걱정을 벗어나며, 항상 즐거운 국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
하지만 어떤 이는 말하기를 “여덟 가지 청정한 도가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 |
132) 세 가지 누란 욕루(慾漏)ㆍ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를 말한다. |
133) 범어로는 upādāna. 일종의 속박된 상태를 의미한다. |
134) 범어로는 bandhana. |
135) 범어로는 dṛṣṭi. |
136) 범어로는 paryavasthāna. |
137) 범어로는 darśana-mārga. 4제(諦)를 관찰하는 단계. 번뇌 없는 성스런 길을 처음으로 발견한 자리를 말한다. |
138) 범어로는 bhāvanā-mārga. 수도로써 번뇌를 끊는 단계. |
[133 / 805] 쪽 |
깨달음이요, 둘째는 들음이요, 셋째는 경을 읽음이요, 넷째는 안의 괴로움을 두려워함이요, 다섯째는 큰 중생의 괴로움을 두려워함이요, 여섯째는 하늘의 괴로움을 두려워함이요, 일곱째는 좋은 스승을 만남이요, 여덟째는 크게 보시를 하는 일이다”라고 한다. 그러니 앞의 사람은 여덟째 것만을 청정한 도라고 말한 것이다. |
또한 어떤 외도는 보시와 지계만을 청정한 도라 하고, 또한 어떤 이는 보시와 선정만을 청정한 도라 하고, 또한 어떤 이는 보시와 지혜 구하는 것만을 청정한 도라 한다. |
이와 같은 갖가지 길은 충분하지 못하다. 공덕이 없거나 공덕이 적으면서 청정하다 하면 이 사람은 비록 한 곳에서는 심해탈을 얻을지라도 호해탈(好解脫)이라 할 수는 없나니, 열반의 도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게송으로 말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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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노․병․사의 큰 바다를 |
공덕 없는 사람은 건너지 못한다. |
공덕이 적은 이도 건너지 못하니 |
길을 잘 행하라 하심은 부처님의 말씀이라. |
여기에서 『수발타범지경(須跋陀梵志經)』139)을 얘기해야 하리라. |
수발타140) 범지는 120세에 5신통(神通)141)을 얻고서 아나발달다(阿那跋達多)142) 못 가에 살고 있었다. 밤에 꿈속에서 보니, 사람들이 모두 장님이 되어 벌거벗은 채 어둠 속에 서 있었으며, 해는 떨어지고 땅은 깨어지고 |
139) 범어로는 Subhadrabrahmacāri-sūtra. |
140) 범어로는 Subhadra. |
141) 6신통(神通) 가운데 누진통을 제외한 5신통을 말한다. 곧 원하는 곳에 몸을 드러내는 신족통(神足通, ṛddhi-prātihārya)․미래를 보는 천안통(天眼通, divya-cakṣus)․범부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천이통(天耳通, divya- śrotra- abhijñā)․남의 마음을 읽는 타심통(他心通, parijaya-jñāna)․나와 남의 과거를 읽는 숙명통(宿命通, purvenivāsa-jñāna). |
142) 범어로는 Anavadatapta. 무열뇌(無熱惱)ㆍ무열(無熱)이라고도 한다. |
[134 / 805] 쪽 |
바다는 마르고 큰 바람이 일어 수미산을 불어 깨트려 흩어버리는 것이었다. |
깨고 나서 그는 생각했다. |
‘무슨 까닭일까? 나의 목숨이 다하려는 것인가. 혹은 천지의 주인[天地主]이 떨어지려는 것인가.’ |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 이러한 악몽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
이전 세상부터 선지식143)이었던 신(神)이 있었는데, 그가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수발타에게 말했다. |
“그대는 두려워하지 말라. 일체지를 갖추신 분이 계시니, 부처님이라 한다. 그 분이 새벽녘에 무여열반에 드시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가 꿈을 꾼 것이지 그대의 몸에 관계된 것이 아니다.” |
이때 수발타는 이튿날 구이나갈국(拘夷那竭國)144)의 숲 속에 이르러 아난(阿難)이 경행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난에게 물었다. |
“내가 듣건대 그대의 스승이 새로이 열반의 진리를 말씀하시고 오늘 저녁 한밤중에 열반에 드신다 합니다. 저에게 의문이 있으니 부디 부처님을 뵙고 내 의문을 해결하게 해 주시오.” |
아난이 대답했다. |
“세존께서는 몸이 극히 피로하시니, 그대가 따져 묻는다면 세존을 번거롭게 할 것이오.” |
수발타가 마찬가지로 거듭 청하고 세 번째 청하니, 아난도 세 번까지 처음과 같이 대답했다. |
이때 부처님께서 멀리서 이 대화를 들으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수발타 범지가 내 앞에 와서 마음껏 따지고 묻도록 허락하라. 그는 나의 마지막 도를 얻은 제자가 될 것이다.” |
이때 수발타가 부처님 앞으로 가까이 가서 세존께 인사를 드리고는 한쪽에 앉아서 이렇게 생각했다. |
“모든 외도들이 은애(恩愛)와 재물을 버리고 출가하였어도 모두가 도를 얻지 못했거늘 오직 사문 구담(瞿曇)만은 도를 얻었구나.” |
143) 범어로는 kalyāṇa-mitra. 불도수행의 도반을 가리킨다. |
144) 범어로는 Kuśinagara. |
[135 / 805] 쪽 |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
이 염부제 땅에 있는 6사(師)145)의 무리들이 모두 말하되 ‘내가 일체지를 갖춘 사람이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인지요? |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
내 나이 열아홉에 |
집을 떠나 불도를 배웠다. |
내가 출가한 뒤 오늘까지 |
이미 50년이 지났다. |
청정한 계와 선과 지혜를 |
외도는 하나도 갖지 못했고 |
아주 조금도 없거늘 |
하물며 온갖 지혜이겠느냐. |
“만일 8정도(正道)146)가 없다면 여기에는 제1과도 제2․제3․제4과도 없거니와 만일 8정도가 있다면 여기에는 제1과와 제2․제3․제4과가 있느니라. |
수발타야, 나의 법에는 8정도가 있으니, 여기에는 제1과와 제2․제3․제4과가 있느니라. 그 밖의 외도의 법은 모두가 공하여 도도 없고 과도 없고 사문도 없고 바라문도 없나니, 이렇게 나는 대중 가운데서 진실로 사자후를 외치노라.” |
수발타는 이 법문을 듣고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
145) 원시불교가 흥기하던 무렵은 고대 인도에 있어서는 이른바 수 많은 자유사상가들이 활약하던 시대인데, 그들 가운데 대표적인 6명의 사상가인 Pūraṇa Kaśapa, Pakudha Kaccāyana, Makkhali Gosāla, Ajita Kesakam- balin, Sañjaya Belaṭṭhiputta, Nigaṇṭha Nātaputta를 말한다. 쟈이나교의 교조인 니칸타를 제외하고는 오직 『사문과경』 같은 원시불교 문헌을 통해서만 이들의 주장을 알 수 있을 뿐이다. |
146) 범어로는 āryāṣṭāńgikamārga. |
[136 / 805] 쪽 |
‘내가 부처님보다 나중에 열반에 들 수는 없는 일이다.’ |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스스로의 신통력으로 몸에서 불을 내더니 몸을 태워 멸도를 택했다. |
이러한 이유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공덕이 없거나 공덕이 적으면 조도법이 원만히 갖추어지지 못한다” 하셨다. |
부처님의 말씀은 모든 공덕이 구족하므로 능히 제자들을 제도하시나니, 마치 작은 약장사는 한 가지 약이나 두 가지 약뿐으로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중대한 병을 고치지 못하지만 큰 약장사는 여러 약을 갖추고 있기에 모든 병을 다 치료하는 것과 같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27. 공덕이 없거나 적은 자는 해탈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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