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7. ★ 공덕이 없거나 적은 자는 해탈하지 못한다.

수선님 2018. 11. 18. 12:51

[經] 대략의 수효 5천 분(分).

[論] [문] 어찌하여 대략의 수효라 하는가?

곧 조금 지나거나 조금 모자라는 것을 대략의 수효라 한다.

 

어찌하여 분(分)이라 하는가?

곧 많은 대중에서 일부분을 취한 까닭에 분(分)이라 한다. 이 비구들이 천만 명인데 그 가운데서 일부분을 취한 5천 사람이니, 그러므로 5천 분이라 한다.121)

 

[經] 모두가 아라한(阿羅漢)이었다.

[論] [문] 어찌하여 아라한이라 하는가?

아라(阿羅)122)는 도적123)이요, 한(漢)124)은 깨뜨림[破]125)이니,126) 곧 모든 번뇌의 도적을 깨뜨리기 때문에 아라한이라 한다.

 

또한 아라한은 모든 누(漏)127)가 다하였기 때문에 온갖 세간과 하늘과 사람의 공양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阿)128)는 부정하는 것[不]이요, 나한(羅漢)129)은 태어남[生]130)이니,131) 곧 다시는 뒷세상에 태어나지 않으므로 아라한이라 한다.

  
  
  
120) 범어로는 śravaka-yāna. 깨달음에 이르는 세 가지 길[三乘] 가운데 하나이다. 성문이란 원래는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듣고 따르던 불제자를 뜻하던 말로, 출가수행승만을 지칭하게 된 것은 후대의 일이다. 대승의 입장에서 본다면, 성문승은 독각승과 함께 자신만의 깨달음을 위해 수행에 전념하는 성자가 된다.
121) 곧 5천 분(分)이란 ‘5천 명이라는 일부분’이라는 뜻이 된다.
122) 범어로는 ara.
123) 범어로는 ari.
124) 범어로는 hat.
125) 범어로는 han.
126) 이는 arhat를 ari(도적)와 han(죽이다)의 합성어로 보는 경우이다.
127) 범어로는 āsrava.
128) 범어로는 a-. 부정을 나타내는 접두어이다.
129) 범어로는 rahat.
130) 범어로는 ruh.
131) 이는 arhat를 부정접두어 a-와 ruh(태어나다)의 합성어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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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 모든 누(漏)가 이미 다했다.
[論] 삼계(三界) 가운데에서 세 가지 누132)가 이미 다하여 남음이 없기 때문에 누가 다했다 한다.

 

[經] 다시는 번뇌가 없었다.

[論] 모든 결사의 흐름[結使流]ㆍ수액(受扼)133)․결박[縛]134)․덮개[蓋]․견해[見]135)․얽매임[纏]136) 등이 다 끊겼으므로 번뇌가 없다고 한다.

 

[經] 마음으로 잘 해탈하였고[心解脫] 지혜로도 잘 해탈하였다[慧解脫].

 

[論] [문] 어찌하여 마음으로 좋은 해탈을 얻고 지혜로 좋은 해탈을 얻었다 하는가?

[답] 외도로서 욕심을 여읜 자는 한 장소와 한 도에서만 심해탈을 얻을 뿐 온갖 장애의 법에서 해탈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아라한을 ‘마음으로 훌륭한 해탈을 얻었고, 지혜로 훌륭한 해탈을 얻었다’ 한다.

 

또한 아라한들은 두 가지 도에서 심해탈을 얻나니, 견제도(見諦道)137)와 사유도(思惟道)138)이다.

 그러므로 마음으로 훌륭한 해탈을 얻었다 한다.

 

아직 배울 것이 남은 사람[學人]은 비록 심해탈을 얻기는 해도 훌륭한 해탈이 아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번뇌[結使]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도들은 길을 돕는 가르침[助道法]이 만족치 못하나니, 하나의 공덕만을 행하거나 혹은 두 가지 공덕만을 행하고서 도를 구하나 얻지 못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보시만을 해서 청정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며, 또한 어떤 사람이 하늘에 제사를 드리고서 말하기를 “능히 근심과 걱정을 벗어나며, 항상 즐거운 국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어떤 이는 말하기를 “여덟 가지 청정한 도가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

  
  
  
132) 세 가지 누란 욕루(慾漏)ㆍ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를 말한다.
133) 범어로는 upādāna. 일종의 속박된 상태를 의미한다.
134) 범어로는 bandhana.
135) 범어로는 dṛṣṭi.
136) 범어로는 paryavasthāna.
137) 범어로는 darśana-mārga. 4제(諦)를 관찰하는 단계. 번뇌 없는 성스런 길을 처음으로 발견한 자리를 말한다.
138) 범어로는 bhāvanā-mārga. 수도로써 번뇌를 끊는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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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요, 둘째는 들음이요, 셋째는 경을 읽음이요, 넷째는 안의 괴로움을 두려워함이요, 다섯째는 큰 중생의 괴로움을 두려워함이요, 여섯째는 하늘의 괴로움을 두려워함이요, 일곱째는 좋은 스승을 만남이요, 여덟째는 크게 보시를 하는 일이다”라고 한다. 그러니 앞의 사람은 여덟째 것만을 청정한 도라고 말한 것이다.

 

또한 어떤 외도는 보시와 지계만을 청정한 도라 하고, 또한 어떤 이는 보시와 선정만을 청정한 도라 하고, 또한 어떤 이는 보시와 지혜 구하는 것만을 청정한 도라 한다.

 

이와 같은 갖가지 길은 충분하지 못하다. 공덕이 없거나 공덕이 적으면서 청정하다 하면 이 사람은 비록 한 곳에서는 심해탈을 얻을지라도 호해탈(好解脫)이라 할 수는 없나니, 열반의 도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생․노․병․사의 큰 바다를
  공덕 없는 사람은 건너지 못한다.
  공덕이 적은 이도 건너지 못하니
  길을 잘 행하라 하심은 부처님의 말씀이라.
  
여기에서 『수발타범지경(須跋陀梵志經)』139)을 얘기해야 하리라.

 

수발타140) 범지는 120세에 5신통(神通)141)을 얻고서 아나발달다(阿那跋達多)142) 못 가에 살고 있었다. 밤에 꿈속에서 보니, 사람들이 모두 장님이 되어 벌거벗은 채 어둠 속에 서 있었으며, 해는 떨어지고 땅은 깨어지고

  
  
  
139) 범어로는 Subhadrabrahmacāri-sūtra.
140) 범어로는 Subhadra.
141) 6신통(神通) 가운데 누진통을 제외한 5신통을 말한다. 곧 원하는 곳에 몸을 드러내는 신족통(神足通, ṛddhi-prātihārya)․미래를 보는 천안통(天眼通, divya-cakṣus)․범부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천이통(天耳通, divya- śrotra- abhijñā)․남의 마음을 읽는 타심통(他心通, parijaya-jñāna)․나와 남의 과거를 읽는 숙명통(宿命通, purvenivāsa-jñāna).
142) 범어로는 Anavadatapta. 무열뇌(無熱惱)ㆍ무열(無熱)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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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마르고 큰 바람이 일어 수미산을 불어 깨트려 흩어버리는 것이었다.
깨고 나서 그는 생각했다.

 

‘무슨 까닭일까? 나의 목숨이 다하려는 것인가. 혹은 천지의 주인[天地主]이 떨어지려는 것인가.’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 이러한 악몽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이전 세상부터 선지식143)이었던 신(神)이 있었는데, 그가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수발타에게 말했다.

“그대는 두려워하지 말라. 일체지를 갖추신 분이 계시니, 부처님이라 한다. 그 분이 새벽녘에 무여열반에 드시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가 꿈을 꾼 것이지 그대의 몸에 관계된 것이 아니다.”

 

이때 수발타는 이튿날 구이나갈국(拘夷那竭國)144)의 숲 속에 이르러 아난(阿難)이 경행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난에게 물었다.

 

“내가 듣건대 그대의 스승이 새로이 열반의 진리를 말씀하시고 오늘 저녁 한밤중에 열반에 드신다 합니다. 저에게 의문이 있으니 부디 부처님을 뵙고 내 의문을 해결하게 해 주시오.”

 

아난이 대답했다.

“세존께서는 몸이 극히 피로하시니, 그대가 따져 묻는다면 세존을 번거롭게 할 것이오.”

 

수발타가 마찬가지로 거듭 청하고 세 번째 청하니, 아난도 세 번까지 처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때 부처님께서 멀리서 이 대화를 들으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수발타 범지가 내 앞에 와서 마음껏 따지고 묻도록 허락하라. 그는 나의 마지막 도를 얻은 제자가 될 것이다.”

 

이때 수발타가 부처님 앞으로 가까이 가서 세존께 인사를 드리고는 한쪽에 앉아서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외도들이 은애(恩愛)와 재물을 버리고 출가하였어도 모두가 도를 얻지 못했거늘 오직 사문 구담(瞿曇)만은 도를 얻었구나.”
  
  
  
143) 범어로는 kalyāṇa-mitra. 불도수행의 도반을 가리킨다.
144) 범어로는 Kuśinag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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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염부제 땅에 있는 6사(師)145)의 무리들이 모두 말하되 ‘내가 일체지를 갖춘 사람이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인지요?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내 나이 열아홉에
  집을 떠나 불도를 배웠다.
  내가 출가한 뒤 오늘까지
  이미 50년이 지났다.
  
  청정한 계와 선과 지혜를
  외도는 하나도 갖지 못했고
  아주 조금도 없거늘
  하물며 온갖 지혜이겠느냐.
  
“만일 8정도(正道)146)가 없다면 여기에는 제1과도 제2․제3․제4과도 없거니와 만일 8정도가 있다면 여기에는 제1과와 제2․제3․제4과가 있느니라.

 

수발타야, 나의 법에는 8정도가 있으니, 여기에는 제1과와 제2․제3․제4과가 있느니라. 그 밖의 외도의 법은 모두가 공하여 도도 없고 과도 없고 사문도 없고 바라문도 없나니, 이렇게 나는 대중 가운데서 진실로 사자후를 외치노라.”

 

수발타는 이 법문을 듣고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145) 원시불교가 흥기하던 무렵은 고대 인도에 있어서는 이른바 수 많은 자유사상가들이 활약하던 시대인데, 그들 가운데 대표적인 6명의 사상가인 Pūraṇa Kaśapa, Pakudha Kaccāyana, Makkhali Gosāla, Ajita Kesakam- balin, Sañjaya Belaṭṭhiputta, Nigaṇṭha Nātaputta를 말한다. 쟈이나교의 교조인 니칸타를 제외하고는 오직 『사문과경』 같은 원시불교 문헌을 통해서만 이들의 주장을 알 수 있을 뿐이다.
146) 범어로는 āryāṣṭāńgikamār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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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처님보다 나중에 열반에 들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스스로의 신통력으로 몸에서 불을 내더니 몸을 태워 멸도를 택했다.

 

이러한 이유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공덕이 없거나 공덕이 적으면 조도법이 원만히 갖추어지지 못한다” 하셨다.

 

부처님의 말씀은 모든 공덕이 구족하므로 능히 제자들을 제도하시나니, 마치 작은 약장사는 한 가지 약이나 두 가지 약뿐으로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중대한 병을 고치지 못하지만 큰 약장사는 여러 약을 갖추고 있기에 모든 병을 다 치료하는 것과 같다.

 

 

 

 

 

대지도론(大智度論) 27. 공덕이 없거나 적은 자는 해탈하지 못한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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